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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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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 한겨레출판 | 2017년 07월 20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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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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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자랐다. 강릉여고와 고려대학교를 다녔고 1982년 연합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문화부 기자로 일했고 [씨네21] 창간부터 5년 동안 편집장을 했다. 2000년 기자 일을 접고 에세이『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장편소설『열정과 불안』, 단편집『햇빛 찬란한 나날』을 냈다. 한국영상자료원장(2006~2009)과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2016)로 ...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자랐다. 강릉여고와 고려대학교를 다녔고 1982년 연합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문화부 기자로 일했고 [씨네21] 창간부터 5년 동안 편집장을 했다.
2000년 기자 일을 접고 에세이『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장편소설『열정과 불안』, 단편집『햇빛 찬란한 나날』을 냈다. 한국영상자료원장(2006~2009)과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2016)로 일했다. 한국 고전영화에 관한 책『클래식중독』을 냈다.『세 여자』는 2005년에 시작했으나 두 번의 공직 생활로 중단됐고 12년 만에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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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세죽과 허정숙이 처음 만난 곳은 1920년 상해. 넓은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고자 상해를 찾은 두 여자는 그러나 그곳에서 고려공산당 청년동맹을 이끌던 박헌영을 만나 새로운 인생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이듬해 주세죽은 박헌영과 결혼했고, 귀국 후 허정숙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여성운동 단체인 조선여성동우회를 결성하는 한편 고려공산청년회에 가입해 활동한다. 이때 이화여전을 다니던 고명자가 참여하며, 이들 셋은‘조선공산당의 여성 트로이카’로 불리운다.

1924년 허정숙은 동지였던 임원근과 결혼했고, 고명자는 애인이었던 김단야의 권유로 모스크바 유학을 떠난다. 1925년 발생한 제1차 조선공산당 사건, 이른바‘101인 사건’으로 이들 세 여자와 남자들은 혹독한 시련을 맞이한다. 이 사건으로 허정숙과 주세죽, 임원근, 박헌영은 투옥되고, 김단야는 조선을 빠져나가 모스크바로 향한다. 곧바로 풀려난 허정숙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임원근과는 부부의 연을 정리한다. 임원근이 감옥에 있는 동안 또 다른 활동가 송봉우와 재혼하면서 허정숙은‘조선의 콜론타이’라는 별명과 함께 이 시대 스캔들 메이커가 된다.

1928년, 주세죽은 뒤늦게 출옥한 박헌영과 함께 일제경찰의 추적을 피해 소련으로 탈출한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이들 부부의 품에는 북행길에 낳은 딸 비비안나가 안겨 있었다. 부부는 모스크바에서 자리 잡고 있던 김단야, 고명자와 함께‘정치망명가들을 위한 집’에 살며 박헌영은 레닌대학에서, 주세죽은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서 공부한다.

1929년 김단야와 고명자는 경성으로 돌아와 조선공산당 재건을 위해 활동하다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김단야 홀로 상해로 떠나게 된다. 몇 달 후 체포된 고명자는 심한 고문과 회유 끝에 전향을 선택하고 이로 인해 이후 양쪽 모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며, 한때 친일잡지인 [동양지광]에서 일하기도 한다.

주세죽과 박헌영은 1932년 딸 비비안나를 모스크바 보육원에 놓고 당 재건운동을 위해 상해로 갔으나 1933년 박헌영이 체포돼 국내로 이송되면서 이들 부부는 기나긴 이별을 맞는다. 1934년 딸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온 주세죽은 이곳에서, 역시 홀로 남은 남편의 친구이자 동지인 김단야와 재혼한다. 훗날 주세죽은‘상황이 우리를 같이 살게 만들었다’고 그때의 선택을 회고했다.

미국유학을 마치고 1927년 귀국한 허정숙은 한국 최초의 전국적 여성운동 단체인 근우회를 이끌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1930년 광주학생운동 이후의 서울여학생운동을 지원하다 투옥된다. 허정숙은 1932년 출감 뒤 태양광선치료소를 운영하다 세 번째 남자 최창익과 함께 중국 무한으로 넘어가 조선의용대와 함께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한다.

