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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3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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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530g | 145*208*30mm |
ISBN13 | 9788934966739 |
ISBN10 | 8934966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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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해 나는, 사랑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 최고의 가치라거나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라거나 인생 전체에서 일궈내야 할 운명 같은 무엇이거나 가장 숭고한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나는 오히려 사랑이 삶의 최고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있어서 아름다운 것, 무채색의 세상을 고명도와 저채도로 물들였다 다시 저명도와 고채도로 물들일 수 있는 것. 삶은 그런 것으로 가치 있어지는 것이지 세상 유일의 무엇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주관적인 감정인 동시에 객관적으로 공감하는 감정이다. 이상하기도 하지. 그 모든 주관적인 감정들, 이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간지럽게 사랑스러운 기분과 사납고 열띤 허무와 좌절이, 다양한 시도와 끝 모를 실패와 끝없는 절망이, 나에게만 있을 것 같은 갖가지 감정의 오로라가 타인에게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그렇지 않고서야 누군가의 사랑에 대한 글, 책, 영화, 음악이나 사진을 보고 그렇게 공감하고 그토록 마음 아파할 수 있을 리가. 이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이 아픔마저 오롯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쓰라리다.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던 시간은. 그 모든 감정의 바벨탑은 공유될 수 있는 것이라니. 맥이 빠진다. 사랑은 흔하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뻔한 거구나. 그래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가장 주관적인 사랑 노래를 하면서 <보편적인 노래>라는 제목을 부쳤던가.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글을 포함한 모든 예술이 무의미해진다. 행복처럼 사랑 역시 그 안에 몸을 맡길 때는 가치를 모르는 법이니까. 그렇게나 가까웠던 이가 이렇게나 멀게 느껴질 때, 같은 곳은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같이 서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 때, 그렇게 흔들흔들 덜컹일 때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랑에 주목한다. 이제껏 내 사랑에 빠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제야. 보인다.
그래서일까. 사랑에 관한 한, 내가 믿는 최고의 말은 기형도 시詩안에 있다.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다시 말해 사랑을 잃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행동들, 이야기와 노래들. 말하자면 사랑은 잃어버린 순간부터 시작되어 모든 것이 소멸할 때 완결되는 감정이었구나. 순수한 순교자처럼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지도 않고, 불타는 악마처럼 누군가의 불행을 기대하지도 않을 때.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벌컥벌컥 마신 것이 바닷물이었음을 알 때, 그래서 더 갈증을 느낄 때, 우리는 그럴 때야말로 책을 읽는다.
스탕달의 『연애론』이나 에리히 프롬의 『사라의 기술』, 아니면 알랭 드 보통을 읽는다. 제인 오스틴을, 브론테 자매와 제인 에어와 안나 카레니나, 엠마 보바리를 읽는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어디서부터 길이 갈리진 것인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타인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한다. 사랑뿐 아니라, 실은 모든 것이 그렇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몰랐고 사랑할 때는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상은의 노래처럼 아늑한 상자 안에 있을 땐 자신이 상자 속에 품어져 있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예술은 말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쓰기 몇 년 전 신문기사 하나를 읽었을 뿐이다. 집안 살림을 모두 들어내는 그런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의 초라한 사망. 단지 거기에서 멈췄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한 번 듣고 잊어버리는 흔한 비극으로 치부되고,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극명한 사실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거기에서 『마담 보바리』를 만들었다. 엠마는 왜 그런 사랑에 빠졌는가. 어째서 엠마는 사랑을 동경했는가. 그녀는 어떤 곳에서 자라 어떤 남자를 만나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가. 그녀에게 책은, 상상력은, 그 모든 낭만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말하자면 그녀에게 사랑이란 어떤 관념이며 어떤 형상화였을까.『마담 보바리』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 엠마 보바리는 허영심 가득한 어리석은 여자일 뿐이지만 책을 읽은 독자에게 그녀는 단지, 단지 엠마이며 또는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독자인 우리는 엠마를 통해 책의 계몽적인 힘을 깨달을 수도 있고 현실을 끌어안지 못하는 이상주의자의 최후를 목도할 수도 있고 사랑의 파멸에 대해 말할 수도 있다. 『마담 보바리』를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플로베르가 말하려는 목소리와는 -때론- 무관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어떨까.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빠진 여자의 러브스토리 속에는 당대의 사회상이 있고, 시대가 원하던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있다. 그들의 결합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서 누군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말하지만 누군가는 로테의 입장에 서서 바라지 않았던 사랑의 무게를 통감할 수도 있다. 