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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07일 리뷰 총점8.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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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21쪽 | 180g | 128*205*11mm
ISBN13 9788932027821
ISBN10 89320278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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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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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후 김달진 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기억들』『진흙 얼굴』『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내간체를 얻다』와 산문집 『풍경의 비밀』 등을 펴냈다.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후 김달진 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기억들』『진흙 얼굴』『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내간체를 얻다』와 산문집 『풍경의 비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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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인 색,
다양한 빛으로 일렁이는 ‘검은색’의 풍경

송재학이 ‘감각’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사물 A가 있다고 하자.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개개인에 따라 사물 A는 B가 될 수도 있고, C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것을 개울물 소리를 들어 설명한다. 같은 개울물 소리일지라도 개인에게 각기 다르게 발화할 것이라는 전제는 곧 사물 A를 사물 B 혹은 사물 C 등으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특히 풍경이라는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으로 시의 일관된 정체성을 만들어온 시인으로서는 어떠한 감각으로 표현할지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허공이란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목덜미와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 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이라 생각했다

[……]

허공은 아마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공중」 부분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에서 시인은 “사물의 외형은 사물의 내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물의 내면에 들어가는 통로로서 “감각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시 「공중」은 허공에 색을 부여하면서 허공의 본질을 파헤치는 방법을 택한다. “공중이 묻혀준 색깔”을 입은 곤줄박이. 허공의 색은 곧 곤줄박이의 색, 아니 더 넓게는 하늘을 비행하는 모든 조류의 색이라는 성찰로 이어지며, 시인은 “색이 없다고 믿었”던 허공이란 공간에 색이라는 감각을 부여한다. 신형철은 “공중의 일면을 인식할 때 시인 자신만의 공중이 탄생하고 바로 그것을 자신이 가진다. 모두가 제 자신의 공중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공중의 일부분을 감각을 통해 인식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은 곧 ‘소유’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외면에서 내면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의 화자가 사물을 ‘소유’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욕망이라 할 수 있다.

높이와 깊이가 필요한 고산협곡에서 바람을 선택한 검은색이니까 바람은 쉬이 창고의 기별과 겹친다 내가 원했던 검은색이다 야크의 털이 검은 게 아니라 그 시선이 어둡다 이목구비가 없는 것들에게 검고 깜깜하거나 거무죽죽하며 거무스름하면서 꺼뭇꺼뭇한 얼룩은 때로 몸이고 생각이다 또한 검은색은 늙은 손바닥의 색이다
―「검은 창고」 부분

감각, 특히 색깔을 중요하게 다뤄온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검은색’이라는 강렬한 색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흔히 죽음과 연관되는 단어이기에 어두운 기분에 젖게 하지만 송재학은 수차례의 산문과 대담을 통해 그에게 어둠, 검은색의 이미지는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왔다. “어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껴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두고 본다면 그가 원하는 검은색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모든 빛을 다 흡수하고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색이 검은색이다. 그렇다면 검은색은 세상의 모든 색(욕망)을 받아들이되 스스로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을 수 있게 된 존재가 마침내 띠게 되는 색 아닌 색인지도 모르겠다”(신형철). 십수 년에 걸쳐 이뤄진 색에 대한 시문들은 송재학이라는 필터를 거쳐 겹겹이 쌓여왔고, 그 결과 이번 시집에 이르러 비로소 검은색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너’를 향한 깊은 성찰과 사유의 끝,
‘나와 너’ 그리고 다시 ‘너와 나’

시인에 대해 말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은 시인이 본인의 주관을 유일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인뿐 아니라 모두가 제 자신의 풍경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 송재학의 시가 가지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앞서 각자의 개울물 소리가 각기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전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명확히 이해될 수 있다. ‘나’가 받아들인 외부 세계와 ‘너’가 파악한 외부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곧 시인이 시를 써내려가는 데 있어 반드시 ‘너’라는 존재를 염두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의 욕망은 내면에 뭔가 중요한 것이 있어 그것을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는 (1인칭 시의) 욕망이 아니라, 내면이 비어 있다고 느끼는 갈증 때문에 거기에 무언가를 채우려는 욕망이다. 또 그의 욕망은 세계를 바꾸고 싶다는 (3인칭 시의) 욕망이 아니라, 이 세계의 깊이를 다 파악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즉, 그는 본질적으로 2인칭의 시인이고, 그의 시는 대부분 대상 (너)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결과물이다._신형철(문학평론가)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신형철은 시인 송재학을 두고 “2인칭의 시인”이라 말한다. 2인칭 시는 “대상(너)에 대해 말”하면서, “‘탐구’의 형식을 택하여 ‘인식’을 생산한다”(신형철). 실제로 시인이 풀어낸 다수의 시편은 ‘너’에 대한 사유로 채워져 있다. 평소 ‘대구(對句)’를 이용한 시어와 형식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켜왔던 송재학에게 “2인칭의 시인”이라는 수사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나―너’를 말하는 2인칭의 시들이 ‘자연―인간’ ‘어두운 것―밝은 것’ ‘자연―자연’처럼 다양한 범주와 양상으로 시집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람의 말과 나무의 말은 다르다 사람의 말이 공중에 번지는 소리의 양각이라면 나무의 말은 소리를 흡입하여 소리의 음각을 만든다 공중의 소리 일부를 흡입하면서 만들어낸 펀칭 카드를 통한 나무의 대화법은 고요의 음역(音域)이다
―「나무의 대화록」 부분

