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남미 여행에 대한 기록
이 책의 저자들은 행복한 여행자는 영원히 떠나는 자가 아니라, 매 시간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고 떠나고 돌아오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나면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 모두는 일상을 탈출하여 여행을 떠나는 것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우리들에게 일상이 답답하기만 한 ‘틀’이라면, 여행은 ‘자유로움’일 텐데, 여행을 떠난 이들은 정작 일상으로 돌아올 때 가장 행복해 하고 자아를 되돌아 보게 된다. 어쩌면 행복한 여행자의 조건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험난한 여행일지라도 돌아오기로 결정 내리면 너무나 쉽고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돌아올 곳이 있는 우리들 모두는, 그래서 행복한 여행자인 것이다.
저자들이 택한 남미, 라틴 아메리카는 아직까지 대중화되지 않은 여행지이기에 험한 여행지에 단련된 여행가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여행지이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19금 남미』의 저자들처럼 남미를 경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가장 순수하면서도 거칠고 공포스런 남미를 경험하며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남미에서 느끼는 모든 경험과 느낌은 발칙한 자극과 외로움, 공포를 뛰어 넘는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즐겁기만 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여행이 무엇이고, 왜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한 고찰을 더욱 깊게 할 수 있었다. 남미에서 돌아온 이들은 ‘진짜 여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여행의 기쁨을 말하기 이전에 “왜 여행을 떠나는지”를 진중하게 묻고 있다.
“당신은 왜 여행을 하나요?”
“지금의 여행이 마음에 드나요?”
저자들은 스스로와 우리들 모두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책의 마지막 장까지를 다 읽고 나면 또렷해질 것이다. 『19금 남미』는 행복한 여행가, 몽상가를 꿈꾸며 여행을 떠나는 우리들 모두에게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남미이고 남미는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 이중적인 양면성을 보이는 곳이다. 흥겨운 레게 음악이 흐르는 열정의 도시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관광지임에 분명하지만, 그 이면엔 상상하는 것 이상의 거친 남미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여행에 진중한 여행자들에게 남미는 좀 더 묵직한 기억을 갖게 한다.
남미의 붉은 땅을 휘감아 나는 콘돌의 검은 날개, 차갑게 식은 감자 두 개로 저녁을 먹던 청소부, 보고타의 밤공기와 거리의 여인을, 이 책은 담고 있다. 그리고 다갈색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도.
이제 우리는 ‘진짜 여행’의 속살을 들춰볼 때가 되었다
특별하면서도 남들과 다를 게 없었던 한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꿈을 찾아 여행길에 올랐다. 한때 뮤지션을 꿈꾸던 예술가 지망생은 그 길로 들어서지 못한 채 여행길에 들어선다. 이 남자는 끝내 버리지 못한 기타를 어깨에 들쳐 메고 한국을 미련 없이 떠난다. 평소에도 여행을 즐기던 여자는 매일매일을 여행하며 살고 싶어했고, 그런 그녀에게 우연찮게 찾아온 남미로의 여행은 마치 그녀의 꿈을 이루어 줄 것만 같았다.
남자는 그렇게 남미로 떠나고, 여자는 그렇게 남미에 머물게 된다. 이들 두 남녀에게 남미에서의 4년이란 시간은 '진짜 남미’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각자 다른 시각과 다른 공간에서 남미를 바라봤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인 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어두운 역사로부터 이어져 온 ‘공포’였다.
실로 잔혹하고도 극심한 공포에 떨게 할 정도의 무서운 사건들은 연속해서 이들을 줄곧 따라다녔다. 두 여행자에게 남미의 모든 일상은 “낯설다”는 단어와 함께 반복되고 있었고 이들이 일상으로 마주했던 남미의 모습은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도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이들의 이 모든 경험은 『19금 남미』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느껴질 이들의 경험은 여행의 또 다른 면모를 알게 한다.
라틴 아메리카, 우리를 한 때 품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칠흑 같은 밤,
온전히 드넓은 사막 위로 별이 무리 지어 반짝였다.
나는 말문을 잃은 채로 대자연의 경이를 그저 바라보았다.
내 심장은 별이 발하는 빛의 리듬에 맞추어 뛰기 시작했다."
여행 에세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문장 같은 시간은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감성이 오롯이 풍요로웠던 순간 대신, 라틴 아메리카의 맨 얼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남미로 떠난 남자, 프롤로그 중에서
남미라는 여행지가 특별한 것은, 그곳에 머물던 시간 동안에 행복함과 두려움, 사무치는 그리움과 처절한 외로움 등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기운이 넘쳐나는 남미와 화려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남미의 양면은 진짜 여행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곳은,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순수한 목적이 아닐까.
아름답게만 보이는 여행지의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와 달달한 문장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는 잠시 접어두자. 물론 두 저자가 여행했던 남미엔 ‘드넓은 사막 위에, 더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별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우리가 예상하고 상상하는 남미의 모습보다는 현실적인 남미의 실체를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싶어한다.
언제까지 여행은 아름답고 즐겁기 만한 일상의 탈출구, 삶의 로망으로 치장되어야 하는가.
여행지에서의 우리는 타인이고 이방인이다. 그렇기에 화려하고 정돈된 여행지만을 경험해 왔다. 현지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좀 피곤하고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변화를 원하는 여행이라면, 좀 더 리얼한 여행을 원한다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여행을 권해 본다. 바로 이 책이 이러한 여행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