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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 일다 | 2014년 03월 15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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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136*210*30mm
ISBN13 9788996510048
ISBN10 899651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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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자야
세련되고 폼 나는 도시여자로 먹고사는 게 힘들어 시골로 내려와 이전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시작한 지 8년째. 지금은 함양의 작고 평범한 마을에서 이번 생에 가장 가까운 인연으로 만난 동반자 K와 함께 햇살과 바람과 별들과, 또 마당을 오가는 길고양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도시에서 살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글 쓰고 책 만드는 프리랜서로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는 중. 앞서 펴낸 책으로는 인도 여행과 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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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러므로 나는, 우리는, 당분간 이대로 살기로 한다. 가진 것 없고 아직은 변변한 계획조차 없지만, 왠지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예감이 꽤 그럴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에겐 이 상태로 갈 데까지 가보는 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어차피 하나의 길을 넘어서지 않으면 다른 길을 경험할 수 없을 테니까. 지금 내가 발 딛고 선 길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고 선택하는 가운데, 비로소 다른 길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이대로 괜찮을 거라는 예감 혹은 믿음 中 , 259면

첫 번째 이야기, 집과 길

“한참 잊고 있던 그 엽서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달포 전 청소를 하면서다. 마루 구석 책장에 꽂힌 책들 사이에서, 그것은 오래되어 변색이 진행 중인 종이들과 함께 천천히 삭아가고 있었다. (중략)
왠지 마음이 애잔해져서는 한참을 엽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그림 속 집, 그러니까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오래 전 내가 살던 어떤 집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집에서 집으로, 아득한 시간 여행 中, 32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음 만나고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사랑에 빠져 “냉큼 짐을 싸갖고 들어앉은 지 5년째.” 어느 날, 이 집에서 과거의 기억 속의 사람들을 만난다. “약간은 뚱한 표정에 어깨를 웅크린 한 아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어린 날의 작가 자신이다.
그리고 또 “불쑥 떠오른 엄마의 꽃밭”과 “엄마”. 그리고 “한여름 볕이 뜨겁던 어느 일요일, 마당에 커다란 함지박을 갖다 놓고 나와 동생에게 물놀이를 시켜 주던 아버지의 장난기 넘치는 눈빛을” 차례차례 만난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빚어내는 문학, 그 깊고 수려한 말투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텃밭 양배추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서, 헤세가 쓴 『나비』를 떠올리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목적 없이, 계획하지 않고 애쓰지도 않고, 다만 꽃에서 꽃으로 빈둥거리는 방랑자.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알 것도 같았다. 누군가 나비를 통해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 무언가는 바로 자유롭게 빈둥거릴 자유라는 것을. 목적이 분명해야 성공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강변하는 세상에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게 미덕으로 칭송되는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은 목적과 계획 없이 방랑할 권리를 잃어버렸기에 마음속 한 구석에서나마 그걸 동경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감꼭지 쓸다, 나비에 취하다 中, 70면


두 번째 이야기, 사람과 풍경


동네에서 할머니들의 모습, 어느 비 내리는 날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고 춤을 추던 인도인 친구들, 저녁상을 물리고 뜨근한 방바닥에 나란히 누워 책을 읽는 밤, 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는 아이들, 천 년 역사를 간직한 나무 사이를 걷는 사람과 침묵…
그리고 미얀마 파고다 숲에서 수천 개의 불탑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재빨리 사라진 노을, 시골고양이들이 만드는 무심하고 태연한 풍경, 매화 꽃잎이 일시에 흩날리면서 꽃비가 되어 내리는 풍경….

책 속에서 저자가 그리는 풍경은 기적적인 순간처럼 그려지고, 아름다운 영상처럼 느껴진다. 그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내게 좋거나 좋지 않거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 모든 게 결국은 내 영혼을 빛나게 해주는 기적임을 자각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 생애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기적”이 아닐까 하고 책은 답을 하고 있다.
삶의 진정한 기적은, 지금 이 순간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더함도 덜함도 없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될 거라며.

“좌절과 희망,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안겨준 그 방황을 통해, 나는 내 안의 분열된 자아상들, 혹은 내 안의 분열된 자아상이 투사되어 나타난 타인들과 전쟁을 치르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다른 삶은 없음을. 나로 사는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 매 순간에 나는 내가 선택한 나로 사는 것임을. 그러므로 한 순간도 내가 아닌 적은 없었음을.”
나는 매 순간 내가 선택한 나로 산다 中, 314면


세 번째 이야기, 몸과 마음을 잇는 삶과 사랑

“소음이 적은 머리형 남자, 감정에 충실한 까다로운 여자”와의 만남.
사랑보다 우정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싶어서 처음에 K가 ‘사귀자’고 했을 때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가, 이후에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직도 내가 좋으면 같이 한 번 살아보자”고 제의하고, 둘이 시골생활을 함께 시작한 지 5년째.

상을 다 차리고 나니, 어느새 밖은 환하고 창유리 가득 낀 성에꽃이 창백한 겨울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지난밤 매서운 추위가 다녀가면서 희뿌연 자취를 남긴 마당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나는 작은 목소리로 ‘해피버스데이투유’하고 속삭인다.
이는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스스로를 더 많이 열고 서로에게 스미면서 사랑할 날들에 던지는 축하의 메시지다. 그 소리에 일어난 건지, 아니면 고소하고 비릿하게 퍼져 가는 생선 굽는 냄새에 깬 것인지, K가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걸어오고 있다. 다시 한 번 해피버스데이투유. 당신과 나, 그리고 날마다 다시 태어나는 우리의 관계를 위해.
생일상 차리는 아침 中, 135면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번 생에 가장 가까운 인연으로 만난 동반자 K와 함께 햇살과 바람과 별들과, 또 마당을 오가는 길고양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서른아홉에 그 전환점을 찍은 이후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랑을 시작한 나는, 감히 말하건대 좀 더 많은 것들에게 다정해지고 살가워졌다. 이를테면 흠집투성이인 파란 나무대문과, 비만 오면 깨지고 금간 시멘트 사이로 실지렁이가 기어 나오는 마당과, 두더지가 파헤쳐놓아 엉망이 된 텃밭에, 또 꿉꿉하고 눅진한 유년의 기억과, 그 위로 겹쳐지는 상처들에. 심지어는 내 몸과 마음을 비롯해 찬란한 빛을 잃고 점점 쇠락해가는 세상의 모든 덧없는 것들에게까지.
그러고 보니 지난 7년의 시간은 나 자신과 삶과 이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여정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앞으로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도.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시작 中,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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