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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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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탐하다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 노은주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13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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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98g | 152*210*20mm
ISBN13 9788959066230
ISBN10 895906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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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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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 2014년 ‘루치아의 뜰’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우리사랑상을, 2020년 ‘제따와나 선원’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공간을 탐하다』, 『건축탐구 집』, 『도시 인문학』,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등이 있다. EBS <건축탐구-집>에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고, 최근 ‘이야기로 집을 짓다(이집)’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금산주택’으로 2011년 공간디자인대상,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제따와나 선원’으로 2020년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건축탐구 집』, 『집을 위한 인문학』, 『골목 인문학』, 『도시 인문학』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사람을 살리는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등 15권의 저서가 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에 건축칼럼을 집필 중이다. 또한 EBS 〈건축탐구-집〉에 프리젠터로 출연해 집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금산주택(House in Geumsan)〉 〈루치아의 뜰(Lucia's earth)〉, 〈까사 가이아(CASA GAIA〉, 〈제따와나 선원(Buddhist temple ‘Jetavan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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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e | 2021-12-29 | 신고

 

건축 전공자는 아니지만 건축에 지대한 흥미를 갖고 있다. 기억에 남는 건축물, 좋아하는 건축물, 직접 찾아가고 싶은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볼거리가 있고 소비할 재료가 있으며 사진에 담을 만한 요소가 많은 핫스파를 훨씬 넘어서는, 시간과 공간의 축을 달리하는 영역을 많이 알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방법은 여행이고, 여행에 버금가는 우수한 수단은 책이다. 지난 2년간 너무나 혹독한 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의 범위는 완전히 쪼그라들어버렸다. 채워지지 않는 여행에의 향수를 앓으며 이제는 내 주위부터 훑기 시작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찬란한 건축물이나 공간 대신에 골목과 골목 사이를 목표로 한다. 손바닥 안의 지도로 서울 곳곳을 탐색, 가볼 만한 동네들의 탐방 일정을 세운다.

 

 

조금씩 다니다 보니 틀을 갖춘 공간이든 길 위로 열린 공간이든 매력적인 곳에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알게 되었다.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공간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쌓여 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마리를 캐내고자 나는 그곳에서 흥분하고 예리해진다. 놀라운 사실은 공간들은 물리적 차원을 초월하여 연결된다. 성수동의 오래된 단층 주택의 붉은 벽돌 담장은 암스테르담의 운하에 즐비해 있던 집들로 이어진다. 날것의 냄새로 가득 차 있는 재래시장은 런던의 버로우 마켓을 내 앞으로 불러다 놓는다. 지하철 창밖으로 어두움을 맞는 한강을 내다보며 낭만과 그리움에 출렁이던 그 모든 강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일상적인 풍경만으로도 공간에 대한 거대하고도 밀도 깊은 사유와 감각을 짚어볼 수 있을까. 매혹과 마법으로 다가왔던 장소에 대한 기억으로 현재와 미래를 밝힐 수 있을까. 이는 질문이라기보다는 강력한 바람이자 긍정의 확인이다. 또한, 『공간을 탐하다』를 읽으며 이는 나만의 희망사항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공간은 열려 있다. 잘 알려진 공간이 궁금하여 찾아가 보면 그로 인해 과거의 기억이 베인 공간과 재회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낯선 공간을 덤으로 발견한다. 공간을 '탐하는' 자에게 허락되는 축복일 테다. 건축가가 탐하는 공간과 기억은 무엇일지 높은 기대를 안고 『공간을 탐하다』를 읽기 시작했다. 목차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공간들 '덕수궁 정관헌' '발스 온천'(이 책을 일고 싶었던 결정적 이유) '서점' '골목' '데시마 미술관' 등등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다. 그러나, 순서대로 빠짐없이 읽는다.나도 알고 좋아하는 공간을 만나면서 앎의 깊이를 더한다. 알고도 지나친 공간들, 모르는 공간들,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할 공간들, 아마도 생전 가보지 못할 공간들을 거치면서 공간에 대한 경험치를 넓혀간다.

