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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백야

이윤학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07월 13일 리뷰 총점7.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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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194g | 128*205*20mm
ISBN13 9788932028811
ISBN10 893202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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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동화 『왕따』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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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추석」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과 죽음이 서로를 밀치며 끌어안는 시
어제의 기억 속에서 내일의 나를 보았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시인 이윤학의 아홉번째 시집 『짙은 백야』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인은 3~5년 주기로 성실하게 시집을 출간해왔고, 그때마다 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애썼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사소한 존재들에 관심을 쏟고 생의 결핍을 성찰적 시선 안으로 끌어들이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윤학 특유의 방식은,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깊이를 더한다.

태어나 살아가고 언젠가 묻히게 될 사적인 공간, 그곳은 ‘농촌’이자 제이, 제삼의 고향이며 과거의 기억에서 미래의 모습을 읽어내고 현재의 ‘늙은 시절’을 기록하게 하는 곳이다. ‘십대의 몸’ ‘칠십의 마음’이었다 어느덧 ‘칠십의 몸’ ‘십대의 마음’으로 살게 된 시적 자아가 기록하는 ‘늙은 시절’은 이 시집에서 영원한 삶의 무덤인 동시에 생명과 감각의 터전이 된다. 언뜻 처연해 보이는 사적인 역사를 투영하여 바라본 곁의 존재들은 그러나 죽음 근처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생명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나타낸다. 시인은 동물과 식물, 모든 생명들의 원천이자 무덤인 자연에서 개별적 삶들의 운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해 질 녘 취한 상태로 제 태어난 곳, 아니 제 삶을 묻을 곳의 풍경을 아프게 응시하고 그것을 시의 어떤 기호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 이것은 『짙은 백야』를 관통하는 시의 꼭짓점이자 컴퍼스에 해당한다. 이 시집에서 온갖 풍경과 생애로 구성, 조직된 ‘늙은 시절’은 영원한 삶의 무덤tomb이자 생명과 감각의 터전인 삶의 자궁womb이기에 어떤 ‘젊은 시절’들보다도 우월한 사랑의 기술, 바꿔 말해 고통과 결핍의 오늘을 순정과 충만의 내일로 바꿀 줄 아는 지혜를 본질로 한다. 그래서 시인은 ‘늙은 시절’에의 기억과 그리움, 드디어는 귀환의 순간을 적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최현식(문학평론가)

자신이 태어난 곳, 살아가는 곳, 언젠가 묻힐 곳을 응시하고 시로 만드는 일


삶엔 마치 “짙은 백야”처럼 두터운 안개가 끼어 있다.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지만 어디로 가든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리는 걷는다. 이윤학의 시에서 시적 자아를 포함한 존재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사월의 눈」) 모를 삶이라는 길을 “필사적으로 걸어”왔다.

“가난을 즐기는 게으름뱅이가 되려다 실패한 수천만번째 사례”(「공터의 벽시계」)인 “사내”에게는 이제 사랑조차 서로에 대한 “확대 해석”(「하리 선착장」)이고 “어떤 사랑도 실패한다는(「누옥의 방 한 칸」)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기에 그저 “드러누워 병나발을”(「사일로가 보이는 식탁」) 분다. 또한 “남편이 숨지면서 던져준 태엽/감는 손목시계를 몸뻬 주머니에서 꺼내 귀에 대고 산등성이”를 걷는 “혼자 남은 노인”(「서대길」)이나 “간신히 일회용 숟갈을 들어” 올려 “식은 팥죽을 떠먹는 여인”(「드르니항」)처럼, 이윤학이 응시하는 건 모두 “또 하루를 산 것이 대견해 눈물이”(「서대길」) 날 법한 존재들이다. 인간뿐 아니라 고양이, 개, 닭, 염소, 나무 같은 동식물이나 무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개와 고양이와 염소를 오동나무 밑에 묻어준다. 철제의자는 어느덧 “녹이 쪼아 먹는 중”(「드르니항」)이다.

