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카페 《천년도서관 숲》에 어서오세요.
《천년도서관 숲》은 지은이가 36년 동안 준비한 숲 속의 도서관이자 과학 카페다. 이 책에는 한국도서관 십진분류법에 따라 300번 사회과학부터 900번 역사에 이르기까지 숲의 생명공학, 화학, 의학, 건축공학, 공예, 민속학, 문학, 한국사, 세계사가 담겨 있다. 일견 읽기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지은이는 숲박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특유의 입담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예를 들어 연륜연대학을 설명하면서 거대한 나무의 나이테에서 ‘1147년 제2차 십자군 전쟁’이나 ‘1776년 미국 독립선언’ 같은 스토리텔링 요소를 끄집어냈다. 또한 수십 년에 한 번 피는 대나무꽃의 주기성을 핼리혜성의 주기와 연관 지어 설명한 부분은 참신하다. 이외에도 버드나무와 함께 ‘우물가에서 벌어지는 젊은 남녀의 로맨틱한 설화’는 다소 딱딱한 과학적 지식들 사이에서 서정성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겨울숲으로 유명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나, 조선시대에 수군의 판옥선 목재로 사용된 금강소나무로 유명한 태안 안면도 소나무 숲 등이 소개되었다. 이렇듯 특별한 장관과 역사를 간직한 전국 숲을 소개하는 부분은 훌륭한 여행서이기도 하다.
‘숲, 천년의 도서관’에 담긴 진화, 문명, 미래의 지식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수목장]
숲의 대표적인 민속학 지식으로 저자는 수목장을 꼽았다. 수목장은 죽은 이가 살아 있는 이의 공간을 빼앗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한 숲을 조성케 하는 문화로 일컬어진다. 또한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우리 DNA에는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성향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수목장은 편안하고 가치를 남기는 죽음, 즉 웰다잉(well dying)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목장은 스위스인 우엘리 자우터(Ueli Sauter)와 영국인 친구의 우정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죽으면 벗과 함께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 묻어다오”라는 영국 친구의 유언에 따라 우엘리는 그의 골분을 뒷산 나무 밑에 묻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골분이 나무뿌리의 거름이 되도록 하면 벗과 나무가 영원히 상생할 것이라 믿은 것이다. 그렇게 수목을 다리 삼아 사별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면서 탄생한 장묘문화가 바로 수목장이다.
스위스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원칙을 중히 여긴다. 건축물이나 안내표지판 등 어떤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는다. 추모목의 위치 표시도 직경 5cm의 둥근 흰색 페인트와 기호 표시가 전부다. 분골한 유골은 별도의 유골함 없이 나무 밑에 그대로 묻는다.
독일 수목장은 장례 절차와 방식뿐만 아니라 수목산림 자체를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관리한다. 조형물, 철망, 벤치, 잔디밭 등 인위적 인 시설물이 없다. 수도나 전기 같은 편의시설도 없다. 묘비 등의 큰 인공물을 설치할 수 없으며 고 인을 묻은 나무에 작은 표시를 해두는 것이 전부다. 독일인들은 생전에 추모목을 구입하는 경우가 80%로 추모목 구입자들은 평소에도 자주 산책을 하면서 나무를 돌보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독일 수목장의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전기, 수도, 벤치, 잔디밭 등 인공시설이 없다. 또한 묘비나 장식물을 설치할 수 없고 고인의 이름과 고유 식별번호를 적은 작은 팻말 정도만 둘 수 있다]
[뇌를 포기하고 지구를 지배하게 된 식물의 힘]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착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구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1350cc의 뇌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뇌가 없는 연약해 보이는 식물들이다. 복잡한 뇌를 포기한 대신 정교한 호르몬으로 주위를 인식하고 반응하며, 햇빛과 양분을 얻고, 꽃과 잎을 피우며, 종자를 결실한다. 물리?화학적인 생체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중력을 거슬러 30m 높이에 물을 뽑아 올리고, 추위에 대비하여 단풍과 낙엽을 지우며, 영 하 70도의 혹한에도 얼지 않도록 세포의 삼투압도 조절한다.
