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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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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안현미 | 창비 | 2014년 05월 20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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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51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3742
ISBN10 893642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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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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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72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과기대를 졸업했다.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가 있다. 2010년 제28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Born in Taebaek, An Hyeon-Mi made her literary debut in 2001, when ... 1972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과기대를 졸업했다. 2001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곰곰』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가 있다. 2010년 제28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Born in Taebaek, An Hyeon-Mi made her literary debut in 2001, when her poems were published in Munhakdongne. Her books of poems include Gomgom, Reconstructing Separation, and Love Will Be Repaired Someday. She is the recipient of the 2010 SinDong-yup Prize for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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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 모두의 사랑이 울고 머물고 확장되는 곳

난 한번도 세계를 제대로 읽어본 적 없다/그건 늘 당신으로부터 사랑이 왔기 때문/그밖의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할 수 있다//지금은 사랑이 확장되는 시간(「사랑」 부분)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 끝날 줄 알면서도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이별수리센터」 부분)

서정적 감수성과 기발하고 활달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며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안현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가 출간되었다. “새로운 감수성과 삶의 힘을 감싸안는 웅숭깊은 서정”과 “진솔함의 미덕과 상상력의 힘을 합체하는 타고난 언어감각”(박형준)으로 2010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별의 재구성』(창비 2009)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둠속의 불우한 현실을 감싸안으며 시와 삶을 아우르는 진지한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감각적인 언어유희가 도드라지는 가운데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거름으로 하여 삶의 밀도 있는 체험이 눅진하게 녹아든 시편들이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는 여행자 배롱나무의 동쪽을 다녀온 자 無에서 꺼내온 시간을 들고 방금 막 도착한 자 현 없이도 울음을 데리고 아름다움에 참여하고 있는 자 그는 여름 바람 앞의 미루나무, 사랑 옆에 서 있는 여자, 야생 두릅을 삶아서 먹는 저녁 밥상, 미지의 곳을 헤매다 돌아오는 여행가방, 분노로 빛나는 물항아리, 질문하는 구름 그는 무릅쓰는 자 불행과 고독 무의미와 어둠 중력과 천민자본주의 불가항력과 부조리를 끝끝내 무릅쓰는 자 삶은 고독 삶은 부조리 삶은 학살의 일부(「시마할」 부분)

진솔한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안현미의 시는 “미래의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이별수리센터」) 연서(戀書)이다. 그 자신이 가난하고 외롭고 꿈조차 사치였던 ‘고장난’ 시절에 시로 위로받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험준한 세상에 시인은 “사랑의 부재 또한 사랑”(「그도 그렇겠다」)이고 “인생이란 원래 뭘 좀 몰라야 살맛 나는 법”(「카이로」)임을 깨달으며, 삶의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삐아졸라를 들으며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리는 애틋한 마음으로 “사소했지만 힘겨웠던”(「전갈」) 상처투성이의 시절을 달래고 위무한다.

결혼 후 한 계절이 지났습니다 입덧이 시작되었고 제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있습니다 너무 서둘러 시집왔나 생각해봅니다 입안이 얼얼하고 간혹 어린 엄마였던 언니가 너무 사무칩니다//삶의 비애를 적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닐 테지만 나를 보아 너무 서둘지 않아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어리고 영민한 여자가 현모양처가 되기란 동서남북 이 천지간에서 얼마나 얼얼해야 하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믿고 싶었던 행복을 얼음처럼 입에 물고 너도 곧 엄마가 되겠구나 무구하게 당도할 누군가의 기원이 되겠구나 여러 계절이 흘렀으나 나는 오늘도 여러개의 얼음을 사용했고 아무도 몰래 여러개의 울음을 얼렸지만 그 안에 국화 꽃잎을 넣었더니 하루 종일 이마 위에 국화향이 가득하였다 그 향을 써 보낸다 그저 얼얼하다 삶이(「내간체」 전문)

