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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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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비밀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

김다은 | 생각의나무 | 2008년 10월 02일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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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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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비밀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8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2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8934
ISBN10 8984988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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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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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2년 진주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불어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소통 말통』,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 1962년 진주에서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와 불어불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첫 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제3회 국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소통 말통』,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창작집 『쥐식인 블루스』, 『위험한 상상』,,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 『너는 무엇을 하면 가장 행복하니?』,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여행편지』, 『해에게서 사람에게』,를 출간했다. 프랑스어 장편소설 『Le Jardin interdit』, 단편소설 「Imagination dangereuse」, 「Le rat de bibliothequ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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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p.307~323

줄거리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인 세자빈 봉씨가 폐위되고도 12년 뒤인 1448년 세종 30년. 정식 궁녀가 되기 위해 관례식(신랑없는 혼례식)을 올리기로 되어 있던 한 궁녀가 폐세자빈 봉씨의 거처였던 자선당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나체로 발견된 이 궁녀의 옷가지 속에서 세자빈 봉씨의 이름으로 쓰인 편지가 발견된다. 죽은 세자빈의 원혼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다시 산자의 몸을 빌어 돌아왔으며, 앞으로 남자의 자리에 여자들을 앉힐 것이며, 이로 인해 여인들이 죽어간 숫자만큼 남자들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내용의 편지이다. 시신을 부검했던 내의녀는 내명부의 심상치 않은 술렁임을 감지하고 수사에 나선다. 중전과 세자빈이라는 내명부를 다스리던 최고 자리들이 비어 있던 특이한 상황에서 자선당 봉선화 모임이라는 궁녀들의 동성애 비밀 모임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애증과 관계의 그물들이 궐안에 펼쳐진다.
왕권과 신권의 미묘한 대립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커다란 충돌로 이어지고, “훈민정음을 널리 쓸 방안을 찾으라”는 별시 책문의 장원급제자가 자격루 물받이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궁녀와 급제자의 죽음. 연관 없어 보이는 두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세종은 밀지를 내려 집현전 박사를 수사관으로 임명하는데, 잇달아 의문스런 죽음과 사건이 계속된다. 죽음의 유일한 단서는 시체 곁에 놓였던 훈민정음 필사본뿐이다. 필사본을 둘러싸고 훈민정음을 만들고 널리 쓰고자 하는 집현전의 7학사와 한문을 권력의 언어로 유지하고자 하는 반언문 7인회의 대결이 펼쳐진다.
궁궐의 음지와 양지를 넘나들며 필사본에 담겨있는 죽음의 비밀을 풀어가는 내의녀와 집현전 박사. 두 사람 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음모의 전말은 뜻밖에도…….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세자빈 봉씨: 차후 문종이 될 세자의 두 번째 세자빈이자 세종의 며느리가 되지만, 궁녀와의 ‘추한 일’로 폐빈이 된다.
여영: 등촉방의 궁녀로 자선당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제조상궁: 궁녀들의 수장으로 감찰상궁과 친밀한 관계이다.
부제조상궁: 내명부의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책임지는 상궁으로 엄 상궁과 친하다.
감찰상궁 강씨: 내명부의 질서와 규율을 책임지는 상궁으로 제조상궁과 친밀한 관계이다.
동궁 엄 상궁: 세자를 모시는 상궁으로, 부제조상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승은상궁 차씨: 왕의 승은을 입었으나 후궁이 되지 못하고, 내의녀 예쁜이를 짝사랑한다.
예쁜이: 내의원에 근무하는 의녀로서 승은상궁 차씨로부터 동성애를 강요당한다.
금자: 내의원에 근무하는 의녀로서 여영의 죽음과 관련하여 사건을 조사한다.
비: 왕의 후궁인 혜빈 양씨 전각의 궁녀이다.
초록: 세자의 후궁인 승휘 홍씨 전각의 궁녀이다.
혜빈 양씨: 세종의 후궁으로 세자의 원손(단종)을 양육한다.
승휘 홍씨: 양원 권씨와 함께 세자의 후궁이 되었으나 양원 권씨는 세 번째 세자빈이 되고 홍씨는 후궁으로 남게 된다.
향기: 어린 궁녀로 비를 존경하고 따른다.
은년이: 어린 궁녀로 향기의 동무이다.
수양대군: 세종의 둘째 아들이다.
안평대군: 세종의 셋째 아들로 훈민정음체의 비밀을 궐 밖 백성들에게 알린다.
권제수: 집현전의 대제학으로 연쇄살인의 첫 희생자를 발견한다.
최만리: 훈민정음 반대 상소의 소두로 연쇄살인의 배후로 의심을 받는다.
김문: 반언문 7인회의 한 사람으로, 연쇄살인에 희생된 듯하다.
정찬손: 반언문 7인회의 한 사람으로, 훈민정음 때문에 인생의 파란을 겪는다.
성삼문: 집현전 학사로 훈민복음을 널리 사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쓴다.
박팽년: 집현전 학사로 성삼문과 함께 훈민복음과 훈민죽음의 관계를 캐내려고 애쓴다.
신숙주: 집현전 학사로 연쇄살인의 범인을 미미하게 감지한다.
이향규: 연쇄살인의 범인을 비밀리에 내사한다.

