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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저/이지수 | 마음산책 | 2015년 07월 15일 | 원제 : 役にたたない日日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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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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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88g | 128*190*20mm
ISBN13 9788960902299
ISBN10 896090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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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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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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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사노 요코 (Yoko Sano,さの ようこ,佐野 洋子)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일곱 장의 잎―미키 다쿠 동화집』으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나의 모자』(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으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하루키의 책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 언젠가 그의 책을 작업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저)를 썼다. 하루키의 책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 언젠가 그의 책을 작업할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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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31

출판사 리뷰

괴상하면서 웃긴, 짠하면서 박력 있는 글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의 몹시도 ‘부정적인’ 일상 철학


『사는 게 뭐라고』는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등 아름답게 꾸민 단어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 ‘밥이나 지어 먹자’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질긴 개개의 삶, 찬란과 황홀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 그녀의 거침없는 문장을 떠올리면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상쾌하게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도대체 모르겠다. (27쪽)
늙은이는 공격적이고 언제나 저기압이다. (81쪽)
성격은 병이다. (88쪽)
아, 지구는 망해가고 있다. (196쪽)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110쪽)
좁은 집구석에서 남자한테 홀딱 반하기도 하고 미친 듯이 화를 내기도 하며 행복하다. (196쪽)
사람은 무력하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좋을 대로 살아가고 있다. (212쪽)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젊고 예쁜 여자 앞에는 반드시 할아버지가 서 있다. (230쪽)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240쪽)

『사는 게 뭐라고』에는 화장실에 붙여놓고 싶은 인생의 한 줄 명언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불쾌하면서 유쾌하고, 음울하면서 통쾌한 다층적인 매력을 뽐내는 사노 요코. 그녀는 좁게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넓게는 천하를 논하며 속 시원하게 독설을 퍼붓는다. 작가가 역설하는 ‘삶이란 생각처럼 멀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어서 읽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부끄러운 과거, 자기 성격의 어둡고 나쁜 부분을 보기 싫어서 앞만 바라보려고 하는 ‘긍정적인’ 사람들과 달리 사노 요코에게는 뒤쪽을 직시하는 강인함이 있다. 자신의 바닥까지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확실하게’ 추궁하다 벌컥 화를 낸다. 그러고는 밥을 지어 먹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고 다시 벌떡 일어난다.
사노 요코는 건망증이 심해지고 자기혐오에 빠지며 암에 걸리는 등 책 전편에 걸쳐 심신의 상태가 나쁘다고 호소한다. 말하자면 몹시도 부정적인 일기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가 우울해지는가 하면, 아니다. (사자마자 까마귀 똥으로 뒤덮인) “너덜너덜해진 재규어를 타고 힘차게 후진해 나가는 듯한” 두근거림이 남을 것이다.

정말로 다들 훌륭하다. 화창한 날씨에 읽고 있자니 우울해졌다. 어째서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우울해하는 것도 질려서 참았던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갔다. 도저히 멈추지 않는, 정말로 기나긴 오줌이 나온다. 졸졸졸졸, 끊임없이 나온다. 이제 끝났나 싶어 배에 힘을 주면 또다시 졸졸졸졸. 졸졸졸졸이라도 오줌이 나오니 다행이다. 한 번에 어느 정도 나오는지 재보고 싶다.
-61쪽

시크한 독거노인 작가의 마음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따뜻해지는 순간들


암은 좋은 병이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멜론 같은 걸 사 온다. 나는 또 굴뚝이 되어 있다. 모두들 얼굴을 찌푸리며 “요코 씨……” 하고 아연실색한다.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
-113쪽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243쪽

아무래도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 사사코, 성깔 있는 장애인 노노코, 온화한 고집쟁이 페페오, 욘사마에 흠뻑 빠져 남이섬에 동행한 편집자, 착실한 주정뱅이 토토코, 껑충한 시체가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모양새인 싱글벙글 씨, 심약한 인격자의 탈을 쓴 요지부동 옹고집쟁이 남동생, 치매 걸린 외계인 천사 엄마,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 모모 언니…. 까탈스러운 자신의 주변에 ‘남아준’ 친구들을 사노 요코는 한 명 한 명 정성껏 소개한다.
‘돈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먼저 가서 터 좀 닦아놓으라는 싱글벙글 씨를 바라보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는 절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며 “그럴 때면 죽을 자신이 없어져서 곤란하다”고 이야기한다. 내로라하는 독설가 사노 요코의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말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은 이런 나와 어울려준다. 모두들 나를 참아가며 어울려주는 것이다. 모두들 아, 또 저런다, 요코가 또 저런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남이 어떤 의견을 말하면 나는 반드시 휙 하고 반대편으로 날아가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상 열을 올려 말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게 어른의 태도겠지. 나는 어른이 덜 된 것일까. 나는 일평생 같은 실수를 반복해온 듯하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186쪽