 

 

<제1장 사람을 담다 -도시의 공간>에 엮어진 공간들은 모두 서울에 있고 누구나 '아는' 곳이다. 서울역, 헌법재판소, 광화문광장, 그리고 국회의사당 ... 혹시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다른 영역에 속한 걸까. 지은이가 말하는 그 옛 정서를 알지 못하여 공감할 수 없고, 정치적 주관성이 가감 없이 드러난 부분부분에서는 피로감마저 (책은 정치적 성향을 내세운 뉴스지면과 다르길 바란다) 느끼며 (책을 덮을까말까) 위기에 처한다. 서울역은 대학시절 고향과 타향 사이를 오가느라 수없이 들렀던 공간이었지만, 늘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잔뜩 긴장한 것 이외에 별다른 추억이 없다. 그 이후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삼청동에 갈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가기는 하지만,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모토로 하든 말든 제대로 눈길이 가지 않는다. 반들반들한 외관으로 널따란 땅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거부감부터 든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사이에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나도 사진을 찍어야 하나?), 주말마다 시위로 들끓더니 이제는 또 다른 대대적 공사로 막혀 있어 그저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아, 이런... '민의를 대변하고 권위를 세'우는 곳을 지향한다는 국회의사당은 한 번도 지척에 가본 적이 없다. 빛바랜 녹색 돔이 조금도 멋있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민주주의나 진실과는 아직도 꽤 멀어 보인다. 이들 공간이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매력적인 구석이 없어 보이는 데에는 공간 자체의 문제 못지않게 나의 시선도 잘못된 데가 적잖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분쟁과 갈등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거부감으로 쌓여 왔는지도. 그러나, 대학 캠퍼스는 다르다. '자본주의의 첨병에 서다'라고 저자가 붙여 놓은 부제처럼 많은 캠퍼스들이 내외적으로 '소비문화'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의 호소처럼 '대학이라는 공간은 .... 다른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연대감과 자부심, 정서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나 역시 바란다. 그래도, 내가 다닐 적과는 비교할 수없이 으리으리해지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속도에 맞추어 소비문화가 창궐한다 하더라도 나는, 21세기의 캠퍼스를 걸으며 추억에 들뜨며 그 시절의 외로움마저 낭만으로 승화시킨다. 서울 대학교 동숭동 캠퍼스 시절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대학로'에서도 대학생 특유의 일탈과 순수, 무모함을 찾으려 한다. '명분 충분한 백수'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당당하게 항의하는 의로움과 낭만의 결정체'로서의 대학 정신이 곳곳의 캠퍼스에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겠다.


 

 

 

 

『공간을 탐하다』는 <제2장시간을 담다 -기억의 공간>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 내가 철원 노동당사에 가볼 일이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라면 그들의 3집 앨범 때부터 이곳을 알았을 터이고 성지순례하듯 다녀왔을 텐데. 비록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이 뼈대만 남은 건축물은 한없이 쓸쓸해 보인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폐허처럼 서 있는데 어느 날, 놀라울만치 신선한 연출로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 찾아왔었고, 그러다가 모호하고 위태롭게 막혀있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다시 막막한 현실의 상징물이 되었다. 너무나 다른 기억들을 품고 있는 이 건축물의 얄궂은 운명이라니!


 

나만 이런 건 아닐 테지. 덕수궁에 들어서면 숙연해지는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마구 떨린다. '뭔가 근본적으로 우리 민족의 자존감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고종, 을미사변, 아관파천 같은 무기력한 역사가 되살아나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특히, 고종이(아마 커피를 마시며) 연회를 열었다는 정관헌 앞에 서면 그 이국적인 모습에 되레 쓸쓸함이 극에 달한다. 한국식도 아니고 서양식도 아닌 이 묘한 건물에는 사바틴이라는 러시아인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 사바틴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한 움큼의 역사를 들춰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을미사변의 목격자로 거론되며 그의 이름은 '몰락해가는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다'라는 소챕터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을미사변-고영근- 우범선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그의 아들 우장춘 박사)을 이어보니, 이제는 덕수궁에서 우울함을 약간은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 덕수궁의 담을 넘어 정동 일대를 다니면서도고 역사의 격랑 속에서 자존심을 지켜내려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조금은 덜 서글퍼질 것 같다. 


