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보수도 틀렸다.”
입시학원 스타강사에서 공교육 지킴이로 변신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 이기정의 교육 정책 히든카드,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인물과사상사) 출간.
“복지보다 중요한 건 ‘교육’이다.” 보수의 철학, 진보의 존재 이유를 일깨우는 날카로운 교육 현장 비평과 함께 즉시 실행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노예가 돼버린 학부모와 학생, 나아가 이들이 만족할 만한 교육 정책으로 확고한 지지 기반을 얻기 위해 골몰하는 미래 교육대통령의 필독서.
대한민국 공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시대의 화두이다. 우왕좌왕하는 공교육 정책의 희생양인 학생들과 이들을 뒷받침하는 학부모 집단은 물론 학교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큰 테두리 안에서 규칙만 조금씩 바꾸는 식의 대한민국 교육 정책은 나라의 근간인 학생의 가치를 실험용 쥐 정도로 격하시키고 교사에게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강요해 교육자로서의 양심마저 외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동의 가치를 모르고 성장한 학생들이 이끌어갈 우리 사회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곽노현 교육감,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의 유명인사가 각종 인터뷰와 칼럼에서 극찬했던 《학교개조론》,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의 저자 이기정이 교육의 큰 테두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전복적인 교육 정책 제안서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를 펴냈다. 이 책에 제시된 모든 교육 정책은 입시학원의 명강사로 약 10년간 일해 사교육의 속성을 훤히 꿰뚫고 있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 이기정의 체험적 분석 덕분에 사교육과 공교육,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 여타의 교육 현장 비평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띤다. 오히려 교육의 체제와 이념을 아예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양쪽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취하는 유연한 태도로 대한민국 교육과 관련한 모든 것에 비판과 격려를 동시에 보낸다. 또한 저자가 ‘서언’에서 밝힌 것처럼 “교육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운명적 과업으로 받아들인 대통령”의 등장을 기대하며 학교 내ㆍ외부의 개선안을 극단적일만큼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서술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손으로 진행되든 당장 실현 가능한, 놀라운 현실 감각을 지닌 교육 정책 매뉴얼을 만날 수 있다.
“정책 이론서가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학교 내 수업 개선 방안부터 사무행정업무 중심의 학교 개혁을 통한 일자리 4만 개 창출 방안까지, 선거보다 흥미진진한 ‘교육 정책 BIG 6’.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전교조의 ‘좌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행태와 무상급식 논쟁 속에서 정체성을 잃은 보수 진영의 촌극, 이명박 정권의 교육 포퓰리즘 뒤에 감춰진 진실과 대안 찾기.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생산적 논쟁의 극치.
〈1부 교육 정책 BIG 6〉에서는 학생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룬다. 저자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경쟁 위주의 입시 체제가 아닌 ‘학교의 무능’이라 지적하면서 “입시가 사라져도 지금의 학교는 질 좋은 교육을 절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학교의 무능을 개선하고 어떠한 교육 형태에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교육 정책 BIG 6’다. 무엇보다 우열반 수업이 아닌 수준별 맞춤형 수업의 실시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방안으로 소개한 교실 수 확대 요령과 교사의 사무행정업무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10만 교원 충원 방안, 교원성과급을 이용한 사무행정업무전담직원의 채용은 서로 단단히 엮여 있어 정책상의 빈틈이 없다.
학생들의 능률적인 학습을 위해 무학년학점제로 실시되는 수준별 맞춤형 수업은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필요하고 가능한 만큼의 학업을 이수하도록 유도하여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수업에서 받는 고통을 최소화해 학습 의욕을 극대화하는, 학교교육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정책 BIG 6는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교육의 큰 틀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교원들의 교육 활동 집중도를 높이고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2부 교육 논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고찰〉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교육 정책의 수립을 방해하는 비생산적인 교육 논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좀 더 생산적인 담론 형성을 위해 진보와 보수, 또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지녀야 할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슈가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 논쟁에서는 이미 오래전캺터 교사들을 평가하는 ‘교원근무평정’이라는 제도가 존재했음을 상기시키며 교원평가제라는 포괄적인 성격의 명칭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는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가 없었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소모적인 논쟁을 양산해왔음을 지적한다. 또한 앞으로 추진될 교원평가제는 교장과 장학사 등 그들만의 교사 평가인 교원근무평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을 교사 평가에 참여시키는 강력한 성격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의 입장을 진보의 가치와 이념을 망각한 방향성 잃은 행태로 평가한다.
최근 들어 더욱 불거진 무상급식 논쟁과 관련해서는 보수가 무상급식 반대 논리에 그들만의 철학을 담지 못했음을 개탄한다. ‘부자들에게 왜 공짜 밥을 주느냐’는 수준 낮은 포퓰리즘적 선동보다는 개인적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보수의 가치 있는 철학을 담은 “부모들이여, 자녀의 밥만은 스스로 책임지자”라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무상급식 논쟁의 대안으로서 ‘진보가 찬성하니 우리는 반대한다’가 아닌, 효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그들의 사상에 따라 국민들이 교육비로 납부하는 기존의 세금에 따로 학교에 내고 있는 급식비를 포함시켜 낭비 없는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더욱 근접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교육 정책으로 손꼽히는 수능시험 EBS 출제의 모순점도 낱낱이 파헤친다.
이렇듯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교육 정책, 즉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로 서는 길에만 집중한 이 책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기에 새롭고 전문적이다. 교사가 읽는다면 교사 초년시절에 품었던 교육을 향한 꿈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구체화되는 것을 느낄 것이고, 학생과 학부모가 읽는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 정책 입안자 또는 미래의 대통령을 꿈꾸는 누군가가 읽는다면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들 모두가 공감하고 행동에 나서 대한민국의 학교가 획기적으로 단번에 변화하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