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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춤 추듯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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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김남희가 매혹된 라틴아메리카-001

라틴아메리카 춤 추듯 걷다

김남희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20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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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580g | 153*224*20mm
ISBN13 9788954626101
ISBN10 895462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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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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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71년생 여성 여행가. 스스로 ‘까탈이’라 일컫는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라 아홉 살에 서울로 입성했다. 여덟 살 때, 포항에서 대구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갔던 첫 여행의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펼쳐진 인생이 막막해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다. 그 길로 여행 중독자의 대열에 합류, 영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터키대사관에 근무하던 ... 1971년생 여성 여행가. 스스로 ‘까탈이’라 일컫는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라 아홉 살에 서울로 입성했다. 여덟 살 때, 포항에서 대구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갔던 첫 여행의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펼쳐진 인생이 막막해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다. 그 길로 여행 중독자의 대열에 합류, 영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터키대사관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한 달씩 주어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한 나라씩 돌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버밍험대학 관광정책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오마이뉴스에 2000년 ‘몽골 여행’ 연재를 시작으로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중국, 미얀마, 라오스, 티베트, 네팔 여행기 등을 연재했으며 현재 ‘까탈이의 세계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월간중앙에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동남아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네팔에 체류하는 동안은 KBS ‘도전지구탐험대’의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다른 나를 찾고 싶다는 갈망, 더 많이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하고, 더 자주 웃는 자신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멀리 갈 수 없을 때도 책을 읽고, 멀리 떠나가서도 책을 읽는 그녀는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말한다.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 책, 삶을 바꾸는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 오롯이 책을 위해 떠나는 여행…. 저서 『여행할 땐, 책』은 그렇게 여행지와 그녀를 연결해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읽다 보면 떠나고 싶고, 읽다 보면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진다. 돌아보면 그녀의 삶은 여행과 책이 관통하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부적처럼 품고 산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청소년을 위한 ‘여행 학교’는 그렇게 품고 있는 여전한 소망이다. 지은 책으로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일본의 걷고 싶은 길』,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라틴 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길 위에서 읽는 시』 등이 있다. [한겨레21]에 「길 위에서 주은 한마디」를 연재했다.

지금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비롯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네팔 등 30여 개국을 여행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앞으로 4-5년간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돌면서 ‘7년간의 세계일주’ 목표를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국인을 위한 문화 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우리 땅 우리 흙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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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한국에 ‘걷기 여행’ 붐을 일으킨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세금마저 털어 여행에 나선 지도 어느새 10년. 이번에는 매혹의 땅, 라틴아메리카로 떠났다. 배낭 무게 28킬로그램, 총 여행 기간 14개월, 왕복 두 차례, 1백 시간이 넘는 비행, 야간버스에서 보낸 수많은 밤, 한 번의 교통사고와 세 번의 소매치기 미수, 그리고 네 번의 도난 사고, 수십 번의 길 잃기. ‘여행 밥 10년차’인 그녀에게도 라틴아메리카 여행은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온 지금, 라틴아메리카는 여행작가 김남희의 여행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새로운 세계가 되었다.
‘김남희가 매혹된 라틴아메리카’ 첫번째 이야기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에서는 칠레,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아마존,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의 크고 작은 도시를 걸으며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파괴의 모습을 목도한다. 라틴아메리카 하면 흔히들 치안이 불안한 곳, 열정이 넘치는 곳, 음악과 춤이 넘치는 곳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는 그 넓은 대륙만큼이나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마야와 잉카 문명 등 고대 문명이 빛났던 땅이며 파블로 네루다와 이사벨 아옌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빅토르 하라, 메르세데스 소사처럼 시와 소설, 노래를 무기 삼아 영혼의 파괴에 맞섰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또한 극지방부터 사막과 원시림까지 문명을 압도하는 대자연을 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은 3백 년에 걸친 스페인의 지배가 끝난 후에도 독재정권과 외세에 휘둘려야 했던, 과거의 아픔을 삭이며 내일의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이다. 고단한 삶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갖지 못한 것을 욕망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감사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의 중요함을 체화한 이들을 만나며 저자 김남희는 강인한 생명의 기운과 마주한다. 이곳에서 저자는 여행지와 그곳의 사람들을 욕망하는 것을 넘어 여행의 본질과 의의에 대해 되묻는다.

