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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의 애인, 그리고 나

에이드리엔 브로더 저/정연희 | 문학동네 | 2021년 09월 17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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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38g | 140*210*20mm
ISBN13 9788954682220
ISBN10 895468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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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전미잡지상을 수상한 『조이트로프: 올스토리』의 공동 제작자로,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출판 이력을 시작했다. 도서 편집자로 일했고, 현재 아스펜 인스티튜트의 프로그램인 아스펜 워즈의 총괄 담당자를 맡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전미잡지상을 수상한 『조이트로프: 올스토리』의 공동 제작자로, 영화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출판 이력을 시작했다. 도서 편집자로 일했고, 현재 아스펜 인스티튜트의 프로그램인 아스펜 워즈의 총괄 담당자를 맡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운명과 분노』, 『플로리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커먼웰스』, 『헬프』, 『비둘기 재...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운명과 분노』, 『플로리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커먼웰스』, 『헬프』, 『비둘기 재앙』, 『사랑의 묘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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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내 평생의 사랑, 말라바:
엄마의 이야기


나의 엄마, 말라바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딸인 ‘나’는 열네 살 때부터 20대를 벗어날 때까지 엄마의 불륜을 도와준다.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실화다.
나의 엄마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그녀는 타고난 요리사다. 야생의 재료로도 매혹적인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엄마가 만들어낸 요리는 본능을 자극한다. 엄마를 위해 엄마의 애인 벤은 두 부부가 함께 만나는 만찬에 쓸 재료로 ‘사냥 고기(wild game)’를 가져오기로 하고, 그들은 『와일드 게임』이란 레시피 책을 쓴다는 핑계로 만남을 이어간다. 각자의 배우자가 지켜보는 저녁 식탁에서, 때로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다른 도시까지 떠난 여행에서,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오랫동안 이어진다.
그들의 관계는 옳지 않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제어할 수 없는 욕망과 삶의 찬란한 불꽃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오랫동안 불만족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벤을 만나 한없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 엄마의 처지에 공감한다.

부엌살림을 하는 여자라는 말에 러플 주름이 달린 앞치마를 한 사랑스러운 주부나 어린아이들을 충실히 먹여 살리는 고달픈 어머니를 연상했다면, 엉뚱한 부엌의 엉뚱한 여자로 완전히 헛짚은 것이다. 만의 해변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 맨 끝에 있는 이 집에서 부엌은 사령부요, 말라바는 오성 장군이었다. 개방된 형태의 주방이 유행하기 한참 전에 말라바는 요리하는 사람은 혼자 더운 방에 처박혀 닫힌 문 뒤에서 노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칭송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말했다. 머랭이라는 배가 크렘 앙글레즈의 바다에 띄워진 곳도, 완벽하게 구워진 푸아그라에 졸인 무화과를 끼얹은 곳도, 물냉이와 꽃상추 샐러드에 노련하게 올리브오일과 바다 소금을 뿌린 곳도 이 부엌이었다.
엄마는 레시피를 거의 따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음식의 화학 성분을 파악하는 능력이 장착되어 미각과 본능과 손끝만 있으면 끝이었다. 혀에 진한 소스 한 방울이면 극소량의 카다멈도, 얇게 한 조각 들어간 레몬 껍질도, 남모르게 살짝 넣은 재료의 향도 감지해낼 수 있었다. 엄마에겐 어떤 재료를 배합하면 되는지, 온도가 요리를 어떻게 달라지게 만드는지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있었다. 엄마는 또한 이 재능의 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는데, 남자와 관련되었을 때 특히 그랬다. 날카로운 칼과 향신료와 불만 있으면 그 향으로 남자들이 가득 탄 배를 바위로 유인하는 만찬을 차려냈고, 남자들이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기쁨을 느꼈다. 나는 그리스 신화를 읽어 세이렌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그런 능력에 감탄했다.
--- p.21-22

1980년대에 시작된 엄마의 불륜은 마치 일식처럼 엄마 삶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을 거의 모두 가렸다. 엄마는 그 관계로 인해 찬란히 빛났고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한동안 눈이 멀었다. 저녁 파티를 열고, 행사에 같이 참석하고, 가족 모임을 주선하는 등 여전히 찰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벤 사우더에 대한 욕망은 어떻게 해도 충족되지 않았다. “레니, 내가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적이 없어.” 어느 날 엄마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 p.73

엄마와 벤은 함께 굴을 까고, 청둥오리 깃털을 뽑고, 다루기 까다로운 숲속 동물의 내장을 꺼냈다. 두 사람이 쏟아내는 말에는 그들이 구운 사냥 고기에 대한 포르노그래피적인 중의적 표현이 가득했다. 살살 녹는 엉덩이살, 감미로운 가슴살, 야들야들한 허벅지살. 그들의 모든 몸짓이 야하고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조갯살을 껍데기에서 스릅스릅 파먹는 것이나, 뼈를 씹어 골수를 쪽쪽 빨아먹는 것이나, 접시에 남은 소스에 새끼손가락을 담그는 방식만 봐도 그랬다. 그들이 음음거리며 즐겁게 먹을 때 그 소리가 내 위를 뒤틀리게 만드는 바람에 내가 2층으로 뛰어올라가 소화제 텀스를 한 움큼 집어삼켜야 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 p.102

