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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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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 민음사 | 2007년 02월 25일 | 원제 : Le citta invisibili / Invisible Cities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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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322g | 132*224*20mm
ISBN13 9788937461385
ISBN10 893746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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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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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한 칼비노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접하며 자라났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전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칼비노는 부모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한 칼비노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접하며 자라났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전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칼비노는 부모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 농학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레지스탕스에 참가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토리노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1947)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에이나우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당시 이탈리아 문학계를 대표하던 파베세, 비토리니 등과 교제하였다. 『반쪼가리 자작』(1952), 『나무 위의 남작』(1957), 『존재하지 않는 기사』(1959)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과 『우주 만화』(1965)와 같이 과학적인 환상성을 띤 작품을 발표하면서 칼비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959년부터 1966년까지 비토리니와 함께 좌익 월간지인 <메나보 디 레테라투라>를 발행했다. 1964년 파리로 이주한 뒤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을 발표하였으며 이 작품으로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하였다. 1981년에는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19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같은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모든 우주만화』, 『보이지 않는 도시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같은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모든 우주만화』, 『보이지 않는 도시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등을 비롯하여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바우돌리노』, 『권태』, 『미의 역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꾼 천재들의 100가지 아이디어』, 『공학의 명장면 12』, 『난 두렵지 않아요』, 『알리체의 일기』, 『사랑의 학교』, 『삐노끼오의 모험』 그리고 [율리시즈 무어]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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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도시와 기호들 1' 중에서
--- '도시와 기억 5' 중에서
--- '도시와 욕망 4' 중에서
--- '섬세한 도시들 2'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전후 이탈리아 문학의 가장 혁신적인 작가
―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


이탈로 칼비노는 1947년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 속의 오솔길』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초기에는 파시즘 치하에서 참여적이고 논쟁적인 작품들을 쓰다가, 『반쪼가리 자작』(1952), 『나무 위의 남작』(1957), 『존재하지 않는 기사』(1959)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 그리고 이후 『우주 만화』(1965)와 같이 과학적인 환상성을 띤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로 칼비노가 그의 작품 활동의 후기에 해당하는 1972년에 발표한 소설로, 절정에 달한 그 실험성에서 칼비노의 혁신적인 면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펠트리넬리 상 수상작) 그 혁신성은 치밀하게 순환하는 작품의 구조와, 현실과 환상 및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이어지는 가상의 도시에 대한 묘사, 그리고 서사성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조각조각의 이야기들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내는 큰 스케일의 상상력, 언어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극복한 언어 그 자체에 대한 회의, 물리적 공간을 심리적으로 그릴 줄 아는 섬세함과 그 속에서 인간 본성의 문제를 끌어낼 수 있는 통찰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소설’이라고 칭하기에 마땅한 내러티브도, 문제적 인간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러나 또한 소설임에는 분명한 높은 경지의 예술적 창작물로 세상에 나왔다.

■ 치밀하게 순환하는 구조, 현실과 환상 및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시
― 소설을 넘어선 예술적 창작물. 문학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다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황혼기에 접어든 타타르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물론 그것은 가상의 대화들이다. 한 페이지 또는 기껏해야 네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짤막한 대화들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묘사한다. 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현실의 도시가 아닌 환상적인 가상의 도시들로, 모두 55개의 도시들이 등장한다.

전체 9개의 부 앞뒤에는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의 대화를 실어 해당하는 부에서 이어질 도시 묘사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각 10개의 도시를 묘사하는 제1부와 제9부를 제외하고는 제2부부터 8부까지 각각 5개의 도시를 그리고 있다. 그 55개의 도시들은 ‘도시와 기억’, ‘도시와 욕망’, ‘도시와 교환’, ‘도시와 기호’, ‘도시와 이름’, ‘도시와 눈’, ‘도시와 하늘’, ‘도시와 죽은 자들’, ‘섬세한 도시’, ‘지속되는 도시’, ‘숨겨진 도시’라는 11개의 카테고리로 각각 5개씩 묶여 각 부에 고르게 나뉘어 엮여 있다.

기하학적이고 유기적인 구조 속에 마치 벌집 속의 방 하나하나처럼 들어가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 방 하나로 온전한 하나의 도시이면서도 또한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벌집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도시를 구성한다. 벌집의 방들이 그러하듯, 이 도시들은 하나같이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너무나 다르다. 닮은 듯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이러한 변주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도시가 취할 수 있는 무수한 형태들 중 55가지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같은 주제가 반복되면서 어떻게 발전적으로 변주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일 것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도시라는 공간이 지닐 수 있는 형태, 그리고 의미를 55개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있다. 즉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어떤 인간도 아닌 도시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마치 도시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건설해 나가듯 치밀하게 짜여 있고,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며 우리가 앞으로 살 도시의 모습을 구현한 예술적 창작물이다.

