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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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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56g | 130*200*20mm |
ISBN13 | 9788954637305 |
ISBN10 | 8954637302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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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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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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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취준생, 학생, 노인, 어린이, 안 힘든 사람이 없는 지금은 여전히 코로나 시국이다. 코로나 확진자에 번호를 매기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확진자가 적었던 2020년 초에 취준생 시절을 겪으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줄 알았다. 힘든 시기에 취업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오도 가도 못하는 직장인 현실에 또 한 번 내가 제일 불쌍한 줄 알았다.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직장에서 벗어나 자유와 돈을 동시에 취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있을 때쯤, 회사를 이탈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속출했다. 회사가 소득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는 전문직 자격증 공부를 한다더라, 누구는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다더라, 누구는 창업을 했다더라. '창업'이라는 장벽이 생각보다 높다 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회사 생활이 힘들 때면 "직장 때려치우고 사업이나 하고 싶다"라는 오만한 생각과 "카페나 차려야겠다"라는 건방진 태도를 겸비했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취준생과 직장인을 겪으며 자기 연민에 빠져살던 시기에도 언젠가는 '직장인이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고,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있었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어떠한가? 거리 두기 정책의 영향을 정통으로 맞은 사람들이 아닌가. 손님의 입장에서도 9시, 10시에 귀가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했는데 자영업자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집합 금지는 '생업을 9시에 종료하세요'라는 말이니 답답함이 오죽했을까 싶다. 답답함을 넘어서 분통이 터졌을 것 같다. 영업시간제한만 있었으면 사정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인원수 제한에 백신 접종 여부까지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영업자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직접 겪지 않아 속속들이 알 수 없었다. 이 책이 코로나19를 겪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다.
그 누구보다 고정 수입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대한이었다. 자영업자들에게 고정 수입이란 소위 '계산이 서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사업을 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정 비용을 해결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니, 다음 달에도 무사히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대한은 8년 동안 재직한 대기업을 퇴사했다. 8년간의 노력의 산실, 퇴직금 5천만 원으로 창업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 사는 동네와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의 시장조사를 나선 결과, 학교와 학원이 꽤 있음에도 '스터디 카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적당한 매물을 찾아 계약하고, 인테리어까지 마친 대한은 그 동네에 첫 스터디 카페를 개업한다. 시작 단계인 매물 조사와 인테리어부터 위태위태했지만 진짜 위기는 개업부터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 정책과 고객들의 백신 접종 여부 확인, 영업신고와 경쟁업체 등장 등은 애초에 창업을 생각했을 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대한은 (거의) 전 재산을 들인 스터디 카페 사업이 망하지 않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부업을 시작했다. 대한은 쓰리잡을 하면서도 돈은 벌리지 않았다.
멀쩡하게 다니던 좋은 회사를 관둔 대단한 용기에 한 번, 이처럼 힘든 시기에 창업을 하는 더욱 대단한 용기에 두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엄청난 계기에 의해서 회사를 관두는 것 같지 않다. 어쩌다, 불현듯, 얼떨결에, 우연한 계기로 인해 필연적으로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한은 '어쩌다' 퇴사 후 외국에 서핑을 하러 가겠다는 당찬 신입을 보고 '불현듯' 자신은 서핑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얼떨결에' 어린 친구로부터 큰 충격을 받은 대한은 '우연한' 계기로 필연적으로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한다. 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는 건가. 