“누구하고 사랑에 빠질지는 통제할 수 없어, 안 그래?” (…) 엄마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었다.
--- p.116


지독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회복:
딸의 이야기


그러나 괜찮을 리 없었다.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거짓말은 나의 영혼을 좀먹어들어갔다.
게다가 나는 점점 자라나면서 엄마 애인의 아들에게 끌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이 이야기는 엄마와 엄마 애인의 로맨스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지만, 나의 온전한 성장기이기도 하며, 평생 엄마의 사랑을 갈구한 한 딸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거짓말을 자주 하면 실제 진실보다 더 진실로 느껴질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그리고 나는 정말로 찰스를 사랑했다―중요한 단 하나, 진실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잃는다. 거짓말이 처음으로 내 입술을 통해 나온 그날, 나는 찰스와 진실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상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 자신과 진실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잃어갔다.
--- p.84

한 번의 키스 이후 말라바와 벤은 헤어날 길 없는 사랑에 빠졌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내가 나 자신에게 계속했던 질문이다. 말라바는 누구도 다치게 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약속된 해피엔드를 바랐을 뿐이다. (…) 나는 이 드라마와 함께 성장했고, 지금 그 상황을 어른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여전히 엄마에게 충성스러운 딸이었다. 엄마의 고통이 다른 모두의 고통을 덮어버리는 것 같았다.
--- p.231-232

아니, 엄마가 더이상 나를 가까이 두고 싶어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 p.298


누구의 딸도 아닌,
누구의 엄마도 아닌


모든 이야기가 분별과 단죄로 요약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굳이 이 책을 펼쳐들 필요는 없으리라.
그러나 이 회고록은 인간의 마음이 도리 없이 어디론가 흘러간 궤적을 담았다. 비로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에 이르러, 이제는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러 글쓴이는 눈물을 삼키며 묻는다.
“엄마, 엄마가 저라면 뭘 쓸 것 같아요?”

아름답고 참혹하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매력적인 서사와 깊은 통찰.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탐닉하게 될 것이다.
- [뉴욕타임스 북리뷰]

『와일드 게임』은 회고록이지만, 온통 마음을 사로잡힌 딸의 시선으로 독자들 눈앞에 생생한 감각적 디테일을 펼쳐 보이는 1인칭 소설처럼 읽힌다. 감미롭고 애타는 이 산문은 결국 천천히 엄마를 잃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 [NPR]

추천평

유별난 엄마와 그만큼 유별난 딸의 지독하고 잊을 수 없는 회고록. 에이드리엔 브로더가 『와일드 게임』에서 이룬 많은 성취.아름다운 문체, 우아하게 서술된 매혹적인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은 이 잊을 수 없는 책의 모든 페이지를 관통하는 사랑이다.
- 다니 샤피로 (『유산』 저자)

아주 독특하고 굉장히 재미있다. 『와일드 게임』은 엄마의 가혹한 욕구에 붙들린 딸의 사랑과 열정을 들여다본다. 과감한 자기 성찰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로, 브로더는 세대를 거치며 가족을 묶어놓은 업보의 실타래를 푼다.
- 루스 오제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저자)

올해의 책 추천평 (1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이보다 더 소설 같을 순 없다. 정신 3대의 악순환 고리를 끊은 저자의 성장담이자 회고록. 세심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kim*****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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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엄마와 딸은 온전한 전체의 반반일까? - 와일드 게임(에이드리엔 브로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노* | 2021-10-19

 

<와일드 게임>이라는 제목만 봤을 땐,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책 소개를 봤을 땐 당연히 소설인 줄 알았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고 있는 14살의 딸을 깨워서 '내가 네 아빠 친구랑 키스를 했어.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라는 고백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책을 읽으며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라는 황정은 작가님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 책은 회고록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일을 재구성한 책이다. 앞서 말했던 '자는 딸아이를 깨워서 자신의 불륜을 고백하고, 더 나아가 비밀을 지켜주고 불륜을 도와달라고 하는 엄마'는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하고, 딸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였다. 사실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 엄마 말라바는 알코올 의존증이 심해서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말라바의 첫 결혼은 실패로 돌아갔고, 처음으로 낳은 아이가 2살 무렵 갑작스럽게 질식사했다. 그러다 두 번째 남편 찰스를 만났는데, 찰스는 돈도 많은데다 가정에 충실하고 엄마를 사랑해주며 아이들에게도 친절한, 완벽에 가까운 남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완벽남에게 '건강 문제'가 생기고 만다. 뇌졸중 때문에 신체를 예전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주인공 에이드리엔은 이런 엄마의 심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던, 어찌 보면 조숙한 딸이었다. 남아 있는 앨범으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큰오빠'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주인공은 엄마의 운명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엄마도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엄마가 행복하다면 의붓아버지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것 정도는 눈감아주고 그들이 더욱 마음놓고 진도를 나가도록 돕기로 했다. (덧붙이자면, 책 제목인 '와일드 게임'도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요리 칼럼니스트인 말라바가 사냥을 좋아하는 불륜남을 더 자주 만나기 위해 '와일드 게임(야생에서 사냥한 동물)'을 주제로 요리책을 써 보겠다고 한 것이다.) 말라바는 항상 에이드리엔에게 말했다. "우리는 온전한 전체의 반반이야." 에이드리엔은 그 말이 너무나 듣기 좋았고, 자기에게 와서 불륜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는 엄마와의 시간을 학수고대했다.