■ 서사성을 전복하는 큰 스케일의 상상력
― 도시에 관한 소설, 인간 종의 역사를 보여주다


이탈로 칼비노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아름답고 환상으로 가득 찬, 그리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시’를 써내고 있다. 너무나 풍부하면서도 시적인 단편단편들이 모인 이 소설에서는 서사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각각의 도시들은 기억과 욕망, 기호, 이름, 죽음 들이 켜켜이 쌓여 이룬, 나무의 나이테와 같고, 물질화된 지문과 같다.

줄거리도 없고, 주인공도 딱히 없는 이 글들은, 그럼에도 소설이다. 정말로 열 손가락의 지문을 들여다보듯, 우리는 도시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 도시들이 간직한 이력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역사라 할 수 있으며, 메타적 의미의 서사성을 가지는 것이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200여 쪽 남짓한 책 속에서 펼쳐진다. 그것은 도시의 이야기이면서,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 도시 안에 살았고 살고 있고 살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결국 이 소설은 인간 종의 역사와 정체성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혼돈으로부터 완벽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인간의 능력,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창조물로서의 도시, 인간과 도시의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맺음.

칼비노는 다른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도시는 기하학적 합리성과 인간 존재들의 뒤얽힘 사이의 긴장을 표현할 수 있는 보다 큰 가능성을 부여해 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한 번에 몇 줄씩, 마치 시를 쓰듯 여러 가지 영감에 따라 썼다. 어떨 때는 슬픈 도시들만이, 어떨 때는 행복한 도시들만이 머리에 떠올랐다. 하늘에 뜬 별과 호아도 십이궁을 도시와 비교해 보는 시기도 있었고 매일 자신의 공간을 넓혀가는 도시의 쓰레기들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이 책은 내 기분과 사색에 따라 조금씩 기록해 가는 일기 같은 것이 되었다. (칼비노)

■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통한 현실의 재인식
― 현대 도시들의 복잡다단함. 유토피아를 그리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도시들을 묘사하는 화자 마르코 폴로의 목소리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탐험한다. 나이 들고 산더미 같은 업무에 지친 황제 쿠빌라이 칸은 마르코 폴로로부터 제국의 곳곳의 실상을 듣는다. 황제가 한번도 직접 가보지 못한 자신의 머나먼 영토들은 때로는 쇠락한, 때로는 흥겨운, 때로는 타락하고 기괴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이탈로 칼비노는 인류가 처한 위기를 탁월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탐구하는 일에 앞장 선 작가다. 그러한 탐구는 현실의 문제를 직접 재현하기보다는 환상이라는 통로를 거쳐 이루어진다. 칼비노의 환상이 다른 작가들이 그리는 환상과 다른 점은, 그것이 현실 세계를 단순히 변형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칼비노는 텍스트 자체의 내부로부터 환상을 끌어내 키워낸다.

각각의 단편들이 보이는 환상의 도시는 독자로 하여금 제각기 현실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하나의 도시가 세워지는 원리--그것은 꿈속의 여인이 갔던 길일 수도 있고, 천체의 운행을 본뜬 것일 수도 있다.--는 세계의 원형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아가 원형 자체가 이미 쇠락의 씨앗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도시는 선과 악,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남과 사라짐을 거듭하는 유기적인 생명체이다.

이를 감각적으로 드러낸 이 소설을 따라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덧 환상의 도시의 모습에서 현실의 도시의 모습을 본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지속적으로 흐려지고, 거기서 다시 우리는 역사와 사회를 목격한다. 현실의 도시는 어둡고 비관적인 모습을 띠고 있을지라도, 그 역시 언젠가는 소멸하는 것. 우리는 과거의 도시의 모습으로부터 미래의 도시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칼비노는 유토피아로서의 도시란 어떠한 것일지를, 55가지의 도시 형태들을 통해 그 청사진 혹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 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쿠빌라이 칸의 제국은 현대 세계처럼 사람과 도시로 밀집되어 있고 계급화되어 있으며 물질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혼돈의 제국이다. 쿠빌라이는 제국이 자체의 무게 때문에 질식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연처럼 가벼운 도시를 꿈꾼다. 현실의 무게를 벗어난 가벼운 도시는 칼비노가 원하는 또 다른 유토피아이다. (이현경, 작품 해설 중에서)

