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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의 산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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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의 산막일지

지율 | 사계절 | 2017년 01월 16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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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516g | 150*215*20mm
ISBN13 9791160940022
ISBN10 116094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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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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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양산 통도사에서 청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지내다 1997년 구족계를 받고 1998년에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에 공부하러 내원사에 왔다가 포클레인이 산을 뚫고 길을 내는 장면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가 강간당하고 구타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천성산 지킴이로 나섰다. 2003년 5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무려 242일간 단식을 했지만 천성산 터널은 결국 개통됐다. 그 후 교통편조차 거의 닿지... 양산 통도사에서 청화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지내다 1997년 구족계를 받고 1998년에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에 공부하러 내원사에 왔다가 포클레인이 산을 뚫고 길을 내는 장면을 보고 마치 어린아이가 강간당하고 구타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천성산 지킴이로 나섰다. 2003년 5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무려 242일간 단식을 했지만 천성산 터널은 결국 개통됐다. 그 후 교통편조차 거의 닿지 않은 영덕의 두메에서 살며 하루 5000원짜리 손수건 한 장씩을 수놓아 판 돈 월 15만원으로 무소유적 삶을 살았다. 그러다 2009년 4대강 개발 현장인 낙동강에서 천성산보다 100배, 1000배나 더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현장을 지키며 생명의 고통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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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256

출판사 리뷰

추천의 글

지율은 풀을 뽑듯 마음속 아픔과 아쉬움을 솎아냈을 것이다. 소리만으로도 어떤 바람이 부는지, 어떤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있었다. 지워졌던 감성들이 봄볕의 새싹처럼 솟아났다. 지율의 글은 따뜻하다. 철따라 펼쳐지는 산촌 풍경은 건강하다. 볼수록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었다. 지율은 날이 선 지난 시간들을 지우고 한껏 풀어졌다.
지율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산촌의 일부가 되었다. 지율의 이런 섬세함과 순수함이 있었기에 지난날 그리도 강했을 것이다. 지율은 산촌의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지난날’을 보여드리고 싶다. 당신들이 살았던 마을이 극락이고, 그 세월이 천국의 시간이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_ 김택근(언론인)

출간 의의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었다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5차에 걸쳐 단식을 했던 지율스님은 지난 2006년 단식을 중단하고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단 열 가구가 수십 년째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처음 한동안은 기웃거리는 외부인에 불과했던 스님은 문 앞에 슬그머니 음식을 놓고 가고, 멀쩡한 데가 없는 낡은 집을 손봐주고, 어설픈 텃밭 농사를 거들어주는 마을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마을 사람’이 되어간다.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는 깊은 산속 오지 마을에서도 어르신들은 쉬지 않고 일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손발을 가만 두는 날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상할 대로 상해 삶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스님은 세상 끄트머리 같은 그곳에서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봄에 싹이 터서 그해 가을에 열매를 맺고 죽는 일’이라는 ‘한해살이’의 정의처럼, 심고 가꾸고 거두고 ‘죽음’과도 같은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씨를 뿌리는 농촌의 삶을 지켜보며 죽음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자기 삶을 심고 가꿀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을 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진 내 삶을 돌아보겠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이 나를 돌보고 있다. 쉴 틈 없이 돋아나는 봄풀처럼 산막의 일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뜨개질하는 여유와 정성 같은 것을 들이고 있다. _ 36쪽

자연의 신음소리에 함께 아파하며 쓰러져 가던 지율스님은 바람 소리, 빗소리, 할배의 장작 패는 소리, 댓잎이 사그럭거리는 소리, 할매의 구성진 노랫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긴 겨울 끝에 다시 봄이 오고, 또다시 낫과 호미를 드는 소농들의 삶. 돌고 도는 자연의 순리가 곧 깨달음이요, 경전이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지 마을 농촌의 한해살이

이 책에는 칠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자기가 태어난 혹은 시집 온 집에서 예전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변해가는 자연을 기록해온 지율스님은 이 마을에서도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어르신들의 농사일지를 대신 써내려간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온 마을이 모여 동제를 지내고, 길일을 택해 장을 담그고, 분뇨를 모아 거름을 만들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식의 전통적인 농경은 이 땅에 얼마 남지 않은 귀한 풍경이라 여기며 사소한 일화 하나까지 꼼꼼히 수집하듯 적어 넣었다.

