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답고 예술적인 순간에 관해
4인의 프랑스 과학자가 들려주는 35가지 물리학 이야기
건축물이나 건물, 샴페인 거품, 모래나 유리 같은 재료들, 거미나 새, 식물, 균열 등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꼭 자세히 관찰하지는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물 뒷면에 어떤 오묘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리라는 느낌은 모두 다 느껴봤을 것이다. 이 숨겨진 아름다움은 자연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때론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드러나지 않은 구조나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어떤 기능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 아름다움 속에 어떤 물리학 원리가 숨어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이는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책은 파리 산업 물리 및 화학 고등 전문학교의 연구원들이 팀을 이뤄 써낸 책이다. 그들은 저마다 솔방울의 춤, 비닐이 구불거리며 갈라지는 현상 등 일상 속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관한 물리학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책으로 써냈다. 저자들은 사물 속에 숨겨진 과학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아한 석조 아치, 모래 알갱이, 그리고 활과 현이 만드는 진동 등 이 책이 다루는 35가지 주제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비로운 우아함이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숨겨진 우아함을 밝혀내서 일상을 다르게 비추고자 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우아함(아름다움)이다. 우아함이라는 단어는 흔히 예술적인 측면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좀 더 큰 개념에서 본다면,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이 우아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어떤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뿐만 아니라 운동선수의 기술, 수학적으로 잘 계산된 곡선의 모양 등 우리 일상의 많은 것이 우아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상의 크기 또한 중요하지 않다. 작은 메뚜기가 탄성 에너지를 이용해 점프하는 모습이나 아주 얇은 밀푀유의 층에서부터 거대한 에펠탑의 형태, 흙으로 지어진 큰 건축물들까지, 우아함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인공적인 것이든, 자연적인 것이든 대부분의 현상 속에는 우아함이 숨어 있다.
이런 우아함을 단순히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현상에 작용하는 과학 원리를 분석하는 것은 현상의 발생 원인과 이용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에 파리 산업 물리 및 화학 고등 전문학교의 연구원인 4인의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두 번째 키워드로 물리학을 제시한다. 각각의 주제에서 사물의 형태, 그들에게 미치는 힘, 그리고 기능들을 멋지게 설명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속에 감춰진 물리학적 현상과 원리를 분석해 이를 다양한 사례와 이론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보편적인 물리학 원리가 우리 일상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다양한 크기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눈을 기르도록 유도한다. 과학적 탐구의 산물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서 물리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 책은 크게 우리 일상의 여러 순간을 포착한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건축을 다룬다. 얇은 종이 1장이 장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부터 크기에 따른 압력의 증가, 장력 현상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이 왜 그런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연적인 것이든, 인공적인 것이든 모든 건축물이 제각기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어떤 원리로 인해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한정된 양의 재료를 사용해 바람에 잘 견디면서도 가능한 한 가장 큰 구조를 만들려면 어떤 모양이 돼야 할까? 우리는 가늘고 긴 물체가 횡 방향이 아닌 축 방향으로 더 큰 힘을 감당해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나무 막대기를 부수려면 막대기의 축을 따라 당기지 말고 양쪽 끝을 잡아 무릎에 대고 힘을 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막대기 축에 직각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힘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무게 때문에 큰 건축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돌로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모든 하중이 축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기둥이나 오벨리스크 모양이 가장 적합하다. 이렇게 ‘날씬한’ 모양은 여러 석조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측면에서 불면 다른 건축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에펠은 특정한 모양을 도입했다. 에펠탑의 4개의 모서리는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고 각각 반 아치형이 되면서 버팀도리(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외벽을 지탱하는 독립된 벽-옮긴이) 역할을 한다. 그때까지 모든 탑에 적용되던 직선 형태와 달리 이 새로운 모양은 탑의 꼭대기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1884년에 에펠은 엔지니어 2명과 함께 ‘300m 이상의 금속 철탑과 교각 건설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 건축의 대가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중에서
힘이 만들어내는 예술은 두 번째 장에서 등장한다. 이 장에서는 샴페인을 따를 때 생기는 거품의 형성에서부터 소멸까지를 다루고, 사슬이 중력에 의해 만들어내는 현수선을 물리학 원리를 통해 풀어본다. 그리고 왜 현수선이 아름다우면서도 건축물에 사용되었을 때는 안정적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조개나 밀푀유에서 보이는 것처럼 얇은 층이 모여서 갖추는 힘을 이야기하고, 이런 현상이 현대의 소프트 화학이나 시멘트 벽돌에 이용되는 예를 분석한다.
물체를 구성하는 구성품들인 끈과 알갱이의 이야기는 세 번째 장과 네 번째 장에서 등장한다. 세 번째 장은 끈을 주제로 해 굳이 전문적인 과학이 아니더라도 이런 원리를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거미줄이나 새들이 만드는 둥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이용해 이를 직조 방법에 활용한 예나 인간의 몸의 굴곡에 맞춰 입체적으로 주름을 잡거나 옷을 재단하는 기술자들의 이야기가 이 장에서 다뤄진다. 즉, 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병합 현상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이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기술적인 예를 중점으로 다루었다. 네 번째 장 역시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알갱이를 주제로 해 작은 모래 알갱이가 어떻게 콘크리트라는 산업 기술의 재료가 되고 아름다운 유리를 구성하는 재료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다섯 번째 장과 여섯 번째 장은 물질 속에 숨어 있는 에너지를 다룬다. 물체나 식물이 휘어지거나 꺾이는 모습을 통해 에너지의 발생 원리와 전달 형태를 분석하고, 식물들이 이 방법으로 어떻게 씨앗을 뿌리는지 그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바이메탈 기술을 소개한다. 한편으로, 활과 현이 만드는 진동을 통해 음악에 나타나는 물리학을 다루기도 한다. 여섯 번째 장에서는 파열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선사시대의 우리 선조들이 이런 원리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현대의 다이아몬드 가공법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에 나타나는 균열, 루퍼트 왕자의 눈물에서 나타나는 유리의 비밀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들로 내용을 마무리한다.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는 물리학 원리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다양한 사례와 실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물리학 원리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물리학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관련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종이를 접어본다거나 캐러멜로 만들어보는 루퍼트 왕자의 눈물, 비눗방울 탁구 등 놀이 형태의 여러 실험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현상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권장한다. 특히 어려운 설명이나 난해한 이론 위주의 서술보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쉬운 설명과 함께 관심 분야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나열식으로 구성했다.
그만큼 이 책은 어려운 물리학 이론이나 제반 지식을 요하지 않는다. 저자들의 목표는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아름다운 예술적 순간들 속에 당신이 몰랐던 경이롭고 환상적인 과학 세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다양한 크기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눈을 선사하는 것이다. 결국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발견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경이로움을 깨닫는 과정에 함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