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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역사 기행

한반도에서 시베리아까지, 5천 년 초원 문명을 걷다

강인욱 | 민음사 | 2015년 07월 24일 리뷰 총점8.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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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643g | 138*215*25mm
ISBN13 9788937431999
ISBN10 893743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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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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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강인욱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학위를 받은 후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 연구원, 서울대학교박물관 특별연구원,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등을 거쳐서 현재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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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젊은 고고학자,
유라시아 초원에서 ‘제5의 문명’을 발굴하다


세계사의 북쪽에 잊힌 문명이 있다. 발달된 기술과 화려한 황금 문화를 자랑하며 수천 년간 인류 발전을 주도했던 사람들. 스키타이, 흉노, 투르크, 아바르 등으로 지칭되는 수많은 초원 민족들이 그 주인공이다. 말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누비던 그들은 문명의 전달자이자 기술 발전의 촉매로 인류 문명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착민들은 자신들과 다른 초원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초원에 대한 공포와 몰이해는 ‘야만’과 ‘미개’의 이미지로 탈바꿈했고, 찬란했던 초원의 역사는 정착 문명의 의도된 침묵으로 지워졌다. 우리가 북방 초원 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하게 된 것도 초원에 대한 ‘중화 문명’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탓이다.
러시아에서 북방 고고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럽과 러시아, 몽골, 중국, 중앙아시아의 최신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색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4대 문명’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사의 발전을 이끌었던 초원에 ‘제5의 문명’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저자는 지난 수천 년간 왜곡되고 천대받았던 초원의 역사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지금껏 단편적으로만 제시되어 온 초원과 한반도의 관계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한국 고대사의 미스터리,
초원 고고학에서 실마리를 찾다


한국 고대사 관련 유적 중에는 그 계통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신라의 적석목곽분은 발굴 이후 거의 100여 년간 한국 고대사학계의 미스터리였다. 나무로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쌓는 적석목곽분은 4세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200여 년간 지속되다 감쪽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경주 지역 외에는 한반도 어디에서도 비슷한 무덤을 찾을 수 없다. 적석목곽분과 형태가 유사한 무덤은 남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발굴된 파지릭 고분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신라에 적석목곽분을 만든 사람은 시베리아 초원에서 온 유목민일까?
신라와 초원 지역의 관련성을 보여 주는 유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황금보검이 발견되었고, 화려한 세공 기법을 자랑하는 신라 금관은 아프가니스탄 틸리아 테페에서 출토된 금관과 계통이 같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곳에서 초원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라의 지배층이 북방 초원에서 기원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유라시아 맨 구석의 작은 나라 신라에서 이토록 많은 초원계 유물이 발견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초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초원을 닮았던 신라, 어쩌면 이 미스터리를 해결할 열쇠는 북방 초원 지역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초원 고고학의 성과들 중에는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북방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 갖고 우리 고대사 속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한민족 북방 기원설’을 넘어
유라시아 루트를 다시 잇다


우리에게 한민족 북방 기원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어릴 때부터 한국어가 우랄-알타이어 계통이라고 배웠고, 빗살무늬토기 시베리아 기원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민족 북방 기원설이 일본 제국주의 논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할 논리를 찾던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한민족의 자체적 역사 발전을 부정하는 ‘타율성론(他律性論)’과 ‘정체성론(停滯性論)’을 주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민족 북방 기원설은 한국 문화의 기원을 한반도 바깥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바로 그 ‘타율성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때문에 해방 이후 한국의 고고·역사학계에서는 한반도와 초원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려 왔다. 둘 사이의 관련성을 언급하기만 해도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현재 한국 고고학계에는 한반도에 미친 북방 문화의 영향을 부정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신라 적석목곽분에서 분명한 초원 유물이 나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리한 자생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세계 각지에서 초원 지역 고고학 자료가 축적되고, 이념적 · 물리적 장벽이 허물어져 이 지역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자유로워진 지금, 수십 년 전 제기된 북방 기원론을 신봉하거나 그에 대한 무분별한 반론만 펼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제부터라도 우리 학자들이 직접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한민족의 형성 과정을 차근히 풀어 나가야 한다.