「나무의 대화록」의 경우 ‘자연―인간’이라는 대비의 구조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나무―사람’은 나무와 사람이 가진 각각의 소리의 양식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말이 “공중에 번지는” “양각”이라면, 나무의 말은 ‘소리를 흡입’하는 “음각”이라 말한다. 사람으로서 화자가 나무에 가지는 관심은 ‘번짐―흡입’ ‘양각―음각’으로 표현되고, 대구의 시문으로 씌어진다. 나무가 없었다면 사람의 말은 하나의 소리에 그쳤을 테지만, 나무의 말이 있기에 사람과 나무의 말 모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물이 뚝뚝 묻어나는 부레옥잠 대궁으로 화선지를 두들기자 달의 숨결이 잠시 멈춘다 그 위에 달만큼 오래된 유묵을 먹였다 뭉툭한 솜방망이를 가져온 것은 뭉게구름이다 다시 살살 두들기고 부드럽게 문지르고 공글리자, 먹을 서 말쯤 삼킨 시커먼 월식(月蝕)이다 칠흑이다 달이 탄식하기 전 화선지를 떼어내 새들의 긴 빨랫줄 항적에 널었다
―「습탁(濕拓)」 부분

달 위에 미농지 덮고 탁본 묵을 문지르자 수피가 거친 나무부터 도드라졌다 달의 미열도 덩달아 솟을새김이다 달의 쇄골 가지에서 졸던 새들은 잠을 뒤척인다 미농지를 흔들면 어린 새들조차 달로 되돌아갈 것이다 다시 미농지를 문지르자 수면이 음각으로 번진다
―「건탁」 부분

이러한 대구의 시문들은 시 안에서뿐만 아니라 시들 간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송재학은 탁본 기법 중 습탁과 건탁을 주제로 시로 써내려간다. 마주 보는 양쪽에 위치한 두 시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습탁은 대상에 종이를 덮고 물을 적셔 방망이로 두들겨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고, 건탁은 물을 묻히지 않고 납묵을 문지르는 방식을 말한다. 탁본하는 주체 ‘나’가 습탁과 건탁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객체인 ‘달’을 작품화하는 과정은 두 시를 통해 아름답게 서술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름장(葬)」 「목판화」 「우기(雨期) 음악사(音樂史)」 등 자연을 대상으로 씌어진 다수의 작품이 실렸다. 객관적으로 자연/풍경의 외면을 보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감각, 그리고 시로 이어지는 과정은 하나의 자연이 송재학이라는 문을 거쳐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시 안에서 송재학, “그의 시선은 자연 속에서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정립하는, 자연을 예술화하는 시선”이며, “시인이 주체고 자연은 객체인 것이 아니다. 주체와 객체가 함께 예술가이고 또 스스로 예술품”이 된다.

■ 뒤표지 글

작업실을 지하실에 마련한 것은, 혹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라는 지하생활자의 독백은 내 심리에 잘 스며드는데, 얼마 전 산책길에서 나는 나를 경험했다. 내 대낮의 산책길인 금호강의 긴 방죽에서 초로의 사내와 조우했다. 늙은 사내는 구부정한 어깨, 퀭한 두 눈, 힘없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쉴 새 없이 뭐라고 중얼거린다. 아마도 욕지거리라도 뱉어내는가 보다. 하지만 그도 나처럼 햇빛이 절실하고, 누군가의 소망처럼 사람을 쬐는 것도 필요했다. 그는 나를 스치는 대신 내 육신을 통과했다. 아마도 사내도 나처럼 생의 예외에 대해 놀라지 않았을까. 몇 걸음 지나서 사내와 나는 고개를 돌려 서로 힐끔 바라보았다.닮아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다. 어둠과 어둠 사이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내가 작업실로 지하실을 골랐던 건, 음악이 아니라 어둠 때문이다. 몇 년간 지하생활자의 생을 통해 나는 어둠을 관찰하고 음미하고 어둠에 스스로를 방기해왔다. 더 지독한 언어 탓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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