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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3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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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0쪽 | 570g | 145*210*25mm |
ISBN13 | 9788972917953 |
ISBN10 | 8972917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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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왜 고통을 받는가? 이 모든 것이 그저 하나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일 뿐인가? 우리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답해야만 하네
말러가 쓴 편지 중에서
출생과 동시에 한 인간의 고통과 절망은 희망과 사랑과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이미 열어버린 절망의 보석함에 남아있는 작은 희망을 보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그래도 밀려오는 고통과 후회, 두려움 속에서 인간은 눈물 짓는다.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의미없는 쾌락을 쫓아 망각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죽음’은 어디에 숨어있는 인간이라도 찾아내어 그의 앞에 무릎꿇게 만든다.
‘끝나지 않는 패배’ 인간은 죽음이 버티고 있는 한 끝나지 않는 패배를 맛보는 게임을 계속한다.
같은 운명을 타고난 다른 인간의 존재도 위로가 되지만 그들에게서 절대적인 위로를 찾기는 힘들다.
우리가 사랑 또는 우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우연한지 상상하게 된다. 그럴 때 세계는 암흑 속에 빠지고, 우리는 인간의 다정함 덕분에 잠시 피했던 맹추위 속으로 되돌아간다.
카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삶에서 위안받고자 한다. 희망을 가지고 시간을 살아내며 위로를 찾아헤맨다.
인간의 지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과학, 계몽, 문명, 지혜 등 우리의 삶 주변에는 모두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것들로 가득하다. 몇몇 단어는 그 의미나 색깔이 퇴색해져버렸지만 희미하게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 중 전통이 가장 빛바랜 것이 위로 아닐까?
우리는 위로의 전통을 물려받은 동시에 그 전통에 반발한 세기의 상속자이다.
오늘날 언어는 한때 종교적 전통에 의지했던 의미들을 잃었다. 성공을 좇는 문화는 실패나 패배 혹은 죽음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위로는 패배자를 위한 것이 되었다. …
불행에 빠져서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는 혼자 애쓰거나, 불행에 빠진 다른 이를 찾거나,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구한다. 의사들은 우리의 고통을 회복이 필요한 질병으로 본다.
p.19-20
오늘날 위로는 ‘패배자의 언어’이자 ‘병자들을 위한 치료약’으로 소모된다. 위대한 언어, 신의 존재, 음악과 미술 그리고 위로의 철학은 더이상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어떤 경험은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상실과 상처 그리고 흉터의 존재를 노래하는 위로가 사라지면서 더 큰 비극이 인간을 내리누르고 있다. 넘치는 정보와 쾌락은 일시적인 멈춤 버튼일 뿐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위로’를 통해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질서와 화해하는 삶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주칠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한계와 실패, 패배의 순간에 환상으로 도주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1. ‘체념’이라는 거짓 위로를 거부해야 한다. - 욥기
욥기는 욥의 신앙심을 이유없이 시험하는 신의 이야기이다. 욥에게 갖은 고통으로 주어 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길 원하는 악마는 욥의 건강,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욥에게는 그 어떤 위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욥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 그러나 그는 그의 고통에 ‘의문’을 갖는다.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그의 문제를 직면한다는 것이고, 문제를 직면함으로써 ‘거짓 위로’를 거부할 수 있다.
위로받는다는 것은 ‘이 일은 당연히 일어났어야 하며, 이 고통은 나의 것’이라는 체념과는 다르다. 이유없는 죄책감과 의미없는 운명을 인간은 부여받지 않았다.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은 운명과 맞닥뜨리며 끝없이 고통받는 인간의 상황, 그 회오리바람 속에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맞는 답을 찾기 위해서는 누더기를 걸치고 하늘을 향해서 감히 주먹을 들어 올리던 자와 같이 용기를 내야 한다.
2. 스스로에게 진실한 말을 건네야 한다.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 태어난 사람이었다. 온갖 권모술수를 보면서 성장한 그는 사람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매순간 ‘황제’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무질서한 그의 생각을 솔직히 기록했다. 그의 솔직한 고백은 황제라는 존재조차 고통과 고난에 시들렸음을,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음을 그리고 모든 존재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안을 후세에게 남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전히 내면화한 배우라고 상상한다. 무대 위의 배우는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는 무심한 말을 전해듣는다. “그러나 나는 5막 가운데 3막밖에 공연하지 않았소.” 그는 자신이 간청하는 소리를 듣는다. “거기까지일세.” 목소리가 말한다. “자네 삶은 3막이 끝이라네.”
p.108
3. 다른 이들을 위한 시간은 흐른다. -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시간’은 모든 것의 답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과 상실의 허무감도 시간이 흐르면 퇴색되기 마련이다. 모든 아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흐르는가? 종교에서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흐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어우러져 세계를 함께 구성한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기독교 신앙의 시간관념을 잘 묘사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로마 제국 시대부터 당대에 이르는 대표 인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의 ‘현재’ 속에 공존한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멈추거나 늦추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우리의 상실은 좋은 일이 될 수 없다는 것, 미래는 알 수 없고 과거는 되돌릴 수 없으며 우리의 시간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우리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도 다른 이들을 위한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p.141
이런 시간의 공존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줄까? 미래만이 희망이 아님을 지금이야말로 이 고통과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개인의 시선으로 시간을 인식하지 말고 다른 이들의 시간 역시 의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외에도 음악이 주는 위로의 효과(유동성 지향성)이나 죽음의 참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슬리 손더스의 일화를 읽을 수 있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고통은 실험실에서 구현되고 치료제가 ‘발명’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 역시 심리학책이나 뇌과학책을 읽으며 인간의 고통과 상실이 과학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찾아들으면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기에는 너무나 거룩하고 긴 역사의 시간 속에서 인류의 몸 속에 차곡차곡 쌓여온 ‘위로’였다. 그것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무모한 용기이기도 했다.
성과주의, 자본만능주의 시대가 무르익어가면서 ‘진정한 위로’가 패배와 같은 이름으로 발붙일 곳 없을 때 이런 책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위로를 얻기를 바래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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