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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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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시대와 대결한 근대 한국인의 진화

최정운 | 미지북스 | 2013년 10월 15일 리뷰 총점9.2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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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3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816g | 153*224*35mm
ISBN13 9788994142319
ISBN10 899414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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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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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최정운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거쳐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랫동안 서양의 사상과 철학을 연구해오다 ‘광주민중항쟁’ 연구를 계기로 한국의 근현대 정치사, 사상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1999년 펴낸 『오월의 사회과학』은 역사, 문학,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물며 5월 광주를 생생하게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아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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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495

출판사 리뷰

망국 조선,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우리 한국인은 태어났다.
해방 한국, 한국인은 그 무엇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월의 사회과학』을 통해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을 확고부동한 학적 언어로 정립했던 최정운 교수가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여 근현대 한국과 한국인을 주제로 진행해온 오랜 연구를 15년 만에 일단락 지었다.

역사의 보고, 근대 문학
수많은 연구를 섭렵하면 할수록 오히려 좌절을 느끼던 저자가 그 시대를 더듬으며 마침내 찾아낸 유력한 접근 경로는 바로 근대 소설문학이었다. 저자는 우리 국학계가 이미 정리를 마쳤다고 자신해온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해석과 재평가를 하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과 사상사의 구축을 시도한다.
아직 지식인과 정치 지도자와 예술가가 덜 분화된 시대가 있었다. 우리의 지식인, 지도자들은 소설문학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대와 갈등하고 대결하며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한국인상을 모색했다. 그 가운데 소설문학은 시대가 우리에게 허락한 최고의 실험실이었다. 현실의 축소판인 작중 세계에서 인물들은 진화를 거듭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의 문학가이자 사상가들, 즉 이인직, 이해조, 신채호, 이광수, 김동인, 나도향, 박태원, 이상, 홍명희 등이 그들의 세상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에 맞서 어떤 인물을 창조했는지 면밀하게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점차 그 인물들이 한국인 정체성 누적의 역사라는 관점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구한말은 “홉스적 자연상태”였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근대적 소설이 나타난 것은 일본보다 약 20년 후였다. 고종 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40년이나 지난 후였다. 그나마도 최초의 근대식 소설인 신소설은 국문학에서 제대로 된 근대 소설로 인정받지 못한 장르다. 근대 소설 혹은 근대식 소설이 이렇게 뒤늦게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구한말이 되어서야 이전의 문학 형식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대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근대 서구의 문학 형식에 담아야 할 새로운 종류의 이야기들, 구한말 특유의 문제적인 이야깃거리들이 나타났을 때에야 비로소 최초의 근대 소설, 신소설이 쓰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신소설 작품들에 묘사된 인물들과 시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신소설이 묘사한 현실은 황당무계한 허구라든가 친일파 성향의 작가에 의해 날조된 조국에 대한 음해가 아니라 철저하게 ‘사실주의’적인 현실이었음을 드러낸다. 그 시대는 이른바 “홉스적 자연상태”였다. 조선(대한제국)이 망하던 시기, 조선은 실로 지옥이었다. 만인이 만인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곳이었다. 국가의 권력이 조정 바깥에 거의 미치지 못했고, 백성들은 숨죽이고 제 한 몸 건사를 도모하는 삶을 살았다. 국가가 없는 세상, 국가가 구실을 못하는 세상, 모두가 국가를 원망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것이 우리 20세기의 시작, 구한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신소설의 세계와 인물 군상은 그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가 없는 우리 - 민족의 탄생
“홉스적 자연상태”에 맞서 사람들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일진회는 그 가운데 태어난 신종 한국인들이었다. 한편 이들에 대응해 전통의 ‘의(義)’에 기반한 의병이 일어나 일진회를 숙청하기 시작했다. 일진회의 성립과 ‘반역’, 그리고 그에 자극받은 의병의 출현과 대결 와중에 조선 사람들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질문을 겪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 하는 문제는 마치 새로운 질문처럼 폐부를 찔렀다. 이 지점에서 ‘민족(民族)’이라는 말이 이미 1903년경에 중국의 양계초(梁啓超)에 의해 도입된 말로 비로소 쓰임새가 생기게 되었다. 나라가 없어도 민족이 가능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민족주의는 20세기 초반 이러한 홉스적 자연상태의 대혼란과 일본의 침략 와중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정체는 아직 틀에 불과했다. 그 내용은 이제부터 채워나가야 했고 민족의 본질(本質)을 얻기 위한 기갈이 시작되었다.

