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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2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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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640g | 152*223*22mm |
ISBN13 | 9791157687794 |
ISBN10 | 11576877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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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네 가지 기능 가운데 읽고 듣기는 수동적 기능으로, 쓰고 말하기는 능동적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능은 단연코 쓰기다. 작문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기능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취미도 아닌 생계 수단으로 작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해당할까? 모르기는 해도 영자 신문기자, 외교관, 해외 영업직, 교수, 작가, 기업가 등 해당 직군을 다 합쳐봐야 인구의 0.05%도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오로지 영어 글쓰기만을, 그것도 기본 원칙부터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저자처럼 출판 교열자이거나 문법학자라면, 또는 정말로 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거나 작문 실력의 향상이 필요한 경우라면, 왜 이제야 세상에 나타났느냐는 애정 어린 원망을 듣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영어는 규칙적으로 쉽게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영어는 규범화 과정 없이 영국 제도에 외국인들이 발을 들일 때마다 새로운 문형과 어휘를 흡수하면서 발전했고우리 미국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장난질 치며 훼손한 건 물론이다무정부 상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데, 있지도 않은 법을 강제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23쪽)
오늘날의 영어 문법은 성, 시제, 격, 수 등의 문법 요소가 형제 격인 유럽 언어보다 단순해 보인다. 소유격만 해도 영어는 my, your, his/her, their, its 5개인데 비해 프랑스어는 인칭과 성, 수를 구별하여 mon, ma, mes, ton, ta, tes, son, sa, ses 9개로 세분되어있다. 그러나 영어보다 언어 규칙이 엄격한 프랑스어는 변형과 예외가 적은 편으로 문법만 놓고 보자면 영어보다 배우기 수월하다. 영어의 불규칙성이 커진 데에는 노르만족, 게르만족, 프랑크족 등의 외세가 영국 원주민 켈트족을 지배하던 당시에 끼쳤던 언어 역사적 배경이 한몫한다. 더욱더 가깝게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에 정착한 개척민들의 영어가 모국으로부터의 간섭을 덜 받게 된 결과 오늘날 의미, 철자, 용례가 달라져 소통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변형되었다.
단어가 글을 이루는 살과 근육, 뼈대라면 문장부호는 호흡이다. (40쪽)
이 책은 미국 랜덤하우스의 교열국장 벤자민 드레이어가 교열 작업 중에 발견한 작문 오류를 집대성한 것으로, 다소 익살스럽고 흥미로운 어조로 피해야 할 일반적인 철자 실수를 비롯하여 문장의 가독성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글을 단순화하고 조이는 일을 다룬다. 그는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많은 실수와 오해들을 다루면서, 작가들이나 작품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보편적인 글쓰기 지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가르치려 들거나 작문법 종결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30년 교열자 경력을 통해 발견하고 축적한 다수의 오류를 제시함으로써 영어 작문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땅한 도구를 제공한다. 그의 설명 방식은 교열자로서 겪었을 남모를 고생과 치열한 고민을 담은 동시에 칭찬받을 만한 재치도 겸비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비판이나 힐난이 아닌 매우 절제된 방식의 유머로 코딩되어 있다.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고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 또한 빠짐없이 표현하고 있다.
Here’s one of those grammar rules that infuriate people.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문법 규칙들을 하나 알려주겠다. (120쪽)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철자와 구두점은 물론 문법과 표기법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역시 문법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영어의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문장 구성, 구두법, 단어 선택 등의 세부사항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저자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영어 전공자조차도 미처 몰랐던 지독하게 까다로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고 답답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저자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강렬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달린 각주를 통해 경쾌하게 사안에 접근한다. 그는 글쓰기와 편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여러 사안을 오해하기도 했으며 교열자 특유의 고집으로 작가들의 원성을 산적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아무리 말 많고 탈 많아도 교열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천성이 타고난 교열자인 것 같다.
맞춤법, 문장부호, 문법 등의 기초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대한 기술적 작업을 제쳐 두면, 글에 특정한 표기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글을 경청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경청하는 교열자란 작가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에 열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141쪽)
대부분 편집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매끈한 문장의 흐름, 전체적으로 잘 구성된 글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에 감동한다. 독자 취향에 따라 저자가 선호하는 교열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교열자의 영혼을 갈아 넣는 지루한 작업 과정을 통해 개별 단어의 의미는 물론 철자의 뉘앙스까지 세세히 일러주는 그의 세심함에는 찬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철자법 차이점을 논하면서, ‘미국 회색과 영국 회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으로, 전자는 빛나다 못해 거의 은빛 광택이 나지만 후자는 더 무겁고, 칙칙하고, 촉촉하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에도 미국과 영국의 기후조건이 다르다는 뉘앙스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명확하고 우아하게 정해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글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 영역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표준화된 언어 사용 규칙(규범성)과 사람들이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서술성) 사이의 간격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 있는 한편,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규칙 역시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입장은 “영어가 불규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면, 영어 사용자들 역시 그렇게 해서 안 될 게 뭐냐”는 그의 질문 속에 녹아있다. 기존의 문법 체계에서 어긋나더라도 절대다수가 사용하면 대세가 되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듯, 언어 역시 유기체와 닮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맞춤법 검사기는 기막힌 발명품이지만 틀린 철자만 고쳐 줄 뿐 맥락과 무관하게 잘못 쓴 단어는 잡아내지 못한다. 교열 작업의 대부분이 이런 오류를 잡아내는 일인데, 장담컨대 최고의 작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실수를 범한다. (219쪽)
끝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흡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굳이 내용을 선별해서 읽고픈 독자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첫 세 장은 정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간결한 영문을 만드는 법과 영어 글쓰기의 원칙과 비원칙 그리고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67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전체 분량과 내용의 세밀한 정도를 고려해 보시면 좋겠다. 글쓰기와 편집에 관한 지혜를 간결하게 압축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수십 년 동안 교열자로서 작업했던 내용을 모아놓은 일련의 장황한 아이디어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영어 글쓰기의 기초를 다룬 20개의 목록이 유익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글쓰기 요령이나 스타일 또는 문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참고서는 아니란 점이다. 영어 글쓰기의 지침이 필요하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이 책을 곁에 두시기 바란다.
#영작문 #교정이필요없는영어글쓰기 #영작지침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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