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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0시 5분

황동규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04월 03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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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57쪽 | 224g | 130*210*20mm
ISBN13 9788932027395
ISBN10 893202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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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일명 '국민 연애시'라고 할수 있는 '즐거운 편지'의 작가. 등단작인 '즐거운 편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쉼 없고 경계 없는 사유로 발전을 거듭해온 시인이다. 본관은 제안(濟安)이다. 193...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일명 '국민 연애시'라고 할수 있는 '즐거운 편지'의 작가. 등단작인 '즐거운 편지'로 주목을 받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쉼 없고 경계 없는 사유로 발전을 거듭해온 시인이다.

본관은 제안(濟安)이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黃順元)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1957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1967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70∼197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1987∼1988년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8년 서정주(徐廷柱)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로 썼지만 두번째 시집 『비가(悲歌)』(1965)부터는 숙명적 비극성을 받아들여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966년에는 정현종(鄭玄宗) 등과 함께 동인잡지 『사계』를 발행했다. 1968년 마종기(馬鍾基), 김영태(金榮泰)와의 3명의 공동시집 『평균율 1』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열하일기』『전봉준』『허균』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변화를 시도했고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로 이어져 모더니즘으로 자리잡았다.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1975)에 대한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초기의 고뇌에서 자기 삶의 내부로 비극의 비전을 비쳤던 그는 차츰 자기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수행하면서 민족의 약소함과 황량한 우리 삶의 풍경을 묘사했고 이 참담한 상황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무력감을 표명했다. ... 그의 사랑은 이웃으로 번지고 드디어는 삼남 - 이 가냘픈 한국과 그곳에서 괴로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확산되었다.”라는 평을 하고 있다.

시집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데 이 시집에서는 지적 시선에 의한 상상력의 조형이라는 단계를 뛰어넘어, 시인이 이 세계의 존재성과 거기에 얹혀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적 구조를 투시하면서 그것들과 친화와 역설의 이중적 얽힘을 그의 언어로써 새로이 구성해내고 있다. 1995년 『현대문학』에 연작시 「풍장 70」을 발표하면서, 1982년에 시작한 연작시가 마감되었다. 황동규 시인의 죽음관에 대해서 대면할 수 있는 이 시집은 독일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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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삶의 절정을 벗어난 시간, 0시 5분
5분 뒤의 자리를 여행하는 자의 저림과 여운!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쉼 없는 시작(詩作)으로 매 시집마다 새롭게 성장한 내면을 보여주는 시인 황동규. 황동규는 “한 개인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현실과의 진정한 접촉을 통해 어떻게 아름답게 성숙해가는가를 보여주는 예”(문학평론가 이광호)로서 한국 현대 시사를 증거하며, 현실의 폐허와 고통, 아름다움과 기쁨을 탐구하는 여행자로 오랫동안 독자들과 호흡해왔다. 그의 시는 격동하는 현대사를 마주한 채 내밀한 마음의 풍경을 묘사했던 초기 시에서 일상에 밀착된 감각과 시어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데 이르렀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생체험, ‘늙음’을 경험하며 얻은 깨달음을 그린 그의 14번째 시집 『겨울밤 0시 5분』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R로 새롭게 출간된다(첫 출간 현대문학, 2009). 각 부 앞에 ‘쪽지’라는 제목으로 덧붙인 짧은 메모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더해놓은 시인의 편지다. 독자들은 노년에 찾아온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새로운 내적 갱신을 이룬 황동규의 생생한 언어 사이를 여행하며, 그가 보여주는 삶의 통찰을 맛보게 될 것이다.


강렬한 육체적 고통을 넘어 찾아온 삶의 환희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문학상(2009)을 받은 황동규는 수상 소감을 말하며 “이번 시집이야말로 내 생애 처음으로 명실공히 교육기관과 관계없이 씌어진 시들로만 모은 작품집이 되었습니다. 일단 가르치는 일을 끝내자 기다리던 자유와 함께 있는 줄도 모르던 병들이 찾아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그가 2003년 퇴임 이후 1년여간 이어진 강의까지 모두 마친 뒤 쓴 작품이자, 각종 병치레를 견디며 풀어낸 시집이다. 이 두 사건은 그가 이 책을 쓰는 데 겪은 가장 큰 체험이 된다. 여행이 현실의 규칙과 압박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일이라고 한다면 황동규는 사회적 억압이 아닌 자신의 몸, 병든 몸에 구속됨으로써 이전과 다른 형태의 여행을 통해 내적 갱신을 경험한다. 즉, 외부 세계의 다양한 자극과 변화 하나하나가 극적인 사건이 되었던 시인의 이전 창작 시기와 비교해봤을 때 이번 시집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시인에게 자신의 몸, 그 자체의 고통이 시 탄생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시간의 바퀴가” 삶에 아린 결들을 남기고 그의 “몸을 통째로 뭉개려”는 현실의 경험이 『겨울밤 0시 5분』을 관류한다.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은
무병(無病)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
앓지 않고 낫는 병이 혹
이 세상 어디엔가 계시더라도.
- 「삶의 맛」 부분