민족주의의 탄생과 분기 - 개화민족주의와 저항민족주의
‘민족’이란 말이 실체 있는 말로 탄생하던 즈음, ‘민족주의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족주의자’로 지칭된 사람들은 1880년대부터 조선 사회의 붕괴와 혼란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며 백성들을 교육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던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국민 교육으로써 “새로운 교육과,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종교로 피나 인종(the blood or the race)”으로 바꾸고 ‘자연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러한 맥락에서 춘원 이광수가 3·1운동 직전 1917년 발표한 『무정』은 초기 개화민족주의자의 정체성 투쟁에 관한 작품이었다. 춘원이 설정한 이형식이란 인물은 춘원의 분신으로 그 출발에서부터 이미 서구에서 수입한 ‘근대인’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성(異性)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고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해가면서 점차 모든 민족을 사랑하는 새로운 민족주의자로 성장한다.

단재 신채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저항민족주의’ 또한 비슷한 시기에 형성되었다. 저항민족주의는 물론 개화민족주의를 저변에 깔고 형성된 것이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개화민족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한 형태로 나타났다.『꿈하늘』을 통해 단재가 제시한 초기 민족주의자 ‘한놈’은 고독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의 개인으로 신(神)의 명령에 따라 끝없이 싸우도록 고안된 인물이었다. 단재의 ‘한놈’은 춘원의 ‘이형식’과는 달리 아예 그의 정체성에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지 그 기회조차 박탈당한 인물이었다. 그의 ‘님 나라’는 오로지 승리자가 되라 하며 그를 훈육할 뿐이고, 그 이유도 그 내용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한놈’은 아무런 사심이 없는 이상 어떤 과정을 거치든 간에 결국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기대되는 인물이었다.

3.1운동 이후 - 강한 한국인을 찾아서
3.1운동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민족’이라는 실체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우리 눈앞에 한때 강림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반면 뒤이은 1920년대는 이제 그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상실감의 시대였다. 당대의 ‘3.1운동은 실패했다.’는 평가는 이러한 허탈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주의는 이제 진짜 ‘운동’을 현실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단계가 되었다. 그 선두에는 김동인이 있었다. 초기 조선 지식인들 전체는 대체로 김동인의 주도에 따라 각 개인의 차원에서 힘을 기르는 강한 조선인이 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다. 김동인은 ‘강함’과 ‘약함’의 문제에 천착했다. 그의 1921년까지의 초기 작품들 『약한 자의 슬픔』, 『마음이 옅은 자여』, 『목숨』은 그 ‘강함’과 ‘약함’을 구별하고 파헤치는 일련의 작업이었다. 이후 1920년대를 통해 김동인은 우리 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순수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단편 소설들을 집필한다. 소설들의 소재는 주로 남녀 간의 문제와 그로 인해 타락하는 사람들이었다. 『붉은 산』의 삵, 『광염 소나타』의 백성수의 음악, 『배따라기』의 사공, 『감자』의 복녀 등 제시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광기에 휩싸여 비참한 결말을 맞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 문학계의 ‘연애의 시대’는 ‘사랑’을 발견한 시대이기도 했다. 비록 타락했지만, 그들은 정열을 생산하는, 심지어 광기로 치닫는 동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지식인, 민족주의자의 추락과 부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흔히 소설가로서의 삶, 도시에서의 삶에 관한 소설로 이해하지만, 저자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단적으로 구보씨는 이전 시기 이광수의 『무정』에서 영어 선생이었던 이형식이 1930년대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이었다. 구보씨가 대표하는 한 세대의 조선 지식인의 생활양식은 전대미문의 것으로 그는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종자’였다. 구보씨는 본질적으로 시대에 ‘두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서울을 벗어나지도 못하는 인물이었다. 구보씨는 사회적으로 실업자는 아닌, ‘무직자’였다. 즉 아직 일을, 사명을 찾지 못한 사람이었다. 이런 고민스런 상황에서 나타난 과감하고, 기괴하고, 천재적인 타개책이 바로 이상의 『날개』였다. 문학예술가가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지식인이라면 농촌은 맞지 않다. 도시여야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예술가로서의 삶을 꿋꿋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도시에서 오래 살다보면 삶은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고 다시 신선하게 예술가의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은 쉽지 않다. 이상은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인 천재를 재생(再生), 재탄생시키는 길을 정교하게 고안해 보였다.