■ 언어에 대한 회의, 화석화된 현실과 관습에 대한 거부
― 기억 속의 이미지들은 한 번 말로 고정되어 버리고 나면 지워진다


작가로서 칼비노는 환상을 당연히 언어로 펼친다. 언어는 그 자체가 상징적이고 관습적인 기호라는 점을 생각할 때, 환상을 펴는 수단이나 마당으로서는 언뜻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환상은 바로 언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요소이며 나아가 문학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길을 열어준다. 칼비노 문학에서 환상은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 언어를 통해서 가능하며, 문학의 허구를 넘어서는 것은 문학을 통해서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박상진, 부산외대 교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마르코 폴로는 자기가 여행한 곳을 쿠빌라이 칸에게 묘사하면서 언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이런저런 물건을 집어 들어 보이거나 손짓 발짓을 동원한다. 그 까닭을 폴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억 속의 이미지들은 한 번 말로 고정되어 버리고 나면 지워지게 됩니다.”

대상은 언어로 묘사되는 순간 그 언어의 감옥에 갇혀버린다. 칼비노는 그 자신이 언어를 도구 삼아 창조하는 작가임에도, 작품 곳곳에서 언어에 대한 회의를 암시한다. 결국 그가 바라는 것은 사물 자체와 그 사물이 지닌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회의는 곧 작품 전체를 흐르고 있는, 화석화된 현실과 관습에 대한 거부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무엇인 것이다.

따라서 칼비노가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도시의 모습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 역시 칼비노의 언어가 가진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언어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그것이 떠올리게 하는 영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기억과 경험이 상상 속에서 활짝 열리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칼비노의 소설은 심리적으로, 감각적으로, 물질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적 문장들 속에서 통찰과 환상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옵저버》

▶ 미묘하고 아름다운 명상, ―《선데이 타임스》

▶ 칼비노는 전후의 모든 이탈리아 작가들 가운데 가장 모험적인 인물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추천평

책 한 권의 내용을 설명하기란 그 어떤 일보다도 더 어려운 일인 데다가, 그 책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같은 믿기지 않는 예술적 창작물일 때에는 더더욱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고어 비달 (Gore Vidal,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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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도시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게* | 2015-10-27
도시는 기억과 욕망과 기호를 공동체와 공유한다. 삶이 매일 새롭다면 어떨까. 여행중 만나는 풍경,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진부한 곳이라 해도, 여행자에게 낯선 도시는 설렌다. 현재를 탈출해서 도달한 곳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들은 확장된 세계에 대한 인식이고, 현실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 현실을 떠나 바라보는 새로운 세계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이러한 모순을 이탈로 칼비노는 환상적 도시들 속에서 창조해 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도시들을 생각했다. 내 기억 속의 도시들을 떠올렸다. 내가 살았던 도시들, 내가 여행했던 도시들. 도시는 삶의 시작과 끝이 무한히 반복되어 현재와 과거와, 혹은 미래의 무수한 삶이 건져 올린 기억과 욕망의 자국들로 빼곡하게 채워지는 공간이다. 도시의 연기, 도시의 바람, 도시의 안개, 도시의 온도, 그 모든 것들이 과거의 울림이자, 미래를 여는 빛이다. 


소설이라는 장르 속에서 공간은 언제나 배경이었다. 배경 속에서 변화를 겪으며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다. 감동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배경과 인물이 바뀐 느낌이다. 안과 밖이 바뀌듯 배경과 중심이 바뀌었다. 도시는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주인공이다. 인물은 배경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위해 존재한다.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과 도시를 여행하는 마르코 폴로다. 폴로가 칸에게 그가 여행한 도시를 묘사한다. 탄생과 발전과 쇠퇴 그리고 명멸하여 폐허로 남겨지는 숱한 이야기들을 엮어가고 감동을 일으키는 것이 도시이다. 책에서 묘사되는 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보이지 않기에 마치 손에 잡힐 듯 더욱 선명하고 생생하게 상상 속을 신비의 세계로 가득 채운다. 


쿠빌라이 칸은 중국과 금나라, 거란족을 정복하여 몽골제국을 확장하고 원나라의 초대황제가 된 칭기스칸의 손자이며, 마르코폴로는 베네치아 공국에서 태어나 우리에겐 <동방견문록>으로 알려진 탐험가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설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러나 소설 말고 다른 어떤 장르에도 적합치 않으므로 그냥 소설일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탈로 칼비노보다 더 재능있는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싶을만큼 이 책은 형식과 내용에서 새롭다.


실제로 쿠빌라이 칸은 역사 속 제국의 다른 정복자들이 대량학살과 약탈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정복 후 살육과 약탈과 폭력을 금지시켰고 피정복민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위키 코리아:포제어-쿠빌라이 칸 2015-10-27자 참조). 황제 칸은 패전을 거듭하며 저항했던 적들이 무너져내린 제국의  영토의 구석구석을 서양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에게 듣는다. 각 도시들은 칸과 폴로의 대화로 이루어진 장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여러 개의 도시들이 섞이어 위치한다.


