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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 선집

이익 저 / 김대중 | 돌베개 | 2010년 05월 10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96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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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0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93g | 136*220*30mm
ISBN13 9788971993811
ISBN10 897199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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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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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이익
1681-1763. 투철한 문제의식과 폭넓은 지식으로 조선 학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 평가받는다. 세계 전체에 대해 전방위적 관심을 갖고 평생 탐구에 매진했다. 『성호사설』을 비롯하여 『성호질서』, 『사칠신편』, 『예설유편』, 『곽우록』, 『관물편』, 『백언해』등이 그 성과이다. 그의 학문 정신은 다산 정약용 등에게 계승 되었다.
편역 : 김대중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편역서로 『도산에 사는 즐거움-이황 선집』이 있으며, 논문으로 「작은 존재에 대한 성호 이익의 감성적 인식」, 「성호 이익 - 냉정한 우호의 정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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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책은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의 글 중에서 저자 성호 선생의 사유와 생애를 뚜렷이 보여주는 작품만을 선집한 것이다.
성호 이익은 조선 후기 당쟁의 와중에 낙척한 선비로 살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실로 경이로운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다. 성호는 문학, 철학, 역사는 물론, 정치, 사회, 지리, 자연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집요한 관심, 체계적인 지식, 높은 식견을 갖추었다. 그런데 이런 ‘광범위함’ 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사유의 ‘절실함’과 ‘투철함’이다. 성호는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편견에 대해 학문적으로 대응한 양심적인 학자였다.
성호는 조선 후기 학술사에서 신기원을 이룬 분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의 사상이 곧바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했다. 그 대신 후학들이 그 학문을 꾸준히 계승하여 발전시켰다. 일례로 다산 정약용은 “학문이 해박한 성호 선생을, 나는 백대(百代)의 스승으로 모신다”고 존경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21세기로 접어든 지금, 성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본서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하여, 『성호사설』 중에 긴요하다고 판단되는 글들을 뽑아 엮었다.

투철한 문제의식과 고도의 지적 사유로 이루어진 『성호사설』

박학하신 성호 선생을
내 영원한 스승으로 따르려네.
아름다운 숲에는 열매가 무성하고
커다란 나무에는 가지가 울창하네.
강의하실 땐 모습이 엄격하시고
투호(投壺)하실 땐 예법에 밝으셨다지.
고결하시어 속인(俗人)을 놀라게 했건만
불우했음은 어쩐 일인가.
-「성호 선생을 기리며」(최지녀 편역, 『다산의 풍경-정약용 시 선집』, 돌베개, 2008)

위 시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성호 이익을 기리며 지은 작품이다. 다산은 십대부터 이익의 글을 읽으며 그를 사숙(私淑)했다. 시구 중에 ‘아름다운 숲’이나 ‘커다란 나무’는 이익의 학문세계를 비유한 말이다. 성호 이익의 삶과 학문은 다산 정약용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다산은 유배지에서 쓴 편지를 통해, “성호 선생도 집안이 화를 당한 이후 이름난 학자가 되셨다. 모두 탁월한 성취를 이루셨으니, 권세가의 부유한 자제들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다”라며 아들들을 격려하고 힘써 학문할 것을 주문하였다('새해 첫날' 중에서―박혜숙 편역, 『다산의 마음-정약용 산문 선집』, 돌베개, 2009).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은 투철한 문제의식과 폭넓은 지식으로 조선 학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이다. 조선 실학(實學)의 계보는 퇴계 이황 ― 한강 정구 ― 미수 허목 ― 성호 이익 ― 녹암 권철신 ― 다산 정약용으로 이어지는데, 성호에 의해 크게 발전한 실학은 다산에 의해 집대성되기에 이른다.

성호의 대표 저서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숨 막히는 당쟁의 와중에서 만들어졌다. 남인의 집안으로, 몇 대에 걸쳐 번영을 누렸던 성호의 집안은 1680년의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으로 인해 일거에 몰락했다. 성호가 태어나기 한 해 전의 일이다. 성호의 부친은 성호가 태어난 그 다음 해인 1682년에 세상을 떴으며, 성호에게 글을 가르친 둘째 형 이잠(李潛, 1660∼1706)도 1706년에 역적으로 몰려 장살(杖殺)당했다. 어린 시절 병약하기도 했지만, 이런 집안의 배경으로 인해 성호는 일찌감치 과거 시험을 포기하고 학문에만 정진했다.

