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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전재홍 | 하얀나무 | 2021년 05월 26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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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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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5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636g | 228*288*32mm
ISBN13 9791185154749
ISBN10 118515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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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명)

1960년 한국 대전 출생. 2000년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석사) 2008년 한남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박사) 논문:쌀 관련시설의 도시경관 변화에 대한 영향연구,(일제강점기 논산·호남평야의 사진고찰을 통하여) 개인전 1986 공간전, 영상화랑(대전) 1999 멈춰진 시간, 강경전. 대전·서울·대구·부산 2000 식민시대의 흔적, 대전·서울·대구·부산·제주 2004 일제 쌀 ... 1960년 한국 대전 출생.
2000년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석사)
2008년 한남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박사)
논문:쌀 관련시설의 도시경관 변화에 대한 영향연구,(일제강점기 논산·호남평야의 사진고찰을 통하여)

개인전
1986 공간전, 영상화랑(대전)
1999 멈춰진 시간, 강경전. 대전·서울·대구·부산
2000 식민시대의 흔적, 대전·서울·대구·부산·제주
2004 일제 쌀 농장건물展, 갤러리 길상(대전)
2006 식민지展, 연변미술관(중국)
2013 도예가 이종수 기록전, 이공갤러리(대전)
2019 한옥에 든 자연, 허브갤러리(서울)
2021 제국의 바벨탑, 갤러리 탄(대전)
2021 제국의 휴먼, 토포하우스(서울)

?주요 단체전
2003 상생과 명상전, 대전 이공갤러리
2004 다큐먼트전, 서울시립미술관
2005 Peace please Performance, 제주 평화박물관
2005 산책, 건축과 미술전, 대전시립미술관
2007 단면전, 대전·헝가리 부다페스트
2007 공공미술프로젝트 행복도시 기공식 특별전, 충남 연기
2007 시장미술프로젝트 중앙시장미술제, 대전중앙시장 이벤트홀
2008 제39조 2항전, 서울 아트선재센터
2009 서울오픈아트페어, 서울코엑스
2009 HICA전, 일본 오사카CASO미술관
2010 한국화랑미술제, 부산BEXCO
2010 벽돌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2011 신세계전, 전북도립미술관
2018 바이젠국제사진축전, 중국
2019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서울 예술의전당
2019 글로벌아트페어, 싱가포르
2020 소제창작촌 레지던스전, 소제도큐멘트
2020 8월의 크리스마스, 토포하우스
2021 선의 경계 : 사진으로 읽기, Galerie 89, 프랑스 파리

출판
2021 Little Boy, 하얀나무
아카이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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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우리는 전재홍이 찍은 사진에 의지해서만 그 무서운 시대의 악행을 기억하게 될 것인데 이것조차 없다면 우리의 기억 역시도 부재할 것이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버려 없다고 말할 수 없어야 할 때 이 사진이 구원처럼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 박영택 (경기대 교수, 미술평론)


전재홍은 사라져가고 있는, 하지만 아직 고통스럽게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을 집대성해 우리 앞에 덜컥 펼쳐놓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리틀보이〉다. 2021년 전재홍이 출간한 〈리틀보이〉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잔인하고 집요했던 행적에 대한 예술가의‘한방’이다.
- 신경훈 (언론인)


전재홍은 그런 사진 찍기의 방식을 통해서 아카이브의 시선을 구축했고 나아가 잃어버린 근대의 시간을 재구축 했다. 국가가 잃어버린 것을 한 시민이 되찾아 오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그의 사진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신중해야 한다.
- 이영준 (기계비평)


전재홍은 이른바 〈제국의 휴먼〉, 〈제국의 평야〉, 〈제국의 바벨탑〉 시리즈를 흑백사진으로 제작해왔다. 이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모두 일제강점기가 남긴 일련의 시대적 상흔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네 땅과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지표면과 피부위에 매우 깊고 선명하게, 오래 살아남아 있어서 작가는 그것들을 수습해 가능한 그 존재의 현재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그러한 기록, 저장에 적합한 매체로서 기능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수탈과 대륙 진출의 차원에서 만든 여러 구조물에 해당하는 일련의 철도역 급수탑이나 농장, 수리조합, 창고와 양조장, 유곽과 주택 그리고 사무실 등의 이른바 식민지건축물 등을 조사, 연구, 기록해왔다. 그는 건축공학박사이자 사진가의 역할을 두루 아우르면서 이 일을 해내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기본이 기록적 문서에 놓여있다면 그이의 사진은 그에 가장 충실한 편이다. 그가 촬영한 철도 급수탑과 일련의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화면 중심부에서 직립하거나 수평으로 길게 자리 잡으며 자기의 몸체를 가감 없이 노정한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힘겹게 살아낸 이들의 육체 또한 정면으로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러니 이 ‘보여주는 일’은 동시에 망각과 외면, 무관심과 무의미에 묻혀있거나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들을 다시 보여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일을 동반하며 그로인해 그 건축물/인간의 몸이 품고 있는 역사적 함의를 상당히 복합적으로 건드려주고 표면 위로 부상시킨다.

