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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백과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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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백과전서

다닐로 키슈 저 / 조준래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2월 20일 | 원제 : Enciklopedija Mrtvih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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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382g | 153*224*20mm
ISBN13 9788932025278
ISBN10 893202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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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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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다닐로 키슈 (Danilo Kis)
1936년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국경 부근에 있는 옛 유고슬라비아의 수보티차에서 태어났다. 1958년 베오그라드 국립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갔다. 1962년 처녀작 『지붕 밑 다락방』을 발표하고 꾸준히 소설을 쓰면서 희곡, 텔레비전, 라디오용 작품을 쓰기도 하고 외국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동산, 잿더미』, 『유년의 슬픔』, 『모래 시계』, 『보리스 다비도비치의 무덤』, 『죽은자들의 백과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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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죽음’을 넘어서고자 하는 치열함, 예술로 승화되다
“사랑에 대한 나의 격한 집착은 / 뜰로 난 창문처럼 죽음을 향해 있네”라는 조르주 바타유의 도발적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신약시대의 유대 땅, 1920년대 세계공황기의 독일 항구도시, 기원 후 3세기의 소아시아, 20세기 초에서 제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의 러시아와 서유럽 사회 등 다른 시공간을 넘나든다. 글감 또한 성서 속에 등장하는 이단 마술사, 유고슬라비아 사회의 일상사, 종교적 전설, 판본학과 서지학적 정보, 근현대 유럽사회에 관한 사료, 문학계의 비사(秘史) 등 놀랍도록 다채롭고 풍성하다. 이 파란만장한 인생들의 면면을 에워싸며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으니, 그것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인간의 운명이다.
기적의 실패를 상징하는 죽음(「기적을 행하는 자 시몬」), 암세포가 앗아간 혈육의 허망한 죽음(「죽은 자들의 백과전서-한 인간의 전 생애에 관한 기록」), 좌절된 부활의 결과이자 잠과 분리되지 않는 몽환적인 성격의 죽음(「잠자는 자들에 대한 전설」), 허상에 의해 실재가 ‘살해’되는 철학적 논쟁으로서의 죽음(「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포그롬과 홀로코스트 등 근대 인쇄매체 ? 기술문명과 결합한 사상 초유의 대량 살육(「왕들의 서 또는 광대들의 서」), 정치적 숙청과 질투 어린 사랑이 빚어낸 ‘문학적’ 죽음(「레닌의 초상화가 그려진 붉은색 우표」) 등 ‘아홉 색깔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망각(죽음)을 극복하고자 예술로 승화되어 있다.
특히 문학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미미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의 위령탑’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짜’ 삶과 죽음에 대해 주목한다. 또한 동시에 언어를 통해 가치를 선점하는 지식인들의 허구성을 가차 없이 비판하며, 책에 부여된 권위가 많은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홉 개의 이야기로 환유되는 전 인류의 삶과 죽음
「기적을 행하는 자 시몬」은 성서에 나오는 이단의 원조 시몬 마구스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면서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를 비롯한 모든 권위와 도그마의 허위성, 보편 진리의 위기를 꼬집는다. 「사도행전」에서 악인으로 묘사되는 시몬은 사도들과 신의 진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 세상의 불완전성과 인생의 ‘불의’에 대해 항변하는 고뇌에 찬 인간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경의」에서 작가는 항구도시 창녀가 숨진 뒤 생전에 그의 ‘연인’이자 고객이었던 선원들이 훔친 꽃으로 자못 진지한 죽음의 예식을 치르는 부조리한 장면을 묘사하며, 만인의 평등을 강조한 허울뿐인 공산주의 이념보다 “만국 선원에 대한 무차별적 사랑”을 실천했던 불우한 창녀의 ‘헌신’이 더욱 숭고하고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짓궂은 냉소를 보인다.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에서 화자는 우연히 공식적인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범인들의 생애를 담은 신기한 백과전서를 발견하고, 고인인 자신의 아버지의 인생을 찾아 눈물 어린 시선으로 읽어간다. 이 작품에는 ‘죽음에 대한 문학적 저항과 역사적 진실의 발굴’이라는 이 소설집의 주제가 선명히 드러난다. ‘백과전서’는 삶이 모두 잊히거나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인류의 무의식적 욕망을 상징한다. 백과전서(책)는 망각(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의 표현이다.
