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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 창비 | 2013년 10월 18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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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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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31쪽 | 190g | 126*200*20mm
ISBN13 9788936423698
ISBN10 89364236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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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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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7년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황금나무 아래서』,『마징가 계보학』,『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소문들』이 있으며, 평론집 『미래파』, 이론서 『시론』, 산문집 『두근두근』등이 있으며, 전 세계의 신화를 정신분석의 논리로 읽은 『태초에 사랑이 있었... 1967년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황금나무 아래서』,『마징가 계보학』,『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소문들』이 있으며, 평론집 『미래파』, 이론서 『시론』, 산문집 『두근두근』등이 있으며, 전 세계의 신화를 정신분석의 논리로 읽은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신화에 숨은 열여섯가지 사랑의 코드』, 『몬스터 멜랑콜리아』, 시선집 『당신을 읽는 시간』『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등을 펴냈다.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다. 2012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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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일상의 이면을 꼬집는 통찰, 유머로 넘어서는 현실의 비애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무슨 맛이었을까'/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그가 전 생애를 걸고/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봄밤이 거느린 슬하,/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이불처럼/부의봉투처럼('봄밤' 부분)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시를 ‘미래파’라고 명명했던 것과 사뭇 달리, 권혁웅의 시는 전통 서정시에 가깝다. ‘시는 세속의 자식’이라 여기는 시인은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소소한 일상과 희비극이 뒤섞인 보통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서 거짓으로 “야근과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가장('24시 양평해장국'),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로맨스가 그치지 않는” 노인대학의 노인들('불멸'), “가짜 양주나 홀짝이다가 기어이/제 눈물을 홀짝이는” 중년의 “오빠”('애모'), 췌장암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간 사내('요단강 이야기'), “종이상자가 주소지”인 노숙자들('삼국지 열전-노숙') 등, “중년과 초로 사이”('추리닝과 함께 상추와 삼겹살과 함께')에서 “옆 마을 어딘가에” 있을 “무릉”('불가마에서 두시간')을 찾아 “전 생애를 걸고/이쪽저쪽으로 몰려다니는”('봄밤') 현대인의 비애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지금-여기’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췌장암이라 했다 발견한 지 석달 만에 그는 요단강을 건넜다 동맥이 암세포를 실어 나르는 곳이어서 나루가 아니라 전진기지라 했다 정신 나간 돌연변이 세포들이 인해전술을 흉내내며 바글바글 흩어졌다 (…) 석달 동안 그가 안해본 것은 없었다 다행히 전이되는 속도가 가산탕진의 속도보다 빨랐다 푸닥거리로 의사의 언약을 이길 수는 없었다 여기는 정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구나 암세포들이 환호하며 발광했다 (…) 그도 요단강을 건넜으나 혼자 분깃이 없었다 무배당 암보험 하나 들어두지 못했다 후손들은 레위 지파처럼 제사나 지내며 살 팔자였다 그는 하필이면 꽝을 뽑았다('요단강 이야기' 부분)

얼핏 보기에 “천변의 곳곳에서 천변하는 삶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낱낱의”(조연경, 해설) 타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냉정하다 할 만큼 건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만 한눈팔아도 불어버리는/라면사리 같은”('의정부부대찌개집에서') 인연일지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인의 가슴 한켠에는 “사랑하는 이 옆에서/그이를 중요한 사람으로 만드는”('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애틋한 마음이 자리한다. “어떤 추억에도 밋밋해야 한다고 결심한 지 오래”('천변체조교실')지만 “스치기만 해도 저릿저릿”('첫사랑')한 첫사랑의 절실한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시인은 “당신을 외면할 수 없는”('당신은 일곱시에 마실을 가고') 삶의 곤경 속에서 “당신의 슬픔을 받아내는 일”('춘천닭갈비집에서')을 지극한 사랑으로 여긴다.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시간째/끊겼다 이어졌다 한다/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신의주찹쌀순대 2층, 순댓국을 앞에 두고/애인의 눈물은 간을 맞추고 있다/그는 눌린 머리고기처럼 얼굴을 눌러/눈물을 짜낸다/새우젓이 짜부라진 그의 눈을 흉내낸다/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 다 잘게 썰린/옛날 일이다/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융털 촘촘한 세월이었다고 하기엔/뭔가가 빠져 있다/(…)/나는 버릇처럼 애인의 얼굴을 만지려다 만다/휴지를 든 손이 변비 앞에서 멈칫하고 만다('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부분)

