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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07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6점
편집/디자인
4.7점
회원리뷰(58건) | 판매지수 113,26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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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06g | 133*200*20mm
ISBN13 9788954680004
ISBN10 89546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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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빛을 향해 나아갈 우리의 시간] 김연수 작가 9년 만의 신작 소설집. ‘미래를 기억한다‘는 말이 낯설지만, 8편의 단편들을 읽고 난 뒤엔 이해가 될 것만 같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확장되는 시간이 향하는 길을 향해 따라가다 보면, ‘세 번째 삶‘을 살고 싶어진다. ‘새 바람‘이 불어올, 우리의 시간들을 기대하며. - 소설 PD 이나영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저자 소개 (1명)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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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중에서

출판사 리뷰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
가장 좋은 미래, 그러니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소설이 시간을 상상하는 여덟 편의 방식과
이야기가 우리 삶을 바꾸어내는 경이의 순간


세계의 끝과 사랑의 시작이 어떻게 함께 놓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미래’를 키워드로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첫번째는 1999년 여름에 일어난 ‘나’와 ‘지민’의 이야기다. 스물한 살의 ‘나’는 1학기 종강 파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지민과 같이 외삼촌이 편집자로 일하는 출판사로 향한다. 출간이 금지되어 도무지 구할 수 없는 장편소설, 그러니까 지민의 엄마가 자살하기 전에 쓴 『재와 먼지』가 어떤 책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평생 책만 읽어온 외삼촌은 1970년대에 나온 그 책을 떠올리고는 내용을 설명해주는데, 두 사람은 줄거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기서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에는 한 연인이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이 함께하는 시간의 끝, 즉 사랑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 동반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 순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하는 정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동반자살을 한 그날이 새로운 인생의 첫날이 되고, 자고 일어나면 그 전날이 되는 것이다.

외삼촌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 지민이 놀란 이유는 바로 그 줄거리가 자신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해 여름 동반자살을 할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계획을 들은 외삼촌은 『재와 먼지』에 대해 이어서 설명한다. 그 소설에서 연인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다보면 자신들이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자신들이 얼마나 기쁘고 설렜는지도. 미래에서 과거로 진행되는 두번째 삶에서 그들은 그 만남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을 먼저 경험한다. 미래,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과거를 적극적으로 상상하는 동안 두 사람은 “가장 좋은 게 가장 나중에 온다고 상상하는 일이 현재를 어떻게 바꿔놓는지”(23쪽) 깨닫게 되고, 그 끝에서 시간은 다시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한다. 외삼촌은 긴 얘기 끝에 두 사람에게 말한다.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29쪽)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의 차원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일에 대해 설명한다. ‘나’는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가 병세가 심해진 뒤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혼잣말을 하는데, 그 대화에 ‘바르바라’라는 세례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말을 듣고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다. 출판사에 다니는 ‘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녹취해 책으로 만드는 기획을 진행하다 유야무야된 적이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바르바라’가 있었나 싶어 녹취 원고를 열어 검색해보고, 할아버지가 말하는 바르바라가 바로 할아버지의 막내 여동생, 그러니까 1949년 할아버지가 북한의 수도원에 있을 때 정치보위부원들에게 끌려가 억울하게 죽임 당한 막내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일로 할아버지는 ‘영혼이 완전히 폐쇄되는’ 고통을 겪고 그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고통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할아버지는 그 속에서 다른 바르바라의 이야기들을 통해 삶을 지속해나갈 동력을 찾아낸다. 그것은 평생 동정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병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성사를 받아 1850년에 죽은 또다른 바르바라에 대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1980년에 나온 책에 실려 있지만, 할아버지는 그보다 50년 전에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바르바라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다.

