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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 조희룡

19세기 묵장의 영수

이선옥 | 돌베개 | 2017년 09월 20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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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7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887g | 175*225*30mm
ISBN13 9788971998236
ISBN10 8971998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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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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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전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로 석사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 매화도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한삼우도나 사군자화 같은 문인들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나 문인들의 서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선비의 벗 사군자』,『한국의 미술가』등이 있으며, 「19세기 여항화가들의 매화도」,「매,란,국,죽 사군자의 형성과 발전」,「조희룡의 감성과 작품... 전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로 석사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 매화도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한삼우도나 사군자화 같은 문인들의 마음을 담은 그림이나 문인들의 서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선비의 벗 사군자』,『한국의 미술가』등이 있으며, 「19세기 여항화가들의 매화도」,「매,란,국,죽 사군자의 형성과 발전」,「조희룡의 감성과 작품에 표현된 미감」외 여러 논문이 있다. 아주대학교, 명지대학교, 전남대학교 등에서 한국미술사를 강의하였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 연구교수로서 우리 미술 속의 한국적 감성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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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들 학이 가을 구름을 타고 펄펄 나는 듯하다 - 우봉 조희룡

조선의 19세기는 문예 부흥기라 불리는 18세기와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일제에 의한 식민지를 경험한 20세기 초 사이에서 강한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친 시기였다. 조선 사회의 근간이었던 엄격한 신분제가 동요하고 청의 학문과 문물이 서학과 함께 유입됨과 동시에, 상업자본주의 발전, 상품화폐경제 확대, 소비문화 확산 등 중세적 신분사회에서 근대적 시민사회로 옮겨가는 과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19세기를 살았던 조희룡은 사대부 가문 출신의 문인화가이면서 신분이 낮은 중인 계층의 여항인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와 함께 신분적 한계와 불평등에 따른 잠재된 내면의 울분, 60대 초반에 겪은 유배라는 사건은 그의 문학과 예술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희룡의 50대 이전 기록 즉 성장과정이나 화가로서의 입문 등 청, 장년기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그의 모습은 어려서부터 창백하고 말랐으며 키가 컸다고 한다. 그는 14세에 어떤 집안과 혼담이 오갔는데 허약하게 생겨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하여 퇴짜를 맞았다. 그때부터 그에겐 ‘장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이후 그는 건강을 특별히 챙겼으며 유배 간 임자도 섬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3년 간 닭을 몇 백 마리나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가 유배 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것은 63세 때였는데, 60대 이후의 기록에서 그는 매우 유쾌하고 활달한 인물로 보인다. 그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으며 평생 뜻을 함께했던 지기들과의 모임인 벽오사碧梧社 모임 관련 기록에 “얼굴을 돌리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구 떠드는 사람”으로 묘사되기도 하였으며, 모임을 기록한 『오로회첩』에는 “선선하게 흥이 나서 한 폭을 펼쳐 난을 그리고 시를 쓰는 자”로 묘사되어 있다.

연지빛 홍매화를 그리며 도교의 불사약不死藥을 뜻하는 단약丹藥과 연결시키고, 매화 한 송이 한 송이를 부처의 현신이라 했던 그의 작품에는 도교와 불교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말년에 그는 날마다 향을 피우고 『유마경』을 외우며 마치 불가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지냈다고 한다. 그와 절친했던 벗 나기羅岐는 노년의 그의 모습을 “늙을수록 더욱 건강한 조단로趙丹老는 마치 들 학이 가을 구름을 타고 펄펄 나는 듯하다.”고도 하였다. 유배라는 굴곡을 겪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늘 새로움과 자유로움의 추구였으며 맑게 수양하고 서화를 즐기며 신선처럼 살았던 듯하다. 그는 78세로 장수하였는데, “모든 잡념을 끊고 득실을 한결같이 보고 영예와 모욕을 잊은 채, 여유 있고 한가롭게 애오라지 한 생애를 마쳤다.”고 하였다.