사실 대한이 창업 준비를 하는 과정을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보기에는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저렇게 기 센 부동산 업자 앞에서 숨김없이 놀람을 표현하며 초짜임을 드러내는 것이나, 조삼모사나 다름없는 끼워팔기 매물에 속아 계약을 한 것이나, 인테리어를 맡겨놓고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나 여러모로 답답한 면모를 많이 보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라고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처음 도전하는 창업이라면 누구나 대한처럼 어리숙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젊거나 여자가 사장이라고 하면 무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하는데, 그나마 대한은 일명 사회생활 짬밥(?)로 나름대로 잘 헤쳐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창업과 돈을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 그만큼 창업에는 돈이 많이 든다. 점포 임대도 돈, 인테리어 비용도 돈, 설비도 돈, 홍보도 돈, 인건비도 돈, 돈돈돈, 돈이 창업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에서도 창업을 권장하는지 생각보다 창업에 쓰라고 돈을 빌려주는 경로가 다양했다. 개중에는 신용등급을 억지로 떨어뜨려 받아야 되는 아이러니한 대출도 더러 있었다. 전 재산을 쏟아붓고도 모자라 대출까지 얹어 시작한 창업인데 망하면 그야말로 쫄딱 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힘든 시기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분들의 비보가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팍팍한 삶 때문인지 서로 경쟁을 넘어서 끌어내리려는 모습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허위로 다른 사업장을 신고한다든지, 같은 건물에 같은 업종으로 개업을 한다든지 하는 몰상식한 행동이, 힘든 시기이니 이해하라는 말로 용인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모두 힘든 시기라고 다 같이 힘들기만 한 삶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지만 같이 힘을 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대한의 사업체만 해도 다사다난하고 우여곡절이 많지만 대한이 직접 여러 자영업자들을 만나며 보여준 인터뷰 대화 덕분에 더 다양한 자영업자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든 시기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오랜 자영업자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매일 새벽같이 일터에 나가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장님은 새벽 첫차 버스를 타보라고 권한다. 새벽까지 술을 먹고 귀가할 때나 타봤지 집을 나설 때 타본 적이 없는 새벽 첫차. 그곳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생업을 시작하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분들이 계시다. 저마다 하는 일과 사정은 다르지만 마치 버스 안의 NPC처럼 오랜 시간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다.
새벽에 출근하는 게 나 혼자 하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거,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아침에 해 뜰 때 일어나서 우아하게 커피 한잔하고 아침 방송 보고 싶다는 생각, 아마 그 버스 타는 언니, 동생들도 다 할 거야. (중략) 우리 버스에만 수십 명이니까 아마 수백 명, 수천 명이 그 시간에 출근하고 있을 거예요. 다들 어딘가에서 청소도 하고, 나처럼 음식도 하고 그러겠죠. 혹시 인터넷에 내 인터뷰가 올라가게 된다면 나 혼자 대단한 일 하는 거 아니라고, 우리 첫차 멤버들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넉넉하진 않아도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폐 안 끼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장사가 잘 안되고 소수의 모진 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이 있기에 횟집 장사를 계속한다는 횟집 사장님의 말은 모든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비록 장사가 안되어서 초기에 정해둔 규칙을 완화하면서까지 카페 운영을 이어가는 젊은 카페 사장님은 인터뷰로 받은 돈을 기부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한다. 손님들에게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자영업자들이 있기에 누군가는 아침을 굶지 않고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 앉아 편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누군가는 힘든 시간을 회 한 점과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중간, 그리고 끝까지 지독하게 현실적이었다. 스터디 카페를 유지하기 위해 수면 방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대한은 그것도 모자라서 배달 일까지 병행한다. 투잡, 쓰리잡, 부업을 하면 그래도 삶이 윤택하지는 못할지언정 부족함은 없어야 진정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그런데 대한은 계속 적자다. 돈을 벌지 못 한다. 불리하고 억울한 일이 연달아 잇는다. 밑빠진 독에 밑빠진 바가지로 물을 붓는 수준이다. 그러다가도 배달 할증이라는 호스가 쥐여지면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는 대한은,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이다.
밖으로 나오니 누가 밀치고 간 건지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었다. 비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그래, 어떻게든 살 수는 있겠지.
낑낑거리며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는데, 목덜미에 차가운 것이 느껴졌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빙판길은 무서웠지만 눈비 배달료 할증은 반가웠다. 건당 500~700원의 할증 요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대한은 서둘러 핸드폰을 켜고 콜을 받았다. 지난달 수면 방과 스터디 카페 전기 요금만 82만 6000원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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