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닌 작가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만큼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외국인 작가도 드물 것이다. 아니 비단 우리나라 뿐 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를 두고 현대 소설의 형식을 완성시켰다고 극찬하는 평론가도 있다. 게다가 꾸준히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대중적인 사랑만큼이나 그가 현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문학계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많은 예술가들이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사후에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고 큰 사랑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문학적 가치로서도 높은 평가를 살아생전,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데뷔 순간부터 누리고 있으니, 천재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책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러권 나왔었다. 그러나 그 책들과 이 <직업가로서의 소설가>란 책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점은 바로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이 자신의 삶을, 작가,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고 있다는데 그 차이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사실 데뷔 작품부터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데뷔한 무라카미 하루키이기에 그런 그가 소설가로 데뷔 직전 술집(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명의 젊은 연주자들이 와서 연주를 하고 하던 라이브 재즈바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을 힘겹게 운영했었고 술취한 취객들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었다는 에피소드들은 새삼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돈을 구하려 해도 돈을 구할 수 없어 무라카미 하루키 부부가 낙심한 체 땅만 보고 걷다가 그달 은행 대출금으로 갚아야 하는 액수의 돈이 꼬깃꼬깃 구겨져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걸 주워서 그달 은행 대출금을 갚는 행운도 있었다는 에피소드는 한편으로는 소설가에게는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기도 하는구나하는 웃음과 함께,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의 삶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도대체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이 직접 독자에게 고백하듯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이자 최고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필집에나 어울릴 것 같은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만 있다면 이 책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란 제목을 갖고 있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장편소설의 장인, 장편소설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떤 식으로 장편 소설을 써내는지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아주 자세히 써내려가고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들 뿐만 아니라 소설가가 되길 꿈꾸는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그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정보를 들려준다.

예를 들자면 매일 같이 하루에 20매의 원고를 써서 한 달에 600매를 쓰고 그렇게 하면 반 년 만에 원고지 3,600매의 장편 소설을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백은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그렇게 매일 같이 20매의 원고지를 써서 6개월 만에 쓴 작품의 예로 그 유명한 <해변의 카프카>를 무라카미 하루키는 들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해변의 카프카>의 초고가 정확히 3600매였다고 한다.

내가 이 리뷰의 첫 부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가리켜 천재 작가라고 했었다.

자, 이쯤이면 이 말을 취소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순한 천재 작가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근면함과 성실함 피나는 노력이 그를 오늘 날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만들어 낸것이다.

이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도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