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커상 역사 최고의 해인 '황금의 해' 2005년 수상작!
언어의 마법사 존 반빌이 그려낸 더없이 정련된 언어의 풍경
오스카 와일드, 제임스 조이스와 사무엘 베케트를 잇는 현존하는 최고의 아일랜드 작가라 평가되고 있는 존 반빌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최종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경합으로 '황금의 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2005년 영국 부커상 수상작인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The Sea』이다. '언어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만큼 아름답고 정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존 반빌, 그의 14번째 작품.
추억 속으로 잔잔히 침잠해 들어가 감정을 정화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로, 이 책을 번역한 정영목은 "옮긴이는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가운데도 특히 같이 늙어 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황금의 해' 부커상에 선택되다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의 2005년은 특히나 쟁쟁한 후보들(가즈오 이시구로, 줄리언 반스, 알리 스미스 등) 간의 치열한 경합으로 인해 '황금의 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세계 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흥미를 더했던 것은 최종후보에 오른 가즈오 이시구로(해당 작품:『날 버려두지 마Never let me go』)와 존 반빌의 경합이었다. 지난 1989년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 이후 다시 최종 심사대에 오른 두 작가. 이 두 후보에게 심사위원들의 표가 동일하게 나뉘었고 결국 심사위원장 존 서덜랜드의 결정표 행사로 존 반빌의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수상작 발표 후, 언론은 '존 반빌의 복수극'이라는 표현을 써서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존 서덜랜드 심사위원장은 "특히 올해 최종 후보작에 오른 모든 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마지막 수상작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우열을 가르기가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존 반빌은 수상작인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에서 대가답게 추억 속의 비애, 기억 그리고 사랑을 유려하게 통찰해 내어 최종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며 심사평을 밝혔고, 이에 언론도 '현존하는 최고의 언어 마법사'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문학의 본질을 상기'시키다
"반빌은 언어가 곧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나,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언어의 마법사다.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는 우리가 오래 상실한 채 살아온 문학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훌륭한 문학 작품이다." - 김성곤(본문 해설 중에서)
- 시를 닮은 아름다운 문체
현존하는 최고의 아일랜드 작가라 평가되고 있는 존 반빌은 그동안 과학자들에 대한 전기소설, 범죄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유려한 문체로 영미 독자를 사로잡았다. 그의 문체상의 특성은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를 통해 또 한 번 그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언어의 마법사'라는 그의 명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반빌은 이 작품에서 인생에서 찰나적으로 스쳐가 버리는 순간을 예리하게 도려내어 시리도록 아름다운 시어로 포착하여 그 순간에 영속성을 불어넣었다. 또한 신선한 감각으로 인간, 동물 그리고 사물을 새로운 무언가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그의 작품은 마치 시어로 그려낸 아름답고 섬세한 한 폭의 풍경화이다.
※ 번역가 정영목은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어떻게 국내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나의 문제로 모든 단어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런 문체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역자는 최대한 원문의 어순과 호흡을 따랐고, 이렇게 하여 역자 본인이 느꼈던 '강철의 잿빛 아름다움'을 독자와 공유하고자 했다.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낮의 밝음은 희미해지고, 가로등이 매일 저녁 어제보다 약간 더 일찍 켜지는 때에. 그래, 이것이 내가 어른의 생활이라고 생각하던 것이다. 늦가을에 맞이한 기나긴 화창한 날씨 같은 것. 고요의 상태, 호기심이 사라진 차분한 상태. 견디기 힘들었던 유년의 날것 그대로의 직접성은 다 사라지는……. (p. 99)
이따금씩 바깥에서 바람이 들어와 멍하니 실내를 떠돌았다. 와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운 모래를 뿌리기도 하고, 텅 빈 과자 봉지를 데리고 들어오기도 했다. (p. 163)
바람이 불자 나의 외투 자락이 나의 '어린 것들'처럼 다리에 휘감기며, 그들의 아버지에게 술집에 가지 말라고 간청했다. (p. 251)
- 기억의 본질에 대한 실험
이 소설에서 반빌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현재와 과거의 추억 속을 오가며, 작가 특유의 통찰력으로 기억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우리는 견딜 수 없는 현재로부터 유일하게 가능한 시제로, 과거로, 머나먼 과거로 탈출을 시도했다.(p. 104)', '하지만 정말이지 그것이, 과거가 어떤 존재를 가지고 있을까?(p. 67)'
소설 속 주인공은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추억에 기대려 하지만 그 추억은 기억 속 원본에 맞추기 위해 어딘가 변형되고 수정되어 본래의 순수성을 상실한 것이며, 어린 시절 이후 그의 기억에 화인(火印)처럼 남은 또 하나의 상실과 슬픔을 환기시킨다. 반빌은 단순히 낭만적으로 과거를 추억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살아온 만큼 늘어가는 자산인 '기억'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에게 '기억'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로 '나'를 밀어내는 동력(動力)이다. 반빌은 그의 주인공을 추억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인물로 등장시켰다가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축하고, 이제야 상실감과 삶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를 지닌 〔아, 그래, 인생은 많은 가능성들을 잉태하고 있다(p. 260).〕용감한 노인으로 퇴장시켰다.