추천평

어쩌면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100만 번 산 고양이』 『하늘을 나는 사자』 등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사노 요코.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요리 방송을 보면서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을 만들어보고, 투병 중에도 원고 마감을 하고, 똑바르게 걸으려고 신경 쓰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자동차를 재규어로 바꾼다. 그렇다고 나이 드는 것을 애써 우아하게 미화하지도 않는다.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인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개탄하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은 사람들이 없어지게끔 내가 변했기 때문임을 직시하는 용기도 가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처럼 끝까지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싶다. 죽음에 초연하고 건전하지 않고 싶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근사한 남자를 좋아하고 싶다.
임경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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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이렇게 귀여운 할매를 보았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박*리 | 2016-03-30

책 제목을 보고 맥주 광고를 떠 올렸다. 딱히 그 배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워낙 광고를 틀어대니 머리 속에 남아있었나 보다.

 

사노 요코라는 작가의 책이다. 작가이자 일레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다는 이 여성 작가는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자신의 생활기록을 남긴 것이다. 그녀의 다른 책을 살펴보니 <죽는게 뭐라고>도 있다. 그녀가 죽기 전 쓴 책으로 부제로는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이라고 적혀 있다.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적나라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솔직한 글이다. 나이들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미화하는 글은 한 문장도 없다. 어릴 적 이야기도, 지금 자신의 상태도 솔직하지만 위트를 잊지 않은 글이라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된다. 물론 그 웃음 뒤에는 마냥 즐거움이 따르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랄까. 나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될 그 과정이 예상되어서일지도.

 

아흔이 다 된 어머니가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시다 보니 작가 역시 항상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어머니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그런 그녀가 친구에게 귤 착즙기를 얻어 와서 자신의 부엌에 귤 착즙기가 떡 하니 놓여있는 상황을 보고 얼마나 어이없어 했을지 상상이 된다.

 

냉장고 속에 설거지한 커피 잔이 두 개 들어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냉장고를 열었더니 설거지한 절구와 절굿공이가 들어 있었다. 그때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은 그 이상이다.

나는 선 채로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다. 친구에게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내 머리는 약삭빠르게 돌아갔다. 눈물이 나는 동안에 사과하자. 나는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더라는 이야기는 엄마들 사이에 이 정도는 애교 아니던가. 상대적으로 아직 젊은 우리도 그런 실수는 숱하게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착즙기였지만 까맣게 잊고 친구에게 착즙기를 얻어왔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머리가 팽팽 돌아 우는 동안 사과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는 그녀. 절대 치매는 아닌 듯 하다.

 

한국도 텔레비전만 틀면 요리를 하거나 먹는 방송이 차고 넘친다. 뭘 저렇게 만들고 먹을까 참 지겹기도 한데, 특별한 요리를 선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요리를 소개할 때가 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

 

예전에 본 요리 방송에서, 그런 방송이 하도 많아서 어떤 프로였는지는 까먹었지만, 보다가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

꽁치 오렌지 주스 영양밥이라는 요리였다.

물 대신 사각 종이 팩에 든 오렌지 주스를 콸콸 붓고, 꽁치 한 마리를 넣어 전기밥솥 스위치를 켠다. 완성된 오렌지색 밥 위에 꽁치 살을 발라내어 섞는다.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속이 메슥거린다. 아, 메슥거린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얼마나 끔찍한 요리인지 어디 한번 먹어나 보자고.

 

나 같으면 절대 안 할 것 같은데. 이 할머니 꽤 특이하다. 결국 만들어 먹은 그 요리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정말일까?

 

은행에 갈 때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내 힘으로 돈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우울증 때문에 주위 사람을 잃어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녀가 삶의 낙으로 찾은 것이 있으니 바로 한류. 그녀의 한류체험기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남들한테 비밀인데, 나는 암만해도 욘사마가 싫어지지 않더라”는 사람에게 한류 드라마의 정점 <겨울연가>를 소개받은 그녀는 그만 욘사마와 한류 드라마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녀의 날카로운 비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스토리도 대부분 억지로 짜 맞춰 개연성이 없다.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온다.”고 비평을 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행복하다. 엄청나게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은 모두 이 현상을 분석하려 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라고 애정고백을 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류 사랑 덕분에 그녀는 “재산 탕진”이라는 말까지 쓰게 된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 재산을 탕진했다. 남들 눈에는 경솔해 보일지라도 사실 소심한 나는 무언가에 재산을 탕진한 적이 없었다.

명품에 미친 적도 없고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없다. 여행도 귀찮아했고 남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영화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봤다. 하지만 <겨울연가> DVD를 손에 넣은 이후로 욘사마가 우리 집에 있다는 안도감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DVD를 박스째 사들이기 시작했다. DVD는 결코 싸지 않다. 차곡차곡 장식장에 늘어놓고는, DVD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내 얼굴을 기억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쩐단 말인가. 그저 한류 팬 할머니로 보이는 게 싫은 것인가. 사실이 그러면서도.