북방 초원과의 교류 속에
‘잃어버린 우리 역사’가 있다


총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유라시아 초원의 역사를 개괄하고, ‘중화(中華)’와 ‘오랑캐’가 공존했던 동아시아 역사를 살핀 뒤, 시야를 좁혀 우리 역사에 남은 초원의 흔적을 추적하는 방식을 취했다.
1부는 단백질 공급원에 불과했던 말이 세 가지 마구(재갈, 안장, 등자)의 발명으로 인간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 위에서 먹고 자며 평생 양질의 목초지를 찾아 떠도는 유목의 삶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정착 농경민들의 삶과는 확연히 달랐다. 때문에 정착민의 눈에 비친 유목민의 모습은 ‘머리 사냥을 즐기는 야만적인 늑대들’이나 “신의 저주가 내린 내시 같은 놈들” 혹은 “황금을 지키는 그리핀”처럼 왜곡된 이미지로 윤색됐다.
5000년 초원 문명이 이어지는 동안 유목민들은 끊임없이 정착 문명과의 교류를 이어갔다. 전차, 마구 등 첨단 무기를 개발하여 전쟁의 양상을 바꾼 것도, 문명 교류의 교차점으로 각지에 흩어진 문명들을 연결한 것도 모두 초원 유목민들이었다. ‘4대 문명’과는 구분되는 ‘제5의 문명’ 초원이 있었기에 인류의 세계사적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2부에서는 중원에 맞서 정복하고 정복당하기를 반복하며 동아시아 역사의 한 축을 구성했던 중국 북방 초원 민족의 역사를 다룬다. 중원에서는 줄곧 초원 유목민들을 ‘오랑캐’라는 이름으로 멸시했지만, 실제로는 북방 유목민과의 교류가 활발할 때 중원의 문화 또한 가장 융성했다. 조나라 무령왕과 진나라 시황제가 중원을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그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초원의 기술과 문화에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역사에서 초원을 분리하려는 정착민들의 노력은 그칠 줄 몰랐다. 초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더 크고 단단해졌던 만리장성이 그 명백한 증거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다원일체(多元一體)를 내세워 초원 역사를 끌어안으려는 중국이 문명의 상징으로 만리장성을 내세운 것은 분명한 역사적 모순이다. 초원을 향한 중국의 왜곡된 시선은 유럽에까지 전해져 오리엔탈리즘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사막 위에 세워진 쿠빌라이의 여름 궁전 상도(제너두)가 서양인들 사이에서 지상낙원의 상징이 된 것이 그러한 인식의 발로이다.

3부에서는 신라에서 발굴된 다양한 초원계 유물(유적)의 기원을 추적한다. 아프가니스탄 틸리아 테페에서 출토된 것과 계통이 같은 신라의 금관과, 카자흐스탄 보로보예 출토 황금 장식의 실체를 밝힌 계림로 14호분 황금보검, 알타이 파지릭 고분과 형태가 흡사한 신라 적석목곽분까지, 신라 역사 곳곳에서 초원의 흔적이 발견된다. 최근 발견된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 역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신라와 초원 지역의 관련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라의 건국 세력이 초원에서 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지만 그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와 수백 년의 시차를 두고 이렇듯 비슷한 유물들이 발견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관련된 역사 기록이 전무한 현실에서 우리가 기댈 곳은 오직 북방 고고학뿐이다.

4부에서는 초원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교류와 대결을 반복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그려진다. 강한 초원 국가들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고구려는 초원의 황금 대신 무기나 마구, 전술 등을 들여왔다. 실제로 무용총 수렵도에 표현된 한 고구려 전사는 달리는 말 위에서 뒤를 돌아 활을 쏘는 ‘파르티안 사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는 스키타이 시대 초원에서 유행하던 것이다.
고구려가 유목 세계에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고구려는 북위에 대항하기 위해 유목국가인 유연과 연합하고, 그들에게 발달된 철제 기술을 전해 주었다. 그중에는 초기 단계의 등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정적인 기마를 돕는 등자의 발명은 말 위에서 자유자재로 무기를 휘두르는 철갑기병의 탄생을 촉진했고, 말 타기에 익숙지 않은 농경 사회 전반에 기마 문화를 확산시켰다. 이렇듯 유목과 농경의 장점을 아울러 부국강병을 이룬 고구려는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마지막 5부는 고려와 조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면면히 이어져 왔던 한반도와 초원의 교류를 조명한다. 고려 왕조가 무너지고 성리학을 근간으로 한 조선이 세워지면서 한반도는 초원과 다소 멀어지는 듯했다.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며 초원 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멸시했지만 그럼에도 초원과의 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고려 시대에는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유럽계 종족인 철륵의 옷이 들어와 우리 민족의 전통 의상인 철릭이 됐고, 세종대왕은 초원의 표음문자 전통을 받아들여 우리 민족의 자랑인 한글을 만들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만두 역시 초원에서 기원한 것이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와 초원의 교류가 끊어지고 왜곡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였다. 식민 지배를 정당화할 논리를 찾던 일본의 식민사학자들이 우리 역사에 남은 초원의 흔적을 한민족 북방 기원설로 둔갑시켰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반론들이 제기됐지만 분단과 이념적 장벽으로 북방 지역과의 교류가 끊어지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는 못했다. 시베리아 철도 개통과 통일을 앞두고 유라시아 루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초원과 한반도를 역사적으로 다시 잇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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