비록 식민지 조국이었지만 경성의 여성동우회에서 뜻을 모아 활동하던 때가 이들에겐 봄날이었을까. 1930년대 후반부터는 서로 너무도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격랑의 시대를 맞는다.
1937년 김단야가 일제 밀정이라는 혐의를 받아 체포되면서 세죽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5년 유형에 처해져 중앙아시아의 크질오르다로 강제이주를 떠난다. 모스크바 보육원에 있는 딸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한 세죽은 설상가상 단야와의 사이에 낳은 6개월 된 아들도 유형 길에 잃게 된다.

1945년, 세 여자는 각각 서울과 중국 연안,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서 해방을 맞이한다. 명자는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허정숙은 의용군들과 함께 사상의 고향인 평양으로 향한다. 그러나 해방된 조국의 청사진을 그리던 것도 잠시, 남쪽은 친탁 반탁을 둘러싼 좌우 대립으로, 북쪽은 만주빨치산 출신 김일성과 조선공산당, 연안파, 소련파 등 정파 간 권력싸움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고명자와 허정숙은 이런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온몸으로 시대를 겪어낸다. 주세죽은 조국의 해방에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스탈린에게 유형 해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써보지만 아무 답변을 듣지 못한다.

남북 모두 불안한 정세가 계속되던 중 김일성이 남조선해방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 여자의 운명은 또 한 번 요동치게 된다.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면서 인민위원회 활동을 했던 고명자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전쟁의 와중에 서울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북쪽의 문화선전상을 맡아 전쟁의 후방을 책임졌던 허정숙은 민족끼리 서로를 갉아먹는 전쟁의 참상 앞에 숱한 회의에 휩싸이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허정숙은 북측에서 요직을 담당하며 김일성 곁에 있었으나 동지들의 숙청 과정과 독재로 진화해가는 일인자를 바라보며 부침을 겪는다. 주세죽은 전쟁이 끝나고 북쪽의 부수상으로 있던 전남편 박헌영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보지만 끝내 외면당하고 만다. 그 이유가 불안한 본인의 입지 때문이었는지, 김단야와 주세죽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결국 세죽은 1953년 딸 비비안나를 만나러 모스크바에 갔다가 병이 악화돼 생을 마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1991년 허정숙이 북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절방문을 담당했던 탈북자 L씨를 만났다. 그와의 만남을 담은 에필로그를 통해 공직에서 물러나서도 수상에게 할 말은 했던 허정숙의 말년을 엿볼 수 있다.
1990년 한소수교 후 소련 정부 자료들이 공개되고 비비안나 박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주세죽의 유형사실과 김단야의 비극적 최후도 밝혀졌다. 주세죽과 김단야는 고르바초프 정권 아래서 복권됐으며, 김단야는 2005년 소련에 이어 국내에서도 복권됐다.

출판사 리뷰

혁명이 직업이고 역사가 직장이었던 사람들…
“재산도 버렸고 애인과 가족도 버렸고 더 버릴 것이 없을 때는 목숨을 버렸다.”
_본문 중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가 있었다.
20세기 초 경성, 상해, 모스크바, 평양을 무대로 그들이 꿈꾸었던 지옥 너머 봄날의 기록!


이 소설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1920년대로 추정되는 식민지 조선, 청계천 개울물에서 단발을 한 세 여자가 물놀이를 하는 사진. 1990년 냉전시대의 마침표를 찍으며 한소수교가 이루어진 그 다음 해, 박헌영과 주세죽의 딸이며 소련의 모이세예프 무용학교 교수인 비비안나 박이 서울에 들어왔을 때, 그가 들고 온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하나였다.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한 것은 사진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허정숙을 발견한 힘이 컸다. 허정숙에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보다가‘신여성이자 독립운동가’라는 새로운 인물 군상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각각의 무게감은 다를지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동지이자 파트너였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여성들은 왜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을까.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 그들의 존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설은 주인공 세 여자가 살다 간 시대적 배경이 말해주듯 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주변 남자들의 인생과 함께 192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 한국 공산주의운동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작가 스스로 세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역사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디아스포라의 시대에 대륙으로 흩뿌려졌던 세 여자의 삶을, 그 세 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히 1920년 상해에서 한국 공산주의운동이 시작돼서 1955년 주체사상의 등장과 1958년 연안파 숙청으로 한국에서 공산주의가 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처럼 역사에도 실수가 있고 착오가 있고 우연이 있고 행운도 있다.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가 빚어지고 우연한 실수가 운명을 바꾸기도 함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세 여자를 비롯해 이름 석 자로 나오는 사람은 모두 실존인물이다. 등장인물들에 관한 역사기록을 기본으로 했고 그 사이사이를 상상력으로 메웠다. 작가는 역사기록에 반하는 상상력은 최대한 자제했고‘소설’이‘역사’를 배반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밝힌다.