그러나 이 쇠함에 지극한 슬픔이나 절망은 없다. 소박하고 사소하고 어쩌면 늙거나 낡고 약한 존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지역 이름이나 꽃이름들,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제목들로 꾸려진 이 시집 속 3부 62편의 시들은 어머니들과 고양이, 개, 닭, 물고기, 나무…… 모든 생명들의 “무덤”에 다녀오고 있는 중이다. “진정한 애도”와 “따스한 기억”으로 죽음은 단지 죽음에 머물지 않게 되기에, “죽은 자의 힘을 빌려 살지 않겠다”는 시적 자아의 다짐은 마침내 유효해진다.

이곳에 삶, 도처에 죽음―나이든 몸, 어린 눈으로 되짚는 개인의 역사

‘늙은 시절’이란 삶보다 죽음이, 생성보다 소멸이 가까운 시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윤학은 이 시집에서 삶과 죽음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삶 속에 죽음이, 죽음 속에 삶이 섞여 있다고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죽음은 적나라하지만 추하지 않고, 삶 역시 미화되지 않는다. “머리끄덩이를 잡고/들깨를 턴 포장에서 뒹굴”다 “서로의 어깨를 잡고 흐느껴”(「들깨를 터는 저녁」)우는 동네 아낙들의 한바탕 싸움과, “기진맥진해설라무네 엎드려 울 힘도 없”었지만 우윳병을 물리자 “네 발로 버팅겨 서서” “후들거”리며, “간신히 꼬리에 묻은 물똥을 흔들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새끼염소에게서 나타나는 삶에 대한 의지, 근원적 에너지조차 푸르고 역동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파리들도 그중 아픈 녀석들에게 꼬이더라구” (「가뭄」) 라는 발언처럼 어쩌면 그 염소는 다른 시에서 까마귀에게 눈과 내장을 파먹힌 새끼 염소 가운데 한 마리였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이 완벽하게 분리된 어떤 단계가 아니라 우리 바로 곁, 도처에 함께 놓여 있다는 통찰이며,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젊음’이 아닌 두 눈으로 목도한 ‘늙은 시절’을 담담한 어조로 따스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푹푹 찌던 지난 세월이” “몰려왔다”. “많은 징검다리를 밟고 여기까지 왔다”(‘뒤표지 글’). 갖은 풍경과 생애로 구성되고 조직된 시로써 마침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벼름박(벽)에 걸어둔 간드레(광산의 카바이드등)와, 폐광된 갱도를 따라간 바닷물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묻힐 그곳에서 ‘나’는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시인의 말’). “명감도 보고 개암도 보고 정금도 보고 나를 만나지 못한 나도 보았다”. 그렇게 이윤학의 시는 현실의 시간을 부정하되 공허에 빠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깊은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뒤표지 글(시인의 글)
성묘를 하러 가다 담배건조장을 지났다 푹푹 찌던 지난 세월이 건조장의 화기와 함께 몰려왔다 많은 징검다리를 밟고 여기까지 왔다 18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까지 돌고 천수만을 바라보았다 내 눈에도 저런 빛들이 모여 살던 때가 있었겠지 금광에 다닌 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본 어린 내 눈에는…… 진폐증을 앓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명감도 보고 개암도 보고 정금도 보고 나를 만나지 못한 나도 보았다 필터에서 불똥이 똑 떨어질 때까지 담배를 피우던 아버지도 보았다

시인의 말
벼름박에 걸어둔 아버지의
간드레와 마주할 때가 있다
열네 살의 아버지가
금광에 다닐 때부터 쓰던 물건이다

폐광된 금광의 갱도를 따라
내려가 바닷물을 만났다

금광에 갈 때
금광에서 돌아와
내 눈을 들여다보는
아버지를 만났다

2016년 7월
서대마을에서
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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