1850년의 바르바라가 1949년의 바르바라와, 또 자신과 이야기를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육체로 팔십 년을 산다면, 정신으로는 과거로 팔십 년, 미래로 팔십 년을 더 살 수 있다네. 그러므로 우리 정신의 삶은 이백사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이백사십 년을 경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밖에 없을 거야.”(231쪽) 소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동생의 죽음에 연루된 한 인물과 할아버지가 우연히 마주치는 상황을 마련해놓는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는 상황에서,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안간힘을 써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가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는”(240쪽) 게 불가능하더라도 계속해서 ‘생각해야만 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 외삼촌의 말을 실행에 옮기듯,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우리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보여주려는 듯 할아버지가 내린 쉽지 않은 그 결정은 뭉클하고 깊은 여운과 함께 행동의 차원에서 ‘미래를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김연수의 서명과도 같은 주제인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 자신의 소설적 영토를 확장해나가려는 작가적 노동이 감지된다”라는 평과 함께 2022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으로 선정된 「진주의 결말」은 범죄심리학자인 ‘나’와 용의자 ‘유진주’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건의 진실을 탐색해나가는 소설이다. 시사 프로그램 〈사건의 결말〉에 출연한 ‘나’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가 있는 삼십대 후반의 독신 여성 유진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다. 그는 능동적인 범죄자라기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를 모시며 지내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탓에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수동적인 희생자라고. 그리고 방송이 나가고 다음날 새벽 ‘나’에게 유진주가 보낸 메일이 도착한다. 유진주는 말한다. 아빠가 죽기를 바란 건 사실이라고, 아빠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건 또한 맞는다고. 하지만 자신이 아빠를 죽인 게 아니라고. 그리고 이때부터 사건을 둘러싼 ‘나’와 유진주의 팽팽한 해석의 장이 열린다.

“인간에게 숨겨진 진심이 따로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75쪽)고 생각하는 ‘나’와 “아빠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제가 몰리고 있었다는 게 선생님의 전제인데, 그것부터가 잘못됐습니다. 그러니 그다음의 분석도 죄다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84쪽)라고 반박하는 유진주의 대화가 이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어갈 때, 우리는 소설 초반에 나온 다음의 문장을 의미심장하게 곱씹게 된다. “시간여행자는 어떤 사건을 지켜보고 어떤 사건을 외면할지 결정할 수 있다. 어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결말은 똑같다. 다만 어떤 징검다리를 거쳐 그 결말에 이를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71쪽) 유진주가 ‘나’에게 보내온 첫 메일에서 언급한 시간여행자에 대한 그 이야기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각자 그 결말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을 취사선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어떤 사건을 지켜보고 외면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범죄심리학자인 ‘나’가 선택한 것과 외면한 것은 무엇이고, 용의자인 유진주가 선택한 것과 외면한 것은 무엇일까. 각자가 다른 징검다리를 거쳐 하나의 결말에 이른다고 해도, 그 결말이 정말로 같은 결말일 수 있을까?

「진주의 결말」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살인사건을 경유해 탐색한다면,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연인 사이를 통해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의 의미를 살핀다. 수록작 가운데 가장 먼저 쓰인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2014년 4월, ‘나’가 옛 연인 ‘희진’에게서 메일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지는 그 메일에서 희진은 자신에게 벌어진 우연한 일의 연쇄에 대해 설명한다. 한국의 인디 가수를 대표해 일본에 와 있는데 공연에서 자작곡인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부르다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는 것.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뒤풀이에서 자신을 이번 공연에 초대하기 위해 고생했다고 말하는, 후쿠다 준이라는 오십대의 남자를 만났다는 것. 왜 그렇게 자신을 찾았느냐고 묻는 그녀에게 후쿠다는 10년 전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건 희진과 ‘나’가 아직 연인이었을 때 찾아간 일본 카페에서 당시 희진이 즐겨 듣던 〈하얀 무덤〉이라는 노래를 주인에게 틀어달라며 시디를 건넸다가 깜빡하고 시디를 그대로 카페에 두고 나온 일과 관련돼 있다는 것. 당시 연이은 실패 끝에 자살을 생각하던 후쿠다가 우연히 그 카페에 갔다가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바로 그 노래를 듣고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는 것. 그리고 카페 방명록에서 〈하얀 무덤〉의 가사와 함께 ‘H.J’라는 이니셜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 그래서 그때부터 HJ라는 이니셜을 가진 한국의 인디 가수를 찾았다는 것.