네번째 작품 「잠자는 자들에 대한 전설」은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꿈 혹은 잠의 불가사의한 실체에 대한 탐구이다. 기독교도 박해를 피해 동굴 속에 은거한 수도자는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부활한 것인지조차 판가름할 수 없는 몽롱함 속에서 고뇌하며 뒤척인다.
「낯선 세계가 비치는 거울」은 아버지와 언니들의 잔혹한 죽음을 텔레파시와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전혀 동떨어진 장소에서 보게 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초자연적, 신비적 매체인 요술 거울을 통해 소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되는데……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는 한 현자가 가르침을 구하러 온 제자를 받아들이며 겪는 이야기다. 현자의 말은 제자에게서 다르게 해석되고, 그것은 결국 스승을 겨누는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인 언어(책)의 위험성(“플라톤이 말했듯이 스승은 자기 제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책은 자신의 독자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을 드러내면서 맹목적 선의와 무분별한 공명심, 혹은 ‘허영’ 속에 숨겨진 지식인들의 어리석음과 위험성을 꼬집는다.
「영예롭도다, 조국을 위한 죽음이여」는 반란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은 한 귀족 청년이 자신의 행적이 가문의 명예와 체통을 살린 것으로 기록되도록 분투하는 장면을 그린다. 하나의 죽음을 놓고 혁명주의자들은 백작을 용기와 자존심의 상징으로 만들려 하고, 집권층 역사가들은 백작이 최후의 순간까지 사면을 기대했다며 신화의 베일을 벗기려 한다.
「왕들의 서 또는 광대들의 서」는 문학을 어떤 정치적 레테르나 특정한 이즘에 귀속시키는 것은 야만적 행위이며 문인의 게으름과 무책임한 타성, 진부함이 예술적인 결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 인종 청소 등 실제적인 비극을 싹틔우는 기반이 된다고 경고한다. 이 작품에서는 ‘한 권의 책’(『음모』)이 ‘아마추어 화가’(히틀러)와 ‘그루지야의 신학생’(스탈린)의 손에 들어가면서 6백만 명의 기억이자 6백만 권의 ‘책’인 유대인을 얼마나 참담하게 멸절시켰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널리 알려졌으나 우리 독자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소설에서 ‘음모’라고 명명된 소설은 『시온 현자들의 의정서』를 가리킨다. 실제로 존재한 이 책은 히틀러에게 큰 감명을 주어 『나의 투쟁』에 집중적으로 인용되었으며, 나치 대원들이 부적처럼 품고 다니며 유대인 학살을 일삼는 지적 토대가 되었다. 작가는 이 『시온 현자들의 의정서』가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 나타났다 옮겨졌는지 이력을 추적하면서, 여러 세대를 거치며 그 책이 독자들에게 끼친 광기 어린 영향을 묘사했다. 그리하여 “책이 오로지 선한 목적에 봉사한다는 통상적 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며” 경전 역시 “도덕의 원천인 동시에 불법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작가 후기」)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레닌의 초상화가 그려진 붉은색 우표」는 정치적 문제로 숙청당한 시인의 숨겨진 연인이자 조력자인 한 여성의 “죽음같이 강한 사랑과 지옥같이 잔인한 질투”를 그렸다. 이 여인은 위대한 시인의 정신세계를 독점하고자 작품 해석에 열쇠가 되는 전기적 자료나 편지를 제거한다.

거장이 불어넣은 생의 의미,
역사로부터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줄 문학

외부로부터 유입된 자본주의와 근대화를 급격히 받아들여야 했으며, 여러 이웃 나라들에 의해 분할.식민 통치를 겪은 발칸 반도의 경험은 여러모로 한국과 닮았다. 다닐로 키슈는 이데올로기, 종교, 민족 간 충돌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한가운데에서 평생 이 화두를 붙들고 살아야 했으며, 결과적으로 그 화두는 그에게 남다른 예술의 깊이를 만들어준 셈이 되었다. 만약 다닐로 키슈가 안정되고 평탄한 지역에서 태어나 작가로서의 박해와 망명을 겪지 않았다면, 이처럼 장중하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이야기는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한 권의 책에 불과하지만, “문학이란 번잡한 인생과 혼돈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이 소설에는 키슈의 인생이 옹골차게 담겨 있다. 이 무수한 문학적 의미들은 쉽지 않은 시대를 건너가는 독자들에게 값진 위안을 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번역의 윤리성을 엄중하게 지적하고 있어, 한 글자 한 글자 우리말로 옮기는 데 더욱더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는 역자의 수고로움 또한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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