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위생 상태, 넘쳐나는 항생제와 권장 예방주사…”
우리는 과연 더 건강해졌을까?
오히려 가끔씩 질병을 앓고 나면 더 건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질병 이야기 『질병예찬』
건강 불안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
지난 세월 동안 건강 관련 산업은 꾸준히 발전했으며 그 규모 또한 커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고, 질병을 두려워하고,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은 오히려 우리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건강 관련 산업은 ‘질병에 걸릴 위험’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판매 전략으로 삼아 끊임없이 예방주사와 사전검사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 증상 하나도 그냥 용납하지 않고,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미리 검사를 해서 모두 예방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안감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 우리는 계속 불안에 떨며,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건강 불안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의학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회로 전락했다. 그러나 때때로 아픈 사람은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다. 영양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 행복한 웃음과 사랑이 건강한 삶의 기본요소라고 한다면, 병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질병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다. 질병이란 생물학적인 패배가 아니라 우리 몸이 다시 평형을 이루려는 육체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때때로 질병에 걸려도 좋다!”라는 생각의 변화야말로 『질병예찬』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질병의 진짜 모습
1. 불안한 예방주사, 정말 안전할까?
아이가 태어나면 수많은 권장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만약 이를 거절하는 부모가 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방주사는 효과는 기본적으로 ‘기억 효과’에 근거를 둔다. 그러나 실제 감염은 사실 예방주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완벽한 ‘면역 경험’은 오로지 질병을 통해서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와 접촉할 때마다 강해져서 평생 수호천사가 되어 우리 몸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예방주사는 꼭 맞아야 하며, 무조건 안전하다는 주장에 현혹되기 쉽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가 예방주사를 맞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고, 예방주사의 실제 효과도 과장된 면이 크다. 또한 의학전문가들과 예방주사 생산업체와의 친밀한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질병예찬』에서는 예방주사를 보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연구와 시각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2. 항생제, 정말 마법의 약일까?
병든 몸속으로 들어가 박테리아를 파괴하지만, 몸 조직에는 독이 되지 않는 그런 마법 같은 약, 즉 항생제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사람들은 흥분했다. 박테리아는 항생제와 접촉하면 금세 죽거나, 그 성장이 둔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그 효과는 영원하지 않다. 호주의 의학자 크리스 델 마르는 “우리는 항생제를 석유와 유사한 자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는 미래에는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라고 경고한다.
항생제의 부작용 또한 치명적이다. 이미 질식 발작하는 어린이 대다수는 항생제가 그 원인이며, 가장 대표적인 항생제의 부작용은 천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노인들은 항생제 탓에 질병에 걸리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생제에 대한 이러한 경고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 우리는 항생제를 통해 면역체계의 활동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면역체계가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줄 알아야만 한다. 항생제는 ‘마법의 약’이 아니다. 우리가 질병에 대해 더 많이 걱정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양의 항생제를 복용하게 될 것이다.
3. 지저분한 것이 더 건강하다?
1980년대 동독과 서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알레르기를 비교,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당시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하고 위생 상태가 나쁜 동독에서 알레르기 발생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서독 어린이의 알레르기 발생률이 훨씬 높았다. 깨끗한 환경, 높은 위생 관념에도 불구하고 서독에서 알레르기가 더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런던의 암 연구가 멜빈 그레이브스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와 건강한 어린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멜빈의 연구에 따르면 생후 1년 동안 다른 어린이와 규칙적으로 접촉하고, 더불어 병균과도 자주 접촉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접촉이 없었던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혈병에 덜 걸렸다. 다시 말해서 보호받으면서 혼자 자란 아이들이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은 셈이었다.
면역체계는 성숙하는 과정에서 병을 유발하는 병균에 감염될 때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것에서 세균과 접촉할 때에도 강화된다. 이것은 이물질에 대한 면역체계가 단련되기 때문이다. 무균 상태만이 깨끗하고 건강에 좋다고 믿고 있는 현대 의학 상식이 사실은 크게 잘못임을 보여준다.
4. 정말 치료보다 예방이 좋을까?
지난 세월 동안 의학 분야에서 예방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질병들은 치료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의학은 위험요소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며 피 한 방울로 미래를 예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집요하게 문제점을 찾지 않는다면, 이렇게 조기에 발견된 종양들은 상당수가 살아생전에는 절박하게 전이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뇨기과에서 실시하는 PSA(전립선특이항원) 테스트를 예로 살펴보자. 이 테스트는 혈중의 특정 단백질 수치를 알아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전립선암에 걸릴 때는 그 수치가 더 높아진다. 물론 이 테스트는 부정확해서 염증이나 전립선비대증,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수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 테스트는 예방을 통해 오히려 질병에 대한 위험을 부추기는 좋은 예가 된다. 즉 악성종양을 눈치채지 못하고 치료받지 않은 채로 무덤까지 갈 수 있는 건강하고 통증 없는 남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치료후유증 때문에 암 환자로 전락해 삶의 질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또한 조기 발견을 통해서 암 종양이 발견된 환자의 경우를 보자. 그러나 사실 암 종양은 아무 이유 없이 없어지거나 커지더라도 아주 서서히 커질 수 있다. 암 덩어리는 환자가 거의 115살이나 돼야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불필요한 조기발견을 통해 오히려 건강에 더 해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5. 우리 몸의 놀라운 자가 면역력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가벼운 전염병을 치료받고, 예방주사로 소아질병을 예방하고, 염증을 약품으로 제압하는 동안, 의사들은 오랫동안 조작된 우리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자제력을 읽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한 간섭이 커질수록 약품들은 비싸지고, 부작용은 커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바탕에는 질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가 지나치게 질병을 두려워하고, 아프지 않도록 예방한다면, 이는 오히려 우리의 건강에 해가 된다. 질병의 의미를 부정하고, 지속적으로 예방할수록,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낙후되고 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거의 모든 건강관련 분야에서는 위험예방을 판매 전략으로 삼아 불안감을 적극적이고 끈질기게 조성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병균이라면 일반적으로 의심부터 하고 감염은 나쁜 것이며 사멸된 질병은 좋은 질병이라는 고정관념에 따라, 지금 우리는 치료할 수 없는 만성적인 질병이 난무하는 곳에서 살고 있다. 그 원인은 당연히 약한 면역체계에 있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 감염 질병은 큰 무리 없이 지나간다. 우리 몸의 자가 치료력이 질병을 이기고, 병균과의 싸움은 면역체계의 내부 기억 속에 저장되어 점차 강화한다. 이런 면역력은 평생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삶의 동반자이다. 이런 기억력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살아서 활동한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면역체계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바르게 보는 인식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