?전재홍이 촬영한 건축물이나 구조물들은 거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수 십 년에서 백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남아 이곳의 어느 풍경 안에 고요히 숨죽이며 놓여있다. 본래의 상태와는 달라졌거나 대부분 철거되었고 혹은 부분적으로 파손되었을 것도 같지만 또한 상당한 숫자의 건물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건물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기도 하며 또 다른 용도로 쓰이는 등 사용을 달리하면서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네 풍경과 건물들 사이에 박혀있는 이 건축물들은 어딘지 낯설고 이국적인 건축양식을 부분적으로 드러내면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은폐하거나 위장하고 있다는, 이상한 분위기를 거느리고 있다. 호남평야의 자연 안에, 전라도 지방 도시의 어느 곳에, 익숙하고 친근한 한국의 건축물 사이에 끼여 들어와 숨 쉬고 있는 이 존재들은 우리 안에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강고히 유지되고 있는 일제식민 잔재와 그 유산의 집요함을 은밀히 은유한다.

?일제강점기에 식량 수탈의 목적으로 만든 일련의 이 건축물들은 무엇보다도 철도와 철도역을 중심으로 파생되었다. 작가가 〈제국의 바벨탑〉이라 명명한 철도역 급수탑을 제외한 건축물은 〈제국의 평야〉란 제목 아래 묶인 사진 속에 들어와 있다. 전라북도의 호남평야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여러 건물들은 그만큼 이곳이 일제의 적극적인 식량수탈의 대표적 장소였다는 방증이다. 물론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이 글은 다만 일제의 수탈전진기지의 노릇을 했던 농장과 농업창고, 농장주의 저택, 그리고 그와 연관된 여러 건축물들을 촬영한 작가의 사진에 관한 언급이다.

전재홍의 사진은 다분히 건축물 전체에 주목한 기록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성격을 강하게 노정하고 있다. 이 당혹스러운 구조물은 일본제국주의의 권위를 표출하는 상징물들이다. 건축은 한 도시, 나아가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한 가장 분명한 물리적 기록이자 증거에 해당 한다. 그것은 삶의 현장 위에 여전히 남겨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역사를 몸소 기록하고 체득하는 이들이라면 건축 역시 그와 한 쌍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물리적 유구를 보존하는 것은 그 건축이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저장하고 계승하고 잊지 않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치욕의 역사라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 기억이란 결코 좋은 기억만 있을 수는 없다. 건축의 경우도 온갖 흉흉한 기억을 죄다 온 몸으로 두르고 있다. 용케 살아남아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전재홍은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사진으로 담아 이를 기억,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건축물의 뒤를 이어 원폭피해자나 강제노동에 동원된 이들, 일본군 위안부 등이 그의 사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국의 평야〉시리즈는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들을 일본 본토로 실어 나르며 수탈해 갔던 역사를 기억하는 여러 건축물을 다시 보여준다. 전라북도 총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평야는 전국 최대의 곡창지로서 전주· 익산· 군산· 정읍· 김제 등 5개 시와 부안· 완주· 고창 등 3개 군이 포함된다. 이 지역의 농경지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토지회사와 자본가들에 의해 점유되었으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조선인의 농경지를 또한 착취하였다. 그래서 〈제국의 평야〉시리즈는 군산, 김제, 익산 지역에 주로 편중되어 있는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농장과 저수지, 창고, 농장사무실, 양조장, 주택 등지를 대상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당연히 일제강점기 농작물 수탈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전라북도 지역이 사진적 공간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일제 수탈의 상처나 흔적이 그만큼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쌀 수탈기지화의 대표적인 호남평야 일대의 이 시설물들과 그들의 거주 공간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어서 그것들은 곳곳에 알 듯 모를 듯, 어딘가에 박혀 있다. 그곳에 여전히 사람이 살기도 하고 더러는 방치되어 있기도 하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되어 사용되는가 하면 본래의 모습, 용도를 망각한 체 알 수 없는 모호한 유령 같은 존재로 남아있거나 지속해서 시간의 무게에 눌려 허물어지거나 기를 쓰고 버티고 있다. 우리 안에 불멸하고 있는, 무의식 속에 살아남아 불현 듯 솟아나는 일제의 흔적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다. 사실 얼핏 봐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용도의 것인지 또는 어느 시대의 건축양식인지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이 애매하고 낯선 구조물이나 건축물은 우리들 풍경과 삶의 구조물 사이에 슬쩍 스며들어 있고 거의 100여 년의 시간을 버텨왔다. 그만큼 일제 식민잔재의 청산 문제는 지난하고 힘든 일이다.

