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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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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 그린비 | 2011년 04월 30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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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96g | 140*204*20mm
ISBN13 9788976823618
ISBN10 897682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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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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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서울대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사회사상과 사회운동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했고 지금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이다. 그동안 『화폐, 마법의 사중주』,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생각한다는 것』,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1991년에 처음 ... 서울대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사회사상과 사회운동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했고 지금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이다. 그동안 『화폐, 마법의 사중주』,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생각한다는 것』,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1991년에 처음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 시절 한국은 민주주의 열망이 불붙던 시기다. 어느덧 30여 년이 지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으며, ‘그 달라지지 않은 것’을 사유하고자 다시 『자본』을 읽어야 하는 시대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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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09

출판사 리뷰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 원리는 복잡할 게 없다고 말한다. 모든 민중, 모든 국민이 지배하는 게 민주주의라고(이름하여 국민주권!!). 다만 모두가 청와대에 앉아서 국사를 논할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 투표를 통해 대표를 뽑는 거라고(이름하여 다수결!!). 그래서 그 대표가 통치를 하는 거라고(이름하여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는 단순한데 다만 그것의 현실화가 어렵다고. 그래서 민주주의는 단계를 밟아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이름하여 민주주의 발전론). 저자 고병권은 다수결로부터 민주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플라톤을 다시 읽고, 국민주권이나 대의제로부터 민주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홉스, 루소, 토크빌을 다시 읽으며, 발전론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한국 정치학자들의 텍스트를 다시 읽는다.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이어서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불러일으킨 민주주의 바람은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데모스(민중)의 힘’이기 때문이다. 고병권의 ‘민주주의론’은 샌델의 ‘정의론’이나 유시민의 ‘국가론’이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어떤 균열을, 얼마만큼 냈는지, 그것의 파장과 한계를 알게 해준다. 그것은 또 그동안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담론을 주도해온 최장집의 ‘민주주의론’과도 정면으로 부딪친다. 저자 고병권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편집자)

나는 왜 ‘민주주의’에 대해 썼는가

1. 민주주의를 다시 쓰는 이유

나는 왜 민주주의에 대해서 썼는가. 이미 내 맘의 서판에 적혀 있는 민주주의, 저자를 알 수 없지만 내 맘 속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그 민주주의를 다시 써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다시 쓰기’ 위해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썼다.
솔직히 나는 지금의 ‘데모크라시(democracy)’를 ‘엘리토크라시(elitocracy)’와 구별할 수 없다. ‘데모크라시’, 즉 ‘데모스의 힘’이라는 말은 ‘엘리트의 힘’을 치장하는 공문구나 거죽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는다. 정치 엘리트들이 제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려 절을 한다 해도, 그것은 일종의 ‘대중 획득술’ 내지 ‘대중 낚기 게임’처럼 보인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려본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집권자의 고민이나 집권자가 되기 위한 고민으로 축소시켜 버리곤 한다. 민주주의를 엘리트 정당들의 대중 획득술로 만들거나, 대권을 향한 공학 계산 문제로 전환시키는 것을 지금 얼마나 자주 보는가.
내가 민주주의를 다시 사유하려 하는 것은 그러니까 독재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 책에서 쓰려고 했던 민주주의는 단순히 독재 너머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 너머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와 불화 관계에 있는 민주주의다. 나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자임하는 정부 아래서도, 거기에 맞서, 때로는 그것에 무관하게, 민주주의를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난 그들에게서 ‘데모스의 힘’을 보았다. 즉 나는 그들에게서 ‘민주주의’를 보았다.

2. 민주주의 -하나의 예
언젠가 장애인 야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환우회’ 한 분이 그날 청강을 했다. 여기저기서 인문학 바람이 불던 터라, 환자들과도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러 왔다고 했다. 그날 우리는 루쉰의 유명한 문구,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한 것처럼’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도 깃발이 많던 시절, 그렇게도 자기 깃발을 따르면 된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많던 시절, 루쉰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목자를 따라 쏠려가는 양떼처럼, 이 지도자를 택했다가 좌절하면 저 지도자에게 가고, 그러다 다시 확 데어서 또 다른 쪽으로 쏠리고. 그래, 희망은 허망하다. 그러나 절망이라고 별 것이 있던가. 그것 역시 허망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의 최대 위험은 불빛을 보고 부나방처럼 마구 뛰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위험하다.