능란하게 말을 부리는 재주꾼의 시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반죽을 주무르듯 말을 부리는 솜씨와 능란한 시 작법이다. “음치가 음악치료가 되는 기적”('주부노래교실'), “삼년째 돈을 붓는 아마곗돈 회원들”('불가마에서 두시간'), “시금치는 시큼해지고 맛살은 맛이 살짝 갔지”('김밥천국에서'), “그녀가 어두육미도 아니고/내가 용두사미도 아니고”('우동을 먹으며'), “조각난 조개의 조변석개”('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가당치 않다고 할 때의 바로 그/얼토와 당토야말로 귀신의 영토”('서해에서'), “저녁은 이녁의 반대말”('몸속을 여행하는 법 2') 등에서 보듯이 시인은 말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말을 가지고 노는 ‘말놀이꾼’으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일상 언어를 한자어로 재구성하여 현실을 풍자하는 기법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남해로 나가면 처음 만나는 나라가 삽질국(揷質國)이다 해내로 자식을 위장전입 보낸 아비 하나가 그리움에 못 이겨 큰 삽으로 흙을 퍼 강이란 강을 죄다 메우고 있다 그 너머에 고소영국(高所嶺國)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다리가 넷이요 집이 여섯이며 군이 면제다 강부자국(江富子國)이 인근에 있는데 둘이 같은 나라라 말하는 이도 있다 어린지국(魚鱗支國)이 그 남쪽에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몸에 어린이 돋아서 민망한 짓을 잘하며 그 말은 짖다 만 영어 같다('오호십육국 시대' 부분)

권혁웅 시인은 매 시집마다 참신한 면모를 보여주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도해왔다. 패러디, 연애시, 정치풍자시를 거쳐 최근의 일상시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탐구하며 완숙한 개성으로 시세계의 영역을 넓혀온 시인은 우리가 무심결에 놓쳐버리기 쉬운 “수많은 사람/사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서 우리 앞에 쓱 밀어놓는다.” 서정성과 실험성을 아우르는 발랄한 기지와 일상의 현실 속에서 포착한 소재를 형상화하는 놀라운 솜씨뿐만 아니라 빼어난 언어 감각과 상상력,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두루 갖춘 이 시인을 “명석한 시인”(신형철, 추천사)이라 부른다 해도 과찬의 말은 아닐 것이다.

조바심이 입술에 침을 바른다/입을 봉해서, 입술 채로, 그대에게 배달하고 싶다는 거다/목 아래가 다 추신이라는 거다('호구(糊口)' 전문)

추천평

시인 권혁웅은 이런 시를 잘 쓴다. 그에게는 ‘해석에의 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 남달리 강한데, 그 의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그의 언어 감각이다. 그가 전문용어나 사자성어 등의 어떤 구멍에 열쇠를 정확히 꽂는 순간, 세상의 만물/만사에 숨어 있는 상동성이 경쾌하거나 뻐근하게 드러난다. 그의 시는 늘 하나 이상의 인식을 실패 없이 생산한다. 그는 명석한 시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명석함보다는 다른 것을 더 말하고 싶다. ‘오지랖’이란 본래 ‘웃옷의 앞자락’을 가리키는데, 오지랖이 넓다는 건 물론 좋은 말이 아니지만, 나는 이 표현에 내가 부여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그에게 주고 싶다. 그의 시에 달려 있는 넓은 오지랖은 연민이라는 도덕적 자질과 더 관련이 깊어 보인다. 그는 요새 자꾸 마음이 아파서 세상에 간섭한다.

우리는 밤거리의 취객과 연포탕의 낙지를 연민 없이 지나친다. 거기서 이야기를 상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사람/사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서 우리 앞에 쓱 밀어놓는다. 뭇 존재자들을 ‘이야기가 없는’ 상태로부터 구출해내는, 마음?씀으로서의 시?씀. 그는 긴 소설이 아니라 짧은 시에, 웃음과 울음을 다 담아, 그 일을 해낸다. 그것이 일가(一家)가 되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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