 

 

<매드맥스> <혹성 탈출><블레이드 러너>처럼 '미래에 대한 경고를 보내며 자각을 촉구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과,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쉽게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탐욕 위에 희망을 세우다'라는 기치에 공감하며 현실에 대한 자성도 가능하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퍼뜩 날아드는 생각이란, '산 카탈도 공동묘지'가 어디에 있지? 관심을 끄는 건축물이 등장하면 빨리 그 소재지를 파악, 과연 내가 갈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헤아린다.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 Modena'에 있음을 알고 나니 절망 같은 감정이 몰려든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가장 먼저 별표를 그리게 된 장소인데 아예 모르는 곳에 있다니! '과거와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기억의 회로를 거친 건축'을 하는 건축가'로 소개되고 있는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도시 Aldo Rossi'도 처음 듣는다. 책에 실린 '산 카탈도 공동묘지'사진을 들여다보며 '기억과 시간을 시적으로 함축하고 단순화해 우리에게 제시'한다는 그의 건축을 최대한 상상해 본다. 여기에다가 알랭 레네의 영화 <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와 앙리 베르그송의 '공간화된 시간 개념'을 잇대어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만나게 해주는 건축에 대해 새삼 경외감을 느낀다.


 

 

최근 어느 날 우연히 '산울림 소극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계단식 좌석 어딘가에 앉아 내밀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합류하고 있었던 그 시간. 하이라이트 조명 속에 능수능란하게 전개되던 연극을 사뭇 진지하게 관람하는 내내, 또 한편으로는 이 라이브로 벌어지는 '극'의 반대편에 앉아 '현실'의 과제를 떠맡은 나 자신에게로 시선이 향하고 있었다. 소극장에서 연극을 대할 때에 누릴 수 있는 이 심오한 경험은 그 공간의 특이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닫힌 곳이면서 열린 곳이기도 한 소극장에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더 어울릴 소재는 없을 것이다.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뿐 모든 기대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 '부조리'하지만 삶의 피할 수 없는 일면이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는 극치의 부조리에 내몰리지만, 그 무의미한 반복으로부터 성실함을 도출해낸다. 좌절과 포기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엄습해오는 권태, 이는 바로 부조리한 삶 자체에 대한 자각이며 진정한 삶의 시작을 알린다. 신이 사라지고 인간에의 신뢰도 무너진 극한의 상황에서 '나'만을 느끼며 서서히 새로운 차원의 존재로 변신하게 된다. 이러한 '실존'은 <고도를 기다리며>와 <시지프의 신화>에서부터 실존철학의 대가인 샤르트르의 역작 <구토>에서 그리고 영화 <트루먼쇼> 등으로 범위가 넓혀진다. 여기에 프랑스 조각가 알베르 자코메티의 가느다랗고 길쭉한 조각상도 언급되면 더욱 좋겠다. 인간 존재에서 모든 허울을 걷어내고 나면 앙상한 뼈대만이 그 본질로 남는다. 볼품없고 취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위축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곧게 서 있다.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는 실존적 인간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한다. 숭엄하면서도 아름답다! 


 

'실존의 공간'이란? 상상만 해도 설렌다. '모든 관계가 소거된 채 오로지 '나'만의 실존을 느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페터 춤토어 Peter Zumthor'를 따라가자. "건축은 음악과 같은 것"... "내면의 소리에 자신을 맡겨 설계한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행위이며,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힘은 우리 자신의 내부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 세계를 감성과 오성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놓여 있다"... 건축가가 아니어도 공감이 가는 문장이며 '건축'과 '설계'대신에 나와 더 직접적으로 관계된 단어들(여행,독학, 걷기, 독서 등등)을 열심히 끼워 넣으며 거의 암송하듯 반복해 본다. 춤토어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려면 우선 독일의 '클라우스 형제 교회'로 가면 된다. '모놀리스(거대한 돌기둥)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이며, 내부 벽을 태워 나무옹이와 껍데기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한다. 교회이지만 여러 명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평범한 농부 부부인 건축주는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신을 만나는 이를테면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가 말한 '신 앞에 선 단독자'를 구현하는 공간'을 원했다. 스위스 그라우뷘덴에 있는 '발스 온천' 역시 춤토어가 탄생시킨 실존의 공간이다. 편마암 6만 개로 된 단순한 건물이 언덕에 파묻혀 있다니! 랜드마크가 되고자 지상으로 치솟아 오른 건축물이 판을 치는 세상에, 발스 온천은 건축물을 감추고 '물'을 공간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꿈속에서라도 가보고 싶은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포함하여 단 3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발스 온천에 대한 이야기에 한 단어도 잊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읽고 또 읽는다.'다양한 온도의 온천수와 조명과 빛으로 인해 변화하는 공간의 색, 주변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인 재료의 경험은 건축과 인간의 실존적 경계를 넘나든다'...'페터 춤토어의 공간에서는 낱낱의 개별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성과 기억이 신 혹은 물과 같은 원초적 자연으로 환원된다. 그렇게 건축화한 자연 안에서 그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실존적으로 만나게 된다.'... 너무 먼 곳에 있는 춤토어 공간, 평생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이 언젠가 가게 될 것이라는 긍정보다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감격으로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제2장에서 만난 알도 로시와 페터 춤토어의 지상을 초월한 공간은 다시 유럽 여행을 꿈꾸게(작심케) 한다. 누그러지지 않는 흥분 속에 <제3장 일상을 담다-놀이의 공간>으로 건너오는데, 일상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안정을 회복한다. 서점과 비슷한 그 무엇을 하다가 실패했음에도 여전히 책과 서점은 향수와 열정의 대상이다. 비록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지만 '서점에 가는 행위'는 항상 발견의 여정이며 성스러운 문화의 향유라 여겨져 들뜨게 한다. 옛 종로서적을 층별로 거닐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헌책방의 꾸덕꾸덕한 냄새를 알고 있고, 국내외의 가보고 싶은 서점 리스트를 갖고 있어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독립서점의 이름으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동네 서점을 한두 군데씩 알아가고 있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긴다.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 보고 싶은 책을 파는 곳, 책을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곳, 골목을 걷다 만날 수 있는 가까운 동네 서점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단, 이 고귀한 서점들이 경영난에서 살아남고자 (때로는 책과 전혀 상관없는) 물품을 판다거나 이벤트를 여는 일에 욕심내지 않도록 (그래서 서점 본연의 분위기가 훼손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탬이 되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책을 사러 독립서점으로 나가자.