기나긴 설명 끝에 희진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181쪽) 의문형으로 물었지만 우리는 희진이 들려준 후쿠다 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작품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해 겨울에 쓰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말에는 어떤 간절함까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의 단상, 2014」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변화가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연인과 헤어진 지 삼 년이 된 ‘지훈’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196쪽)다고 여겨왔지만, 우연히 뉴스 사이트에 ‘사랑해’라고 검색해보았다가 나온 기사들의 목록을 보며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211쪽)고 깨닫게 된다. 그 기사들의 목록이란 세월호 사건으로 죽은 아이들에게 부모와 친구들이 ‘잊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보낸 사랑의 편지다. 누구도 그 앞에서 사랑의 영원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4년의 김연수가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면, 2020년대의 김연수는 어찌할 수 없는 재난 앞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한 듯 보인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의 소설가 ‘정현’은 강연 요청을 받아 추자도로 갔다가 30년 만에 우연히 대학 동창 ‘손유미’를 만난다. 대학 시절 추리소설을 쓰는 게 꿈이었던 손유미는 그때의 바람대로 추리소설을 쓰면서 살고 있다. 그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몇 년 전 아이를 잃고 인생이 크게 한 번 휘청였다는 것. “어떻게 해도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58쪽)는 상황에서 손유미를 일으켜세운 것 중 하나는 언젠가 정현이 들려준 ‘세컨드 윈드’라는 말이다.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가리키는 이 체육 용어는 정현의 설명을 따르면 극한의 고통에 이르렀을 때 불어오는 ‘새 바람’이다.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60쪽)

그리고 세컨드 윈드와 함께 손유미가 떠올린 이야기가 바로 정난주에 대한 것이다. 200년 전 멸문지화를 당하고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제주도로 유배를 가야만 했던 정난주는 극심한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가 되도록 오래 살아남았다고 전해진다. 정난주가 어떻게 목숨을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었는지 고민한 끝에 손유미가 도달한 결론은 정난주는 ‘자신이 살아야 아이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붙잡았으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진주의 결말」 속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결말은 똑같다. 다만 어떤 징검다리를 거쳐 그 결말에 이를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상기하게 된다. 결말은 바뀌지 않지만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은 분명 현재의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손유미가 현재 전해져 내려오는 정난주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리고 그 이야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손유미를 일으켜세운 것처럼.

때문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수록된 8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는 말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다가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에서 30년 전 정현이 한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나 손유미에게 닿았듯이, 추자도의 한 중학교에서 정현이 아이들에게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는 좀더 나아지기를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오늘이 생각나면 좋겠습니다”(48쪽)라는 말과 함께 들려준 미야자와 겐지의 시가 예상치 못한 순간 누군가에게 닿으리라는 걸 우리가 어떤 의심도 없이 상상할 수 있듯이, 김연수의 이번 소설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차원에서 시간을 감각하는 일에 대해,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우리가 “희망의 방향”(73쪽)을 찾는 일에 대해, 소설이 할 수 있는 가장의 최선의 방식인 이야기를 통해 일깨우는 것 같다.

작가의 말

오랫동안 단편소설을 쓰지 않았다. 쓰고 싶은 게 없을 때는 쓸 수 없다. 그러다가 2020년이 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나자 뭔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가 쓰고 싶었느냐고 묻는다면 메리 올리버의 다른 시 「골든로드」의 한 구절을 들려줘야겠다. 그는 “빛으로 가득 찬 이 몸들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라고 썼다. 이 경이로운 문장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나는 잘 알게 됐다. 직전의 시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추천평

고독에도 명암이 있다면 그건 허공을 관통하는 한줄기 빛일 것이다. 무게가 없고 부피가 채워지지 않으며 소리도 없지만 현실을 “영원히 흔들리고 출렁”이게 할 하나의 실선. 이 소설집에서는 그런 고독이 두려움으로, 기억의 일렁임으로, 더 나아가 용기와 사랑의 힘으로 변화한다.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빛을 선택하기로” 한 사람들이 어린 사슴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걷고 있다. 누구나 김연수의 ‘얼굴’을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최근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공동체적 불행과 패배에 대해, 김연수는 그만의 깊숙한 언더라인들을 새롭게 긋고 있다.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의 수난을 견디는 최후의 바르바라처럼, 우리의 슬픔을 영원히 기억할 단 한 사람의 연인처럼.
- 김금희 (소설가)
유한한 육체의 시간 속에서 비관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김연수는 무한한 정신의 시간 속에서 낙관할 수 있는 “깊은 시간의 눈”에 대해 말한다. 깊은 시간의 눈 속에는 나에게 들어온 타인이 있고 나를 품은 타인이 있다. 나와 타인이 섞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인생의 행과 불행에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는 시간이다.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상처받고 실패한 최근의 우리가 스스로 그 처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소설. 이런 세계가 가능해서 문학이 두렵고 좋다.
- 은희경 (소설가)