추사의 제자에서 당대의 쌍벽으로 - 조희룡과 김정희

조희룡은 헌종의 총애를 받아 임금으로부터 금강산 실경을 그려오라는 명을 받기도 했고, 궁궐 누각에 문향실이라는 편액을 썼으며, 매화 시를 지어 올린 적도 있다. 또한 회갑에 헌종으로부터 벼루와 책을 하사받기도 하였다. 그런 왕의 총애는 헌종의 요절과 철종 즉위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당시의 예송 논쟁에서 김정희와 권돈인이 탄핵되자, 김정희의 복심腹心으로 지목된 조희룡도 덩달아 유배를 가게 된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실록에 적힌 조희룡의 죄목에는 “장래의 화禍가 반드시 요원燎原을 이룰 것이니 어찌 미천한 기슬??(서캐와 이)의 유類라 하여 미세한 때에 방지하여 조짐을 막는 도리를 소홀히 하겠습니까?”라 한 부분이 있다. 신분제가 동요하고는 있었으나 당대 조정대신들은 조희룡과 같은 중인들을 천시했고,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날로 성장해가는 여향인의 세를 두려워하여 그 싹을 제거하려는 어떤 의도도 엿보인다.

조희룡은 당대 문예계를 주도했던 추사 김정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의 예술세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림을 배우던 청장년 시절에는 김정희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문인들의 미의식을 그림에 적용하였고, 중국과 빈번히 교류했던 김정희를 통해 중국의 앞선 문물과 지식, 새로운 화풍을 접할 수 있었다. 김정희의 복심으로 유배 갈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으나 이들이 언제 어떻게 만나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더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두 사람 각각의 문집에도 의외로 상대방에 대한 언급은 미미하다. 다만 조희룡의 글을 통해 그가 젊은 날 김정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를 다녀 온 후에는 여항의 서화가들을 이끌고 김정희에게 나아가 서화평을 받았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조희룡과 김정희는 몸담고 있는 신분 배경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도 달라 예술에서 차이를 보였다. 조희룡은 김정희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남종문인화의 정수를 디딤돌 삼아 자신만의 새로운 회화세계를 구축하여 추사와는 다른 길을 갔다. 조희룡은 1849년~1850년 일곱 차례에 걸쳐 화가 8인과 서예가 8인을 이끌고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 서화 품평을 받았다. 1849년은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에서 돌아온 다음해이자, 조희룡으로서는 회갑을 맞는 해였다. 조희룡이 주도한 당시의 서화 품평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조희룡이 초기에는 김정희의 문하에서 성장하였을지라도 김정희의 유배 기간 동안 나름대로 여항화가들의 좌장으로서 세력을 키웠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희룡이 그림을 그려 품평을 받지 않고 이들 서화가의 작품에 시를 써 격려했다는 것은 이들 사이에서 조희룡의 위치를 확인시켜준다. 조희룡에게 김정희는 선망과 극복이 대상이면서도 각자의 세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라이벌이었을 것이다.

매화를 사랑하여 향설해香雪海에 빠지다 - 조희룡과 매화 그림

서화가로서 조희룡은 사군자와 괴석 그림을 특히 잘하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매화 그림에 뛰어났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했던 매화 그림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스로 매화 그림에 재력才力 즉 하늘이 내린 소질을 가졌다고 생각하였는데, 묵죽에 재력이 있는 청대 화가 정섭鄭燮의 법을 배우기 쉽지 않듯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겠다고 하였다. 조희룡의 독보적인 매화도 형식 가운데 하나는 세로로 긴 화폭에 굵고 거친 줄기가 마치 용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구치는 힘차고 강렬한 매화 그림이다. 그는 이런 형식의 매화도에 실제로 용 그리는 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매화를 그리는데 얽히고 모인 가지와 만 가지 꽃의 향배 정할 곳에 이르면, 문득 이 생각이 떠올라서 크게 기굴(奇?)한 변화가 있게 한다. 용 그리는 법을 매화 그림에 도입했으니, 그림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은하수를 보는 듯 막연하여 그 뜻을 알기가 어렵다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조희룡은 또한 홍매를 즐겨 그렸다. 단지 붉은 안료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가지마다 만발한 붉은 꽃을 그려 화려한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홍매는 조희룡 매화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이전 시대에는 거의 없었던 19세기 매화 화풍의 가장 큰 변화이다. 그의 홍매에는 앞서 말했듯 도교, 불교적 사상과 함께 특히 소외되었던 일반 대중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렸다는 독특한 효용론까지 담겨 있다. 조희룡의 또 다른 독보적인 매화 형식으로 전수식 매화도 병풍이 있다. 이는 ‘매화 한두 그루를 여러 폭 병풍에 펼쳐 그리는 형식’으로, 조희룡은 병풍에 그린 크고 기굴奇?한 매화를 불상의 ‘장육존상’에 비유하여 ‘장육매화丈六梅花’라 하고 이는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조희룡은 이러한 형식의 대형 매화도 병풍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그렸고, 이후 세대 화가들은 그의 영향을 받아 그렸다.

