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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발견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

최정운 | 미지북스 | 2016년 12월 20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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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688쪽 | 985g | 153*224*50mm
ISBN13 9788994142623
ISBN10 899414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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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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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지식국가론』 『오월의 사회과학』 『한국인의 탄생』 『한국인의 발견』 등이, 주요 논문으로 「푸코의 눈: 현상학 비판과 고고학의 출발」 「권력의 반지: 권력담론으로서의 바그너의 반지 오페라」 「국제정치에 있어서 문화의 의미」 「새로운 부르주아의 탄생: 로빈...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을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지식국가론』 『오월의 사회과학』 『한국인의 탄생』 『한국인의 발견』 등이, 주요 논문으로 「푸코의 눈: 현상학 비판과 고고학의 출발」 「권력의 반지: 권력담론으로서의 바그너의 반지 오페라」 「국제정치에 있어서 문화의 의미」 「새로운 부르주아의 탄생: 로빈슨
크루소의 고독의 근대사상적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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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문학으로 본 한국인 굴기의 대서사
한국 근현대 사상사의 본격적인 시작

『한국인의 탄생』, 『오월의 사회과학』 저자
최정운 서울대 교수가 완성한 20세기 한국인들의 근대로의 여정

이 책은 우리 한국인이 해방 이후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시대정신을 소개하며, 나아가 한국인들이 20세기를 통해 형성한 ‘힘’, 즉 ‘사상’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역사를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의 사상과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저자 최정운 교수가 찾아낸 중요한 경로는 한국 현대 소설이었다. 현대 소설에 담긴 ‘픽션’은 소설가들이 당대 현실과 조응하며 기록한 가장 온전한 ‘사상’의 모습이고, ‘픽션’의 밑바닥에는 늘 시대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일주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우리 역사는 ‘예술 작품’의 연속이다. 이리하여 저자 최정운 교수는 전작 『한국인의 탄생』과 이 책 『한국인의 발견』을 통해 20세기 한국인들이 걸어온 근대로의 여정을 하나의 대서사로 완성했고, 이로써 한국 근현대 사상사의 발굴과 정립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출판사 리뷰
20세기 한국인들의 근대로의 여정
우리의 비틀거린 반세기 현대사는 원치 않았던 거칠고 넓은 세상을 두루 여행한 역사였다. 우리 민족은, 좌우의 이데올로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아와 죽음의 공포에서부터, 전쟁도, 어두운 죽음의 세계도, 부활도, 혁명도, 쿠데타도, 희망의 세상도, 내전도, 계급 갈등도,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죽음을 넘어선 투쟁도, 군사독재도, 민주주의도 경험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시련을 두루 겪었다. 그렇다고 모든 시련을 섭렵했다고 안도할 수도, 자만할 수도 없다. 자랑스러운 역사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와 눈물이 흘렀고, 부끄러운 역사라 하기에는 너무나 영웅적인 투쟁의 연속이었다.
이 책의 부제에서 ‘힘의 정체’란 일차적으로 20세기 역사의 주인공 한국인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힘의 정체’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현실에 균열을 내고 사건을 만든 근본적인 힘으로서 한국인의 시대정신을 뜻하며, 나아가 시대정신을 담고 그것을 끊임없이 갱신해온 한국인의 내면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힘의 정체’는 ‘사상’이라는 범주로 합류한다. 그런데 그 ‘힘’이란 당대 현실에 반응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되지만 사실 ‘사상’의 변화가 가장 심대하게 일어나는 때는 세상을 뒤바꾸는 역사적 정치적 사건의 전후 시기였다. 결국 이 책은 사상의 탐사 과정에서 발견된 역사적 현실, 주요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도 그 어느 역사서보다 근본적인 이해를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해방 직후의 분위기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의 분위기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환희와 축제의 시간만은 아니었다. 해방 후 남한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해방 공간에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마음대로 편안하게 자기 생각을 펴지 못하고, 일제가 물러가는데도 서로 눈치를 보며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니라 더욱 무시무시한 시대를 예감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들은 당시 정치 문제, 즉 건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당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주변의 조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믿을 수 없었다. 한편 해방 공간의 한국인들은 ‘국가’나 ‘나라’, ‘관(官)’에 대해 전혀 신용하지 않았고, 그런 그들에게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만든다’라는 뚜렷한 의식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오늘날 현실 인식에 기대어 우리는 종종 한국인들이 ‘강한 국가’를 원하는 ‘국가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때 한국인들은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로크적 자연상태와 유사했던 해방 공간
일제가 물러간 해방 공간에는 권력 공백이 생겼고 ‘자연상태’가 돌아왔다. 그러나 해방 공간의 자연상태는 구한말의 ‘홉스적 자연상태’는 아니었고 ‘로크적 자연상태’에 가까웠다. 그 속에서 한국인들은 앞다퉈 수많은 정치 단체와 정당들을 만들어냈다. 해방 공간의 자연상태와 그로 인한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홉스적 사회 계약’이 필요했고 이는 자연스레 미국에 대한 의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군정은 홉스적 사회계약에 의거한 전제군주로서 남한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법치주의로 남한을 다스렸고 따라서 한국인들끼리 정치가 가능한 하위 정치 공간이 열렸다. 한국인 정치 집단들은 한편으로는 미군정의 지배를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하위 정치 공간에서 자기 보호를 위한 단체 결성과 테러 등 권력 투쟁을 벌였다. 해방 공간은 이러한 이중적인 정치 행위가 구조화된 공간이었다.

