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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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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장석남 | 창비 | 2010년 08월 20일 리뷰 총점7.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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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편집/디자인
3.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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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09쪽 | 168g | 126*200*20mm
ISBN13 9788936423179
ISBN10 893642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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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등의 시집과『물의 정거장』, 『물 긷는 소리』등의 산문집이 있다. 장석남 시인의 시에는 그리움이 있다. 시간과 내력을 꿰뚫는 그의 시선 앞에서 사물들은 그 내면에 숨긴 고독을 드러내고 돌아갈 고향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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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곡진하고 담담(淡淡)하여 더 아름다운 시와 생활

약관 스물둘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20여년간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장석남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가 출간되었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작시집은 시인 특유의 아름다운 시어가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삶을 사유하는 관조의 시선이 더욱 깊이를 더함으로써 서정시의 한 진경을 선사한다.

이번 시집에서 고요한 서정성이 유달리 돋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과장된 수사나 애써 발견한 소재가 아니라 시인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는 데 있다. 시력(詩歷)으로나 나이로나 어느덧 중견이 된 시인답게 그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서 녹록지 않은 깨달음과 감각적인 시적 표현을 얻는다.


나의 손은 그 손의 움직임을 따라 쌀알들을 하나씩 하나씩 줍고 그것들은 손금 사이사이에 쌓이며 그 저녁이 되고 두툼한 슬픔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을 알았죠. 뼈끝 간절한 조상들의 피가 되고 말씀이 되는 것을 알았죠. 그러다가 마침내는 한 청량한 별의 무리가 되는 것을 느꼈죠.(『쌀을 줍다』 부분)

허기진 창자를 삐뚜름히 비추는 저녁볕 / 노는 아지랑이 // 솥을 열다 // 서쪽을 열고 / 뺨에 서쪽을 빛내다(『서쪽 1』 부분)


이렇듯 일상에서 발견하는 시를 가능케 하는 것들은 꽃 바람 물 등처럼 자연 속에 자리한 경우가 많다. 그것들은 시인에게 일방적인 찬양의 대상이나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존재가 아니라 삶에 친숙하게 들어와 시인의 내면과 감수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고리로서 때로는 시인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 때로는 인생의 회로애락을 곱씹게 하는 매개가, 또 때로는 시 그 자체의 현신이 되기도 한다.


생각 끝에, / 바위나 한번 밀어보러 간다 // 언 내(川) 건너며 듣는 / 얼음 부서지는 소리들 / 새 시(詩) 같은, // 어깨에 한짐 가져봄직하여 / 다 잊고 골짜기에서 한철 / 얼어서 남직도 하여 // 바위나 한번 밀어보러 오는 이 또 있을까? / 꽝꽝 언 시 한짐 지고 / 기다리는 마음 / 생각느니,(『동지』 전문)


흔히 장석남의 시 하면 떠올리게 되는 알싸한 사랑을 말하는 시들은 이번 시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시인의 연시는 나직한 목소리이지만 그러나 선연한 이미지와 함께 저릿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빛 받는 연(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오막살이 집 한 채』 부분)


그의 시는 비단 어느 특정한 한 시점, 한 지점 위에서 돋아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시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한 장면을 빚어낸다(최창근 ‘발문’). 시인의 시적 인식이 그만큼 여유롭고 폭넓어졌음을 짐작게 하는바, 모든 시간과 공간이 모이는 ‘지금-여기’ 속에서 시인은 풍부한 감상을 긷고 깨달음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다.


부뚜막에 앉아서 감자를 먹었다 / 시커먼 무쇠솥이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 (…) // 눈물이 떨어지는 부뚜막이 있었다 / 어머니는 부뚜막이 다 식도록, 아궁이 앞에서 / 자정 너머까지 앉아 있었다 식어가는 재 위의 숨결 / 내가 곧 부뚜막 뒤의 침침함에 맡겨진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나는 가만히 / 어머니의 치마 끝단을 지그시 한번 밟아보고 뒤돌아설 뿐이었다(『부뚜막』 부분)


이렇듯 그의 시는 다양한 면모에서 접근해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정서나 주제의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시인이 줄곧 곡진한 태도와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노래하는 일차적인 대상이 꽃이든 돌이든 가족이든 사랑이든, 시인은 그것을 자신의 삶 속으로 데려와 양자 모두를 찬찬히 정성스럽게 쓰다듬는다.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전문)


시인은 그렇게 무언가를 따뜻하고 세심하게 대하는 것이 곧 삶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 삶 속에선 분노도 눈물도 사랑도 죽음도 모두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곳에 시가 있다. 장석남에게 시란 일상이고 자연이며 ?랑이자 그리움인, 그리고 과거인 동시에 미래이며 죽음이기도 한 것이다.


요는 깔고 몸을 뉘는 물건 / 사랑을 나누는 물건 / 어느날 죽음을 맞는 물건 / (…) / 요를 펴고 누워 / 하늘을 부른다 / 몸은 요를 부르는 물건 / 사랑은 요를 부르는 물건 / 죽음은 요를 부르는 물건 / 꽃을 펴듯 요를 편다(『요를 편다』 부분)


대개 시란 화려한 수사나 재치있는 언어유희, 격정적인 감상 따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시가 사람들 속에 자리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우리네 삶이 그런 것들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곡진하고 담담해서 더 아름다운 시가 있을 것이다. 장석남의 시가 바로 그 증거이다.

추천평

시 속에 들어가 앉아 묵을 먹는다. 묵을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나는 초간장의 맛이나 떠올리는데 무릇 사랑이란다, 그는. 초간장과 묵맛 사이, 묵맛과 사랑 사이의 간극에 본디 시로 살아가는 자와 그렇지 못하는 자를 구분짓는 어떤 가늠자가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급한 대로 그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가 몰래 훔쳐본다. 무얼 하시나.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는가 싶었는데 말린 고사리의 무게를 재고 또 재며 봄을 나는 그다. 호스를 대고 착착 두드려가며 바위를 씻는 일로 여름을 나고, 막돌들을 업고 안아다가 판판히 놓은 계단의 층계를 리듬처럼 밟아가며 가을을 나는 것 또한 그다. 쏟고 만 쌀알 한 홉을 줍듯 겨울을 지나며 그는 그렇게 한 생을 살아낼 것만 같다. 그렇듯 몸으로 부르고 사랑으로 화답하는 그에게서 훔치고 싶은 게 어디 한둘이랴. ‘어느 해 낙산사 새벽종 치는 일을 권해받았으나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니 일단 종두만이라도 내가 먼저 탐해볼 참이다. 그 발정, 얍삽하더라도 부디 봐주시라. 또 누가 알겠는가. 그의 뒷걸음질이나 이리 좇는 내 그림자일지언정 착착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내 시도 몸이 되고 사랑이 되고 죽음이 되고 꽃이 되는 우리네 값비싼 생의 ‘요’가 될는지도.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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