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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3월 21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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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6g | 128*205*20mm
ISBN13 9788932026138
ISBN10 893202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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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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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무족영원』, 산문집 『비성년열전』, 『일인용 책』 등이 있다.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무족영원』, 산문집 『비성년열전』, 『일인용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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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런 시간
― 빛이 건드려본 적 없는 물체들과 나에게 닿지 않는 난해한 경험들

서시 「체인질링」에서 시작해 마지막 「未然에」로 일단락되는 시집 『syzygy』는 전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세하고 견고한 구조주의자답게 시인은 각각의 장에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아놓고 있다. 여기에 동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당신은 자연스럽게 다음 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후―’ 깊게 숨을 내쉬고 눈을 떠보면 당신은 어느새 스물 몇 개나 되는 꿈속을 유영하는 기차 안 객실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차장이 검표가위로 손바닥에 뚫어준 구멍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나의 이야기가/그 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낮게/점점 더 낮게 무너져 내려”(「윈터바텀」)앉으면서 영물들과의 눈부신 하룻밤(「체인질링」)을 맞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긴 어디일까. 무대일까, 객석일까. 혹은 세트일까, 자연일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들 것이다. 어쩌면 해와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여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가장 팽팽해질 즈음, “악마의 묘약”을 마시고 나와 너-당신의 역할을, 나와 너-당신의 세계를 살짝 바꿔치기해보면 어떨까, 시인은 한창 골몰한다. 그러는 동안의 나와 당신은 2인 3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뜻 어떻게 읽어야 좋을지 모를, 낯설고 기묘한 시집 제목 ‘syzygy’처럼, “두 개의 손과 한 개의 손가락을 위한 행진곡” “왼손과 오른손의 자리가 뒤바뀌어 있는 둔주곡”(「역할들」)을 연주하듯, 신해욱은 당신에게 2인 3각의 릴레이를 제안한다. 그의 손을 맞잡는 순간,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 밤이 지속되는 신비 속에 사로잡혀”(「문지기」), 거짓말처럼 투명한 공기의 내부에 속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세 개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

우리는 짝이 맞지 않는다.

가능성이 많으니까 자꾸 멍이 들고 있다.
[…]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처럼 보일까. ―「4인용 식탁」 부분

왼쪽으로 더듬더듬 단체사진 속으로 몰래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잘못이 되어야 할 것 같아.

나는 나의 장르를 바꾸어야 하거든.

오늘은 오른쪽에 나와야 하거든.

내일은 새벽 아홉 시의 방향에서
처음부터 다시 태어나야 하거든. ―「괄목」 부분


不在
― 봐라, 이렇게 맹렬한 현재에는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다

시인은 매일, 평범하고 안온해 보이는 일상을 다르게 감지한다. “무의미의 맛에 중독이 된 후에는 독배를 마셔도 비틀거릴 수” 없고 “끔찍한 시를 쓰고 나서는 맹물로 입을 헹궈도 소용이”(「개그맨」) 없는 그런 익숙한 일상을 살짝 비켜서서 고개를 갸웃한다. 흰 눈을 두 눈 가득 담기도 전에 머릿속을 하얗게 지배하고 마는 “하얀 밥”(「화이트 크리스마스」)을 의식하는 시인은 묻는다: “저는 아이작 뉴턴에게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아무리 팔이 길어져도/어째서 한번 가라앉은 것은 손에 닿지 않는 걸까요.//죽은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해도 안 될까요//날개가 달린 꿈을/제가 꿀 수는 없는 겁니까”(「중력의 법칙」). 시집 『syzygy』는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 위 보편의 삶과 그 속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지구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른 종/다른 류의 인간을 약간씩 세어보기도 한다”?「여자인간」), “좌표를 잃”(「허와 실」)고, 잔뜩 “너의 육안을 시험”(「마이크로코스모스」)하게 될 때, 마침내 “우리는 처음부터 틀렸던 것일까”(역할들) 하고 회의가 들 때, 원래부터 인간은 홀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그 불가피한 진실과 맞닥뜨렸을 때 밀려드는 “깊은 소외감”(「허와 실」)을 곱씹고 있다.

우리에게는 빠진 것이 있다. 우리의 순서는 하필 빠진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어쩐다?
[…]
사복을 입고 있는데도 우리는 모두 이름이 같다. 이름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벌거벗기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숨고 싶다.
[…]
우리는 줄을 서야 한다. 우리는 결번으로 시작되는 수열을 완성해야 한다. 끝에서 끝까지
―「卒들」 부분

