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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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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

[ 양장 ]
비토리오 회슬레 저 / 이신철 | 에코리브르 | 2005년 06월 10일 | 원제 : Begrundungsfragen des objekiven Idealismus (1987) 리뷰 총점7.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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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5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19쪽 | 298g | 153*225*20mm
ISBN13 9788990048479
ISBN10 8990048478

관련분류

카테고리 분류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비토리오 회슬레(Vittorio Hosle)
196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나,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인 ‘진리와 역사’로 가다머에게서 ‘2500년 서양철학사에 보기 드문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후 20세기 철학계의 거장 한스 요나스의 석좌교수직을 이어받아 에센 대학교의 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저술과 강연 활동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 미국 노터데임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
저자 : 이신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형이상학과 인식론, 독일관념론, 특히 헤겔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사단법인 국제문제조사연구소의 연구위원, 숭실대학교 기독교대학원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인간중심철학과 객관적 관념론, 그리고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의 접점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천착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리를 찾아서』(공저), 『주체사상과 인간중심철학』(공저), 『한국철학의 탐구』(공저)가 있으며,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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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는 현대 독일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Vittorio Hosle)가 헤겔 철학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객관적 관념론을 다시금 정초하려 시도한 책이다. ‘2500년 서양철학사에서 드물게 나오는 천재’라 평가받는 회슬레는 27세 때 발표한 이 짧은 논문을 통해, 변증법적 모순을 통한 간접증명이라는 기상천외의 간명한 방식으로 객관적 관념론의 근거짓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 합리성에 대한 반성적 사유로부터 선험적 진리에 대한 확신을 이끌어내고, 그로부터 다시 실천철학의 가능성을 찾으려 한 회슬레의 야심찬 철학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회슬레 교수는 6월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처가인 마산에서 주로 머물지만, 7월 5일 서울대 미학과, 6일 해석학회, 7일(또는 8일) 헤겔학회, 9일 사회철학연구회 등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왜 객관적 관념론인가
오늘날 철학계의 지배적인 풍토, 더 나아가 여론의 주도적인 원리가 ‘상대주의’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발표된 1987년경 서구의 사상적 지형은 한마디로 포스트모던적 담론의 백가쟁명의 시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성에 의한 최종 근거짓기의 불가능성과 모든 인식의 가언적 성격, 그리고 모든 진리의 퍼스펙티브적 성격과 모든 가치 결정의 주관성에 대한 상대주의적 확신”이 만연한 시대에, 뜬금없이 객관적 관념론의 근거짓기 문제를 들고 나선 철학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비토리오 회슬레이다.
객관적 관념론의 근거짓기를 주장하는 철학자는 오늘날 영구기관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나 헤겔의 절대정신 같은 고색창연한(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극복되었다고 간주되는) 철학의 진리성을 다시 근거짓겠다고 나선 그는 또 하나의 돈키호테형 철학자일까? 그러나 “150년 전부터 어느 누구도 옹호하지 않는 철학의 형식을 견지하고자 하는 자는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지 못한 영원한 어제의 사람으로 보일 것”임을 그 자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가 선험적인 종합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며, 더욱이 그러한 선험적 진리가 실재한다고 믿는다(그리고 그는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실천철학 역시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모든 규범적인 언명은 선험적인 종합판단이므로). 결국, 그의 현실인식은 여기서 시작한다. 이 시대는 근본적인 위기와 방향 상실의 시기이며, 어떤 새로운 실체적인 원리를 준비하는 지적인 피상화와 박약화의 시기라는 것(그는 “19세기 후반 및 20세기의 철학과 데카르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고전적인 근대철학의 관계는 헬레니즘 철학과 고대 그리스 철학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상대주의적이고 회의주의적인 시대정신은 윤리적 데카당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객관적 관념론을 통해 21세기의 윤리학을 새로이 정초하는 것이 현대철학의 주요한 임무라는 것이다.

객관적 관념론에 대한 비판과 메타비판
그러나 현대철학의 상대주의적 경향이 객관적 관념론의 마지막 체계인 저 위대한 헤겔 철학에 대한 반동으로서 정당한 비판을 담고 있다면, 먼저 그 비판의 의미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회슬레는 본격적으로 객관적 관념론을 증명하기에 앞서, 오늘날 상대주의 진영에서 주장되는 여러 반론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논박해간다.