다시 우리의 인터넷 만물박사 위키의 설명을 빌리면,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편견과 허구가 많다는 비판(특히 중국 학자들로부터)을 받는다. 동방견문록의 내용과는 달리 실제로 중국 문헌에는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을 알현했고 황제의 칙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마르코 폴로가 칸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55개의 가상의 도시들이 순전히 구라라는 사실이 묘하게도 실제 인물에 얽힌 허구들과 일치하는 센스를 발견할 수 있다. 마르코 폴로가 베네치아라는 매우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지구상 유일무이한 도시에서 왔다는 사실도 서술자로서의 지위를 돋보이게 한다. 베네치아는 과거의 기억과 영광이 주민들의 현재의 삶을 책임진다.  수백개의 운하로 이루어진 물골목을 누비다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도시가 상상의 공간인 듯 환상적인데, 이러한 베네치아의 정체성은 폴로가 전하는 가상의 도시들을 닮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동방에 도착한 이 베네치아인은 그곳의 언어를 전혀 몰랐기에, 언어 이외의 기호, 몸짓과 감탄사, 동물 울음소리, 그리고 가방에서 꺼낸 각종 물건들로 도시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쿠빌라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그가 전하는 정보 주위에 남아 있는 공간, 말로는 채울 수 없는 여백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유와 암시를 통해 마르코의 언어를 배워가는 황제는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자 오히려 그런 의사소통이 더이상 즐겁지 않다. 언어는 도시의 중요한 요소들을 열거하는 데 유용했지만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들은 다시 소리 없는 몸짓으로 된 의사소통을 한다. 


'제국 자체의 무게가 제국을 짓누르고 있어(p94)'. 지나치게 성장한 칸의 도시는 풍년이 들어 창고마다 곡식이 넘쳐나고, 불어난 강물들은 왕궁 건축 자재들을 운반하고, 노예들은 산더미같은 대리석을 옮기지만, 칸은 대지와 내리누르는 제국의 무게가, 그 뒤얽힌 재화와 교통수단과 장식과 의식이 복잡함이 무겁다. 그는 그물처럼 투명하고 잎맥 같고 손금 같고, 세공품 같은 도시를 꿈꾼다. 그가 담뱃대를 입에 물고 꿈꾸듯 몽환적 표정으로 폴로의 도시들을 경청하는 이유이다. 


도시가 시작될 때 그 태초의 바람과 필요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도시는 세월의 풍화를 겪어오면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으며 독특한 모습으로 형태를 갖춘다.  이탈로 칼비노가 상상한 도시들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들이다. 디즈니랜드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멀고 아득한 상상으로만 가능한 도시다. 그러나 그 환상적 풍경에는 실재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 도시들은 상상의 도시들이면서 결국 실재하는 도시들이라는 사실이다. 존재하는 모든 도시는 칼비노가 상상한 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속성을 조금씩 내포한다. 


사실 제노비아를 행복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불행한 도시로 분류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여러 해가 흐르고 변화를 거듭해도 욕망에 자신들의 형태를 부여하기를 계속하는 도시와, 욕망에 지워져버리거나 욕망을 지워버리는 도시,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는 편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p48)


지속되는 도시, 확장되는 도시에서 도시를 빠져나오는 것의 불가능함과 도시를 들어가는 것의 불가능함은 오늘날 서울의 모습이다. 뉴욕이기도 하고 런던이기도 하고 파리이기도 하고 토쿄이기도 하다. 번영 뒤에 남겨진 파괴와 보존과 보호에 대해서도 많은 단서를 남긴다. 폴로가 묘사하는 모든 도시들이 더할 수 없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매력적이었지만, 내게 가장 눈물겨운 도시는 죽은 자들이 사는 도시였다. 



어떤 도시를 갔는데, 그 도시들에 죽은자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살아간다면, 그곳에 머물고 싶을까 떠나고 싶을까. 아델마는 죽은 자들의 도시다. 그 도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생전의 부모이고 생전의 조부모이고 우연히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은 죽은 군대 동기이거나, 알고 지냈던 어부이거나 사랑에 미쳐 자살한 여자이거나 한다면. 다른 모든 도시들을 하나씩 통과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죽은 자의 외형을 똑같이 닮은 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 그곳에서 생전의 내 할머니 모습과 한창 때의 내 아버지, 어린 시절의 친구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바라볼 수 잇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리라. 그런데 이 도시가 기다리고 있던 반전은 화자인 마르코폴로, 도시의 방문자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가 아는 다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생각한다. 이것은 나 역시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저승세계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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