보답할 수 없는 사랑은 부담이고, 돌려줄 수 없는 마음은 민폐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폭풍의 언덕』의 격정적이나 비뚤어진 사랑은 누군가에겐 애틋한 러브스토리지만 누군가에겐 공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연인』이 어떤 이에게는 비도덕적인 원조교제로, 어떤 이에게는 원하지 않았지만 덜컥 빠져버린 운명의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게 『결혼의 변화』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서로 다른 계급과 계층에 속한 이가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절절히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인생의 베일』은? 우리 중 누구도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고 이런 생각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한 번 더 형형하게 증명된다. 누군가에게 개츠비는 머저리고 그의 사랑은 광기어리고 초라한 집착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 개츠비는 더없이 위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쩌면 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독자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독자 개개인의 관점과 가치관과 성격과 시선이 하나의 책의 수가지의 방향을 만들고 다시 그 방향은 독자의 관점과 가치관과 성격과 시선을 만든다. 좋은 작가란, 어쩌면 좋은 중개인이자 매개자일지 모른다. 평범한 작가는 많은 말을 하려고 하고, 자신의 의도를 애써 전하려고 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다만 보여줄 뿐이다. 플로베르, 제인 오스틴, 괴테, 브론테 자매, 산도르 마라이, 뒤라스와 피츠제럴드 그들은 다만 사랑의 한 단면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제, 어떤 상자를 골라 어떤 모서리를 바라보고 어떤 부분을 취할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러니까, 책을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제창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답을 찾게 되면, 질문을 하려면 저절로 책을 읽게 될테니까. 당신이 모든 것에 만족하고 의문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당신을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이 당신이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뜻은 아니다. 책은, 당신이 흔들릴 때 바로 그 때 궁금해하고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기도 하지만 당신이 흔들리기 전 조용하게 충고하기도 한다. 너무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을 경계하라고 말하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와 엠마다. 복수는 사랑의 징표가 될 수 없음을 히스클리프가 증명하고 누군가가 당신을 택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주는 이가 폴(『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나 유디트(『결혼의 변화』)가 될 수도 있고 참으려고 애써도 터져나오는 사랑의 절실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한 프랑스 소녀(『연인』 )이 될 수도 있다. 열정과 인격에 대해,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상처의 삶에 대해 서머싯 몸이 알려줄수도 있고 이제는 초라해져버린 옛사랑에 대해 투르게네프와 피츠제럴드의 씁쓸한 충고를 받을 수 있다. 오감이 동반된 사랑이 궁금하다면, 석류알이 터지는 듯한 사랑에 대해 티타와 페드로(『달콤쌉싸름한 초콜릿』)가 속삭여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경우의 수,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경우의 수를 알려주는 것이 책이다. 안다고 당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알기에 대비할 수는 있지 않은가. 사랑을 잃고 날개를 잃은 새처럼 비틀거릴 때 당신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이 책들이 된다면. 까짓 읽어야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 그렇게 백 번 양보해 책은 읽는다손쳐도 대체 책에 대한 책은 왜 읽어야할까?
이상한 말이지만,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지고 책을 읽으면 책에 대한 책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 당신이 읽고 싶을 책을 반드시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미처 읽지 못한 책을 선택하게 하거나, 당신이 읽은 책이라도 보지 못한 면을 보게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책의 독자가 자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반갑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에겐 그 책이 어떤 책이었고 어떻게 읽혔는지. 타인의 눈으로 한 번 더 공감하고 이해해보려 한다. 때로는 책보다 책에 대한 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될 만큼 이 또한 중요한 책이다.
봄날 벤치에 앉아 틈틈이『사랑의 역사』를 읽으니 새삼 반갑다. 34편 중 대여섯 편을 제외하고 모두 읽은 독자로서, 다시 만나게 되는 책들이 반갑다. 나에게 좋았던 책이 남들에게도 좋다는 것, 쉬운 일 같지만 어려운 확률이다. 이 중 몇몇은 아주 각별한 책이기도 하고, 몇몇은 내가 사랑을 하는데 그리고 사랑을 놓는데 도움을 받았고 나아가 가치관이나 시점에 변화를 주기도 했던 책들이니까. 그래, 네가 있었지. 나한테도 그런 시간이 있었지. 그 때 나는 이랬는데, 나도 이런 부분이 좋았는데, 저자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그리고 나 자신의 변화 또한 보인다. “모든 독자는 것은 자기 자신의 독자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일 뿐이다. 따라서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기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은 진실하다고 입증된다.” 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그 책을 처음 읽을 당시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확인된다. 이 책들이 나를 어떻게 도왔고 또 만들었고 나 역시 마음을 바치게 되었는지,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는 것처럼 수줍고도 쑥스럽게. 기쁘게. 그리고 아직 못 만난 책들을 만나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그 때는 친하지 않았던 친구를 동창회에서 만나, 다시금 가까워질 기회가 생긴, 그런 희망과 설렘 가운데의 마음. 장정일이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라는 말을 빌리지만, 나와 만남으로써 이제야 세상에 나타난, 책들에 대한 기대.
사랑 그 보편적이고 특별한 감정. 질문과 질문을 거듭해도 답을 찾지 못할 때 우리는 책에게 물어본다. 책은 답을 하지 않지만 책을 읽은 당신은 답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은, 한 번 더 마술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사랑의 역사』를 읽으니 나 자신의 사랑의 역사, 자신의 사랑에 관한 책의 역사, 인용된 책들의 역사가 스크랩북처럼 가지런히 넘어간다. 아마 이 책을 읽는 4월의 봄날도, 또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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