1. 객관적 관념론은 대부분의 서구 지식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물음을 제기하는 것은 불손하다.
(반론) 다수의 견해라는 것이 절대적 진리 기준은 아니며, 그 자체 논증으로 간주될 수도 없다. 또한 객관적 관념론에 대한 증명 시도는 전통적 철학에 대한 성급한 예단과 결론을 피하려는 신중함과 겸손함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편, 이성에 한계를 부여하는 데 놓여 있다는 겸손함이란 문제해결의 실패를 자신의 결함이 아니라 이성 자체의 결함으로 돌리는 오만함의 징표로 볼 수 있다.

2. 과거 서구 문화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였던 기독교와 강한 친화성을 보이는 객관적 관념론을 다시 주장하는 것은, 기독교와의 대결 속에 이룩한 성과들(현대과학, 세속화한 예술, 민주주의 국가 등)을 후퇴시킬지 모른다.
(반론)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기독교의 확신이 없었다면 현대 세계의 근본적인 제도들(노예제 철폐, 남녀평등 등)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근대철학이 이성적 신학으로서 호교론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종교 비판적인 측면도 있었다. 근대의 객관적 관념론은 기독교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그 말의 다양한 의미에서) 기독교의 ‘지양’이었다.

3. 19세기 이후 서구는 자신의 정신의 역사성을 깨달았다. 즉 자기 이외에 다양한 다른 문화를 접함으로써 자신의 합리성, 세계를 바라보는 자기 방식의 한계를 자각했다.
(반론) 서구인들은 자신의 역사주의적 관점을 절대시한 나머지 그것 역시도 특정한 역사적 산물임을 잊고 있다. 문화상대주의는 그 다른 문화들을 탐구하고 문제를 제기한 서구 정신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문화제국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4. 생물학적 진화론은 인간의 이성이 자연의 발생 과정에서 뒤늦게 성립한 것이고, 돌연변이와 같은 우연적 사건에 영향받은 것임을 보여주었다.
(반론) 진화론의 주장은 발생적인 것을 타당성 이론적인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환원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진화의 과정이 증명하는 것은 진리의 상대성이 아니라 진리를 인식하는 인간 능력의 상대성일 뿐이다.

5. 현대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은 이제까지 선험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이론(뉴턴 역학이나 유클리드 기하학 등)에 한갓 가언적인 타당성만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반론) 수학의 명제가 가언적인 타당성만을 갖는다는 사실로부터 어떠한 정언적인 선험적 종합명제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전통적인 공리-연역적 방법이 아니라 (이 책이 제시하는) 다른 방식으로 증명될 수 있다. 또한 자연과학에 대한 경험적 논박 역시 전적으로 선험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선험적인 것이 자연과학의 가능성의 조건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6. 20세기의 전체주의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절대적 규범을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유는 다른 견해를 억누르고 자신의 견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경향, 곧 전체주의적 경향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의심하게 되었다.
(반론) 개인의 기본권은 역사의 신격화(역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은 정당하다는 마르크스주의), 형식주의적 계약주의나 합의주의(다수결에 의한 합법성만을 유일한 정당성의 원천으로 간주한 바이마르 제국헌법), 허무주의적 권력실증주의(모든 것은 오류이며 따라서 모든 것은 허락된다는 니체의 사상에 기반을 둔 나치즘), 어느 것에 의해서도 근거지어질 수 없다. 그것의 타당성은 오로지 자연법적이고 이성법적인 규범을 인정하는 철학을 토대로 할 때만 보장될 수 있다.

7. 통제 불가능하고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되는 기술적 진보는 인간의 생활세계를 빠르게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합리성의 승리로부터 기대될 수 있는 것은 모든 생명의 불구화뿐이다.
(반론) 이러한 비판은 합리성을 기술적(도구적, 전략적, 목적합리적)인 것과 가치합리적인 것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똑같이 비판하는 것이다. 목적합리적 이성을 올바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가치합리적 이성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8. 정치적 의사결정 같은 것에서 보듯,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어떤 비합리적인 힘들이며, 따라서 수사학이 논리학을 대체해야 할 것이다.
(반론) 비이성적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가치합리적 이성은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이다. 비이성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나 규범적 구속력의 기준을 알지 못하는 의지로는 비이성의 지배를 막을 수 없다.

