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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커터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와 관종 멘털리티 연구

김내훈 | 서해문집 | 2021년 04월 09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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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82g | 145*210*20mm
ISBN13 9791190893541
ISBN10 119089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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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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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92년생. 작곡을 공부하다가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그만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세상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영상·문화·사회·정치·철학을 두루 배우고 익힐 방법을 궁리하다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한국의 ‘20대 현상’과 포퓰리즘의 관계에 관한 연구: 좌파 포퓰리즘의 가능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학위논문... 1992년생. 작곡을 공부하다가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그만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세상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영상·문화·사회·정치·철학을 두루 배우고 익힐 방법을 궁리하다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한국의 ‘20대 현상’과 포퓰리즘의 관계에 관한 연구: 좌파 포퓰리즘의 가능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학위논문을 쓰고 졸업했다. 현재는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포퓰리즘에 대한 관심을 유지한 채 정치 유튜브, 밈과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에서의 위악과 트롤링 문화 등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아이팟 5세대 모델을 10년 넘게 갖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본다. 에버튼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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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64

출판사 리뷰

주목이 가치를 규정하는 ‘관종의 시대’
프로보커터는 어떻게 세상을 어지럽히는가


- provoke : 1.(특정한) 반응을 유발하다
2.화나게[짜증나게] 하다, 도발하다

“어려운 이야기보다 단순한 이야기가 눈에 더 잘 띈다. 점잖은 표현보다 욕설 섞인 막말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주목 자체가 돈이 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유와 감정을 외주화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언론매체들은 소셜미디어에 형성된 에코 체임버에서 기삿감을 찾다 못해 스스로 소셜미디어를 모방하려 든다. 이러한 시대에 기민하게 반응해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출현하고 있다. 바로 이들이 이 책에서 비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프로보커터(Provocateur)’다. 프로보커터는 도발(provoke)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터넷 등지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본문 79쪽)


정치적 관종들의
반(反)정치주의

“나도 다 때려치우고 유튜버나 할까?” 평범한 학생도 잘나가는 연예인도 곧잘 중얼거리는 이 국민 유행어는 관심과 주목이 돈이 되는 세상을 대변한다. 이제 상품 시장의 성패는 ‘품질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큰 관심을 끄는지를 다투는 ‘주목 경쟁’에 달려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소박한 성공보다 ‘거대한 폭망’이 이목을 끈다. 관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도발과 막말로 ‘선을 넘는’ 행위도 얼마든지 용인되며 심지어 권장된다. 나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전통적 ‘인정 투쟁’ 대신, 서로에 대한 관심도를 키재기 하는 ‘주목 투쟁’이 벌어진다. 이른바 주목경제의 시대, 그리고 그곳에서 사즉생의 주목 경쟁에 임하는 관종들의 시대다.

지식 산업과 공론장의 풍경도 비슷하다. 논리정연하고 차근차근한 설명보다는 과장된 몸짓과 날것의 언어로 모든 사안을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관종’ 콘텐츠가 뜬다. 이슈를 사회구조적으로 꼼꼼하게 살피는 대신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게 돌리고 그들에게 분노와 막말을 퍼붓는 ‘사이다’가 대세다. 요컨대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고, ‘지적 자극’보다 ‘정서적 자극’으로 선동하는 시사교양 콘텐츠 생산자가 ‘공론장의 아이돌’로 군림한다. 이렇듯 도발적 퍼포먼스로 주목을 획득하고, 그런 주목 자본을 밑천 삼아 여론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관종’이 바로 ‘프로보커터다.