성호의 학문과 사유의 터전이 된 곳은 경기도 광주(廣州)의 첨성리(瞻星里)이다. 첨성리는 지금의 안산시(安山市)에 속하는데(성호기념관이 이곳에 있다), 이곳은 성호의 선영(先塋)이 있는 곳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이곳의 전장(田莊)을 기반으로 해서 성호는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고 생활해 나가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 전장을 ‘성호장’(星湖莊)이라 한다.
‘성호장’은 성호의 ‘사유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농촌이면서도 서울과 매우 가까운 지역이다. 성호는 이곳에서 몸소 양봉(養蜂)과 양계(養鷄)를 하고 농지를 관리하는 등 농촌생활을 하면서 인근 농민들의 참상에 직면할 수 있었으며, 서울이라는 중심지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그 동향을 예의주시할 수 있었다. 성호의 일련의 개혁사상은 이렇게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부딪치게 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지적 대응이었다.

『성호사설』(星湖僿說)도 이곳에서 지어졌다. 애초에 성호가 『성호사설』이라는 제목의 책을 지으려는 의도로 저술에 임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성호사설』에 수록된 글들은 성호가 40세 전후부터 평소에 공부하거나 생활하거나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떠오른 생각이나 의문들을 적어둔 것들이다. 성호는 그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나이가 80세에 가까워지자 그 글들을 꺼내어 정리했다. 40여년에 걸친 학문의 총 결산이 곧 『성호사설』인 것이다. ‘사설’(僿說)은 ‘자질구레한 논설’이라는 뜻이다.

조선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주변 농민들의 참상에 대한 정직한 대응, 선배 실학자의 계승, 꾸준한 학문적 축적 등이 모여 『성호사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천문, 지리, 의학, 생물, 철학, 역사, 문학, 예술, 문헌 고증, 사회개혁, 국방, 외교 등 『성호사설』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그래서 흔히 『성호사설』은 백과사전적 저술로 알려져 있고, 이런 통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는 『성호사설』의 핵심을 놓친 것이다.

『성호사설』은 폭넓은 지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백과사전과 비슷하지만 그와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점은 실학자로서의 ‘투철한 문제의식’과 ‘높은 식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성호사설』에 담긴 광범위한 지식은 그저 흥밋거리나 ‘지식을 위한 지식’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하층민이 더 잘살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가난해지고 놀고먹는 자들이 특권을 유지하는 부조리를 어떻게 하면 청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부당하게 잊힌 사람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중국 및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선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세계 인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등등의 문제를 구체적이면서도 치밀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기 위해 이런 광범위한 지식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조선의 역사와 국토에 대한 주체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인식
-울릉도와 독도 등 영토분쟁의 예견과 대안 제시


『성호사설』에서 성호는 고대사와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펼쳤다. 한반도의 고대국가의 국호, 고조선의 영역, 한사군(漢四郡)의 위치, 삼한(三韓)의 위치를 새롭게 고증한 것('우리나라의 국호', '고조선의 영역', '한사군에 대한 변증', '마한, 변한, 진한')이 그렇다. 이러한 성호의 연구를 통해 한국사가 엄연한 학문적 체계와 독자성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 지식인의 ‘자기인식’이 역사적 지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성호는 고대사 연구를 통해 조선 나름의 문명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 단군조선이 중국에 못지않는 문명을 이룩했다는 관점('우리나라의 국호', '고조선의 영역')이 곧 그러한 문명의식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호가 단군을 한민족의 조상으로 무조건 신비화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단군신화를 둘러싼 불합리한 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의문을 제기하면서 단군신화를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인식하고자 했다('단군신화에 대하여'). 이렇듯 성호는 조선의 주체성을 중시했으되 신비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서에 기초를 둔 막연한 애국주의는 경계했다. 이 점에서 성호의 한국사 연구는 조선의 주체성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져가고자 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성호의 조선 지리에 대한 연구 또한 주목을 요한다. 성호는 울릉도, 두만강 등 지금까지도 여전히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연구를 남겼다.

