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국내작가
사람들은 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두고 걸작과 졸작, 혹은 범작이라는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놓는다. 물론 뮤지션들에게 칭송만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허나 쉽게 잊혀져 그 ‘시끄러운 뒷말’마저 듣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괜찮은 내용물을 담고도 이제는 회자조차 되지 않는 음반이 상당수 존재한다. 오히려 해외 아트 록 매니아들을 통해 간혹 언급되는 이성우의 1집도 마찬가지다. 이성우는 1988년 결성된 포크 록 그룹 ‘동물원’의 기타리스트였다. ‘고릴라’라는 호칭으로 불렸던 그는 곧 팀을 떠나고 솔로 앨범 녹음에 돌입한다. 1990년 발표된 그의 는 충격적이다. 그것은 비단 앨범 타이틀이 상징하는 것처럼 기타, 드럼, 키보드 연주는 물론 편곡, 믹싱까지 모두 스스로 해냈다는 그의 초인적인 능력만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록된 여덟 곡의 중, 장편 속에는 동서남북으로부터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넘나드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사운드가 넘실댄다. 편의상 이름 붙여진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한정을 넘어서고,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고 흰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텅빈 공간으로의 날개짓’의 문학적 수사 이상을 나타내는, 음악으로 표현한 ‘의식의 흐름’이 70분에 달하는 긴 음반 속에 응축되어 있다. 비오는 날의 내면세계를 그려낸 ‘미아리’는 한 편의 ‘영상 시’며, 두 파트로 나뉘어진 ‘지난 흐린 겨울날 나는 갈곳도 없이’는 실존적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어느 한 곡 소홀히 지나갈 수 없는 탐구와 성찰 속에 ‘홀로 서기’한 그가 하고자 했던 진지한 작업이 드러나 있다. 악기가 빈 부분을 꽉 메워주는 잼 보컬 이은미와 김병철 또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이성우의 이 작품을 걸작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주류 대중음악이 간과하고 있던 물줄기를 간파해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선각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국 아트 록의 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저류에서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1998년, 이성우는 두 번째 앨범 을 공개하고 틀에 고정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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