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 문자……
그 속에 새겨진 인간의 삶과 꿈, 역사를 만난다
문자 없는 오늘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신문, 교통 표지판, 달력, 광고……. 우리는 늘 문자에 둘러싸여 있다. 문자가 없는 세상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인간은 시공간에 대항하려는 꿈과 욕망을 문자를 통해 실현하고, 발전시켜 왔다. 문자는 인간의 문명을 가속화하고, 문명을 유지시켜 후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문자가 생기고 나서야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모양을 본뜬 그림에서 점과 선으로 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인간이 고유의 능력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문자라는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았다. 그 과정을 통해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간과되어 온 문자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문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 대화창의 이모티콘을 떠올릴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 전화가 상용화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언어 현상-숫자를 글자 대신 쓰고, 특수 기호를 나열해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텔레비전 자막을 통해 일상어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국어 파괴나 문자 파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우리 어린이들이 문자의 역사를 아는 것은, 문자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인간과 문자가 만들어 온 긴 역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문자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린이 스스로가 문자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도록 이끌 것이다.
이 책의 특징
쉽고 명료하게 풀어 쓴 문자의 역사!
이 책은 중학교 국어 교과 과정에서도 다루고 있는 문자의 발전 과정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이한 책이다. 문자나 언어에 관한 어려운 문법 용어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쉬운 말로 풀고, 독특한 본문 그림 외에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고대 문자들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넣어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문자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책의 총체적이고 인문학적인 접근과 논리적인 전개, 균형 잡힌 시각은 논술 기법만을 강조한 책들이 대부분인 어린이 논픽션 책들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야기가 담긴 독특한 펜화와 격 있는 디자인!
다양한 문자와 문자에 얽힌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풀어 낸 펜화는 본문과 연관 지어 그 의미를 유추해 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또한 독특한 판형과 시원시원하고 격 있는 편집은 책 읽는 즐거움을 북돋울 것이다.
부록 _ 으뜸가는 우리 문자, 한글
한국어판을 위해 새로 구성한 <으뜸가는 우리 문자, 한글>은 한글에 담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이 책은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 우리 민족의 문자 생활, 한글을 창제하는 데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한글의 창제 과정과 원리를 자세히 보여 줌으로써 한글과 과학성과 우수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작은 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문자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도구인 동시에 뛰어난 문화유산인 한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개요
문자는 신의 발명품? 인간의 발명품?
_ 문자에 담긴 신비와 역사를 아우르는 어린이 역사책!
문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자는 인간이 신의 뜻을 이해하려고 애쓴 데서부터 문자가 시작되었다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인간은 신들이 하늘에 별을 그려 의사소통을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들도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려 신에게 질문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믿었던 상징적인 대상과 대화를 나누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에서 문자가 비롯되었다고 본다.(본문 19쪽)
다른 한 가지는 말과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는 시각이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림이나 매듭으로 기록하려 한 것이 문자의 시작이었다.
“그레이엄 벨이 태어나기 5500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던 수메르 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호를 만들어 냈어요. 뱉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말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쉬운 기호로 정리해 낸 거예요.”(본문 22쪽)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자가 발생하고 발달한 과정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 문자는 신들이 미래를 알려 주는 성스러운 문자가 적힌 판을 인간에게 내려 준 데서 기원했다(본문 27쪽). 수메르 문자는 쓰기 편하도록 점점 더 단순해져서 쐐기 문자로 발전했다. 또한 수메르에서는 뒷날 문자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레부스’라는 방법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레부스는 문자의 뜻이 아니라 소리를 기록하는 방법인데, 이런 발상은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문자 체계인 표음 문자의 뿌리가 되었다. 갖가지 사물을 본떠 만든 이집트 상형문자는 모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신들의 문자’라고 불렸고 주로 종교 의식에 썼다. 중국 사람들 역시 전설 속의 신 같은 존재인 ‘황제’가 문자를 만들었다고 믿었다. 대표적인 표의 문자인 한자는 뚜렷한 형태가 없는 개념이나 의미도 나타낼 수 있었다.(본문 41쪽) 2장 ‘말의 하인, 알파벳’에서는 표의 문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음 문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리를 기록하는 표음 문자는 적은 수의 문자로 많은 표현을 적을 수 있는 체계인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음 문자인 ‘라틴 어 알파벳’은 유럽을 지배한 로마의 영향력에 힘입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본문 56쪽)
각 문자의 역사는 문화적인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뿌리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생겨나 다른 문자에 영향을 준 최초의 문자들이 ‘신의 발명품’이라고 여겨졌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그림에서 그림 문자, 표의 문자로 발전되어 표음 문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보다 빨리, 더욱 쉽게 쓰기 위한 아주 실용적인 발상으로 문자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 점은 오늘날 어린이들이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에 주로 사용하는 새로운 언어 현상과 닮아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문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현대의 기록물이 과거의 기록물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 인간은 손으로 직접 써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필경사들이 베껴 쓰는 방법으로 책을 만들었다. 그 시기에는 파피루스에서 양피지로, 양피지에서 다시 종이로, 보다 쓰기 쉽고 오래 가는 책의 소재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명되어 사람 대신 기계로 책을 찍어낼 수 있게 되자 문자의 전달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본문 92쪽) 컴퓨터로 문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종이와 같은 바탕 위에 문자를 적던 방법에서 벗어난 커다란 변화이다. 정보 과학의 발달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훨씬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전자 문서들이 과거의 기록물들에 비해 반드시 우수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보 과학의 발달이 글쓰기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글쓰기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어요. 컴퓨터 문서는 종이 문서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아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지만, 지은이를 뚜렷이 알 수 없고 누구나 흔적 없이 변형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지요.”(본문 102쪽)
컴퓨터에서는 그림이든 글자든 쉽게 복사하고, 이동하고, 삭제할 수도 있다. 이미지와 소리를 더해 한층 화려하게 꾸밀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화면 속의 글이 내용까지 멋진 것은 아니라고 경계한다.(본문 96쪽) 손으로 고쳐 간 수고본이 생각의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그때그때 눈앞에 결과만을 보여 주는 전자 문서는 퇴고의 과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논리와 고유의 문화, 무엇을 택해야 할 것인가!
현대 사회에서 문자는 단순한 기록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꼭 필요한 도구(본문 106쪽)이며,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본문 122쪽)이다. 또한 정보 과학에 힘입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강력한 힘을 가지기도 한다.(본문 120쪽)
특히 저자는 문자에 해당 국가 고유의 문화와 관습, 역사가 배어 있다는 사실을 거듭 이야기한다. 이 책은 라틴 어 알파벳이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된 것은, 그것이 가장 훌륭한 언어여서가 아니라 강대국인 로마의 언어였기 때문이라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한다(본문 67쪽). 오히려 저자는 마야 문명의 귀중한 증거들을 불태운 선교사 디에고 데 란다(본문 50쪽)의 예를 들어 다른 문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공용어 사용’을 놓고 저자는 그것이 아주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언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에도 다른 나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가 있게 마련입니다. 모두가 같은 언어를 쓴다면 무역 등 교류를 하기에는 편하겠지만, 공용어에 밀려 고유어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민족성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본문 112쪽)
저자는 한 가지 언어에는 다른 언어로 대치할 수 없는 고유의 문화와 관습, 역사가 배어 있다고 밝히고, 독자들에게 ‘경제 논리와 고유문화 가운데 어떤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느냐’는 질문을 남긴다. 이렇듯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문자의 영역이 점점 넓어짐에 따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되새기고, 그로 인한 논쟁거리를 제시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대립하는 여러 가치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