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부부의 밤생활을 들여다보니!
섹스리스, 배우자의 외도, 일방적인 섹스, 의무방어전……. 섹스를 하는 동안 부부의 몸은 하나지만 각자 수시로 딴 생각을 한다. 벗고 누워서도 마음까지 다 벗지 못한 채 거짓말을 하고, 서로 눈치를 보며, 간혹 자존심도 건드리고 섭섭해 한다. 남자는 자기 하고 싶은 방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섹스를 하면서 여자가 만족해하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거나 분노한다. 여자는 자신의 성욕은 무시한 채 남편의 욕구에 맞춰주거나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저절로 다 알아주길 기대하다 실망이 쌓여간다. 그리고 남편은 이런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섹스에 부담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아예 섹스 자체를 기피하기도 하고 색다른 자극을 찾아 밖으로만 돌기도 한다.
결국 남자는 여자를 모르고 여자는 남자를 모른다. 그러면서도 서로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수많은 부부들을 만나며 섹스로 인해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을 모아 대한민국 부부의 섹스의 생생한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포르노와 로맨스가 만났을 때
아내와 남편의 몸이 하나가 되는 가장 친밀한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그들이 진짜 하나가 되지 못하고 동상이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한숙희는 남자와 여자가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서로의 성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자와 여자는 성의식과 성경험이 너무나 다르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이 땅에 태어나 어떻게 성의식을 갖게 되는지를 여성학자다운 날카로운 시선으로 흥미롭게 분석하였다.
♂ 늑대가 우는 밤 : 4P, 남자의 성
페니스(Penis) : 남자들은 성기가 남성의 상징이며 남성다움이야말로 그 크기에 비례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성기가 큰 것이 아내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자존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기 크기와 여성의 성적 만족도는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피스톤(Piston) :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섹스란 ‘사정만을 향해 돌격 앞으로’이다. 피스톤 운동으로만 열을 올리다 보면 금방 사정하고, 사정하고 나면 지쳐서 그냥 잠들게 된다. 혼자 애쓰다가 등 돌려 잠든 남편을 볼 때 여자들은 외롭고 허전함을 느낄 뿐 아니라, 섹스할 때 통증을 경험하고 재미없어 한다.
파워(Power) : 성적인 힘이 곧 남자의 능력이라고 믿기에 남자들은 여자를 대화와 교류의 상대로 인식하기보다 그 몸을 정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사내다움을 입증하려고 한다. 이런 파워에 대한 집착으로 남자들은 섹스를 잘해서 여자에게 큰소리 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다. 섹스할 때 마다 ‘좋아?’라고 묻고,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지면 아내에게 무시당할까 봐 아내의 몸에 아예 손을 안 대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포르노(Prono) : 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포르노를 통해서 성의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포르노에서는 여자를 남자의 성적 대상물, 페니스의 삽입구로만 묘사하고 남녀의 인격이나 정서의 교류는 완전히 배제한다. 따라서 남자들은 이상야릇한 체위는 많이 알게 되도 정작 자기의 상대인 여성의 성적인 감수성, 성심리는 알지 못하니 섹스할 때 서로 정서적 밀착감이나 친근한 유대감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 여우가 꿈꾸는 밤 : 2O 2R, 여자의 성
오프레스(Oppress) : 어린 시절부터 처녀성을 강조하는 순결교육을 받아온 여자들은 성적인 정보에도 무관심하고 성행위에 막연한 불안과 거부감을 안게 된다. 남편들 중에서는 아내가 성관계에서 수동적이며 성의가 없다고, 애교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한쪽은 묶여 있고, 한쪽은 너무 풀어져 있으니 진정 행복하고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뻔한 이치다.
오르가슴(Orgasm) : 여자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지 못하면서 한편으로 오르가슴에 대해서는 턱없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한순간 ‘뿅’가게 해줄 남자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오르가슴 신화는 남자들의 변강쇠 콤플렉스를 강화시킨다. 오르가슴을 거래해야 하는 부부관계는 부담과 실망의 섹스가 되어 기피거리로 전락한다.