시와 삶을 아우르는 진솔함, 눈물마저 감싸안는 발랄한 상상력

“생의 비린내”(「이 별의 재구성」)와 “비극적인 냄새”(「홈스쿨링 소녀」)가 자욱하고 “일인용이고 일회용인 한개도 재미없는 삶”(「그도 그렇겠다」) 속에서 시인이 “주로 하는 짓은 비정규직, 계약직, 시간제”(「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이다. 가도 가도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춘천, 씨놉시스」)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인은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을 직시하며 “분단과 분쟁의 이 미친 비바람”(「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이 몰아치는 현실과 “전쟁, 지진, 쓰나미, 기아, 자살폭탄테러”가 난무하고 “새로운,이라는 강박에만 사로잡힌 이 세계”(「다시 카이로」)를 묵묵히 버티어낸다. 희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회오리가 발발하고 태풍이 강타하고 쓰나미가 쓸어가고 원전이 폭발하고/지구 곳곳이 아픈 밤//명명백백하게 ‘비정규 세대’라고 명명당한 우리 세대/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세울 틈도 없이/주저없이 초 단위로 할인되고/우리는 우리 세대에 장기출석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인데/누가 누구의 시간을 할인하고 쎄일하는가/누가 누구의 삶을 분리하고 분배하는가//피도 눈물도 없이/총도 핵도 없이(「정치적인 시」 부분)

이전 시집에서 여실히 보여준 바와 같이 안현미 시인은 말을 부리는 솜씨가 남다르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언어를 다루는 능숙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공기해장국을 먹고 공기처럼 사라진 그녀”(「공기해장국」), “불혹, 블랙홀”(「불혹, 블랙홀」), “실천적으로, 실전적으로 정치하게”(「정치적인 시」), “지겹지도 흥겹지도 않은 나라”(「꿈의 환전소」), “택배처럼 배달됨/태백처럼 외로움”(「엄마 2호」), “설운,/드디어 서른”(「이와 같이」), “오해는 이해의 다른 비늘”(「눈물의 입구」), “태백이 아니라/흑백인 나라”(「흑국보고기」) 같은 발랄한 말놀이와 「상수리나무」 「에셔에게서 훔쳐온 ∞」 등에서 보듯 정밀하게 계산된 반복어법의 묘미가 시를 읽는 재미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 봄으로 한 여자가 입장한다//망할 놈의 봄비/망할 놈의 제비//그 봄에 한 여자가 아프다//봄이 두개라면?/봄이 두부라면?/그 봄에 한 여자가 웃는다//자신이 끌고 다닌 바퀴 달린 가방처럼/테두리가 사라지고 있는 영혼처럼//다시 테두리로 되풀이되는/다시 테두리만 되풀이되는(「봄봄」 전문)

2001년 등단한 이후 주목할 만한 젊은 시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시인도 어느덧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삶을 인용해서 살고 있는 것만 같은/불혹”(「불혹, 블랙홀」)의 나이를 넘겼다. “거울도 지도도 없었고 그저 눈물뿐이었”(「어떤 삶의 가능성」)던 시절, “살 수도 살지 않을 수도 없는(죽을 수조차 없는) 그런 날”(「화란」)들의 “신산한 삶이 남긴 상처를 녹여내”(「화면조정시간」)고 “지나가는 시간을 잠시 바라보”(「불혹, 블랙홀」)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유희하”고 “연희하”고 “환희하는 자”(「연희-하다」)로서 시인은 간절한 마음으로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세상”(「다뉴세문경」)과 “다른 차원의 시간이 열리”는 “새로운 인생”(「어떤 삶의 가능성」)이 움트는 시의 텃밭을 일구어나간다.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단을 다듬는 동안 그동안만큼이라도 내 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단을 다듬을 동안//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구리」 전문)

삶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세계가 확장되”고 “사랑이 확장되는 시간”(「사랑」), 시인은 오늘도 “바닥을 견디”고 “자신을 견디”(「투명 고양이」)며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정치적인 시」). “안현미처럼 사는 인생, 만세다.”(한창훈, 발문)

추천평

‘이 명랑, 이 발랄!’로 요구되는 사랑의 확장이라니!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에 대한 궁극의 갈망이라니! ‘그해 봄밤 미친 여자가 뛰어와 내 그림자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했던 것처럼’ ‘바닥을 견디는’ ‘자신을 견디는’ 사랑의 구현으로 시인은 자신의 전생과 현생과 다음 생을 전생화(全生化)시키고 싶었던 것인가? 그리하여 시인은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값을 치러야 했’던 ‘사람’은 곧 ‘삶’이라는 것.

순간, 한 시인의 생이 시를 통해 이토록 ‘끔찍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에 ‘설명하고 싶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차원으로’ 나에게도 ‘공연히 무작정의 눈물이 왔다’.

아, ‘저 파랑, 저 망망!’

단언컨대,
이 시집은 ‘죽기 전에 한번 봐야겠’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 울 만한 곳’이다.
최치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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