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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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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 나무옆의자 | 2014년 05월 23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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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23g | 145*210*30mm
ISBN13 9791195260201
ISBN10 1195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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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폐쇄된 조직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이 소설의 화자인 이필립은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병으로, 스스로를 부적응자로 인식한다. 수색대에 차출될 정도로 체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이등병 시절 훈련을 받다 무릎을 다쳐 군병원에 입원했다가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자대로 복귀한다. 4급은 입대 전에 받았다면 공익 판정을 받을 등급이지만 입대 후에는 현역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것. 그는 보직도 변경하지 못한 채 성치 않은 몸으로 군 생활을 계속하다 한 번 더 후송을 가야 했고, 그러느라 진급이 누락돼 동기들은 병장이 되었는데 여전히 상병에 머물러 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에게 군대는 늘 떠나야 할 곳이었다. 그는 부적응자인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적응하지 않아서, 자기 안에 숨어 있을지 모를 괴물을 마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적응자의 시선으로 본 군대는 계급이 올라갈수록 자신도 모르던 본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조직이다. 사회와 격리되어 계급과 상명하복이라는 특수한 원리로 작동하는 군대에서 사람들은 사회에서라면,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 고참들은 후임이 코를 골면 방독면을 씌우고 이를 갈면 수건을 물린다. 우리는 절대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하던 사람조차도 사람들 앞에서 후임의 뺨을 때리는 고참으로 변한다. 그런 그들을 이필립은 쉽게 욕하지 못한다. 무릎이 멀쩡했더라도, 그래서 그런 군대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더라도 자신은 그들과 다른 길을 갔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조직의 문화에 기대 감춰져 있던 폭력성과 악한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그들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었기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일 뿐 상황이 달랐다면 자신도 그들처럼 되었을지 모른다며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본성을 두려워한다.

타인의 죽음 앞에 선 인간

타인의 죽음을 향해 경박한 농담을 던지는 것만큼 무례한 일이 또 있을까. 군대에서는 병사의 자살조차도 가벼운 농담거리로 다루어진다. 자살 방지 교육을 위해 병사들이 강당에 모였다. 강사는 자살한 병사들의 사진을 띄워놓고 처음에는 심각하게 겁을 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는 그들의 죽음을 단숨에 농담거리로 만들어버린다. 처음에는 숙연하던 병사들은 강사의 우스갯소리 한마디에 왁자한 웃음을 터뜨리고, 전우들의 시체 사진을 보며 레크리에이션이라도 하듯 즐거워한다.
그런 동료 병사들 사이에서 이필립은 욕지기를 느끼고 뛰쳐나간다. 교육을 받기 전 그도 자살을 결심한 터였기 때문이다. 부대 행사로 등산을 간 날이었다. 험한 산은 아니었지만 비틀거리며 정상에 도착한 그의 무릎이 경련을 일으켰다. 아무도 그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았고, 탁 트인 경치를 보며 야호를 외치는 병사들 사이에서 그는 고통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타인의 죽음을 전하는 뉴스는 온갖 매체를 통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으로 전해진다. 그러한 소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면 죽은 병사의 사진을 띄워놓고 농담을 던지거나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슬픔이나 안타까움의 감정 없이 타인의 죽음을 무료한 시간을 채우는 이야깃거리로 소비해버리는 정도에까지는 이른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이필립은 서늘한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습관적으로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살고 싶다는 혼잣말 혹은 기도

이 소설에서 독자들은 “살고 싶다”라는 조용한 외침을 두 번 듣는다. 한 번은 소설의 화자인 이필립이 혼잣말을 할 때이고, 다른 한 번은 자살한 그의 친구 정선한의 일기장에서이다. 두 사람은 군대에 와서 부상을 입고 광통에서 만난 사이로, 체육관 청소를 함께 하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친해졌다. 부대는 달랐지만 둘은 군대에서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계급도 같고 두 번이나 비슷한 시기에 광통에 입원했다는 건 자대에서 비슷한 모욕과 고통을 겪으며 지냈다는 의미이며, 책을 좋아하고 조용한 성정도 비슷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이필립은 매사에 냉정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정선한은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 알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스스로 삶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한 사람은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중간에 생각을 바꾸었고 한 사람은 “살고 싶다”라는 짧은 문장을 적어놓고 스스로 목을 맸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괴롭고 고달플 때 습관처럼 죽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정말로 죽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삶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른 좌절을 말에 담아 내뱉은 것이리라. 어떻게 보면 “죽고 싶다”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이 하는, 죽음과는 먼 말이다. 반면 “살고 싶다”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 내뱉는 간절한 기도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성찰의 공간으로

군대에 오기 전 이필립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삶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군대에 와서 그는 건강과 명예를 잃었다. 무릎을 다치면서 건강을 잃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해 무시당했으며 꾀병이나 부리는 쓰레기 취급을 견뎌야 했다. 군대는 그를 부당하게 대우하며 끊임없는 분노를 안겨주었고, 그는 군대에 있는 동안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다고 느꼈다.
때문에 이필립은 친구의 자살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치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그는 부적응자에 무능력자에서 벗어나 예전의 자신을 되찾는 듯했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자살 사건을 지켜보면서도 그들의 생명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를 광통으로 불러들인 박대위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박대위의 말을 듣고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내면의 괴물을 발견한 그는 자신이 한 번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다.
그렇게 군대는 이필립에게 치욕을 견디고 원망과 분노를 키워가던 공간에서 자기 안의 괴물을 맨눈으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할 때는 보이지 않던 본모습을 점점 자신을 찾아간다고 느끼는 와중에 바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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