조희룡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간송미술관 소장 〈매화서옥도〉이다. 북송 대 은일 시인 임포林逋의 고사를 그린 그림으로, 그에 관한 시가 읊어지고 관련 그림이 다수 그려진 것에 비하면 매화서옥도는 18~19세기 작품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개자원화전』과 같은 화보의 영향이 있었고, 조희룡의 경우 김정희가 소장하고 있던 청대 화가 장심張深의 〈매감도梅龕圖)〉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매화를 그의 가장 대표적인 화법인 광도난말狂塗亂沫, 즉 ‘미친 듯이 칠하고 어지럽게 긋는다.’는 붓질로 극적으로 표현했으며, 다다르고 싶은 삶을 그린 이상향의 표현이자 자화상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작품에는 향설해香雪海, 즉 ‘매화 향기와 눈 같은 꽃이 바다와 같다’는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흐린 겨울의 적막한 분위기를 압도하는 눈처럼 흩날리는 매화의 풍치는 화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조희룡의 예술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여항인들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조희룡은 19세기 여항문인화가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그려진 매화서옥도의 유행을 이끌었다. 이는 단순한 화재畵材의 유행이 아니라 여항화가들의 상승된 문인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인들의 전기집에서 그리움의 시[懷人詩]까지 - 조희룡의 글

조희룡은 그림으로 이름을 날리기 이전에 뛰어난 문장가로 유명했다. 그가 남긴 시와 편지, 산문, 화제畵題 등을 엮은 문집이 여럿 전하는데, 그중에서도 최초의 중인 전기집인 『호산외기』는 중인문화를 이끌고 중인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조희룡이 남긴 그들에 관한 기록이자 역사의식의 산물이다. 조희룡은 청나라 화가들의 전기인 장경長庚의 『국조화징록國朝畵徵錄』을 접한 뒤 우리나라 역대 화가들의 전기를 쓰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중인들의 전기집을 썼다. 100년 이내의 인물들로 언행, 문장, 재예才藝 등에서 특별한 업적이 있는 중인 42명의 자취를 엮어 후세에 길이 전해지길 바랐다. 그는 금강산의 명승들을 비유하여 “이름난 봉우리와 이름 없는 언덕 중에도 빼어난 것들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며, 다만 미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따름이다.”라고 하였는데, 이와 같이 여항의 빼어난 인물들이 모두 “적막한 구석에서 초목처럼 시들어 없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대에는 비록 이름 없이 죽어가지만 후대에 능히 그 빛을 발하게 하고자 기록을 남긴다고 하였다.

『일석산방소고一石山房小槁』는 유배 가기 전 자신의 거처였던 일석산방에서의 한가로운 생활의 단면들을 적은 45수의 칠언절구七言絶句 시이다. ‘화구암(畵鷗?)’은 임자도 유배지에서 주로 쓰던 당호로 동그스름한 지붕의 작은 초막을 이르는 말인데, 글자 그대로 하면 ‘그림과 갈매기가 있는 작은 집’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지은 수필집 이름도『화구암난묵畵鷗??墨』이다. 이 책은 유배지의 황량함 속에서 고독한 예술가의 눈을 통해 본 당시 화풍과 화단의 동향, 예술에 대한 인식을 담은 산문집이다. 『한와헌제화잡존漢瓦軒題畵雜存』은 그림에 대한 제사 즉 화제畵題에 쓰인 문구만을 따로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화제에는 서화에 대한 조희룡의 견해가 그 어느 글에서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그의 예술관과 작품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소중한 자료이다.