나로서는 전재홍의 사진은 치열한 기록성과 다큐멘터리와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실은 우리 삶과 공간 속에 안개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 그러다가 뒤늦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인식의 시차적 결락과 그로인해 새삼 일제식민지 현실과 그것이 남긴 영향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하는 다소 착잡한 난제와 복잡한 감정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전재홍의 건축물 사진은 자연스레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온 몸으로 간직하고 있는 몸들의 기록으로 밀고 나간다. 〈제국의 휴먼〉이라 이름 붙인 시리즈가 그렇다. ‘일본 지배로 인해 뒤틀린 인생의 변곡을 맞은 인물들의 기록’인 셈이다. 그런데 이는 단지 한국의 경우로 국한하지 않고 그 범위가 조금 넓혀져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만주로의 농업이주, 한센인 강제입원과 신사참배거부로 인한 단종,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입은 1세와 2세 환우, 사할린 강제이주 가족들뿐만 아니라 남경대학살의 생존자인 중국인과 731부대 학살 생존자 등으로 확산되었다. 따라서 지역 역시 한국과 일본, 러시아 연해주, 중국 길림성, 흑룡강성 등에서 촬영했다.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특정 배경과 함께 보여준다. 단독 혹은 부부, 친구들이 모여 이룬 이 초상은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뎌낸 그들 생애의 이력을 자신의 얼굴과 신체를 통해 불현 듯 발설해내고 있다. 동시에 그 뒤로 펼쳐진 배경은 특정한 장소, 환경과 결부되어 그들의 생애를 암시하는 장으로 매개된다. 이들의 처연한 몸은 황량한 풍경, 장소를 배경으로 어느 한 쪽으로 밀려나 위치해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격랑에 의해 쓸리고 밀려난 자기 생애의 비극이 이룬 몸의 초상이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직립하고 있다. 그것은 가독성의 체계를 지닌 문자 꼴이 아니어서 다만 시각이미지로만 벌어져 있어 아득하고 깊은 구멍으로 보는 이들을 빨아들인다. 앞서 보았던 건축물들과는 달리 이 인물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관자의 시선에 연동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전재홍의 모든 사진은 한국근대사에 대한 탐구자 기억이고 그에 대한 사진적 기록의 과정이다. 축약하자면 일제 수탈의 흔적과 일본 식민지배가 남긴 상흔의 역사를 저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처참한 사실들이 망각과 소멸, 부재의 과정을 겪는 것에 대해 사진을 통해 저항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래서 시급하고 절실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남겨진 상흔들이란, 건축물이든 사람이든 모두 머지않아 사라질 것들이고 이내 우리가 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전재홍이 찍은 사진에 의지해서만 그 무서운 시대의 악행을 기억하게 될 것인데 이것조차 없다면 우리의 기억 역시도 부재할 것이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버려 없다고 말할 수 없어야 할 때 이 사진이 구원처럼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사라지는 상흔에 저항하는 사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단종을 당한 정기진씨, 온통 담쟁이덩굴로 덮여 스산한 전북 김제의 일제 백구금융조합 건물 그리고 충북 충주역에 기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일제가 세운 급수탑. 사진가 전재홍의 사진집 '리틀보이'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고요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잊어가고 있던 일제 잔혹사의 증인들을 전격적으로 소환해, 아직 일제 침략의 역사는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전재홍은 한국적 정서와 동떨어진 생소한 형태의 시설들을 들춰내 일제의 한반도 수탈이 얼마나 집요하고 악랄했는지 선명하게 일깨우고 있었다.