 

 

조만간 입정동을 찾을 계획이다. '을지면옥'을 찾는 날 조그만 더 이동하면 될 것 같다. 세기슈퍼에서 분식을 맛보고, 응접실 다방이나 민들레 다방 또는 다른 다방에서 옛날 스타일의 커피나 차를 마시고, 오구반점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다 먹어보고, 붓으로 그리고 쓴 간판이 잘 나오는 위치에서 골목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운영이 중단된 청계대중탕 내부를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나에게는 보물찾기에 견줄만한 재미 (일상을 벗어나 시공간이 달라지는 곳을 여행하는 설렘)로 가득한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에게는 고향 동네이자 무심한 (때로는 모니터상으로 무인 폭격기로 폭탄을 투하하는 것만큼 잔인한) 도시 재개발의 위협에 내몰린 곳이다. '현장에 대한 고민이나 그 안에 담긴 세월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축척이 큰 지도를 보고 선을 그어 길을 만들고, 깨끗한 건물을 새로 세우는 것. 그것은 원격 무기로 살상을 하는 현대전과 별다를 것이 없다'.... 내가 찾아다니는, 독특하고 신기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난 서울의 골목들이 하나둘씩 개발 논리에 휩쓸려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저 소비를 앞세운 감성놀이만 좇지 말고, 골목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연대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부터 가져야겠다. '도시란 개발의 대상이 아니고 자본의 꽃밭도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인간에 대한 약간의 존경과 시간에 대한 경외가 있다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매혹의 공간들을 하나씩 그려본다.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그것이 담긴 공간이다' 예전의 홍대 앞, 예전의 신촌, 예전의 동숭동, 예전의 실험극장이 있던 길, 예전의 허리우드 극장이 있던 그 언저리 구역, 그리고 (아마 아직도 남아있는) 낙원상가 ... 저자와 시대적 간극이 크다면 도무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그들만의 매혹의 공간들이겠지만, 절절하게 풀어놓은 그리움의 이야기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음악이 있고 많은 사람의 꿈이 있고 꺼지지 않는 열정의 불씨들이 남아' 있다는 낙원상가라도 얼른 찾아가 봐야 할 것 같다. 저자의 심금을 울렸던 이 매혹의 공간들은 모두 어떻게 된 걸까. 매혹적이었던 동네들은 유사한 성장과 몰락의 운명을 맞았다. 돈으로 무장한 자본 세력이 밀고 들어와 내용은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았다.예전과 사뭇 달라진 그 매혹적이었던 곳들은 겉은 더욱 번지르 해졌지만 '아주 저렴하고 유치한 곳'이 되어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잊히고 만다. 이제 서울의 골목길에서 마냥 들뜨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몰려오는 '아슬아슬함'에 우울해질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이 숨겨둔 매혹의 장소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을 졸이며, 언제 또 광풍이 불어 쓸려나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얼마 전, 보스턴 개발사업인 빅딕Big Dig에 대해 몇몇 자료를 읽을 기회기 있었다. 노후되고 정체로 몸살을 앓는 도심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터널이나 하이웨이, 다리 등으로 보스턴 일대를 재생(재개발)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공사 후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과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오랜 시간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보였다. 보스턴의 사례에 이어 마침 이 책에서 '서울로 7017'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그러나,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완성된 '서울로 7017'은 속도를 버리고 도시의 여유를 되찾는다는 취지에 비하면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로 문장이 전부이다. 여름에는 땡볕이 무서워서 겨울에는 칼바람이 겁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나는 이 '여러 아쉬움'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부디 뉴욕의 '하인라인'이나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를 어설프게 모방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라곤 전혀 없는 곳이 아니기를 바란다. 혹시 '하늘에 떠 있는 공중정원을 걸으며 도시의 바쁜 일상을 관통하는 산책'을 즐기는 동안 예기치 못한 '새롭고 색다른 영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우리나라 건축이나 도시재생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런 대목에서는 나는 왜 아직 이렇게 좋은 곳을 찾지 않았을까라는 탄식을 연발하게 되는데 '선유도 공원'은 당장 가는 길을 검색해 본다. 도시계획인지 재생인지 서울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은 죄다 '부수고 새로 짓자'라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선유도 공원은 '장소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인 안목을 기반으로 할 때 진정한 공간과 시간의 재생을 일구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로 칭송받고 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사례에 버금가는 성공작으로 소개되고 있어 기대치가 더 높아진다. 정수장 내부의 물길들을 그대로 살려 고대의 유적지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산책로, 낡은 콘크리트 기둥을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에게서 성찰의 분위기를 느낀다는 시간의 정원, 취수탑을 그대로 살린 카페테리아를 차례로 들르면서 '아주 오랜 시간 쌓여온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공간의 묘미를 만끽해 보아야겠다. 