※ 주인공 맥스는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보나르에 대한 평전을 쓰고 있다. 보나르는 나이 많은 아내를 그리면서도 그녀를 처음 만났던 20대 당시의 모습으로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보나르는 곧 추억의 불변성과 순수성을 믿었던 맥스와 닮았다.
- 느림의 미학, 관조의 여유가 담긴 순문학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페이지를 밀어내듯 숨 가쁘게 읽어 내야만 하는 소설들과 달리 '읽어 내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는 고전 문학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을 두고 읽을수록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더 진한 추억의 향기를 담고 있을수록,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독자일수록 이 소설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세월이 가면서 의미를 더해 가는 고전 문학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근자에 만나기 힘들었던 고전 문학의 향기를 지닌 21세기 새로운 고전이다.
표지 그림 「바닷가의 수도사」이야기
이 작품의 표지 그림은 독일 화가인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1809년 작 「바닷가의 수도사Monch am Meer」이다. 감당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무한하게 펼쳐진 바다와 하늘 사이에 한 수도사가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이 그림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 고독과 외로움을 보여 준다. 이는 반빌이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에서 그려낸 세계와 같다. 소설 속 바다는 기억의 근원,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부단하게 버둥거리는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도 무심하고 냉담한 초월적 세계이다.
아니, 갑자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몰려오며 몸을 들썩이듯이 바다 전체가 솟아올랐다. 단순한 파도가 아니었다.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온 것처럼 느껴지는, 부드럽게 굽이치는 놀이였다. 마치 저 밑에서 거대한 뭔가가 몸을 흔든 것 같았다……. 실제로 아무런 일도 없었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그저 큰 세상이 또 한 번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한 것일 뿐이었다. (pp. 263∼264)
바다가 지닌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주인공의 외로움은 바다 앞에서 더욱 강화되고, 반빌은 이 순간을 오싹할 정도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해외 언론 리뷰
- 가디언 The Guardian (2006년 5월 6일자)
반빌의 작품은 프루스트, 베케트와 같이 침착하고 냉정한 대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얼마나 박식한지를 독자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어서가 아니라 작가 스스로가 소설이란 그것을 읽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다루고 있는 주제에까지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 일종의 신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들이 그랬듯이 반빌과 함께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축복받은 독자라고 말할 수 있다.
- 뉴욕타임스 The New York Times (2005년 11월 27일자)
반빌의 서술적인 문장들은 농밀하고도 순간을 정지시킬 듯 아름답다.
- 워싱턴 포스트 Washington Post (2005년 11월 13일자)
독자의 마음을 꿰뚫고 들어오는 단어의 아름다움은 우주이며, 하나의 기적이다.
- 유에스에이 투데이 USA Today (2005년 11월 7일)
도서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구입하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반드시 소장해야 할 작품이다. 언제라도, 단 한 문장만이라도 다시금 읽어 보면 이 소설이 지닌 아름다움과 진정성과 우아함에 경탄하게 된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이고 반빌은 이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 가고 있다. [……] 이 소설은 삶의 유한성과 슬픔, 죽음, 어린 시절과 기억에 대해 남다른 명상의 기회를 준다. 쉬운 소설은 아니지만 그 뛰어남은 부정할 수 없다.
- 보스턴 글로브 Boston Globe (2005년 11월 6일자)
지난달, 전 영연방의 이목을 사로잡는 부커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한편의 강렬한 시며, 시리도록 아름다운 언어의 감미롭고도 격렬한 파도에 실려 온 쓸쓸한 이야기의 소설이다.
- 인디펜던트 The Independent (2005년 9월 4일자)
소설 속 화자인 맥스는 (비록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화가 보나르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작가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언어가 단순히 매개가 아니라 이 소설의 주제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 소설은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언어에 대한 명상이며, 풍부한 문학적 암시와 세밀한 관찰로 잡아낸 찬란한 인생의 신비, 소설의 전체를 압도하는 축적된 힘으로 채워진 소설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명문가(名文家) 중 한 사람으로서의 반빌의 명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올해 출간된 소설 중에서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Daily Telegraph (2005년 6월 5일자)
세심하게 배치된 유머가 풍부한 문장과 정교한 문체를 지닌 존 반빌은 나보코프의 후계자이다. [……] 반빌의 문장은 정말 탁월하다. 매 페이지마다 독자들의 손길을 붙잡는 문구와 문장이 여러 개, 이것들은 마치 마약과 같다. 또한 강력한 약효 때문에 독자들은 반드시 다음 주사를 맞기 전,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미소 띤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오랫동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다. [……] 이런 말이 있다. 영국인들이 아일랜드 국민에게 영어를 주었지만 그것의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은 아일랜드 국민이다. 이것은 셰리든, 와일드, 쇼, 조이스 그리고 베케트에 의해 증명되었고 이제는 반빌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