여행을 통해 얻는 경험이란 건 본질적으로 찰나적이고, 일회적이다. 아무리 한곳에 오래 머문다 해도 여행자는 결국 지나가는 이방인일 뿐이다. 순간의 경험만을 쌓아갈 수밖에 없는 여행을 지속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로 밥을 번다는 일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렇다 해도 내가 사는 세상 바깥의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내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나 자신을, 내 삶을, 내 운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나를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이 몸짓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내가 이 세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하고 남루한 얼굴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들까지 보게 된다 해도 이 세계에 대한 내 애정이 식지 않기를 바랄 뿐. 다시 새로운 나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_본문에서(244~245쪽)

모든 여행은 위험한 매력을 품고 있다

여행가로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저자도 이 땅에서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캐리어에 든 호두 0.165킬로그램 때문에 공항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을 시작으로, 소매치기에 도난 사건, 급기야는 버스에 치여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가 위험한 땅인 것은 이런 일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은 사람의 내면을 통째로 흔드는 땅이었다. 그 어떤 두근거림도 없는 상태를 평화롭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사무친 외로움도 없는 밤이 여유롭다고 믿었던 순간이 뒤흔들렸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그간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했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죽어가던 내 안의 촉수 하나가 슬며시 깨어나고 있다. 한때는 그 어떤 두근거림도 없던 날들을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사무친 외로움도, 떠올릴 얼굴 하나 없는 밤들이 여유롭다고 믿었다. 그래서 슬픔도 외로움도 모른 채 한 줄의 일기조차 쓰지 못하는 날들을 보냈다.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외로움에 사로잡힌 볼모가 되었다. 날마다 흔들리고, 질문하고, 만나고, 헤어지며 생생히 깨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불안할지라도 충만한 날들. 이곳에서는 죽은 것처럼 보내는 날이 없다. 결국 내게 행복한 삶이란 이런 것일까. 아직은 여행만이 내 심장을 고동치게 만들고,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가득 차오르게 한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도 여전히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있다는 것, 삶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임을 매일 느낄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_본문에서(135쪽)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통해 삶이 아무리 비루하다 해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해도,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 우리 삶의 최대 목표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임을 깨닫는다. 죽음의 공포와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뿐 아니라 여행의 동행자와의 추억 덕분에 라틴아메리카는 더욱 특별하게 기억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길 꺼렸던 ‘아저씨’ 김영희 PD와는 함께 아마존을 여행하게 됐고, 페루 쿠스코의 한인 민박집에서 만난 넉살 좋은 ‘경호원’과는 보름간 웃고 떠들며 사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절감한다. “중남미로 놀러와요”라는 인삿말에 정말로 짐을 싸서 저자가 있는 곳에 찾아온 여행 강좌 수강생이었던 지연이와 함께 마추픽추와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면서는 인간이 결국 타인을 통해 위로받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어 어느샌가 마음을 단단히 여민 채 걷던 김남희에게 이들은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어떤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곳에 새겨진 추억이다. 나의 아마존 여행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함께한 이들 덕분이었다. 활기 넘치고, 호기심 가득한 벗들이 있어 매 순간이 즐거웠다. 우연히 만나 이곳까지 동행한 아저씨 또한 최고의 여행 친구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길 위에서 마음을 단단히 여민 채 걷고 있었다. 헤어지고 혼자 남겨지는 일이 두려웠기에. 지난 다섯 달간, 며칠을 함께 보낸 이와 헤어질 때면 나는 조금 쓸쓸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눈물은 내게서 사라졌고, 아무렇지 않은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 대륙이 품고 있는 경이로운 자연에 위로받았지만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 날들은 아니었다. 가뭄에 바싹 말라가는 논바닥처럼 건조한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메마름이 질척함보다는 낫다고 여겼는데...... 아저씨는 다시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다시 나를 울게 만들었다. 헤어진 후에 좀 울게 된다 해도, 잠깐 만나고 오래 그리워해야 한다 해도, 괜찮다. 어차피 여행은 정들어 익숙한 것들과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거니까. 삶은 결국 이별하는 과정이다. _본문에서(199쪽)