 

사실 말라바가 에이드리엔을 그렇게 조숙한 딸로 만들었던 것 같다. 엄마가 아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은, 14살의 딸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크고 불편한 진실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아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을 법한 나이에 에이드리엔은 거꾸로 엄마의 사랑과 비밀에 매이게 된 것이다.

 

행복할 자격이 있는 엄마. 아버지의 친구와 바람을 필 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딸이 들어줄 때 가장 행복한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 에이드리엔은 다시 오지 않을 자신의 청춘을 허비해 버렸다. 에이드리엔은 엄마를 동경하고, 심지어 우상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엄마를 우선시했다. 엄마의 연애사로 충분했기 때문에, 자신은 그 피끓는 청춘기에 연애도 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에이드리엔의 청소년기에는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엄마의 비밀을 먹고 쑥쑥 자란 그것은 성장을 해 가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블랙홀 같은 것이어서 에이드리엔의 마음을 계속 짓눌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 중요한 단 하나, 진실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잃는다(84면)"고 했던 말처럼, 에이드리엔은 마침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했으면서도 그에게 모든 것(즉, 엄마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한다.

 

예상 가능하듯이, 에이드리엔의 삶도 평탄하지 않다. 그녀가 결혼한 남자는 엄마의 불륜상대의 입양 아들이다. 엄마와 불륜상대는 순식간에 사돈이 되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마침 불륜이 표면으로 드러나며 엄마의 연애사도 끝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보통의 엄마라면 이런 순간에 자신의 행동을 크게 반성하며, 딸의 행복한 앞날을 위해 행동을 조심할 것이다. 그러나 말라바는 달랐다. 그녀는 불륜상대와 사돈이 된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역이용해,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자신이 제일 주목받는 여인이 되기로 한다. 이를 위해 에이드리엔이 결혼할 때 물려주기로 했던, 자신이 자기 엄마에게서 받은 휘황찬란한 목걸이를 딸 대신 자기가 건다.

 

엄마의 부모님이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처럼, 정서적으로 방치된 아이들이 종종 사람 대신 물건에 집착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엄마에게 이 목걸이는 엄마의 사랑을 상징했다. (...)

엄마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내게 주려는 것이었고, 그 생각에 내 심장은 거의 터질 것 같았다.

250면

 

에이드리엔이 그 목걸이를 받는 순간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도 모른 채. 아니, 알았을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말라바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녀에게 딸의 마음이 다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은 자신의 불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 전체에서 이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일 수 있는 결혼식마저 자신을 위한 날로 만들려고 하는 엄마라니. 이런 엄마가 있다니. 우리 엄마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는, 말라바와 정 반대인 엄마이다. 나 역시도 자라나는 내 딸이 행복해진다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럴 것이기 때문에, 딸의 결혼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는 말라바가 나에게 던진 충격은 오래 갔다.

 

또 한 가지. 엄마의 보물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에이드리엔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나는 엄마에게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는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가슴 벅차고 감동적인 일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동시에 이전에 읽었던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 한 구절이 생각났다. '엄마라고 꼭 자식을 사랑해야만 하는 걸까'. 어릴 땐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기에, 내가 받은 모든 것을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예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우리 엄마가 말라바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엄마에게 감사해야지' 정도에서 감상이 멈췄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도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딸이자 엄마로서 읽은 이 책에서 나는 '친구같은 부모, 친구같은 자식'의 폐해를 발견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친근한 부모는 좋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자신의 친구에게 하듯 아이를 대해서는 안된다는 구절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말라바와 에이드리엔을 보고 그것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말라바의 마음은 가벼워졌을 지 몰라도,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딸 에이드리엔의 마음은 그의 백배 천배로 무거워졌고 그 무게가 그녀의 여생을 계속해서 짓눌렀기 때문이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의 비밀을 자신의 것처럼 지켜주었지만, 그게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성인이 되어서야 깨달은 에이드리엔. 결국 그녀는 "타인의 삶에 빠져볼 때 자신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를 거야(203면)"는 말을 듣고, 수많은 책을 탐독하며 감정과 비밀의 깊은 수렁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신만은 외할머니로부터 말라바를 거쳐 자신에게까지 이어져 온 그 비뚤어진 모녀간의 유대관계를 털어버리고, 자신의 딸에게는 대물림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어린 딸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그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결심하며.

 

에이드리엔이 결국에는 치유되었다는 것을 다음의 문장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자라면서 믿었던 것처럼 우리는 온전한 전체의 반반이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라는 한 개체였다. 내가 나라는 한 개체이듯. 그리고 나는 내가 엄마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더 많이 내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329면

 

내 딸도 나와는 독립적인 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며 행복하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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