출판사 리뷰

훈민정음 창제 과정이 숨기고 있는 충격적 사실을 79통의 편지로 엮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역사소설!
훈민정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자빈 봉씨의 동성애 비밀 모임(자선당 봉선화 모임)과 새 왕좌를 꿈꾸는 정치적인 집단의 숨막히는 승부!

봉선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자선당에서 관례식을 앞둔 한 어린 궁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유일한 단서는 남겨진 옷가지에서 발견된, 죽은 지 12년이나 지난 폐세자빈 봉씨의 편지 한 통. 세자빈의 생전에 창제되지도 않은 훈민정음으로 쓴 이 편지 때문에 궁궐은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러한 과정에서 세종이 추한 일이라 덮어 두었던 세자빈 봉씨의 동성애와 자선당 봉선화 모임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훈민정음을 둘러싼 암투와 살인의 공포가 궁궐 안팎을 뒤흔들어 놓는다. 세종대왕은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마침내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에 숨기고 있던 훈민정음체의 비밀을 펼쳐 보이기에 이르지만, 범인은… 뜻밖에도!

훈민정음의 비밀을 알기에 앞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체계다. 세계의 문학가나 언어학자들이 한글에 보내준 찬사의 공통적인 표현이다. 미국의 작가 펄벅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글자”라고 했고, 최고의 언어학자인 영국의 샘슨(Geoffrey Sampson)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감탄했다. 우리는 외국 언어학자들의 이런 찬사를 매우 즐겁게 들으면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왜 그런 찬사를 보내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자모의 이름과 순서만 외우고 배웠을 뿐, 그 원리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 김다은은 프랑스 유학 중에 천재적인 석학 앙리 메쇼닉(Henri Meschonnic) 교수에게 자신의 모국어인 한글을 소개하는 경험을 한다. 외국인에게 한글의 원리와 우수성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말 체계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을 찾고자 한글체계를 다시 공부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에서 한글의 자모체계가 기존의 훈민정음 창제원리를 벗어나 1528년 최세진의 『훈몽자회』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바뀐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배운 것은 자음 ‘ㄱ, ㄴ, ㄷ, ㄹ, ㅁ, ㅂ’ 순이고 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순이다. 이는 훈민정음의 어제나 용자례 혹은 제자해 어느 순서에도 맞지 않는다. 한글의 자모 순서가 1446년(세종 28년) 반포된 훈민정음의 순서와 다른 것이다.
왜 우리는 어릴 적에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ㄱ, ㄴ, ㄷ, ㄹ, ㅁ식의 자모 순서가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의 소리글자체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작가가 파악한 이유는 이 소리글자체계의 변형이 한글이 지니고 있는 소리체계의 원리와 과학적인 특징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궐내 연쇄살인의 순서는 훈민정음 제자해의 자모 순서를 따르고 있다. 훈민정음의 제자해는 훈민정음의 제작 원리를 밝힌 것으로,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지를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조음위치에 따라 기본음 다섯 개를 정하고(ㄱ, ㄴ, ㅁ, ㅅ, ㅇ), 이들의 소리가 거세질수록 획을 더한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에서는 ㄱ에 획을 더해 ㅋ이 되고, ㄴ에 획을 더해 ㄷ이 되고, ㄷ에 획을 더해 ㅌ이 되는 소리체계 순서(ㄱ ㅋ /ㄴ ㄷ ㅌ /ㅁ ㅂ ㅅ 등)를 따라가게 될 것이다. 세종 30년이 소설의 배경이니 당시 훈민정음 자모 순서를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의도는 그런 시대적 상황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한글의 자모 순서를 이대로 두어도 좋은가 하는 질문을 이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던져보고 싶은 것이다.