릴레이션(Relation) : 상호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들에게 섹스에서 삽입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소통과 정서적 유대가 먼저이기에 남편의 발기-사정-해소-취침으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섹스에는 성적인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남편이 원하기에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섹스를 했건만 자기 욕구만 채우고 등 돌려 코 고는 남편에게 ‘너랑 섹스하기 싫어’ 삐치게 된다.
로맨스(Romance) : 여자들은 남자의 몸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구체적으로 모른 채, 낭만적인 분위기로만 성을 인식하게 된다. 여자들이 로맨스에 쉽게 빠지는 것은 신체의 욕망을 억압하라고 교육받은 탓도 있지만, 구체적인 성행위를 추악하고 더럽고 폭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자랐다. 이는 다양한 매체로부터 나오는 성에 대한 정보들이 남자들의 포르노적인 성적 취향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부부의 여러 가지 섹스 모습은 한마디로 남성적 성경험의 핵심인 포르노, 여성적 성경험의 로맨스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동상이몽과 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들도 분명 사랑받기 원하는 생명체다. 남자들이 사랑과 상관없는 섹스가 가능하다고 우겨도 그런 관계에는 자신을 공허하게 만들고 더 외롭게만 할 뿐이다. 이제부터 섹스를 사랑의 표현으로 새롭게 배우고 익히기 시작해야 한다. 또한 여자들은 건강한 몸을 가진 남녀로서, 현실 속의 생활인으로서 성에 눈을 떠야 한다. 수동성과 허영기 어린 낭만을 벗어버리고 몸으로 하는 섹스를 알아야 한다.
★ 부부의 섹스를 새롭게 정의하자
세상에는 부부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떠돈다.
‘Q : 몸이 말하는 애인과 아내의 차이는? A : 애인은 그 손으로 내 머리카락만 만져도 아랫도리가 선다. 그러나 아내가 내 아랫도리를 만지면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해도 너무한다. 부부의 섹스는 섹스로서 엄청난 함량 미달이라고 무시하고 깔보고 놀린다. 부부의 섹스가 가지는 독특하고 특별한 힘을 믿는 저자 오한숙희는 음지에서 우스갯소리로만 떠돌던 부부의 성에 대해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부부에게 있어서 성이란 그저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퍼포먼스이고, 성기의 결합만이 섹스가 아니라 다정한 눈빛, 손짓, 말 한마디도 섹스가 될 수 있다며 성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① 부부의 섹스는 밥이다
부부는 상대와 몸으로 연결됨으로써 안정감을 얻는다. 이렇게 얻은 안정감이 인생살이의 에너지, 밥이 된다. 또한 부부에게 섹스는 관계를 아사시키지 않는 밥이다. 섹스를 안 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관계도 얼어붙는다. 부부 각자가 섹스를 통해 안정감을 얻듯이, 부부관계도 이처럼 섹스를 통해 안정성을 얻는 것이다.
② 부부의 섹스는 대화이다
어떤 아내는 자기 남편이 섹스할 때 자기 몸을 소중하게 다뤄주기 때문에 말로 표현 안 해도 그 마음을 믿는다고 한다. 애무는 사랑하는 마음이 손으로 입으로 춤추는 것이다. 전희는 삽입을 위한 전단계가 아니라 손놀림으로 몸 전체와 대화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온전히 섹스이다.
③ 부부의 섹스는 놀이다
부부의 섹스는 멋진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깔깔깔 웃고 장난치고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서로 만지고 물고 핥고 안고 뒹굴며 온몸으로 즐기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힘들고 고달픈 인생길, 부부가 서로 몸을 보듬어 위로하고 장난치며 노는 가운데 심신의 피로가 풀리고, 새로운 원기를 얻을 수 있다.