『우해악암고又海岳庵稿』에는 신해년(1851, 철종 2) 유배 길에 오르던 때부터 3년째 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금강錦江을 건너던 시점까지의 다양한 경험을 적은 시 192수가 실려 있다. 유배 길의 고달픔과 유배지에서의 고독한 심사, 집 소식을 기다리는 초조함과 벗에 대한 그리움,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섬의 경승, 괴석에 관심을 보이는 글이 대부분이다. 『수경재해외적독壽鏡齋海外赤牘』은 임자도 유배 기간 중 쓴 편지를 모아 훗날 자신이 따로 편집하여 만든 책이다. 31명에게 보낸 글 60편이 들어 있다. 그의 편지는 단순히 소식을 주고받은 문안 편지가 아니라 한 편 한 편 풍부한 시적 상상력이 농축된 문학작품이다. 먼 바다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던 만큼 적막한 자신의 처지를 다채로운 수식을 써 표현하였고, 객지에서의 생활 정취와 친구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가족과 제자에 대한 애틋한 정감 등을 담았다.

조선 회화의 진정한 근대를 열다 - 조희룡의 예술관

조선시대 화가 가운데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예술적 취향과 예술가로서의 고뇌를 밝힌 경우는 드물다. 특히 조선시대 화가가 자신은 화가이고, 화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재능은 특별히 어떤 분야에 있고, 화가들은 각자 독창적인 자신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조희룡은 자신의 문집과 그림 위에, 예술을 하게 된 동기와 스스로의 재능, 이를 저해하는 사회적 위치에 대한 갈등,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과는 다른 그만의 파격적인 예술관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스스로 화가임에 자부심을 느꼈고 화가의 개성과 독창성을 중시한 그의 글은 조선에서 진정한 근대적 개념의 화가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조희룡에게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화가’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했을까? 또한 그는 그림을 볼 때 ‘무엇을 어떻게’ 보았을까?

조희룡은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심미적 경향을 보인다. 서화를 유교적 도의 구현체로 보는 유교적 관점이 아니라, 주변의 자연이나 의식주처럼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했다. 서화는 기쁨을 주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고통을 극복해가는 힘이 되기도 하며 감정을 정화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병을 낫게 하고 수명까지 늘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그림이 자신뿐 아니라 수고하는 자를 위로하기 위해 그린다고 하여, 오늘날 미술이 주는 대중적 기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화가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였는데, “회화와 같이 예술에 속한 일은 학문과 정치의 밖에 있어서, 학자나 고관대작이 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며 화가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러한 전문성은 화가가 갖는 재력(才力), 손재주, 천예(天倪)로부터 나온다고 하였다. 이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문장과 학문의 기운이 넘치고 인품이 뛰어나고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얻을 수 없는 높은 경지의 것으로 보았다. 이는 그림을 ‘말기末技’나 ‘말예末藝’로 보고 그림에서 문자향과 서권기를 강조했던 당대 문인들의 일반적인 회화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가치관인 독서와 학문의 가치와 함께, 하늘이 내린 재능에 노력이 따라야 함도 강조했다. 그는 그림을 볼 때도 옛 것인지 지금 것인지, 혹은 그것이 진품인지 안품?品인지에만 얽매여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고금, 진안, 작가 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림 자체가 주는 감동을 먼저 받아들이며 그 조예가 깊은가를 살피라고 하였다. 또한 동시대의 그 누구도 옛날의 대가들처럼 훗날 역사적으로 크게 평가받는 인물이 될 수 있으므로, 당대 화가에 대해서도 공정한 눈으로 가치를 가늠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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