울릉도가 아무리 척박하다고 하지만, 쓰시마도 몇 자 되지 않는 땅덩어리인데 왜인이 그곳에 굴을 파서 살다보니 대대로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혹시라도 한 번 울릉도를 빼앗긴다면 그것은 곧 쓰시마를 또 하나 늘려주는 셈이니,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화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울릉도' 중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 시대에도 외교적 마찰을 빚은 곳이다. 임진란 후로 일본의 어부와 해적들이 울릉도를 무단으로 점거하는 사례가 간간히 있었는데, 1695년에 안용복이 울릉도로 가서 일본인들을 몰아내고 아예 쓰시마까지 가서 국경분쟁을 담판 지었다. 성호는 안용복의 이런 활약상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일본에 대해 별반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도 못했으면서 안용복에게 부당한 처우를 한 조정의 잘못을 질타했다.
그렇다고 해서 성호가 맹목적으로 팽창주의적 입장을 취했는가 하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런 견지에서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에 대한 성호의 입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712년에 세워진 백두산정계비는 서쪽으로는 압록강을, 동쪽으로는 토문강을 경계로 하여 국경을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대해 성호는 정계비를 세운 그 당시의 관료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조선의 영토를 축소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하면서도, 우리의 옛 땅을 되찾자는 식의 막연한 애국주의적 입장에 대해 경계했다('백두산', '두만강'). 이와 유사하게 성호는 고대사를 연구하면서도, 과거의 실제는 실제대로 탐구하되 현재의 영역은 또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를 취한 바 있다('고조선의 영역').

요즘의 동아시아 영토 분쟁에서 자주 확인되는 문제 중에 하나는, 과거의 영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영역에 대한 ‘현재적 사실’을 각국이 각자의 편쟀대로 뒤섞는다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분쟁 지역에 대한 성호의 연구는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듯하다.
이상과 같이 주체적이면서도 맹목적이거나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며 현실적인 성호의 시각은 국방외교론, 일본론, 서학(西學) 등에서도 확인된다.

성호는 조선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리고 국방외교론을 통해 조선적 주체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일본과 서양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이들 타자와의 평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모색했다. 요컨대 성호는 ‘조선적 주체성’을 모색했다. 그 주체성은 ‘조선적’인 만큼 일본, 중국, 서양을 타자로 한다. 이런 ‘타자화’를 통해 세계인식의 확장과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역으로, 그런 세계 인식으로 인해 그만큼 더 객관적인 자기 인식, 더 철저하고 냉정한 자기 인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세계’와 ‘나’의 끊임없는 순환 관계 속에서 정의되고 정립된 주체가, 타자에 대해 배타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타자에 대해 무방비적이지도 않으면서, 타자와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기에 이른 것이다. 성호의 이런 ‘조선적 주체’는 견고하지만 경직되어 있지 않으며, 유연하면서도 나약하지 않으며, 넓고 풍부하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공감

『성호사설』에는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과 존중심을 보여주는 글들이 눈에 띈다. 성호는 병아리, 고양이, 참새 새끼, 파리, 벌과 같은 미약한 존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파리도 함부로 잡았다가는').
성호는 아무리 참새 새끼나 파리와 같이 미미한 존재라도, 그리고 그 존재가 설령 인간에게 불편을 끼친다 하더라도, 그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미미한 존재에게 상해를 끼쳤다면, 그것이 아무리 의도적이지 않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존중심은 육식에 대한 반성('동물을 대할 때에는', '육식에 대하여')으로 이어지며, 정치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병아리는 무리가 많기 때문에 먹을 게 부족하고, 털이 얇기 때문에 추위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병아리가 추위에 벌벌 떠는 것은 또 먹을 게 부족해서이다. 만약에 싸라기를 자주 먹여 병아리가 굶주리지 않게 한다면, 자기들끼리 자주 날개로 덮어주고 안아 주어 추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먹을 것을 구하느라 분주하게 다니지 않아도 되니 수고로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을 것이 뜰 안에 있어서 멀리 안 나가도 되니 외부의 위험도 적어질 것이다.
(중략)
대저 백성의 고통은 부귀한 사람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고생한데다 굶주리기까지 하니, 어찌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 죽어서 그 시체가 도랑과 구덩이에 가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병아리' 중에서

병아리에 대한 성호의 이런저런 걱정과 관심, 배려와 돌봄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백성의 고통을 직시하는 데로 이어진다. 즉, 병아리를 돌보는 마음과 백성에 대해 근심하는 마음이 하나로 포개어진 것이다. 이로써 생명에 대한 성호의 섬세한 마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심정적인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내지 ‘공적 인식’을 지향하게 된다. 성호의 생명에 대한 존중심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의 정서적 바탕이 되었다.