물론 어둠 속에서 절망해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둠을 직시하고 묵묵히 걸어갈 밖에. 그때 환우회에서 온 분이 훌쩍였다. 빛을 찾으러 왔는데, 어둠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에 울음이 나온다고 했다. 이상한 말이지만 나는 거기서 민주주의를 봤다.
그것은 내가 플라톤의 『국가』에서 봤던 동굴 속 사람들의 이미지와는 반대였다. 나는 그 야학에서 수십 년 간 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곤 했다. 중증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집이나 시설에 묶여 있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이데아’라는 신의 세계로 뛰어가지 않았다. 소위 ‘정상인’이라는 인간의 ‘이데아’를 원하기는커녕 그들은 그것과 싸웠다. 그 ‘이데아’가 구원이기는커녕 차별을 생산하는 ‘척도’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의 사슬을 엮었고 때로는 그 사슬을 버스나 철로에 엮었다. 그들은 또한 사람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엮었고, 스스로의 학교와 집을 실험하고 고안해냈다. 그들은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권리를 창안해냈다. 플라톤이 동굴 속 사슬에 묶여 있는 이들이라고 비난했던 사람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연유로 사슬에 묶였던가. 나는 도리어 그것이 궁금해졌다. 그들이 잃을 것은, 누구 말마따나 쇠사슬뿐이다. 실은 그 사슬마저 그들은 버리지 않고 무기로 삼지 않았던가. 그들은 빛에 희롱당한 부나방이 아니었다. 어둠을 못 견딘 사람들은 빛을 향해 뛰어가지만, 어둠 속에서 시력을 키운 사람들은 거기서 빛나는 삶을 꾸린다. 선한 국가, 좋은 지도자가 이들에게 좋은 삶을 준 게 아니었다. 이들의 삶, 이들의 투쟁이 그나마 국가와 지도자를 조금이라도 선하게 바꾼 것이었다.
TV 드라마를 보듯 만날 청와대와 국회, 언론만 보고 있는 사람들은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서 어떤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실험들,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른다. 조명이 사람들의 눈을 빼앗아 사태를 어둡게 만든다. 중증 장애인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늙은 농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이들의 투쟁, 이들의 실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은, 무엇보다, 학자들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내 대답은 이렇다. 또다시 ‘민주주의가 움트고 있다.’

3. 민주주의를 쓰기 위해 민주주의를 다시 읽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이 책은 내 맘 속 서판에 적힌 민주주의를 바꿔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연대의 표시이다. 이 책은 내가 기왕에 읽었던 책을 어떻게 다시 읽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를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다시 쓰기 위해 나는 민주주의를 다시 읽었다. 고대의 플라톤도 다시 읽었고 근대의 홉스나 루소, 토크빌도 다시 읽었으며, 최장집을 비롯한 최근 한국의 정치학자들 책도 다시 읽었다. 말 그대로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은 셈이다. 그리고 또한 다르게 읽은 셈이다.
이들 이론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과거에 얻은 결론들에 도전하기 위해 나는 과거의 텍스트들로 돌아간 것뿐이다. 플라톤으로 돌아간 것은 플라톤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다수결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였고, 홉스와 루소로 돌아간 것은 민주주의를 국민주권이나 대의제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였으며, 한국 정치학자들의 텍스트를 검토한 것은 민주주의를 발전론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이 작은 책의 줄거리와 결론을 여기에 적어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책을 읽는 이들이 금세 알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내가 논의를 열어두는 것이므로(나는 이 책의 결론을 ‘결론에 반대한다’고 썼다. 나는 결론에 반대할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풍성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결론에 담고자 했다. 나는 결론을 여러 스타일이 공존하는, 하나의 실험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민주주의와 결별할 때 새로운 민주주의가 도래한다. 아니 민주주의는 항상 새롭게 도래하면서 기왕의 민주주의를 낡은 것으로 만든다.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우리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한계에 도전하면서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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