 

얼마 전에 읽은 <효도할 수 있을까?>에서도 부모님이 <대장금>을 너무 많이 보는 데다 갈 때마다 좋아하는 부분을 보고 계셔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꽤 대단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한류가 유행한 이유를 분석했지만, 이 노 작가의 말이 더 신빙성이 간다.

 

한국 드라마는 나를 좌불안석에서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도 해줬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완전히 의존증 환자였다. 같은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보는 데는 시간이 들지만 보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돈도 드는데.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집에는 꾀죄죄한 아저씨가 늘어져 있다. 어중간한 애정으로 또는 부모가 권한 맞선을 보고 결혼해서 미처 타오르지 못한 꿈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에 골인했더라도 뜨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나? 뭐 그런 말도 있던데. 무언가 에너지를 다 쏟고 나서 헛헛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한류가 등장하여 마음의 위로를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아줌마론도 함께 살펴보자.

 

나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자각이 없다. 미처 다 쓰지 못한 감정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메말라버렸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를 몰랐다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브라운관 속 새빨간 거짓말에 이렇게 마음이 충족될 줄 몰랐다. 속아도 남는 장사다.

 

요즘은 <태양의 후예>가 뜨고 있다. 기사도 넘쳐난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의 송혜교가 남자배우 송중기의 아름다움에 가끔 뒷전일 때가 생긴다. 대사는 찰지고 가슴을 때린다. 내가 봐도 스토리는 엉망이지만 그냥 빠져든다. 그게 한류였을지도.

 

많은 사람과의 교류는 아니더라도 그녀가 만나는 여성들도 꽤 쎈 느낌이다. 절교와 인연을 반복하는 모모 언니 역시 꽤 쎈 여성이다. 이런 직장인들이 있었기에 일본은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나보다.

 

“나 이제 정년까지 261일 남았어.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 자기 전에 달력에다 엑스표 친다니까.”

언니는 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3억 엔 절도범처럼 말했다. “이제 121일” 하고 언니가 날짜 세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돈 받으니까 일할 때는 회사 소유야. 나라는 사람은 없어. 그렇잖아. 대가를 받는걸. 노동을 파는 거야.”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잔뜩 늘어놓는 녀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하지만 회사가 이치에 맞지 않거나 바보같은 일을 시킬 때도 있잖아?” “당연히 있지. 그래도 난 전부 회사가 하라는 대로 했어. 출장갈 땐 비행기도 탔다고.” 모모 언니는 세상에서 비행기를 가장 싫어한다. 내 생각에도 무쇠 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모모 언니처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나도 각오하고 있다. 조만간 나 혼자 주말을 지내야 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지금도 혼자서 잘 노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나 자신”과 더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불쑥 이런 고백을 하고 만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아아, 이런 게 정신병이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다는 그녀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꽤 쿨 한 모습이다. 너무 적나라해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뺏는(?) 글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익숙해지는 나이가 벌써부터 오는건가. 슬프다.

 

공공장소에서 찰싹 달라붙어 스킨십을 하는 젊은 커플도 보인다. 젊은 때는 그렇게 서로에게 넋을 잃어도 괜찮다.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는 광기의 시간을 신이 마련해주니까. 그런 착각 없이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맺어질 수 있겠는가. 젊은이여. 병에 단단히 걸리기를. 병이 깊을수록 번민은 많고 쾌락은 강할 테니

옛날엔 그런 병에 걸려 동반자살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병의 클라이맥스는 웨딩마치와 케이크 커팅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생 분량의 웃음을 그때 다 웃는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나는 결혼식이 늙은이의 장례식보다 가기 싫다. 결혼식은 어쩐지 애처로운 기분이 든다. 생활이란 화사한 생명과 연을 끊는 것이다.

 

병의 클라이맥스가 웨딩마치와 케이크 커팅이라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의 신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작가도 보통이 아니다. 그런 그녀도 아직은 여성. 젊고 근사한 의사선생 덕분에 병원 가는 맛이 난다는 그녀. 못말린다.

 

이 병원 젊은 의사 선생은 근사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젊은 선생과 만난다는 생각에 옷을 사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나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다. 담당의가 거만한 늙은이였다면 잠옷 위에 코트를 걸치고 왔을지도 모른다.

 

솔직한 독거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내 키득키득거렸다. 정말 웃긴 할머니야. 그런데 이 작가가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셨다니 좀 짠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이 다음에 집필된 <죽는 게 뭐라고>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용감하게 싸우다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솔직, 과격한 독거작가의 활력 넘치는 일상기록, <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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