9. 이성이 기술적 합리성으로 위축된 지금, 오직 예술만이 근원적인 인간의 의미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그 자체 이성, 합리적으로 세계를 질서지우는 철학에 작별을 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론) 예술에서도 이를테면 미학적 합리성과 같은, 보편적이고 구속력 있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논증이 존재한다. 예술에 대한 합리적 근거짓기를 포기한다면 오직 환원주의적 설명에만 내맡기게 될 것이다.

회슬레는 객관적 관념론에 대한 이러한 비판들이 부분적으로는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으나 객관적 관념론을 결정적으로 논박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고 지적한다.

객관적 관념론이란 무엇인가
회슬레는 딜타이의 철학 유형론을 끌어들여 자신이 근거지으려는 객관적 관념론을 설명한다. (회슬레는 이를 단순한 유형론이 아니라 철학사의 발전 논리로까지 묘사한다.) 곧 인식론적이고 근거짓기 이론적인 차원에서 철학을 크게 실재론, 주관적 관념론, 객관적 관념론으로 구분한다.
실재론은 의식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세계를 인정한다. 따라서 진리는 의식과 그 의식 앞에 주어진 현실의 일치이다(진리대응설). 의식과 현실을 매개해주는 것은 바로 경험인 바, 실재론은 일반적으로 경험론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험명제들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그 타당성을 확신하는 명제들이 존재한다(형식논리학의 분석명제들이나 인과율 같은 선험적 종합명제들). 경험에 의해서는 이러한 선험적 종합명제들을 증명할 수 없기에 수미일관한 경험론은 회의주의와 상대주의로 나아간다.
이러한 경험론적 실재론의 결함을 메우려고 시도된 것이 주관적 관념론이다. 이러한 견해는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진 소여들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의식의 자발적인 구성적 기능을 중시한다. 그러나 주관적 관념론(포퍼의 반증주의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칸트의 선험론철학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은 인식의 가능성의 조건으로서 범주와 같은 사유법칙을 반성하지만, 본래적인 현실이 이러한 사유법칙에 맞게 구조화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은 (칸트의 물자체처럼) 인식불가능하다고 간주한다.
이에 반해 객관적 관념론은 오로지 사유에 의해서만 파악 가능한 선험적 진리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단순히 주관적인 사유법칙이 아니라 현실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사유법칙과 현실 사이의 이 필연적인 일치는 그 공통의 원천으로서 절대적인 이성을 가정한다. 객관적 관념론은 주관과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현실을 담지하면서 이성의 자율성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실재론과 주관적 관념론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대체 선험적 인식이, 그것도 존재론적 위엄을 지니는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무엇이 보장해주는가? 객관적 관념론은 인간의 척도에 따라 사유하지 않는 자,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과대평가하는 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지나친 사변의 산물이 아닌가? 회슬레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객관적 관념론을 증명하고자 한다.

어떻게 근거지을 것인가
회슬레는 자신이 근거지으려는 객관적 관념론을 다음과 같이 명제화함으로써 그것을 증명하려 시도한다.

I.3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
Ⅱ.3 만약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법칙들은 동시에 현실의 법칙들이다.
Ⅲ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하며, 그것의 법칙들은 동시에 현실의 법칙들이다.

I.3과 Ⅱ.3이라는 전제로부터 전건긍정식에 의해 결론 Ⅲ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형적인 3단논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리는 모든 최종 근거짓기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뮌히하우젠-트릴레마(Munchhausentrilemma)’를 피할 수 없다.
뮌히하우젠-트릴레마란 칼 오토 아펠(K. O. Apel)과의 논쟁에서 한스 알베르트(Hans Albert)가 제시한 개념으로, 학문적 논의 과정에서 최종적인 확실성의 토대를 찾으려는 모든 시도는 필연적으로 무한퇴행, 순환논리, 독단적인 절차 단절이라는 세 가지 뿔 가운데 하나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최종 근거짓기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 명칭은 니체의 《선악의 피안》에 나오는 허풍선이 남작의 일화에서 따왔다).
이러한 뮌히하우젠-트릴레마로부터 객관적 관념론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심지어 그것이 필연적으로 거짓이라는 점이 따라 나온다. 즉 뮌히하우젠-트릴레마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논리경험주의의 근본 명제를 얻을 수 있다.

I.1. 어떠한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I.1은 자기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 선험적 종합명제이면서도 그러한 명제들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 자신 어떠한 전제도 없이(즉 정언적으로) 정식화한 인식이면서도 모든 선험적 인식이 가언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정식화 자체로부터는 모든 인식이, 따라서 자기 자신도 가언적이라는 것이 따라 나온다. 그러므로 그것은 다음과 같이 가언적으로만 타당할 수 있다.