이 별의 아름다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

라틴아메리카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다녀온 그 어떤 지역에서보다도 자연 속으로 들어가 인간이 아직 부수지 못한 마지막 희망의 땅과 마주한다. 눈썰매를 타고 하산하는 칠레의 비야리카 화산 등반부터 거대한 모아이라는 신비를 품은 이스터 섬, 가장 용감한 모험가들조차 그 웅장함에 겸손해지는 땅인 파타고니아 지역을 거쳐 빽빽한 열대우림이 살아 숨쉬는 아마존, 하늘과 땅의 경계가 지워진 우유니 소금 사막, 희귀한 동물들로 인해 지구가 더 특별한 행성임을 절감한 갈라파고스 등을 걸으며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야생성’에 매료된다.
사나운 날씨와 맞서고, 며칠치 식량이 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느라 야영장에 도착하면 곯아떨어질 정도로 몸은 고단했지만, 거칠고 순결한 대지 위에서 정신은 명징하게 깨어났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풍경, 가슴이 터질 듯 먹먹해지는 대지 속에서 저자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손을 타는 현실에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람들은 대자연 체험을 갈망하면서도 고생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는 탐욕을 품고 현대식 장비로 무장한 뒤 자연과 마주한다.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아마존의 야생동물을 사로잡았다가 놓아주고, 길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가보겠다는 집념으로 바위에 수백 개의 볼트를 박는다. 탐욕스럽게 광물을 캐내어 산을 헐벗게 하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이기에 짓밟혀 울고 있는 자연의 절규를 듣는다.

사라져가는 핀타 섬의 거북이 외로운 조지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언제나 삶만을 이야기하는 인간에게 모든 존재에게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수명이 있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 지구에도 끝이 있다. 먼 훗날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텅 빈 공간 속으로 먼지가 되어 산산이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 이 별에는 더이상 생명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남지 않은 차고 삭막한 별로 변할 것이다. 언젠가 사라지고 말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유한성. 이 존재의 유한성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들판에서 마주친 노루 한 마리에도, 산책길에 마주치는 다람쥐에도, 바닷가 모래사장의 작은 게 한 마리에도 인간은 반응한다. 우리 아닌 다른 생명의 존재에 감동한다. _본문에서(361쪽)

자연환경만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고대문명 유적은 사라지거나 무너지고, 원주민 또한 본래의 삶의 방식을 잃은 채 자신들의 일상을 눈요깃감의 대상으로 내놓고 살아간다. 편리와 자본의 힘에 굴복해 수많은 가치가 변색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김남희는 생명은 본디 끝없이 변화하지만, 인간에게는 미지를 미지로 남겨두려는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때로는 자신의 욕망과 대면하고, 때로는 타인의 욕망을 엿봄으로써 여행이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아닌,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고 남의 일상을 짓밟는 일은 아닌지 등 상업화돼버린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묻는다.

이 아름다움이 언제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내 발자국은 또다른 발자국을 부를 것이다. 내 뒤에 오는 이의 발걸음은 나보다 조금 더 편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우리를 뒤흔드는 것은 이곳에 앞서 다녀간 이들의 발자국이 최소로 남아 있기 때문인데, 이곳에 관한 글은 더 많은 이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말 것이다. 다만 나는 내 뒤에 올 이의 발걸음이 나보다는 더욱 조심스럽기를 간절히 바랄 뿐. 파타고니아는 결국 욕망을 내려놓는 곳이 아니라 욕망을 확인하는 곳이었다. 내 비루한 욕망을 인정함으로써 나와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곳이었다. 세상에 여행처럼 슬픈 행위가 또 있을까.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것. 여행은 기본적으로 이별의 행위다. 기껏 이별하고 떠나와 새로운 것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아름다운 것을 스스로 해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욕망이 만들어낸 서글픈 이별과 파괴. 죽는 날까지 나는 이런 욕망과 의지의 충돌 사이를 오갈 것이다. _본문에서(7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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