올해의 책 추천평 (46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2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줄 아는 작가님의 글이 좋아요
llu***** | 2022.11.02
2022
암울한 현재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의 힘
ctk***** | 2022.11.01
2022
두번째 삶을 지나 세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삶의 유한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담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sce***** | 2022.11.01
2022
오랜만에 김연수 작가 님 소설을 읽는 기쁨
gad***** | 2022.11.01
2022
올해 읽은 가장 아름다운
ins***** | 2022.11.01
2022
재밌죠
yan***** | 2022.10.31
2022
반가운 복귀작
ton***** | 2022.10.31
2022
추천합니다
hjm***** | 2022.10.30

회원리뷰 (5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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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o******5 | 2023-01-13
작년 6월, 복직을 앞둔 나는 지역의 유명한 정신과를 검색해 어디가 가까운지, 대기 기간은 얼마나 될지 가늠해보곤 했다. 당시 내 마음은 칠흑이었고 앞으로 남아 있는 나날도 변함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고민은 하나 끝나면 다른 하나가 생겨날 테고, 무수한 고민들이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직장생활은 아이가 없었던 지난 10년간도 충분히 어려웠다. 매년 바뀌는 업무, 바뀌는 교육과정, 새로 만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자주 허덕이고 지쳤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그럼 매해 내 육신은 약화되므로 더 힘들어질 거라고 온통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만 머리에 들어찼다. 나는 ‘침체’와 ‘침몰’ 상태였다.

달리기와 독서는 지난 몇 년의 시간과 현재의 내 마음이 ‘침체’와 ‘침몰’ 상태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고, 이 말은 내 삶도 변화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이 됐다.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잠언처럼 마음에 새겨두고 싶어 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과도 상통한다. 김연수 작가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읽었던 이야기를 또 읽는 까닭을 두고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121.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다는 것을 믿는, 버스 안의 고개 숙인 인도 사람들처럼. 그건 그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김연수는 이 소설집을 낸 뒤 인터뷰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평온한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지향하는 삶 또한 그랬다. 나는 침체된 상태가 아니라 고요한 평안을 얻고 싶고 끊임없이 아래로, 과거로 내리꽂는 눈을 돌려 평범하게 다가올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면 현재를 더 성실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게 되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채찍질당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일상에 신선한 자극은 되지만 내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로 운전하길 강요당하는 레이싱 선수가 된 기분이 들어 숨 막힐 때도 있었다. 강요당하는 희망엔 거부감이 일었다. 이 소설집도 희망을 얘기한다. 절망에 빠져 몸을 바다에 내던지는 ‘난주’와 같이 절벽 아래 선 이에게 발길을 돌릴 걸 얘기한다. 그 방법엔 이야기가 있고,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상상이 있고, 나를 기억해 줄 한 사람 또는 내가 기억해야만 할 한 사람이 있다. 내가 바라보는 눈길의 범위를 넓히고 인식하는 시간의 범위를 늘려 과거를 품은 현재를, 미래를 안고 있는 현재를 바라보라 얘기한다. 내가 맞고 있는 바람의 방향이 언젠가는 변한다는 것, 폭풍의 가운에서 두려움에 떨더라도 폭풍이 지나간다는 것, 나와 내 아이의 얼굴엔 여러 대의 얼굴이 들어 있고 얼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간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나는 달린다. 체력에서 마음의 여유가 길러진다는 걸, 밖에서 체력을 남겨 와야 집에서 내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시작한 달리기였다. 30분 달리기를 하면 15분 전후에서 고조되던 통증이 가라앉고 호흡이 더 안정되고 발놀림도 규칙적으로 변한 걸 느낀다. 바람은 여전히 그 바람일 텐데 나는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이전보다 더 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사점을 넘어서면 이전의 바람과는 다른 바람이 분다. 달리기는 내게 사점의 존재를, 사점 전후에 달라지는 변화를 주기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김연수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갈 거라고 말했다. 사점과 세컨드 윈드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며칠간의 사건들을 정리하고 내게 다가올 평범한 미래를 기억하기로 한다.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건에 대한 예언도 달라지는 것처럼, 난주의 바다 앞에서 전해 내려오는 결말을 다른 이야기로 바꿔 살아갈 힘을 얻었던 손유미처럼. 좋은 순간도 지나가지만 괴로움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걸, 그러니 괴로움에 붙잡히지 말라고. 이미 진 벚꽃, 떨어진 꽃잎들을 지켜보는 슬픔에 울지 말고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남아 있다는 걸, 벌써부터 그 꽃잎 하나하나를 기억하자고 다짐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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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밤****다 | 2022-10-19

