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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15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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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86g | 148*210*20mm
ISBN13 9788957691113
ISBN10 89576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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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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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안 기자 노릇을 한 그는 2005년 봄 [한국일보] 논설위원직을 끝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멍에와 명예에서 벗어났다. 현재 도서출판 개마고원 기획위원으로 있다. 나이에 걸맞은 가장 노릇을 못하며 살아온 터라, 그는 더러 자신이 객원남편, 객원아비, 객원자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득 자신을 객원한국인이나 객원인류로 여길 때도 있다. '객원'의 비정규성과 느슨함이 베푸는 자유의 감촉을 그는 무책임하게도 흐뭇해하는 편이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루바이어야트'를 읽어보는게 꿈이다. 특별히 집착하는 기호품은 디스 플러스 담배와 붉은 포도주와 아스피린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 『서얼단상』, 『바리에떼』, 『자유의 무늬』,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 『코드 훔치기』, 『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언문세설』, 『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 『여자들』, 『히스토리아』, 『발자국』, 영어 크로키 『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 『기자들』, 『독고준』, 『해피 패밀리』, 소설집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여행기 『도시의 기억』, 서간집 『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 『책 읽기, 책 일기』, 에세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게 다예요(C'est tout)』, 『어린 왕자』를 우리 말로 옮겼다. 주저主著 『감염된 언어』는 영어와 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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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자이노파일 에세이스트, 서른네 여자를 만나다
나는 문득 지금 이곳이 1920년대의 파리나 팜플로나라고 상상한다. 사람들의 마음은 ‘아주 커다란 전쟁’이 할퀸 자국으로 흉흉하다. 나는 내가 삼십대 중반의 여자라고 상상해본다. 브레트 애슐리라고, 중년에 접어든 사랑의 망명객, 사랑의 떠돌이라고 상상해본다. 내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 179쪽)

오십대 사내가 자신을 삼십대 여자라고 오롯이 상상하는 일이 가능할까? 혹은 그렇게 상상하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모르긴 몰라도 한국 남자들은 사는 게 바빠서 그런 상상을 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은 빼어난 에세이스트로 손꼽히는 고종석이 ‘여자들’에 대해 쓴 에세이다. 날카로운 시평과 언어에 대한 섬세한 에세이로 성가를 드높인 그가 이번엔 여자들에 대해 썼다. 오해하진 마시길. 고종석의 연애담은 아니다. 그의 글이 언제나 그렇듯, 인문학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인물 에세이다. 고대?중세 때의 전설적인 문인과 여제, 격동의 20세기를 거침없이 헤쳐온 혁명가들, 몇 년 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 더러는 문학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활약한 이들 등 서른네 여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측천무후, 로자 룩셈부르크, 다이애너, 최진실, 사유리처럼 낯익은 이들도 있고, 니콜 게랭, 마리 블롱도, 라마 야드, 라 파시오나리아처럼 눈에 선 이들도 있다. 수많은 여자 중에 이 서른네 사람은 어떻게 낙점됐을까?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주로 극단적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다. 전형적 예로 잔 다르크를 들 수 있다. 그녀에겐 성녀(聖女)의 이미지와 광녀(狂女)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그녀를 저주하며 불태워 죽인 사람들에게나 그녀를 ‘오를레앙의 성녀’로 숭배하는 사람들에게나, 잔 다르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거처는 천당이거나 지옥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위에는 그녀의 자리가 없다. 특별히 악독하거나 특별히 거룩한 여자들만 역사에 기록된다. (…)
이 책이 살필 여자 서른네 사람이 반드시 그런 극단적 여성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평범한 여자들도 아니다. 너무 평범해서 역사 기록자의 눈이나 작가들의 상상력에 걸려들지 않은 여자(들)를 내가 찾아내거나 지어내서 살펴볼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이므로. 우리가 엿볼 여자들은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여자들이다. 그녀들의 존재론적 범주는 넓다. 누구는 지금 살아 있고 또 다른 누구는 이미 죽었다. 누구는 삼십대 장관이고, 또 다른 누구는 사십대 소설가다. 더 나아가 소설가가 만들어낸 인물도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실존했던(하는) 여자들에 한정하지 않았다. 예술가의 상상력 속에서 빚어진 여자들도, 그러니까 예술작품 속의 여자들도, 그 삶이 흥미롭다고 판단되면, 나는 펜을 들이댔다.(이 책 7-8쪽)

편파적인, 그러나 공정한 시선
자이노파일(gynophile: 자이노는 ‘여자’라는 뜻의 그리스어 단어[gune]가 어원이고, 파일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형태소[-philes]가 어원이다. 쉽게 풀어쓰면 ‘여자 애호가’라는 뜻)임을 자처하는 지은이가 그려내는 여자들 이야기는 인물들의 다양한 개성만큼이나 다채로운 빛깔을 띤다. 그럼에도 그 다채로운 빛깔을 감싸는 은은한 한 줄기 빛을 독자들은 감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지은이가 ‘사랑하는’ 여자들임이 분명하지만, 그 사랑은 일방적인 찬양과 고무와 예찬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세간의 평이나 굳어진 이미지를 곧이곧대로 좇지도 않는다. 지은이는 자신을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자이노파일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시각에선 ‘공정함’이 느껴진다. 역사가, 사회가, 트렌드가 만들어낸 표피적이고 일면적인 평가가 아니라, 인물 개인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그 내면과 깊이 대화를 나눔으로써 획득된 그런 공정함 말이다.
시끌벅적한 연말의 거리를 배회하는 대신,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묵직한 사색을 이끄는 정통 에세이와 조용히 만나는 것도 연말을 뿌듯하게 보내는 좋은 방편일 것이다.

나는 로자의 만년에 러시아에서 실현되기 시작한 공산주의를 혐오한다. 그 점에서 나는 로자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로자의 사회적 전망에는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는 레닌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였지만, 10월혁명을 전후한 레닌의 독선적 행태에 부정적이었다. (…)
로자에게 자유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위대한 반대자’라 불렸던 미국 법률가 올리버 홈스의 동지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사회는 자신이 죽은 뒤 70년간 존속했던 사회주의 사회와는 크게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자유’의 한계라면, 나는 잠재적 로자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충실한 로자주의자는 못 될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이 이상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로 남고 싶다고 되뇌었지만, 나는 현실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이 책 18-19쪽)

제 삶을 당사자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났다.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생겨난 삶을 제 뜻대로 처리하는 것은 자유인의 권리다. 최진실의 자살이 미웠던 건, 그 자살이 그녀가 진짜 원했던 바가 아니었으리라는 어림짐작 때문이다. 두 아이를 그렇게 아꼈던 여자가, 칡넝쿨 같은 생명력을 지녔던 여자가, 긴 생각 끝에 그런 결정에 이를 수는 없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홧김에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밉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억척스러워 보였던 그녀가 고작 일부 대중의 적의敵意 따위에 허망하게 무너진 게 밉다. (이 책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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