강한 근대 한국인의 창조 - 이광수의 업적
과연 1930년대에 들어서면 새로운 지적 업적들이 산출되기 시작했다. 춘원은 다시 소설 창작에 몰두하였고 『유정』을 통해 당시 조선 지식인의 공통적인 숙제였던 ‘강한 조선인’ 만들기에 드디어 성공했고 드디어 그 비결이 공표되었다. 이광수가 『무정』의 이형식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치명적인 부분 중 하나는 그가 조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실성과 또 백성이 그에 진심으로 화답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유정』의 주인공 최석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진화된 정체성을 완성한다. 최석은 이광수가 개발한 근대 한국인의 최신 모델이었고, 이 모델은 오늘날 한국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민중 영웅의 창조 - 해방 이후 민주화의 동력
같은 시대에 벽초 홍명희는 대하소설로 임꺽정이라는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정교한 솜씨로 창조하였다. 그는 임꺽정을 통해 그 시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언급되던 비(非)볼셰비키적 혁명의 주체로서의 ‘민중’을 형상화하였다. 단재 신채호가 전개한 아나키스트(anarchist)적 ‘민중’과 ‘민중의 직접혁명’의 논리와 언어에 벽초는 뼈와 살을 입히고 피를 돌게 하여 살아 있는 영혼으로 창조하여 우리에게 보냈다. 한때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쓰이던 ‘민중’이라는 말은 우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임꺽정이라는 생명력 넘치는 인물을 창조한 우리 민족에게는 이 ‘민중’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싸우고 있다.

오늘날 저주의 안개 - 반지성주의와 도덕성 부재의 자리
일제 시대에 여러 전선에서 싸워나가고 스스로 힘을 기르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한 것은 반지성주의였다. 대중은 그들 지식인 가운데 많은 이가 민족을 배신하는 것을 보았고, 또 많은 이가 『무정』의 ‘배 학감’처럼 ‘장사꾼’ 같은 사람임을 경험했다. 지식인들 스스로도 민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려 했겠지만 자신들의 이율배반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주로 1930년대부터 반지성주의가 나타났고, 오늘날에도 저주의 안개처럼 우리 사회에 스며 있다.

나아가서 강한 조선인을 찾아 온 지식인들의 노력은 다른 대가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민족의 본질을 ‘강한 인간’에서 찾는 선택의 핵심은 1920년대 춘원이 제안했던 도덕성 회복을 통한 ‘민족 개조’ 계획을 기각한 것이었다. 우리 민족의 도덕성의 문제는 한국인이 ‘해방’되었을 때 한국인의 첫 번째 특징으로 조우하게 될 문제였다. 해방된 한국인들은 너무나 거칠었고 ‘힘’에 대한 박탈감에서 ‘힘’의 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도덕성이 소외된 힘의 추구야말로 1930년대 춘원을 위시한 조선 지식인들이 이룩한 ‘강한 조선인’ 추구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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