작가가 작품 속 40년의 시간에서 가장 에너지를 쏟은 부분은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이다. 작가는 지금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그 딜레마가 근본적으로 분단과 전쟁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해방공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바라본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그 시대를 알고 지금을 이해하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마침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해방공간의 딜레마를 넘어서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애도의 궁극이자 여성으로서의 오연한 자부심!(신수정, 문학평론가)

이 소설의 세 여자가 살았던 때는 역사의 가장 음침한 골짜기, 비유나 풍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헬조선’, 조선이라는 이름의 지옥이었다. 하지만 세 여자의 인생이 늘 지옥은 아니었다. 여자들은 씩씩했고 운명에 도전했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우리는 지금 연봉이나 승진 문제로 우울해하지만 이 여자들은 현실의 것들을 그닥 개의치 않았고 목숨조차 가벼이 여겼으며 혼자 몸으로 역사를 상대했다. 새로운 사상과 이념이 애드벌룬처럼 떠오르던 20세기 초반에 그들의 인생은 지옥 속에서도 가끔 봄날이었다.

세 여자는 상해에서, 경성에서 20대를 함께 보낸 후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장소로 흩어졌지만 늘 우리 근대사의 극명한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가령, 주세죽이 스탈린 치하에서 한인 강제이주의 참담한 현장에 던져졌을 때 허정숙은 연안에서 모택동에게 혁명전략을 배우고 있었고, 고명자는 경성에서 친일잡지의 기자 노릇을 했다. 해방공간에 허정숙과 고명자는 38선의 북쪽과 남쪽에 있었고, 허정숙은 김일성의 측근이었고, 고명자는 여운형 옆에 있었다.

이들은 혁명의 여정에서 남편을 잃고,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고, 아이를 잃고, 마침내 시베리아에서, 평양에서, 경성에서 외롭게 죽어갔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식민지 조국의 국민이 되어 일상은 깨지고 생활은 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 세 여자는 자연스레 삶을 역사에‘올인’했고, 재산도 버렸고 애인과 가족도 버렸고 더 버릴 것이 없을 때는 목숨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세 여자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 상황과 역할에 충실했던 그런 여자들이, 20세기 초, 이곳에, 살았었다는 것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평론가 신수정에 따르면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애도의 궁극이자 여성으로서의 오연한 자부심으로 읽히기도 한다.

방대한 지식과 높은 통찰력, 사건이 붓끝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순탄함!(황현산, 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한국의 근세사에는 개항, 일한병탄, 3·1운동, 4·19, 5·18 등 여러 개의 기원이 있다며, 이 소설은 이들 세 여자의 운명이 합쳐지고 엇갈리는 식민지시대 한복판에 근세의 뿌리 깊은 기원 하나가 있음을 알려준다고 평했다. 또한 이 소설은 사건이 붓끝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은 순탄함이 강점인데, 이는 작가가 지닌 전후좌우의 방대한 지식과 높은 통찰력에서 온다고 보았다. 실제 이 소설은 작가가 구상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출간된 것으로 방대한 자료 위에 긴 시간 숙성 기간을 거쳐 복잡다단한 한국현대사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군더더기를 허락하지 않는 작가 특유의 문체 탓에 이야기는 박진감 있고 밀도 있게 전개된다.

작가가 이 소설을 구상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그러나 막 집필에 들어가려던 2006년 9월, 작가는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라는 공직을 맡아 3년을 보냈다. 공직을 끝내고 초고를 쓴 다음 수정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다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일하면서 4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러갔다. 지난 해 소설가로 돌아와 원주 토지문화관에 두 달 머물면서 작품을 갈무리해 이번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작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진행이 늘어지는 동안 세 여자의 인생이 머리와 가슴 속에서 사과처럼 천천히 익어갈 수 있어서 오히려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에 몸 바쳤던 이들에 대한 복권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그 가운데 특히 여성들에 대한 대중적인 조명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격랑의 근현대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많은 여성들의 삶이 오롯하게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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