[진주의 결말]

김연수는 소설을 진행시키는 화자의 관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소설의 속성에 맞는 것은 3인칭 시점임이 확실하지만, 이제 진지하게 쓰는 소설에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의 소설은 1인칭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데, 그 화자는 소설의 전반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만 현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화자이다.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한데 어떤 사건에 대해 개인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그 서술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전지적 소설이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동적 독자를 만들었다면, 1인칭 서술은 화자를 마냥 신임하지 못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김연수의 소설을 읽을 때 나는 항상 그 말을 기억한다.

 

'진주의 결말'은 그런 작가의 생각이 담긴 소설이다. 작가가 가장 의문을 가지는 명제는 '과연 우리는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이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진주의 진심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TV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심리학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화자에게 온 한 통의 편지,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억울하다고 하는 용의자의 편지가 바로 이 소설 자체이다. 그녀는 심리학자인 선생님마저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연수는 바로 그 지점,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그 엇갈림에 대해 항상 고민해 왔다. 애석하게도 그 결론은 항상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 하다'였다. 

 

용의자 진주는 치매걸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살해혐의를 받고 있었다. 평소 자신이 존경하던 TV속 프로파일러가 자신의 사건을 분석했다는 사실에 자신을 잘 이해해줄까 기대를 하지만 크게 실망한다. 전제가 틀린 분석은 관점이 다른 소설가처럼 진실에 가까울 수 없었다. 진주는 그 실망스러운 맘을 담아 편지를 보냈고, 화자인 나는 그녀의 편지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진실이라는 것은 도마가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듯 보여지는 현상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믿음이라거나 선의나 악의로 찾아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명백히 보이는 증거들로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가 보내는 편지는 다만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 뿐 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는 진주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거기까지 내몰린 그녀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편지를 통해 그의 모든 분석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결국 상황과 증거로만 말하기 때문에 틀릴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던 심리학자의 주장은 또 다른 사실의 등장으로 무참히 무너진다. 완벽한 논리로 지어졌다고 믿는 생각들은 그 반론이 하나만 있어도 젠가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결국 그녀에 대한 의심들은 그들의 기대만큼 논리적이도 완벽하지도 않았음이 밝혀진다. 그의 말들 듣고 모든 방송의 초점을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딸의 사연으로 만들었던 PD도 그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진주는 심리학자에게 묻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 말은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그동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면서 그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절대 확신한다고 할 만한 모든 사실들이 준비된 상황에서조차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신의 관점과 경험을 통해서만 현상을 이해하는 것처럼, 한정되고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으면서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 시작점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 남도 내 맘 같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적어도 '소통'이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면 그 기본값이 '0'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내용은 존속 살해의 용의자와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와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나와 타자의 그 간극을 이야기 하고 있는 단편이다.

 

[1인칭 화자*와 관련해서 보르헤스의 픽션들 단편 중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에서  친구 카사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인칭 화자는 사실을 생략하거나 왜곡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순에 개입하기 때문에, 오직 몇 명의 독자들, 즉 극소수의 독자들만이 잔혹하거나 진부한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다음 리뷰는 그 단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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