우리는 우리가 몇 명인지 모른다.
처음부터 한 자리가 모자랐으니까
어쩔 수 없다. ―「모르는 동생들」 부분


환생실습
― 내가 그의 뒤에 숨었는데 그의 뒤에 남는 것이 없을 때까지

불완전한 삶도, 깊은 소외감도, 심지어 이 익숙한 공기도 모두 우리가 “표절을 할 겨를도 없이 허락”(「터치」)받은 것들이다. 여기에서 시작된 시인의 고민은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점이 될 때까지”(「단골들」) “생각의 모서리”(「터치」)들을 만지작거린다. 애당초 리셋reset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지구 바깥에서 다시 태어나/순결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릴 수는 없는 거잖아”―「종의 기원」), 시인은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영혼을 토해낸 다음/가루로 만들어 다시 입에 털어”(「개그맨」) 넣거나 “아담의 갈비뼈를 모조리 부러뜨려 종이봉투에 담은 다음,/애틋한 마음으로 기합을 불어”(「로맨스」)넣거나 혹은 “쉴 새 없이. 악의 없이/[…]/어제가 없도록. 옷이 나를 빙자할 수 없도록. 하루하루. 하루하루.//단추를 옮겨”(「복고풍 이야기」)다는 상상-놀이를 멈추지 않는다(“영원한 포물선을 그리는 건/나의 소원./나의 어깨에서 분리된/나의 그래프./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꿈”?「비둘기와 숨은 것들」). 생각보다 견고한 이 세계는 쉽게 허물어질리 없지만(“나의 사념은 산성액에 녹아/기포가 되어 올라오고//모서리는//모서리는//함부로 망가지는 법이 없지”―「주사위 던지기」), 세계의 틈새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 “내가 잃었던 생각의 자유들이/전부 여기에서 흘러넘치고”(「선물」) 있다는 사실 역시 시인은 알고 있다. 신해욱의 시를 읽다 보면 익숙한 이야기(대본)-말-의미를 좇는 일의 무용함을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우리 역시 조금 다르게 확장되는 세계의 풍경을 그리게 된다(“대본을 잃고 나는 그만 아름다움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무언극」).

이토록 시간이 많으니
나의 손가락에서부터 우리가 새로 시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한 개의 동전이 영원히 구르는 듯한 소리가
너와 나의 사이에서
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대기자들」 부분


내 영혼의 형식으로 무르익어가는 시간
― 왼손과 오른손 사이, 어느 쪽으로도 귀속되지 않는 참을 수 없는 선율

시에 독법이 따로 있을까 싶지만,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신해욱의 시는 느리게 오기에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식물의 기운이 솟구쳐 오르기를”(「분갈이」) 기다리듯 그의 시 한 편 한 편에 은근한 시간을 배려해도 좋겠다. 때때로 기울어진 말[自問]들이나 괄호 속 방백들과 함께 ‘있니’ ‘보이니’ ‘들려줄까’ ‘나눠줄까’ ‘돌아갈까’라고 물어오는, 장난스럽고도 예민한 시인의 속내에 가까워질 기회다. 늘 목에 가득 고인 묵음들(「뮤트」)과 함께인 신해욱의 시에서 요란하지 않으면서 경쾌하고도 묘한 활기가 감지된다면 바로 이 순간이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팔짱을 끼고
가면을 빼앗긴 광대의 적나라한 인격을 위해
랄랄라 돌고 돌며 노래를 한다

발바닥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았다네
발바닥엔 얼마큼 싱거운 물을 주어야 할까
싹을 키우면 발바닥은 뿌듯할까
싹을 뽑으면 발바닥은 시원할까 ―「프릭 쇼」 부분


이토록 깊은 포옹
―왜 너의 눈에서 내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걸까

줄곧 “실수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말의 뼈들이 흩어져 있는 무언극 속으로 들어가/내가 하지 않은/어떤 것을 후회”(「무언극」)하는 ‘나’의 옆에는 “스물 몇 개의 꿈”을 함께해온 ‘그’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비밀”(「개의 자리」)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지며 젖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녹취록」) 그는 또 다른 이상형의 ‘나’다(“나로부터/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전염병」). 늘 나의 앞이나 옆에 서 있는 그는 “매번 뒤늦게 도착해 끝을 보며 울어버리는”(「간이식탁」) 내게 끊임없이 어떤 포즈를 요구하며 빙그레 웃는다. 그렇게 나와 그는 “다음과 다음다음과 그다음을 미리 기억해두는 연습”(「무언극」)을 한다.

다음에는 중간에서
두 개의 영혼이 한 몸뚱이에 속해 있는
쌍둥이가 되어야지.

외로운 점괘들을 모아
데칼코마니를 만들어야지.

모래시계를 뒤집어놓고
시간이 거꾸로 가는 모래 속에 절반쯤 파묻혀
태어남과
태어나지 않음을 동시에 체험해보아야지. ―「다음에는 중간에서」 부분

깎아낼 수 있을 만큼 깎아내어 이 세계에 구멍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만 남을 때까지, 신해욱은 간신히 말의 뼈만 남긴 채 무럭무럭 줄어드는 마음의 병을 앓는 중이다. 당신이 잃어버린 생각의 자유들이 여기에 있다. 오. 사. 삼. 이. 일. 제로. 겹겹의 이야기 속에 어떤 닿지 않는 기척과 소리 없는 탄성, 의미심장한 미소가 고여드는 신해욱의 시는 어쩌면 당신의 거울. 가까이 다가가 애틋한 입김을 불어넣는다. 손바닥을 대어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 시인의 말
어느 날엔가 쓰게 될 시의 제목이
‘즉흥시’였으면 좋겠다.


■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syzygy. 이 단어를 본 순간
난감한 에로티시즘에 사로잡혔다.

y가 세 개나 들어 있는 저 기묘하고 투박한 조합.
선뜻 읽히지가 않았다. 읽기보다는
만지고 싶었다.

어떻게 만져야 하나.
뜻을 새겨 탁본이라도 떠야 하나.

사전에 나오는 풀이는 다음과 같다: 삭망(朔望). 연접(連接).
천문학에서는 해와 달과 지구가 일직선에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생물학에서는 무슨 원생동물의 생식법이라 한다.
그 밖에 수학, 심리학, 철학, 심지어 시학에서도 쓰인다는데……
그렇다는데……

닿을 듯 닿을 듯
소리는 혀에 닿지 않고
뜻은 뇌에 닿지 않는다.
해와 달과 지구의 일직선은 나의 시야에 닿지 않고
원생동물의 생태는 나의 삶에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다.

그러니 이 책의 이름을 syzygy라 짓는 수밖에 없다.
부적을 붙이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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