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과학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하얀 가운을 입고 비커를 들고 용액을 따르거나 섞는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과학자는 실험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과학자가 실험만 하는 사람일까? 실험이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나는 연구하고 실험하고 개발하는 과학자입니다》는 과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아가 과학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과학자는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 과학 연구는 과학적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실험과 관찰을 통해 현상을 발견하고 원리를 밝히는 일이다. 좁은 의미에서 과학자는 연구를 전문으로 하되, 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자연과학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과학의 분야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은 자연과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연구 대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합리적인 연구 방법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연구는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을 세워 그것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므로, 과학자가 연구 대상을 다루는 것처럼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누구나 그 가설과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부터 인류는 자연을 관찰하여 그 원리를 밝혀왔고, 그 지식을 축적하여 오늘날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런 과학의 발전은 과학자가 연구하고 실험하고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만렙 연구자가 알려주는 연구자의 일
이 책은 30년 넘게 과학을 연구해온 저자가 연구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준다. 어떻게 연구 주제를 잡는지, 좋은 주제는 무엇인지, 어떻게 실험 방법을 정할지, 논문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초보 연구자들을 위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연구하고 실험하는지 직접 자신이 한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초보 연구자들을 가르치면서 받은 질문과 대답을 정리해 연구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연구하는 사람,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사물’과 ‘현상’을 탐구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로 시작하여 우리나라 연구자인 최무선과 화약 개발 연구, 파스퇴르와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하는 연구를 한 의사 배리 마셜 등 과학자와 그들이 한 연구를 살펴보면 과학, 과학 연구, 과학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2장은 주장을 논증하는 것이 연구임을 설명한다. 과학자는 어떻게 연구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물리학자 파인만과 관련된 연구 수행 알고리즘을 소개하고, 왜 과학이 그토록 신뢰를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3장은 연구의 시작, 주제 선정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한다. 연구의 배경과 현황 파악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 문제와 질문을 명확히 하고, 가설을 수립하는 데 이르기까지 연구에 착수하는 방법을 다룬다.
4장은 연구 설계로, 에디슨처럼 무턱대고 실험하여 시행착오를 피하려면 이해한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연구를 잘 설계하여 시행착오를 피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5장은 실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실험을 수행하는 과정, 즉 실험 선정, 실험 설계, 예측과 예비 실험, 수행 및 결과 분석,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최소의 실험으로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 실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 연구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실험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6장은 결과 해석과 가설 검증, 표와 그래프 만들기, 연구 결과에 대한 토론과 토의, 결론과 일반화 등 연구 마무리 과정을 설명한다.
7장에서는 연구 방법 훈련하기를 다룬다. 연구자의 훈련은 초급 과정(연구 스킬 습득), 중급 과정(문제 해결 훈련), 상급 과정(주도적 연구 훈련)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훈련은 필수 역량인 지식 습득 역량, 문제 파악 역량, 문제 해결 역량, 결과 해석 역량, 커뮤니케이션 역량, 협업 역량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각 단계의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을 정리해두었다.
8장은 연구 수행 전략을 설명한다. 연구 전략의 구성 요소는 연구 목적, 분야, 경쟁 상대, 연구자와 연구에 필요한 자원인 인력, 인프라, 연구비 그리고 시간이다. 자원 투입 전략, 경쟁에서 승리할 전략, 실현(수행)이 가능한 전략을 대학, 연구소, 기업의 연구로 나누어 정리한다.
9장은 과제 연구의 한 예를 보여준다. 학교 수업으로 과제 연구를 하는 고등학생 초보 연구자들의 연구를 멘토링한 사례를 바탕으로, 주제 탐색을 위한 자료 검색, 연구 설계와 실험 계획, 실험과 결과, 결론 도출과 보고서 작성 등을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과제 연구 수행 멘토링에 도움이 될 내용도 정리해두었다.
10장은 필자인 J 박사의 연구 에피소드를 다룬다. 첫 연구인 자동차 엔진의 냉각 문제 연구, 박사과정에서 한 첨단 레이저 계측 기술 연구, 선진 기술을 도입하여 수행한 폐기물 소각로 개발 연구,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촉매 소재와 원리에 관한 연구, 그리고 최근까지 진행 중인 실내 오염물질, 담배 연기를 처리하는 기술 연구까지, 실제 연구 진행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11장은 연구 수행 Q&A를 담았다. 10여 년간 연구 수행 전략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했던 여러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연구를 하면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보면서 연구와 연구 방법에 대한 시각이 넓어질 것이다.
《나는 연구하고 실험하고 개발하는 과학자입니다》는 연구를 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연구자로서 어떻게 하면 좋은 연구를 하고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는지 배우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연구자가 되는 길
이 책에서 다루는 연구와 연구자의 일은 초보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아주 전문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초보 연구자인 대학원생들이 처음 연구를 시작하면서 고민하고 헤맬 수 있는 부분을 짚어줄 뿐 아니라, 과학자가 하는 일, 과학 연구를 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쉽게 설명하고 있어 연구자의 길로 들어설까 말까 고민하거나 이제 막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초보 연구자들에게 값진 책이 될 것이다. 또한 과학자가 되길 꿈꾸는 중고등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과학자가 어떤 자질과 마음가짐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보고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과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에는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문제 해결 방법으로서 과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술을 개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고 싶다면 현대 시민의 교양으로서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