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 주마는 로벤섬 마카나축구협회 소속 레인저스 FC의 주장이었다.
그는 현재 남아공 12대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축구를 통해 저항과 단결을 도모했다 _넬슨 만델라
축구는 로벤섬의 축구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_제프 블래터 FIFA 회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 펼쳐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벤섬 수용소
2006년 월드컵 결승전, 지단이 이탈리아 수비수에게 박치기를 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우승의 향방보다 더 큰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세기의 축구 스타 지단과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테라치의 박치기 사건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의 지단은 경기 중 마테라치의 인종 차별 발언을 참지 못해 그에게 박치기를 했고, 지단이 퇴장당한 프랑스 팀은 수적 열세 속에 이탈리아에게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당시 이 사건은 경기장 폭력, 인종 차별, 지단의 은퇴 등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이 사건에 관한 수많은 언급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이었던 토쿄 섹스월레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남아공의 로벤섬에 두 사람을 불러 화해를 주선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남아공 로벤섬이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축구와는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제안을 하였을까?
다시 2007년 7월 18일 로벤섬. 펠레, 사무엘 에투, 루드 굴리트, 조지 웨아 등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로벤섬의 황폐한 경기장 위에 서 있다. 이날은 FIFA가 주관한 넬슨 만델라의 89번째 생일 기념식이다. FIFA 부회장이 찬 공을 시작으로 89개의 축구공이 낡은 골대를 향해 날아가고 이어 마카나축구협회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이나 국가가 아닌 단체의 자격으로 FIFA 회원이 되었다. 마카나축구협회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만델라의 생일 기념식에 이런 영광을 얻게 된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 경기를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로벤섬 수용소의 전설적인 축구 리그는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의 전설로 다가온다.
축구를 통해 인종차별과 맞선 남아공 로벤섬 수용소의 감동 실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 분리 정책)는 잔혹하고 엄격했다. 흑인들은 자유롭게 거주할 수도, 일할 수도, 심지어 통행증이 없이는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이에 저항한 사람들은 케이프타운 근처에 있는 로벤섬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로벤섬은 넬슨 만델라가 18년간 복역했던 곳이기도 하다.
구타와 고된 노동으로 힘겨운 수감 생활을 이어가던 수감자들은 간수들 몰래 셔츠를 둥글게 뭉쳐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 노선에 따라 갈라져 있던 수감자들은 연대를 통해 교도소 당국에게 당시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 있던 스포츠인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때마침 남아공의 가혹한 인종 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국제 사회와 적십자사의 압력 등의 이유로 교도소 당국은 축구 경기를 허락하게 된다.
마침내 수감자들의 축구 리그인 마카나축구협회(마카나는 로벤섬에 전설로 전해지는 흑인 영웅의 이름이다)가 1966년 설립된다. 1,400여 명에 이르는 수감자들 중에서 선수, 매니저, 심판, 코치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세 개 리그로 나눈 여러 팀이 매주 축구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FIFA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치러졌다. 그리고 이 리그는 1991년 감옥이 폐쇄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축구를 한다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수감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띠었다. 고된 수감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즐거움으로서, 심신을 단련시키는 운동으로서, 그리고 노선이 달랐던 여러 정치 집단이 투쟁의 힘을 결집시키는 방법으로도 활용되었다. 축구는 다양한 정치적 신념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을 하나로 묶어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저항의 밑바탕이 되었다.
‘체제에 맞춰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맞서 싸우는 게 옳은 일이었다.’ --- 딕강 모세네케, 수감번호 491/63
‘스포츠가 곧 인권이었다. 우리 수감자에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 아이잭 음티무녜, 수감번호 898/63
‘나는 토니 수즈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었고, 그는 내게 공을 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 세딕 아이잭스, 수감번호 883/64
‘매주 땅 위를 구르는 그 작고 둥근 물건이 없다면 체계화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 마크 시너스, 수감번호 493/63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 낙담했다. 우리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권리를 쟁취해야 했다.’ --- 베니 은토엘레, 수감번호 287/63
‘우리에겐 축구가 필요했다. 축구가 없었다면 훨씬 더 우울했을 것이다. 축구는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 ‘공포’ 레코타, 수감번호 14/76
‘우리의 좌우명은 투쟁은 밖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투쟁할 준비를 철저히 해서 섬을 떠나야 한다.’ --- 솔로몬 마부즈, 수감번호 505/63
‘자기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든 간에, 노래는 묻혀버리고 역사는 사라질 것이다.’ --- 안토니 수즈, 수감번호 501/63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를 통한 평화와 화해의 새로운 상징으로
축구, 그것은 아름다운 게임이다 _펠레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남아공은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해 모든 스포츠 경기 출전이 금지되었다. 이런 고립은 남아공의 아프리카너(남아프리카 태생의 백인)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한편으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을 무너뜨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무너지고 자유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는 로벤섬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포츠가 사람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1995년 남아공에서 럭비 월드컵이 개최되었을 때, 만델라는 전 세계 카메라를 향해 대표팀의 백인 주장 피에나르의 유니폼을 입고 감동적인 포즈를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유 남아공이 된 후 현재까지도 흑백 간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의 치안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이런 갈등 요소를 잘 드러내준다. 이런 상황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중요성과 함께 지금 로벤섬 마카나축구리그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축구는 남아공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인간의 위엄을 찾는 도구로 축구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믿기 힘든 설명은 우리 모두에게 스포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아름다운 전설로 남을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훨씬 더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을 테지만, 그 경기들이 로벤섬에서 치러진 축구 경기들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_인디펜던트Independent
스포츠의 엄청난 중요성에 대한 매혹적인 설명 _가디언The Guardian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역사의 안개 속에서 꺼낼 가치가 있다 _메트로Metro
주요 등장 인물
제이컵 주마 남아공 12대 대통령
로벤섬 수용소 내의 마카나축구협회 소속 레인저스 FC 주장으로 활동했다. 출소 이후 남아공에서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수많은 정치 활동을 주도했으며, 현재 남아공의 제12대 대통령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토쿄 섹스웰레 남아공 국토부 장관 겸 2010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
로벤섬 교도소의 제2 세대인 소웨토 항쟁 세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미드필더이자 지도자로 활동했다. 현재 남아공 국토부 장관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을 맡고 있다.
딕강 모세네케 남아공 헌법재판소 부소장
마카나축구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이후 로벤섬의 축구를 위해 여러 활동을 벌였다. 출소 이후 법정 변호사로 일했으며 흑인변호사협회 창립 회원이 되었다. 남아공의 민주 헌법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현재 남아공 헌법재판소 부소장이다.
세딕 아이잭스 남아공 국제의료정학협회 부회장
마카나축구협회 소속 응급치료위원회를 담당했으며 동료 수감자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다. 마카나축구협회의 가장 큰 위기였던 ‘애틀랜틱 레이더스 사건’에서 변호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남아공 왕립통계학회, 보건정보학협회, 국제의료정보학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토니 수즈 Etsebeth Suze Development Inc 대표
마카나 축구 리그 소속 최고의 클럽이었던 마농 FC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으며, 동료 죄수들에게 축구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현재 남아공 프리토리아에 거주하며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커스 솔로몬 국제 아동자원센터장
마카나축구협회 회장과 심판으로 활동했고, 이후 마카나축구협회 소속 다이나스퍼스 FC 감독을 맡기도 했다. 현재 웨스턴케이프 국제 아동자원센터를 조직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