칡과 덩굴이 휘감는 갈등의 용틀임은 중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지나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한 온도 센서를 장착하여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무는 자신을 둘러싼 향기를 인식하고 또 발산하기도 한 다. 이를 이용해 공기 중에 떠도는 극미량의 휘발성 성분에도 반응하면서 해충과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항하여 위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척추동물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골격을 발달시켰지만 식물은 나무줄기를 발달시켰다. 둘 다 기능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식물은 동물 과 달리 뇌가 없는 상태로 진화되어왔다. 나무에 뇌가 없다는 것을 염두를 둔다면, 나무의 반응을 의인화하는 것은 재미있는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무는 지능도 존엄성도 고통도, 특히 세상의 괴로운 불협화음을 듣 는 고통도 없다. 다만 주변세상을 정확히 인식할 뿐이다. 이 무통의 혜택은 먼 원시시대에 동물과 분화할 때, 복잡한 뇌 발달을 포기한 대가로 보상받은 천혜의 선물이 아닐까?
[인간은 달팽이관으로 균형을 잡지만 식물은 뿌리 끝의 평형석을 이용해 뿌리를 중력 방향으로 이끈다. 비스듬한 절벽에 자라난 풀도 뿌리를 굳게 박고 위로 자라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숲 속 동물이 광합성을 한다고? 엽록체를 섭취하는 푸른민달팽이]
최근 엽록체를 섭취하여 스스로 광합성을 하는 ‘푸른민달팽이(Elysia Chlorotica)’가 나타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푸른민달팽이는 해조류 등을 섭취한 후 조류의 DNA를 복제하는 수평적 유전자 전이를 통해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민달팽이를 연구하면 언젠가는 사람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며 수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민달팽이는 섭취한 해조류의 일부를 소화하지 않고 자신의 DNA로 복제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동물과 식물의 경계를 일부분 허무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K-T멸종과 공룡의 맛있는 후손들]
누구나 한 번쯤은 키워봤을 귀여운 병아리들과 우리의 주식 ‘치킨’의 재료 인 닭이 사실은 K-T멸종 이후에 살아남은 거대한 공룡의 후손일 것이라고 진화 생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일부 공룡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크기가 작아졌고 그 일부가 지금의 닭이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닭의 DNA를 이용하여 공룡을 복원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닭과 가장 가까운 공룡이 광폭하기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는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공룡들이 노니는 거대한 테마파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봄직하다.
[K-T멸종이란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 년 전 육상생물의 약 75%가 멸종되었던 것을 말한다. 멸종의 원인으로는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 지역에 떨어져 대규모 기후변화가 일어났다는 소행성 충돌설이 유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친환경 수질정화시설과 뉴욕 시의 미네랄워터]
한국의 쓰레기 매립지 4,733 헥타르에서 나온 침출수의 용해 질소 성분과 토양의 잔류 중금속이 하천변 수질과 토양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는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7년 전에 식재한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내(월드컵공원) 포플러 조림목은 생장이 우수하고 토양 속의 칼륨과 나트륨(50~60% 감소)은 물론 망가니즈(망간), 크로뮴(크롬) 등 중금속도 왕성하게 흡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이 본받을 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시의 수목 정화기능을 극대화한 휘트니 수질정화시설이다. 이 시설은 수목을 이용해 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있다.
전국 해안 매립 간척지 면적은 약 11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들 지역의 토양은 염분과 오염물질을 제거해야만 농지 등 타 용도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간척지에 생장이 빠르고 내염성(耐鹽性)이 강한 포플러를 조림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 고 토양 개선 효과가 큰 사업으로 제시되고 있다.