취약국가로 태어난 민족국가 대한민국
신생 대한민국은 분명 민족국가로 만들어진 나라였다. 하지만 건국 과정에서 자원의 부족을 급박하게 보충하기 위해 취한 초기 조치들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국가 전체에 광범위한 결과를 야기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취약국가’로 태어났다. 우선 대한민국은 ‘친일파’를 대거 재등용했고 이 때문에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채 역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능력도 형편없었다. 재정이 없어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고 모든 정부 사업은 싸구려로 부실하게 집행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모든 부분은 ‘부실과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또 폭력 수단의 보유라는 측면에서도 대한민국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다. 대한민국이 폭력적 행위를 저지르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무력, 폭력적 능력이 많고 넘쳐서가 아니라 폭력 수단과 국가로서의 능력이 모자란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전쟁의 주체가 되지 못한 한국인들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외국에서 꾸어 오는 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민족적 주체 의식이었다. 대한민국은 시작에서 민족주의가 부족한 나라였지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오히려 민족, 대중을 두려워했다. 민족적 주체 의식의 결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주체 의식의 부족은 국민의 생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고, 거창 양민 학살, 보도연맹원 학살, 국방경비군 아사 사건 등은 모두 이로 인해 저질러진 역사였다. 대한민국은 모든 젊은이들의 생명과 자원을 총동원하여 휴전선을 다시 긋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존재는 생존자들의 경우에도 긍정되지 못했다. 한국전쟁은 한국인들에게 여러 층위의 온갖 악몽을 심어놓았다. 우리는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였고, 형제를 학살한 살인자들이었다. 열심히 싸워 나라를 지켰지만 영웅도 없었다. 한국전쟁은 흡사 패전이었다.

아프레게르와 한국인의 부활
전후 한국은 공동묘지 같은 을씨년스런 폐허였다. ‘재건’의 구호도 들리지 않았다. 한국이 겪은 아프레게르(apres guerre)는 한 점의 빛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죽음만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1950년대 전반 손창섭, 황순원, 김동리 등이 그린 우리의 모습은 죽음이었고 한국은 죽음이 편재하는 세상이었다. 이 시기 손창섭과 장용학 등이 수행한 문학적 실천의 핵심은 괴롭고 암울한 현실을 더욱 괴롭고 무겁게, 도망갈 곳 없이 끝없이 반복될 현실로 만들어 한국인들로 하여금 그러한 현실을 대안이 없는 무게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문학적 실천은 죽은 시체 같은 한국인들을 되살리는 부활의 마법이 되었다. 한 문학가는 1950년대를 단순히 서양 문학을 모방하는 데 그쳤을 뿐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 한심한 시대였다고 회고했지만 손창섭을 위시한 이 시대의 작가들이야말로 우리 현대사 최고의 영웅들이었다.

부활을 넘어서―욕망하고 분노하는 한국인
1950년대 후반부터 출간된 대부분의 소설들에서 한국인은 욕망의 주체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1950년대 말이 되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난했지만 그야말로 욕망의 도가니였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욕망하는 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욕망은 좌절의 계기였고 계속된 좌절은 분노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선우휘의 「불꽃」, 장용학의 「역성서설」 같은 작품이 발표되었고 1958년 9월에는 드디어 손창섭의 「잉여인간」이 나왔다. 「잉여인간」의 채익준은 한국 문학에서 최초로 등장한 ‘분노하는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인물이었다. ‘영겁회귀’의 사상적 결과로 한국인은 부활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절대 빈곤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영겁회귀’가 가능했던 사상적 조건과 본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국인은 부활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먼저 당도한 혁명 4·19
1950년대의 비참함을 자각한 우리 민족은, 한편에서는 민중의 분노가 무르익어감을 통해, 또 한편에서는 민족을 이끌고 나갈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혁명에 다가갔다. 먼저 당도한 혁명은 4·19였다. 그런데 4·19는 민중의 폭발을 두려워한 언론계 지식인들(특히 『사상계』)에 의해 ‘대학생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하여 일으킨 의거이자 혁명’이라는 해석을 부여받았고, 이 해석이 요지부동으로 모든 교과서와 담론에서 공식 정론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정론은 4·19의 힘을 두 단계에 걸쳐 거세한 것이었다. 첫 단계에서 언론계 지식인들은 대학생들을 긴급하게 무대에 투입하여 그동안 시위의 주된 참가자였던 고등학생과 도시 빈민들의 존재를 지우는 한편, 대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 구호를 외치게 함으로써 시위의 성격을 바꾸었다. 다음 단계에서 그들은 권력을 기성 정치인들의 손에 넘겼고, 그렇게 사태는 종결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개입은 의도치 않은 정치적, 역사적 왜곡을 가져왔다. 권력을 넘겨받은 민주당과 제2공화국은 4.19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고 지식인들의 각본에 따라 외쳐진 ‘민주주의’를 위한 ‘놀이’를 벌였다. 그들은 고등학생과 민중들의 좌절과 분노가 폭발한 원인, 이승만 시대를 통해 쌓이고 쌓인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제2공화국은 역사를 4·19 이전,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었고, 혁명은 다시 시작되어야 했다.