 

 

 

코로나 시국이 종료되면 일본에 다시 가고 싶을까? 대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그네들이 자연 속에 터놓은 온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골을 내려다보았던 그 유유자적의 시간이 그리워서이다. 통째로 미술관이 된 몇몇 섬도 찾고 싶고, 교토의 한적한 정원에서 멍하니 앉아 있고도 싶다. 이 책의 <제4장 자연을 담다 -휴식의 공간>는 선유도 공원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과 일본의 정원으로 넓어진다. 우리나라의 '창덕궁 후원'에서 '자연의 일부가 인간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풍경을 보다가 일본의 '정연하게 앉아서 단정한 마음과 자세를 유지하고 정원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액자 정원'으로 들어오면, 전자의 자연스러움과 후자의 인위적임이 확연히 구분된다. '지센카이유식 정원'이라는 무린암에는 못, 다리, 산책로, 숲, 작은 초막이 있어 정원을 바라보게 되어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질서정연하고 단순하며 예측 불가능의 요소가 전혀 없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정해진 규칙 같은 것이 있어 딱딱하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본의 차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예법의 완성'이며 '공간의 완성'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와비(고요하고 투박함을 뜻하는 말)'의 마음 상태마저 필수 요건으로 정해져 있는 주도면밀함 때문인지 이런 방식으로 차를 마시면 그 풍미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지. '미학의 결정체'라는 다실 공간도 어쩐지 숨 막히게 한다. 유명한 정원이나 사찰의 한구석에 작은 오두막이 있다는데 벽을 째서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들어가면 차를 마시는 공간이 나온다 한다. 이에 반해 안팎이 훤히 다 보이는, 물 위에 띄워놓은 유리 다실도 있고 교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지붕까지 온통 유리로 만들어진 다실 '고안'도 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이 유리 다실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며 차를 마신다는 점에서 (특별할 것은 없지만) 좋아 보이나, '유리로 제작된 벤치 세 개가 다실 주변에 놓여 있어 거기 앉아 다실 안에서 진행되는 다도 의식을 감상할 수 있다'라는 면에서는 황당스러워 보인다.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차를 마신다는 사실도 의아하거니와 (내밀하고 사적이어야 할) 차 마시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감상한다니.... 휴식과 명상의 왜곡인지 확장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알아서 내 마음대로 뜨거운 물에 우려먹는 녹차 한 잔이 더 휴식이 되고 명상에 기여하지 않을까. 사실 요즘 일본은 차보다 커피나 와인이 더 대세 아닐런가. 돌무더기나 가지런히 깎은 풀이 도열해 있는 쓸쓸함마저 감도는 정원 한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숭상하는 자세로 차를 홀짝이는 것,아니면 넓고 경쾌한 분위기가 가득한 세련된 공간에서 각양각색의 커피와 와인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즐기는 것.... 나의 휴식과 명상을 위해서라면 후자를 선택할 터이다. 