I.2. 일정한 전제들하에서는 어떠한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전제들하에서는 그러한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I.2 역시 모순적이다. 만약 비가언적인, 즉 무전제적인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인식의 실존은 전제들에 의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제들에 의존하는 경우에 문제되는 것은 무전제적인 인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무전제적이면서 동시에 전제들에 의존하는 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따라서 무전제적인 인식이 존재하거나, 정언적으로 그러한 인식이 존재하지 않거나 둘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후자는 I.1에서 일관되지 못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남는 것은 명제 I.3이다.

I.3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

I.3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가 제시될 수 있다. 즉 그러한 인식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것은 우리의 사유법칙에 불과할 뿐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물자체는 알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칸트적인 주관적 관념론의 근본 명제에 도달하게 된다.

Ⅱ.1. 만약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법칙들은 현실과 아무런 관련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Ⅱ.1.도 일관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실의 법칙을 인식할 수 없다면, 우리는 또한 그것들이 우리의 사유법칙과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기껏해야 추측할 수 있을 뿐이고, Ⅱ.3을 거짓은 아니지만 어쨌든 증명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길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명제에 도달하게 된다.

Ⅱ.2. 만약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법칙들은 가능한 한에서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자기 모순적인데, “현실의 법칙이 가능한 한에서 사유의 법칙과 구별된다는 표상 자체가 사유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Ⅱ.2는―더 나아가서 Ⅱ.1은―I.1 또는 기껏해야 I.2로 환원된다. 그러므로 비가언적인, 즉 절대적으로 타당한 선험적 인식이 존재하거나(그 경우 그 인식은 동시에 존재론적 기능을 갖는다), 또는 그와 같은 어떠한 인식도 존재하지 않거나이다.” 후자는 앞에서 일관되지 못한 것으로 증명되었으므로 남는 것은 다음의 명제이다.

Ⅱ.3 만약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법칙들은 동시에 현실의 법칙들이다.

그리고 I.3과 Ⅱ.3으로부터 다음의 명제가 출현한다.

Ⅲ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이 존재하며, 그것의 법칙들은 동시에 현실의 법칙들이다. 이상 증명필.

근거짓기의 의미
회슬레의 이러한 증명 방법은 명확히 간접적이라는 특징을 안고 있다. 이러한 간접증명은 불가피한데, 직접적인 증명 방법을 선택하는 한 뮌히하우젠-트릴레마의 세 뿔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뮌히하우젠-트릴레마 자체가 모든 인식은 가언적이라는, 즉 모든 인식은 공리-연역적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간접증명은 수학의 귀류법에서 보듯, 증명하려는 것의 부정을 전제함으로써 그 모순됨을 스스로 드러내는 논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모순의 두 가지 상이한 형식, 즉 분석적(의미론적) 모순과 변증법적(화용론적) 모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회슬레의 증명에서 주요한 모순은 명제의 주술관계에 놓인 형식논리학적 모순이 아니라 명제의 형식과 내용 사이의, 그 명제의 진리 주장에 대한 반성적 사유에서 연유하는 변증법적 모순이다. 명제의 자기 관계적 부정, 내적 부정성, 부정의 부정 속에서 모든 최종 근거짓기가 행해져야 한다. “하나의 명제는 정확히 그에 대한 부정이 변증법적으로 모순일 때, 아펠의 잘 알려져 있는 최종 근거짓기 정식을 인용하자면, 그 명제가 화용론적 자기 모순 없이는 논박될 수 없을 때 비가언적인 선험적 인식으로 간주될 수 있다.”
회슬레가 근거지으려는 객관적 관념론은 단순히 헤겔 철학의 재판이 아니다. 그는 헤겔 철학의 여러 결함들, 예를 들어 ‘주체-객체 도식’에 대한 현대철학의 비판을 전적으로 수긍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객관적 관념론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상호주관성 개념 등을 도입해 수정보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회슬레의 객관적 관념론의 근거짓기는 실천철학의 근거짓기이고 21세기 윤리학을 위한 기초공사라 할 수 있다. 이후 활발하게 전개된 회슬레의 연구작업은 현대사회의 도덕적이고 정치적이며 생태학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여기에서 증명된 선험적인 원리에 입각해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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