도시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라고 하면 옷차림이 달라지는 정도겠지만, 농촌에서는 마을 전체가 앉는 자리가 달라지고 하는 일이 바뀐다. 한 장 한 장 달력을 넘기듯 지율스님의 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철따라 달라지는 농촌의 풍경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농부의 손과 발이 눈앞에 그려진다. 농촌에 고향을 둔 이들이라면 잠시 향수에 젖을 것이고, 마트의 진열대에서 계절 감각을 잃은 도시인들이라면 식탁 위에 놓인 곡식과 작물들이 어떤 노동을 거쳐 온 것인지 대략적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간략히 보는 지율스님의 농사일지

1월 _ 할배는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대하듯, 결의 흐름을 흩트리지 않고 장작을 쌓아두신다. 2월 _ 동제洞祭 전날은 일 년에 한 번 차를 불러 온 마을이 온천에 가는 날이다. 할매들은 목욕재계한 후 장을 보신다. 3월 _ 음력 2월 초하루는 ‘2월 할매’가 오시는 날이다. 이날 마을에서는 농한기의 마지막 마을 축제를 벌인다. 4월 _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할매들은 옷깃을 여미고 장에 나가신다. 봄 장은 장거리가 없으면 돌덩이라도 지고 따라 나선다는 나들이 장이다. 5월 _ 할배들은 못자리를 보러 논에 나가시고, 할매들은 나물하러 뒷산에 올랐다가 해거름이 되어서야 내려오신다. 6월 _ 모내기가 끝나면 보리를 베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과 콩을 심는다. 숲에 들어가 줄딸기랑 뽕이랑 앵두도 따고, 매실과 산복숭아를 따서 술도 담근다. 7월 _ 장마가 주춤하자 마을은 감자 캐기에 분주하다. 감자를 캔 다음 날은 어김없이 택배차가 올라온다. 도시에 나간 자식들에게 감자를 부치기 때문이다. 8월 _ 할매들은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따고, 할배들은 비료를 치고 농약을 뿌리고 밭 가장자리의 풀을 벤다. 9월 _ 한가위 명절 준비에 벌초도 하고, 봄에 뿌린 밭곡식도 거두고, 오갈피와 머루포도를 따서 술도 담그고, 송이도 따러 간다. 얼굴 마주칠 새도 없이 바쁜 계절이다. 10월 _ 봄과 여름에 심어놓은 곡식과 열매들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첫 서리가 내리는 상강 전후가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11월 _ 나락 농사가 끝나면 온 마을에 콩 타작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콩 타작이 끝나면 집집마다 메주를 쑤고 김장을 한다. 12월 _ 꿀통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신각 앞에 있는데 동지 전에 가장 추운 날 꿀을 딴다. 벌들이 추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기록한 적 없는 마을 어르신들의 작은 일대기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분명한 ‘캐릭터’가 있다. 삼십오 년 동안 꼬박꼬박 마을 살림살이를 수첩에 적어온 이장님, 늘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며 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나무 할배, 이십여 년 전 당뇨로 시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나무를 하고 밭일을 하는 자야 아재, 이야기 중에 늘 ‘대한민국’을 끼워 넣는 옥이 할아버지, 구성진 노랫가락에 시름을 잊는 옥이 할매와 진국 할매, 도시에 나갔다가 팔 하나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술에 절어 사는 총각 호영이 등 지율스님은 누구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짧은 글 안에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드러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심성의껏 묘사했다.

구십이 넘은 눈먼 할매, 팔순이 넘은 나무꾼 할아버지와 할매, 소를 모는 아재, 호미질로 하루를 시작하는 할매들, 도시에서 싸움질하다 크게 외상을 입고 고향에 들어와 술에 쪄들어 사는 청년, 도시로 나갔다가 고향이 그리워 가족을 두고 혼자 돌아온 초로의 아재, 귀 어둡고 눈먼 가난한 사람들……. 그분들의 거친, 그러나 착한 마음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사람이 풍경을 좌우한다는 말을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을 때는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한 장의 사진도 찍히지 않는다. _ 114쪽

풀 한 포기, 나무 열매 하나, 도롱뇽 한 마리가 귀하듯 지율스님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삶이 다 소중했다. 땅에 엎드려 평생을 심고 가꾸고, 낳고 기르고, 거두고 나누어왔지만 삶의 끝자락에 온 지금까지 누구 하나 그들의 삶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율스님은 자신의 삶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 넣어준 마을에 은혜라도 갚듯이 할배의 발, 할매의 한숨, 아재의 손, 젊은이의 상처에 두루 눈길을 주고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완성한 이 책은 곧 마을 어르신들의 작은 일대기이자, 처음으로 기록된 그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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