 

 

일본의 차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책의 끝부분은 상당히 조용해지는 (더불어 지루해지는) 느낌이다. 일본의 다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흥분될 요소가 많을지언정 '공간을 탐하는' 나로서는 '정적으로 관조하는' 데에 맞추어진 일본의 정원과 차 문화 이야기는 잘 읽혀들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닐 수 있다. 역시 일본을 무대로 하지만 '파고들어가는 건축', '땅속에서 만난 건축'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기대할 만한 곳이다. 지도의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겠는데...데시마섬...그리고 데시마 미술관.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로 인해 세계적인 명소의 반열에 오른 12개 섬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곳에 '데시마 미술관'이 있다. '조용히 순례하듯 산을 돌아 미술관 입구에 도달'하면 '거적을 살짝 들어 입구를 낸 움막처럼 작은 콘크리트 개구부가 나오고 그 앞에 신발을 벗는 장소가 나온다'. 신발을 벗어야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없으며 떠들지 말아야 한단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들이 있는 걸까 '입구로 들어서니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내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웅크리고 있는 생물의 뱃속 같은, 벽과 바닥의 구별이 없이 모두 허연 그 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손으로 문질러 지워낸 듯 모호함만이 가득했다.' 너무 과하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미술관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나 같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실망감에 휘청거렸을지도... 바닥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물방울'에 잠시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호기심에 다시 힘이 날지도... '바닥에 난 작은 구멍에서 물방울들이 스며들어 올라온다'라는 문장을 상상해본다. 기둥이 하나도 없는 마치 조개껍데기 같은 이 땅속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생각하게 될까. 또르르 굴러다니는 물방울을 따라 그 텅 빈 공간을 서성이며 '예술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땅이 전해오는 편안함을 느끼며 땅 위에서는 몰랐던 위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칭 '공간 탐구가'로서 이 책 『공간을 탐하다』을 잘 읽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들의 기억이 서린 장소들을 아낌없이 퍼 날라주는 저자들의 수고에 부응하는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었다. 나보다 세대가 조금 앞선 그들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공감이 안 가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상상력으로 극복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보석같은 공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가야 할 곳의 리스트가 쭉쭉 늘어났다. 저 멀리 발스 온천은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찾아가야 할 내 일생의 필수 목적지로 등극했다. 나의 소박한 욕실에서 그 실존의 아우라를 흉내내고 실존으로 연계된 많은 이야기들을 거듭 읽는다. 버스로 지하철로 당장 찾을 수 있는 골목, 광장, 캠퍼스, 서점을 하나씩 발견하러 나선다. 국경이 열린다면 아마 일본 데시마섬으로 가는 비행편을 예약할 것 같다. 또한, 이 책은 공간이나 건축에 대해 겸허하고 심플한 마인드를 가지라고 독려해온다. 눈길을 사로잡는 곳, 남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고급스럽든지 아니면 최소한 독특한 무언가를 경험하며 내가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져들 수 있는 곳.... 가만히 반성해보건대 지금껏 내가생각해 온 공간은 겉과 멋, 자기과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깝든 국경을 넘어 머나먼 곳이든 반듯한 건물 내부이든 경계 없는 바깥이든 공간을 공간답게 향유하려면 그곳에 서려 있는 시간과 기억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식견과 얄팍한 감각만으로는 공간을 제대로 탐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얻은 삶의 지략이란, 많이 공부하며 앎의 지경을 확장하면서 공간을 찾아다녀보자. 위대한 건축과 특별한 공간을 많이 알아가며 그 안팎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읽어내보자. 허물어져가는 벽에서도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로도 매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고, 소박한 나무 한 그루에서도 화려한 이야기를 발견해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을 길러보자. 또한, 바라건대 공간을 탐하는 일을 같이 하며 공간과 건축이 주는 감동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 오늘은 어디를 찾아가 볼까요?


 

*이 글은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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