‘붉은 심장의 설레임’을 가진 세대의 등장
4·19의 가장 의미심장한 결과는 바로 4·19세대의 출현이었다. 4·19와 5·16 사이의 일 년 남짓한 기간에 최인훈은 「가면고」와 『광장』을 발표했는데 두 작품은 최근 민족적 영웅에서, 스타로, 그리고 한낱 배우로, 꼭두각시로 전락한 ‘4·19세대’ 젊은이들의 고뇌를 다루고 있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4·19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4·19에서 그의 세대는 혁명을 목전에 앞두고 무대에서 끌어내려졌다. ‘혁명’ 후에 발표된 『광장』에서 이명준은 미리 포기하지 않고 직접 제 발로 계시 받은 특별한 운명을 찾아 ‘광장’을 찾아가봐야 했다. 그러나 4·19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붉은 심장의 설레임’을 느낀 세대,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꿈과 희망에 찬 젊은 세대’였다. ‘붉은 심장의 설레임’은 그 자체로 혁명이었고, 4·19는 혁명임에 틀림없었다.

또 하나의 혁명 5·16
5·16 주체 세력은 제2공화국의 무능과 실패를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5·16 쿠데타는 제2공화국의 실패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5·16의 음모는 이미 1950년대 중반, 거의 1956년쯤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4·19와 5·16은 프랑스 혁명기의 혁명들처럼 반동으로 이어진 사건들이 아니었다. 즉 4·19의 실패가 5·16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4·19와 5·16은 이미 1956년경에 따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 중간에서 엮이지 않고 준비되고 이뤄진 이란성 쌍둥이였다. 5·16은 물론 불법 쿠데타였다. 하지만 5·16은 분명히 ‘혁명’이었다. ‘산업 혁명’이 혁명이었다면 5·16은 분명히 혁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혁명을 못 겪은’ 나라가 아니었다. 독특한 방법으로, ‘두 개의 혁명’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겪었다. 프랑스 혁명, 중국 혁명, 러시아 혁명처럼 많은 사람이 죽지도 않았고 역사적으로 떠들썩하지도 않았지만 ‘두 개의 혁명’으로 야기된 사회적 변혁의 정도는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할 규모였다. 5·16의 성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시대를 열었다. 5·16은 구경꾼이었던 한국인들에게 ‘붉은 심장의 설레임’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노란 욕망’의 시대를 열었다.

욕망의 시대가 열리다
1960년대에 지식인들은 한국의 후진성을 의식했고 서둘러 근대화시킬 수 있는 성마른 인물들을 만들어 나갔다. 1960년대의 한국인들은 분명 전과는 전혀 다른 활기찬 모습이었다. 혁명 과정에서 욕망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역사와 현재의 발견을 통해 희망을 얻었으며, 이 희망을 지키기 위한 한국인들의 결의는 진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고독했고, 그들의 정서를 품어줄 공동체는 거부되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도, 공동체도, 윤리도, 도덕도, 심지어는 민족도 벗어버린 가벼운 군장으로 욕망을 향해 잠시의 휴식도 거부하고 달려 나갔다. 이것이 1960년대 ‘한국주식회사’라 불렸던 ‘민족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가벼운 군장으로 너무나 빠르게 달려 나갔기에 ‘타임머신’에서 빨리 늙어버렸다.