훈민정음체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의 필요성

북디자인이라는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고 정립한 한국을 대표하는 북디자이너인 정병규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장은 최근 일간지에 훈민정음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종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들로 지어질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지금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딕체라고 하는 글자체와 흡사한 모양으로 훈민정음을 활자화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당시 통용되던 한자의 글자꼴, 즉 활자 모양은 지금으로서는 명조체라고 부를 종류의 활자체가 거의 전부였는데 왜 세종은 그와는 전혀 다른 조형적 체계인 훈민정음체, 고딕체 부류로 최초의 글꼴을 정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들이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합의된 주장이 없다. 이는 국어학의 연구 범주를 넘어서는 또 다른 영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훈민정음을 시각 언어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에서 가장 먼저 부닥치는 중요한 문제다.”
정병규 협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김다은의 『훈민정음의 비밀』은, 국어학의 연구 범주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변용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은 모든 사실을 종합하고 재구성하는 작용을 하면서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진실을 추적하는 예술장르이다. 문학을 통해, 훈민정음이 특정한 연구자나 연구집단에 의해 분석될 때 야기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훈민정음은 진정한 국어, 나라말로서 순연한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지 79통 속에 내밀하게 얽힌 인물들의 목소리와 시선

『훈민정음의 비밀』은 세종대왕 당시의 궁궐 안팎에서 욕망하고 꿈꾸고 다투며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벼슬아치와 내명부의 이름난 이들. 그리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면서 역사의 바퀴를 굴려간 이름 없는 백성들과 궐의 빛나는 자리의 뒤꼍에 소리 없이 버티어 섰던 궁녀들.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 숨을 받은 인물들의 편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의 물결을 일으키며 살인사건 안에 숨겨진 비밀스런 진실들을 속삭이고 있다. 자선당 건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궁녀들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와 훈민정음과 한문으로 대변되는 문화적 권력을 차지하려는 암투가 마치 살아있는 이들의 육성을 듣는 듯한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이미지들로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왕과 신하, 남자와 여자, 양반과 상민 등 적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숨겨진 관계의 그물 속에서 모두가 비밀스런 자신의 마음을 편지로 새겨내고 있다.
중심을 관통하는 커다란 사건의 줄기는 궐 안의 숨겨진 주인인 내명부 여인들의 외로운 삶과 슬픈 사랑, 왕의 권위로 대변되는 권력을 욕망하는 사대부 남성들의 치열한 다툼으로 갈라진다. 궐의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사건마다 이면에서 출렁이는 인물들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대왕세종이 개혁하고자 했던 조선의 권력구조와 정치와 무관한 존재처럼 살아야했던, 혹은 그렇게 역사화 된 여성들의 정치적 현실이 소설 속에서 감춰진 문양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내면에 비추어진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의미 있는 실험

김다은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국민일보에서 파격적인 상금을 걸고 내건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추계예술대 문창과에서 열정적으로 소설을 가르치면서, 치열하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자신이 엮어낸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연서를 실은 작가들과 함께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을 만들고 편지를 새로운 문학 장르로 정립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모임은 매월 일반 독자를 초대하여 “편지 낭독회” 등을 개최하면서, 서간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훈민정음의 비밀』은, 전작 『이상한 연애편지』의 연속선상에서 한국의 서간체 소설의 한 전범을 완성한 작품이다. 서간체 소설에 대한 김다은의 실험은 매우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다. 그녀는 한국문학의 빈약함과 외소성이 서간체 소설의 부재를 낳았다고 진단한다. 『이상한 연애편지』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독일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프랑스에는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영국에는 리차드슨의 『파멜라』 등 세계적인 서간체 작품이 있다. 작가의 개인편지를 문학 장르로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서간체 작품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근대와 현대에 걸쳐 작품 속에 편지가 삽입된 형태이거나, 고백체에 가까운 중단편에 머물러 있어 다음성적(多音聲的) 서간체 장편소설이 없다. …… 나는 자유 분망한 내 세상의 건축에 힘을 쏟아 부었다.”
작가가 지적한 것처럼 서간체 형식으로 씌어진 소설 중에는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이 꽤 많다. 상기한 작품 외에도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 S. 리처드슨의 『클라리사 할로』, 루소의 『신(新)엘로이즈』, 스타르 부인의 『델핀』 등의 소설이 그렇다. 서간체 형식에 의하여 개인의 깊은 내부의 심리를 해부하고 감정의 솔직한 흐름을 담을 수 있었으므로, 이들 작품들은 고전주의로부터 낭만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훈민정음의 비밀』 역시, 구중궁궐 속 여인들이 주고받는 은밀한 편지 속의 육성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정서 그리고 기운 등을 매우 촘촘하고 세밀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서간체 소설이 갖는 힘은, 과장과 왜곡을 제어하는 사실성의 복원을 통한 리얼리티의 확보에 있다고 보여진다. 김다은이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서간체 소설을 의식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은 한국문학이 갖는 외연을 확장하는 매우 귀중한 노력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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