30년 전의 일이다. 저물녘에 서울을 지날 때였다.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어느 눈먼 거지가 옷은 해지고 배는 고픈데 남의 집에 빌붙지 못해서 대문 밖에 앉아 통곡하며 “죽고 싶다, 죽고 싶어”라고 하늘에 하소연했다. 그 뜻이 정말로 죽고 싶었지만 그렇게 안 된 것이었다. 지금도 이 일을 잊을 수 없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거지의 하소연' 중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호의 인식은 구체적이며 진솔하다. 사회적 약자의 참상에 대한 정직한 대응이 기층민의 입장에 선 구체적이고 절실한 개혁사상을 낳은 것이다. 그는 조선의 노비제도와 서얼차별이 천하 고금에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불합리성을 비판했다('노비제도의 부조리함', '서얼 차별을 철폐하라').
그 밖에도 성호는 서민에게 고통을 주었던 아전과 지방관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고심했고('아전의 농간을 막으려면', '유랑민의 고통', '젖먹이도 군적에 오르는 세상', '환곡제도의 폐단'), 특권층의 관직 독점을 막고, 진정으로 백성의 고충을 알며 백성을 위해 일할 사람을 선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며('백성의 고초를 아는 사람을 뽑아야'), 백성을 위한다는 구호를 내세우지만 실은 백성을 소외시키고 특권층에게 혜택을 줄 뿐인 조세제도와 법제도의 허구성을 질타했고('조세감면의 허점', '사면(赦免)의 문제점'), 인사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불필요한 관직을 과감하게 줄이자고 제안했다('불필요한 관직을 없애라').

후대의 임금들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따르는 데 힘써, 나라에 경사? 있을 때마다 번번히 대사령(大赦令)을 내린다. 이렇게 사면령이 내릴 때면, 굽실거리면서 청탁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더러는 권세 있는 사람과 연줄이 닿아 은밀하게 뇌물을 써서 요행으로 모면하기를 바라기도 하니, 그래서 그 죄를 다시는 징계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간사한 소인배에게는 다행이겠지만 무고한 사람은 더욱 원통해지니, 어찌 나라의 경사를 백성과 함께한다 할 수 있겠는가?--- '사면(赦免)의 문제점' 중에서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조선 시대에도 임금이 내리는 사면령은 사회적 문제였다. 이러한 사면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호는 사면의 범위를 벼슬아치를 제외한 일반 서민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듯 성호의 개혁안은 신분제, 토지소유제, 지방행정, 인사행정, 조세제도, 법률제도, 행정조직 등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것으로,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자리 잡고 있다.

21세기에 다시 읽는 『성호사설』

성호는 제자들과 더불어 『성호사설』의 글들을 다듬어 인쇄하고자 했지만 미처 그 정리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비록 그렇지만 조선 시대에 『성호사설』은 필사본의 형태로 이미 광범위하게 읽혔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이 다산 정약용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다산은 『성호사설』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잡다하여 체계성이 부족하고 다소 산만하다고 했다. 결국 『성호사설』은 다산을 통해 ‘비판적으로’ 계승된 셈이다. 다산의 글은 물샐 틈 없이 논리정연하며 체계성을 갖추었다. 이런 ‘체계화’는 『성호사설』에는 부족한 점이다. 그러나 그 대신 『성호사설』에는 사고의 여백이 있다고 보면 어떨까 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데에는, 즉 고전을 현재적 문제의식 속에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성호사설』의 풍부함과 비체계성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성호사설』을 읽을 것인가?

성호가 사유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세계’는 대단히 넓다. 성호는 넓은 세계 속에서 사유하면서 스스로를 응시했다. 그러면서도 성호는 조선적 주체성을 모색했다. 오늘날은 성호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의 범위가 넓어졌으며, 정보도 굉장히 많아졌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과연 성호처럼 넓은 세계 속에서 사유하면서 스스로를 응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넓은 세계를 사유의 영역으로 넣는다는 것은 단순한 지식정보의 양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전체성’에 육박하기 위한 ‘정신’의 문제이다. 이 ‘정신’을 문제 삼을 경우, 성호의 사유는 중요한 지적 자산으로 거듭 음미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한국인은 한 지역의 주민이자, 동아시아의 이웃이자, 세계 속의 한 사람이자, 다시 한국인이다. 그리고 그 한국인의 함의도 물론 단일하지 않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소수자의 존재를 망각하도록 유도하거나, 차근차근 음미해야 할 사태의 복합성을 집단의 이름으로 단순화하는 데로 이를 위험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지역의 일원으로서, 동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 그러면서 한국인으로, 한국인이되 소수자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것인가? 『성호사설』은 이런 고민 속에서 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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