한국 사회의 분열
1970년대에 한국 사회는 ‘세대’, ‘성(性)’, ‘지방’, ‘계급’ 등 다양한 이름의 정체성과 계급으로 분열되었다. 무엇보다 1970년대에는 노동자, 빈민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이 독자적인 문화, 생활양식을 드러내며 등장했다. 노동자, 빈민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은 분명히 적대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노동자, 빈민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사이에는 수많은 계급들, 수많은 종류의 ‘쁘띠부르주아’들이 서로 직접 충돌하며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계급의 등장은 사회의 분열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인들의 고통과 고뇌가 깊어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한편으로 1970년대는 순수와 참회의 시대였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사랑’이 분열되어 가는 사회를 통합하는 기제로서 부각되었다. 그간 강하고 거칠어져만 가던 한국인들은 이때부터 순수하고 부드럽고,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되어 갔다. 한편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들」 같은 작품은 한 가족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과거에 내다버린 ‘아베’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였다. 1970년대에 한국인들은 순수하고 싶어 했고 ‘참회’하고 죄악을 씻고 싶어 했다.

인간을 위한 싸움의 다른 시작들
유신 체제에 대한 저항이 가시화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1970년대 황석영의 『장길산』과 최인훈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훠이」 같은 작품들은 유신 이후에도 한국인들이 당분간 정치적, 조직적 저항 운동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분열된 계급들을 연합하고 저항을 조직하는 움직임이 느리지만 뚜렷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977년에 발표된 윤흥길의 연작 소설 네 편은 당시 계급 분화의 모습과 계급들 간의 연합과 동맹이 형성되는 모습, 노동자들의 정체성 형성과 투쟁의 연원을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말 ‘운동권’의 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었다.
1970년대 한국인들의 고통과 고뇌에 찬 여정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귀결되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인들은 그들이 대적해야 할 권력의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깊고 넓은 속성을 이해하는 인식 수준에 다다랐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서 좀처럼 형용하기 어려웠던 인간 존재와 존엄성의 가치를 발견했다. 그들이 발견한 인간이란 자신의 존재 가치와 존엄을 위해 생명까지 내던질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폭력적 죽음의 공포로 스스로를 유지하던 권력은 이제 목숨을 건, 경악할 만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투쟁의 시대
오공은 폭력과 금력에 매료된 괴물이었다. 1980년 5월 광주 시에서는 현대 민족국가의 군대가 군복을 입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시내 번화가의 대로에서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패고 찌르는 엽기적인 폭력 극장을 만들고, ‘우리는 너희들 씨를 말리러 왔다!’고 외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5·18은 열흘 후 5월 27일에 끝났지만 그 경험은 끝날 수 없는 것이었고, 잊을 수도 없었다. 5·18의 힘은 광주 시민들의 죽음을 뛰어넘은 투쟁에 있었고, 그들의 ‘피의 값’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다. 그 후 출범한 오공은 5·18에 대해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도록 온갖 폭력을 동원하여 정적을 강요했다. 그러나 5·18이 초자연적 경험이었던 만큼 5·18의 진실은 장벽을 뚫고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공은 결국 5·18의 진실과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한국인들, 대학생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시민들의 저항에 의해 붕괴되었다.

한국인들의 정체성 위기
1980년대 투쟁의 시대는 한편으로 한국인들이 극도의 의식 혼란 속에 정체성 위기를 겪은 시대였다.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는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1980년대 한국 사회가 모든 이념과 가치가 붕괴되고 말과 사물이 따로 놀며 세상이 의미를 잃는 이른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임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이 시대에 한국 지식인들은 헤테로토피아를 극복하고자 수많은 최신의 이론들과 이념들을 전 세계에서 게걸스레 수입하는 마구잡이 ‘르네상스’를 열었고 한국 사회는 더욱 심각한 이념의 혼란을 겪었다. 영화 《고래사냥》은 1980년대 중반 운동권 대학생들의 충동이 세속화되는 흐름의 중요한 계기를 포착하고 있었다. ‘대체물’을 대량으로 제공하는 일은 오공이 줄기차게 시도한 전략이었고 이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의 저항 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결국 1980년대를 통한 한국인들의 정체성 위기는 이문열의 『변경』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1980년대 중반 한국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식했지만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증오하고 정체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물질적 풍요, 쾌락은 마약일 뿐이었다.

근대로의 진입―정체성 만들기와 민족 공동체의 복원
1990년대는 우리에게 근대화(modernization)의 결정적 단계였다. 서구의 근대성을 흉내 낸 짝퉁 근대화를 넘어서 근대성의 근본 문제의식이 내화되어 ‘근대’라는 시대의 문턱을 넘어 진입하는 시대였다. ‘근대’로의 완전한 진입을 위해서는 정체성 만들기를 위한 수단이 마련되어야 했고 한편으로 민족 공동체가 복원되어야 했다. 우리 문학에서는 이를 위한 사상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저자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문학가들의 실천에 기대어 사상적 전진을 이루어왔다면 1990년대부터는 지성과 학문이 필요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반지성주의’가 우리의 거친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박힌 현실을 깨우쳐주며 이를 극복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지성을 세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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