하지만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는 황동규의 시 세계는 오로지 아픔에 머무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겨울밤 0시 5분』은 시인이 쇠약해진 육체를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현실로 묵묵히 견디며 삶의 환희를 찾아가는 과정까지 담아낸다. “어지럽게 남아 있는 발자국들이 아직 완전히 얼지 않아서 다행이고(「허공에 한 덩이 태양」), 싱싱한 추억이 봄물을 녹여서 다행이다(「섬진강의 추억」). 눈 덮인 오르막길에 계속 미끄러지는 차도 눈에 띄는데, 기어코 ‘그림자처럼 기어올라’가는 차를 보며 그는 ‘다시 한 번!’을 속으로 외치기도 한다(「다시 한 번!」)”(문학평론가 김종훈). 삶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태도는 그의 질병을 대하는 자세에서 정점에 이른다. 황동규는 삶의 제일가는 맛은 “무병의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이라며 질병을 치유하고 극복한 환희의 순간, 늙음을 견뎌낸 자만이 할 수 있는 통관을 보여준다.

아픔이라는 앎음, 그 절정을 벗어난 이의 자리

여자가 들릴까 말까 그러나 단호하게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 한다.
가로등이 슬쩍 비춰주는 파리한 얼굴,
살기(殺氣) 묻어 있지 않아 적이 마음 놓인다.
나도 속으로 ‘오기만 와봐라!’를 몇 번 반복한다.

[……]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곁에서
어둠이나 빛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별들이 스쿠버다이빙 수경(水鏡) 밖처럼 어른어른대다 멎었다.
이제 곧 막차가 올 것이다.
- 「겨울밤 0시 5분」 부분

육체의 고통이라는 인간에게 가장 생생한 아픔을 겪으며 술회한 시인의 시어는 그 자신의 삶을 넘어 보편적인 형태로 나아간다. 아파트 후문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던 화자는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라고 읊조리는 여자를 발견한다. 죽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여자의 앓음은 곧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아픔이다. 시인 자신이 겪는 늙음 역시 ‘앓음’의 하나이기에 시인은 자신의 생체험을 보편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시인 자신이 고통을 넘어 삶의 환희를 찾았듯이 황동규는 살기가 묻어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을 통해 삶을 완전히 놓지 않은 이의 의지와 희망을 발견한다. 앓고 있는 인간이 아픔을 견디며 이제 곧 올 막차를 기다리는 장면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시인의 애착을 보여준다.

마음을 다스리다 다스리다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지면
기쁨도 냄비의 김처럼 사그라지면
저림이 남을 것이다.
- 「쪽지 4」 전문

문학평론가 김종훈은 시집의 해설에서 “절정이자 마감을 뜻하는 겨울밤 0시에 그녀가 있다면, 여운이자 시작을 뜻하는 겨울밤 0시 5분에 그가 있다”며 5분 뒤의 자리에 ‘겨울밤 0시 5분’이 놓여 있다 말한다. 쪽지를 통해 시인 스스로가 서술하듯 절정의 순간, 아픔이든 기쁨이든 어떠한 정점을 통과하고 벗어났을 때 남는 그 저림의 자리가 곧 시집 『겨울밤 0시 5분』의 자리다. 즉 아픔의 통증을 통과한 시인 황동규가 절정의 자리, 아픔의 절정 혹은 생의 가장 환한 순간을 벗어난 곳,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또 절정에 놓인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절정의 시간을 5분 지난 곳, 그곳에 서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아직 생의 0시를 보내는 수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생의 감각과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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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2009년 봄 상재, 2014년 봄에 절판시킨 시집을 최소한의 소질과 함께, 그리고 매 꼭지마다 조그만 쪽지 하나씩을 붙여, 다시 내놓는다.

나의 그 어느 책보다도 인고(忍苦)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삶을 사랑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줄이자.

2015년 봄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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