④ 부부의 섹스는 치유다
몸을 나누는 일대일의 전인적인 관계 속에서 부부는 사소한 신체적 결함에서부터 정신적인 콤플렉스까지 서로 치유해낸다. 몸으로 보듬으며 위로하고 몸으로 품으며 지지하는 가운데 치유의 기적이 일어난다. 부부의 섹스는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치유하여 인간으로 완숙시켜가는 과정이다.
⑤ 부부의 섹스는 낮생활이다
부부의 섹스는 일상이 공유될 때 가능해진다. 일상의 공유없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섹스란 없다. 인생관과 가치관은 생활에 나타나게 마련이고 그로 인한 마찰은 점점 몸나눔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부의 섹스는 흔히 밤생활이라 부른다. 그러나 섹스의 질적 수준은 낮생활이 좌우한다.
★ 성공하는 부부들의 7가지 습관
사랑도 연습이다. 서로의 애정을 돈독히 하는 일에 평소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한숙희가 수많은 부부들을 관찰하여 뽑아낸 성공한 부부들의 7가지 습관을 배워보자.
① 섹스의 주인이 돼라
사랑하면 몸이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이것은 결코 동물적이거나 추한 것이 아니다. 여자답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부부관계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양의 부부전문상담가 역시 ‘섹스가 더럽고 부도덕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선입견이 없는 여성일수록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② 외도하지 마라
아내들은 남편에게 ‘당신이 외도하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같이 살아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용서는 해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쐐기를 박아야 한다. 외도를 하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옛말은 여자의 질투심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깨짐으로써 남이 된다는 뜻임을 알려주자.
③ 재테크하듯 성테크하라
인생주기를 내다보면서 평생섹스를 목표로 부부가 함께 섹스에 공을 들이는 性테크를 해야 한다. ‘우리 몇 살 때는 어떻게 섹스하자’고 계획하는 것부터 ‘노후대비로 비아그라 대신 비장의 체위를 개발하자’고 준비하는 부부까지, 평생섹스를 향해 성테크를 하는 것은 꼭 섹스만이 아니라 부부살이의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④ 일상적으로 성을 표현하라
사랑의 표현은 훈련하고 습관하기 나름이다. 애정을 표현하는 자잘한 습관을 만들어라. 아무렇지 않게 엉덩이를 두드려줘라, 아침마다 굿모닝 포옹, 자기 전에 굿나잇 뽀뽀, 하루에 한번 이상 사랑한다고 말하라, 상대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매일 하나씩 찾아 칭찬하라. 처음 만나 사랑했다고 사랑이 항상 유지되는 게 아니다. 수시로 충전해야 한다.
⑤ 토크섹스를 하라
토크섹스란 섹스에서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쇼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 내가 이럴 때 이렇구나’ 하고 정직하게 반응하면 그 반응에 따라 상대가 호응을 하게 되고 그러면 섹스가 즐거워진다. 누구네 집은 어떻다던데, 잡지를 보니 섹스란 어떻게 하는 거라던데, 이런 것은 다 소용없다. 지금 우리 둘에게 꼭 맞는 맞춤섹스를 위해 섹스와 대화가 결합된 토크섹스가 필요하다.
⑥ 섹스의 3대 걸림돌을 뛰어넘어라
우리나라 부부의 섹스에는 3가지 걸림돌이 있다. 시댁, 자녀, 직업생활. 남편들이 고생하다 먹고 살만하면 바람나는 이유나, 아내들이 자식들 다 키워놓고 외롭다며 애인을 두는 이유는 성적인 욕망을 억압한 후유증이다. 성욕은 사랑받고 싶은 본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눌려 있으면 언젠가 터진다. 잘사는 부부들은 걸림돌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고 사는 부부들이다.
⑦ 몸을 애무하듯 마음을 애무하라
성과학자들은 최고의 최음제는 약물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곧 마음을 애무해 주는 것이 최고의 최음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결국 섹스란 마음을 맞추고 몸을 맞추는 가운데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심신의 퍼포먼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