뉴욕 시는 여의도 면적의 약 40배(3만 2,000헥타르)에 달하는 캐츠킬 산림유역으로부터 800만 인구의 식수를 얻는다. 1990년대 후반 뉴욕 주와 연방정부는 캐츠킬 산림유역의 이용권을 14억 달러에 사들여 상수원 보존 지역으로 묶고 수질을 보호했다. 그 결과 뉴욕 시는 정수장 설치 비 50억 달러와 연간 운영비 3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뉴저지와 서부 오 리건 주, 포틀랜드 시 등도 마찬가지로 양질의 수돗물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산림유역 상수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유역에서 발원된 산원수는 깊은 산속에서는 계곡수로, 산기슭에서는 지하수가 되어 몸을 낮춰 하천으로 흘러간다. 이 물은 무색무취로 맑고 깨끗하며 적당량의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등)과 이산화탄소, 산소를 함유한 맛 좋은 물이다. 뉴욕 시가 산림유역 상수원 사업을 중시하는 이유는 자연이 만들어낸 청정수의 품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뉴 헤이븐 휘트니 수질정화시설과 캐츠킬 산림유역. 뉴 헤이븐 수질정화시설은 식물을 이용한 중금속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시설이다. 뉴욕의 식수는 캐츠킬 산맥의 집수역에서 여러 터널을 거쳐 공급된다. 집수역의 천연 물 여과는 물 처리 공장 에 의한 식수 정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는 뉴욕을 포함해 미국에4개 밖에 없다]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생명과학 이야기]
우리가 숨 쉬고, 마시고, 먹는 이 모든 것은 당연한 혜택이 아니라 태양의 핵융합에서 발생한 빛과 그것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식물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식물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체의 호흡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를 내놓는다. 또한 녹말 형태로 저장되는 당분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소중한 양식이 된다.
광합성 세균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진핵생물은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가동하여 자신이 만든 광합성 산물을 운반·저장·재가공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장치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세포 고등식물로 진화하면서 숲을 만들고 산소 대기농도를 21%까지 올려놓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생물들의 조상인 메탄생성고세균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알파프로 박테리아를 삼켜버렸다. 그 덕분에 메탄생성고세균은 산소를 이용해 이전보다 월등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폭발적인 진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만약 메탄생성고세균과 알파프로 박테리아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와 지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지구의 산소 농도는 훨씬 낮고,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 고등생물은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며, 작고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들만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대기의 산소 농도가 낮아 낮에도 지구는 푸른빛이 아니라 어두컴컴할 것이다.
[햇빛이 내리는 조용한 숲 속, 조그마한 엽 록체의 명반응 덕분에 나무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우리 인류는 절대 생존 물 질인 산소를 마시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목재로 지은 고층 아파트의 건축공학 이야기]
2013년에는 영국 런던에 9층 규모로 세계 최초의 현대식 목조아파트가 완공되었다. 이어서 호주 멜버른에 10층 현대식 목조아파트가 들어섰으며 스웨덴은 30층 규모의 현대식 목조건물의 건축을 승인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이클 그린이 20층 목조 아파트의 설계를 마치고 시공을 앞두고 있다. 원래 목조건축은 건축물의 경량화와 공기 단축, 내진 성능과 생태 건축 측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강도가 약하고 화재 위험 때문에 저층 건물로만 제한받아 왔다. 이런 층수(層數) 제한을 극복 하고 목조 고층빌딩 시대가 열린 것은 구조집성재, 직교적층재(CLT)와 같은 혁신적인 공학목재 개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재는 충격에 약할 것 같지만 의외로 진동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비교적 약한 지진이라면 그 충격을 콘크리트 건물보다 덜 받는다는 뜻이다. 목재의 충격 흡수 능력은 건축 기간을 절약하는 데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천 년을 가는 옻칠도막의 비밀]
옻칠의 도장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칠을 잘 굳게 하는 공정이 중요한데, 칠을 한 다음 습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요령이다. 습도가 높으면 옻칠 속의 라카제(lacase)의 효소 작용이 활발해진다. 이로 인해 칠 성분인 우루시올이 몇 개씩 달라붙어 그물망 형태의 구조로 바뀌고, 다시 계단상으로 겹쳐 쌓이면서 우루시올이 굳어진 다. 이때 칠에 섞여 있던 라텍스나 질소화합물도 효소작용에 의해 우루시올을 둘러싸 보호한다. 이런 생화학적 작용으로 재료 표면에 도장된 옻칠은 온도 변화에 안정적이고 강한 도막(塗膜)을 만들어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광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제 옻칠은 감촉?미관?방부?방충?내수?유연?접착 성능이 우수하여 오늘날 첨단 도료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주 항공기의 특수 외장 도료, 군수선박 도료, 광케이블 보호막, 전기저항 보호막 등 첨단 제품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천 년을 가는 한지 예술]
세계에서 현존 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한지는 천 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1966년 다라니경 발견 당시 오랜 산화 작용으로 부식되고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으나 원본 내용을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고 한다.19 비단의 수명은 오백 년이지만 한지 수 명은 천 년을 간다는 ‘지천년(紙千年) 견오백(絹五百)’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 는 유물이다.