전재홍의 사진집 ‘리틀보이‘는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을 담은 ‘제국의 휴먼’, 제2부는 일제가 한반도를 수탈하기 위해 세웠던 건물들을 찾아내 촬영한 ‘제국의 평야’, 제3부는 한반를 약탈하고 통치하기 위해 일제가 철도역마다 설치한 철도급수탑을 기록한 ‘제국의 바벨탑’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일제 침략의 역사가 ‘이미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제 침략 이후 국내에서 시도된 최초의 대규모 사진 작업이다.

제1부인 ‘제국의 휴먼’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에 산재해 살아가고 있는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을 잔혹한 침략의 흔적이나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담은 사진들이다. 국내에서는 신사참배 거부했다는 이유로 단종된 피해자, 강제노동에 동원됐던 사람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인들과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했던 부부 등을 담았다. 전재홍은 또한 국경을 넘어 중국 길림성에선 강제이주 및 세균전의 피해자들을, 흑룡강성 하얼빈에서는 731부대 생존자를 촬영했다. 작가는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및 조선족 중국인들까지 등장시켰다.

전재홍은 일제 만행의 피해자들을 그들의 삶과 관련된 장소를 배경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말없이, 동작도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재홍의 ‘제국의 휴먼’ 작품들은 ‘사진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일제가 저지른 역사적 사건들은 분명히 문자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런 기록과 정보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크게 흔들지는 못한다. 그런데, 전재홍은 문서로 기록된 막연하고 어렴풋한 사건을 단번에 현실의 장면으로 되살려냈다.

?‘제국의 평야’는 전재홍이 조선은행군산지점, 백구금융조합, 구마모토 농장사택, 이노우에 농장, 히로쓰 농장, 옥구저수지, 옥구양조장, 임피역, 임피 정미소, 익옥수리조합 등을 기록한 연작이다. 일제가 한반도를 경제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세운 시설들이다. 작가의 앵글 속의 시설물들은 일제의 음습한 손길이 아직 한반도에 뻗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다. 작가의 카메라는 오랜 세월 한반도 곳곳에 숨어있던 일제의 망령과 같은 건물들을 하나씩 추적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과 ‘뿌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건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것들이 일제 때 세워진 일본식 건축양식이란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제국의 평야’ 속 건축물엔 기이한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것은 단순히 이국적인 느낌이 아니다.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에게 섞일 수 없는, 성질이 다른 괴물체를 마주한 듯하다.

‘제국의 바벨탑’은 거대한 급수탑을 찍은 사진들이다. 일제는 철도를 이용해 한반도에서 각종 물자를 빼 내갔다. 그들은 원활한 철도 운영을 위해 한반도 곳곳에 철도 급수탑을 세웠다. 그 탑들은 우리 땅에서 기름을 짜내기 위한 ‘욕망의 바벨탑’이었다. 전재홍은 그런 급수탑이 아직 전국에 철도역에 22개나 버티고 서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급수탑들은 겉모습만 봐서는 무엇을 위한 시설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질적이고, 기괴하다. 거대한 시설을 지으면서 건축미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 했던 일제의 야만적 감각의 결과물이다. 전재홍은 기이한 형상들을 고요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선명하게 드러냈다.

‘리틀보이’ 작품들은 절규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무표정하고 동작도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는 렌즈로 무언가를 강력하게 부각하지 않았다. 인물과 주변이 쓸쓸하게 어우러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 관람자들은 표정 없는 얼굴과 깊은 주름 그리고 스산한 배경을 보고 인물이 견뎌야 했던 고난의 시간을 공감하게 된다. 조용하지만 전복적이다. 또한 우리는 직접 가 보지 않아도, 인물의 어깨 너머로 당시의 장면들을 목도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제국의 평야’와 ‘제국의 바벨탑’ 사진들은 ‘유형학적 사진’의 선구자인 독일의 베허 부부의 작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재홍의 사진들은 출발점이 다르다. 낡은 건축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지만, 베허 부부가 바라본 시설물들은 미학의 대상이었고 전재홍이 응시했던 피사체들은 미학의 차원을 넘어선 잔혹한 역사의 증거물들이다.

전재홍은 사라져가고 있는, 하지만 아직 고통스럽게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들을 집대성해 우리 앞에 덜컥 펼쳐놓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리틀보이’다. 2021년 전재홍이 출간한 ‘리틀보이’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잔인하고 집요했던 행적에 대한 예술가의 ‘한방’이다.
- 일제 잔혹사의 증인을 소환하다
신경훈 (언론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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