한지는 중국과 교류하면서 한반도에 제작 기술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한지 제작 기술은 7세기 이후 통일신라를 거치면서 독자적으로 발전했으며 고려시대에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려지가 탄생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수공업의 하나였으며 조지서라는 국가기관까지 만들어졌다.
한지는 지폐, 건축 내장, 창호지, 각종 공예품 등 생활 주변의 고부가가치 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한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6대 한스타일 20 문화산업’의 하나로 지정하여 경쟁력 있는 한지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지의 내구성과 기록 보존의 우수성을 발휘하는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네스코 세계기 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의 복본화 사업이다. 본 사업이 완료되면 문화유산의 전통을 온전히 이어가면서 40년마다 반복해야 하는 광디스크 저장사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닥나무 한지는 종이를 누렇게 변색시키는 리그닌과 기타 불순물을 제거한 종이이기 때문에 열과 습기에 강하 다. 또한 섬유 조직이 직각으로 교차하여 내구성이 뛰어나 수명이 천 년을 간다]
[‘백옥의 속살이 아름다운 고품격 숲’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여행기]
북방 시베리아 설원의 타이가 숲을 지배하는 자작나무는 강원도 인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숲 입구에 차를 세우고 500m 정도 임도를 따라 숲 속을 걷다 보면 길 좌우로 빽빽하게 자작나무 숲이 시작된다.
약 7만 5천 평에 달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숲에 탐방로 3.5km를 정비하고 목교와 유아숲 체험원 그리고 야외교실 등을 설치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원 대리 자작나무 숲은 탐방객들의 심리적 안식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숲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치유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명품 자작나무 숲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은 물론이고 소복하게 눈이 쌓인 겨울에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를 자랑한다.
[본래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경제림 자원 육성을 위한 인공조림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자작나무가 커가면서 환상적인 백옥 수피의 위용을 드러내며 고품격 숲으로 변모했다]
[연륜연대학으로 보는 중세의 소(小)빙하기]
연륜연대 측정법을 학문으로 정립한 사람은 앤드루 더글러스(A. E. Douglas)다. 그는 1914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으로부터 뉴멕시코 주의 두 유적지에 있는 목조물의 연대를 측정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나이테를 이용하여 두 유적지 간의 축조 연대가 40~50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앤드루 더글러스는 흑점이 태양에너지의 변동을 초래한다는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나이테에 남겨진 태양 강도 변화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후 풍토적 매개변수와 강수량 등을 토대로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나무테를 분석하여 3000년 동안의 나이테연대기를 만들어내고 골격도법을 개발해냈다. 이를 계기로 연륜연대학 (Dendrochronology)이 본격적으로 발전했고, 그 후 연륜기후학, 연륜건축학, 연륜생 태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분화·발전되었다.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진품 여부를 가려내는 데 연륜연대학이 활용되기도 했다.
연륜연대학과 나이테는 역사 증명을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중세 역사의 사건들’이 나이테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17세기 당시 지구는 태양 흑점의 이상 활동 때문에 평균 기온이 매우 낮아 소(小)빙하기라고 불렸다. 이 시기에 유럽은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마녀사냥 등 잦은 반란과 사회 혼란을 겪었다. 동아시아에서는 명나라가 멸망했으며 조선은 경신대기근과 전염병 창궐로 1670년에 전라도 인구의 55%, 경상도 인구의 20%가 사망했다.
또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당시 나무들의 촘촘한 목재 덕분에 출현할 수 있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쓰인 목재는 유럽에서도 특히 추운 지역인 크로아티아의 단풍나무였다. 실제로 연륜연대학을 통해 20세기에 만들어진 위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찾아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도 충북대학교의 목재연륜소재은행에서 금강소나무를 비롯하여 다수 수종의 마스터연대기를 제작하여 1100년까지 문화재 연대를 측정하고 해석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목재연륜소재은행은 숭례문 기둥 누각 등에 사용된 목재가 금강소나무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연륜연대측정법을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