이 책은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경제적 변동 양상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다. 동시에 온갖 선동과 음모론으로 공론장을 오염시키는 한국의 프로보커터들에 대한 실명비판이다. 프로보커터가 일반적 관종보다 더 고약한 것은, 이들이 받는 주목이 돈뿐만 아니라 담론장의 권력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프로보커터의 피아 식별은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어긋난다. 사이다의 탄산을 걷어낸 그들의 해법이란 대개 근거가 앙상한 음모론이거나 진영 논리식 ‘내로남불’이다. 이렇듯 대의와 관계없이 오로지 대중의 주목을 척도로 한 도발과 결집은 공동체의 정치 혐오와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이 책은 주목경제 시대 프로보커터의 멘털리티, 다시 말해 ‘정치적 관종들의 반(反)정치주의’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

정치 불신 사회와
주목경제 시대의 화학 반응

《프로보커터》의 전반부는 주목이 가치를 규정하는 주목경제 시대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이 지선인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환금성을 띤다. 기업이 확보에 사활을 거는 데이터의 상당수는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제공한다. 얼핏 공짜로 보이는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들은 사실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는 무임금·자유노동자(Free Labor)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와 ‘팔로우’를 얻기 위한 주목 경쟁은 공들여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대신 표현의 금도와 공동체의 상규를 손쉽게 위반하는 ‘선 넘기’의 유행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20세기 내내 ‘통념과 금기에 저항하는 좌파’의 문화 전략이었던 ‘선 넘기’가 오늘날 대중의 오락거리가 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나아가 정치적 반대편에 자리한 극우 진영의 선전 도구로 전락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본인의 입장과 일치하는 콘텐츠에는 ‘좋아요’를,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콘텐츠에는 ‘싫어요’를 누른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는 점차 이용자의 성향에 부합하는 게시물만 노출한다. 비슷한 성향끼리 반복되는 상호작용은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내고(필터 버블), 이를 강화한다(에코 체임버). 자연스럽게 그들과 우리가 분리된다. 때마침 모든 걸 외주화하는 바쁜 세상에서 시사교양 이슈를 선별하고 해석하며, 심지어 대신 분노까지 해주는 ‘생각과 감정의 대행업자’가 출현한다. 사람들은 입맛에 맞는 업자가 대행하는 사유에 개인의 자아와 세계관을 의탁하기 시작한다.

이렇듯 데이터가 환금성을 갖고, ‘선 넘기’가 주목의 수단이 되며, 사유의 외주화가 유행하는 시대가 ‘정치 불신’과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출현하는 존재가 바로 프로보커터다. 전통적으로 정치에 대한 신뢰가 깨진 사회에서는 명쾌한 입장, 또렷한 전선, 절대 악을 상정한 선동과 도발이 호소력을 얻는다. 그곳에서 ‘그들’에 대항하는 ‘우리’를 결집하고, 결집된 ‘우리’에게 현란한 화술과 역동적 몸짓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포퓰리스트’라고 일컫는다. 반면 프로보커터는 신념이나 대의는 간데없이 포퓰리스트의 화려한 퍼포먼스만 차용한 존재다. 이들은 도발과 음모론과 어그로의 이름으로, 대중의 주목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서라면 어떤 막말과 추태도 불사한다. 저자는 후반부 다섯 개 장을 할애해 한국의 대표적 프로보커터들(진중권·김어준 등)을 집중 분석하고, 흔히 ‘우파 유튜버’로 통칭되는 극우 프로보커터들과 미국의 사례를 묶어 소개한다.

프로보커터는
어떻게 세상을 어지럽히는가

“진중권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우리 편이 갑자기 왜?” 2019년 이후 진중권의 어지러운 행보, 특히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막말 공세를 이해할 길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저자는 20년 전 안티조선 운동에서부터 최근까지 논객 진중권의 여정을 복기하며, 그가 원래 그런(‘모두 까는’) 사람이었다는 결론과 함께, 그보다는 “왜 저렇게까지 악에 받쳤을까?”를 탐구해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진중권은 ‘상대를 도발하는 퍼포먼스’로 ‘네임드’가 된 인물이다. 그의 전략은 이렇다. ①‘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상대를 도발한다. ②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설정한다. ③적의 적은 나의 친구, 자연스럽게 ‘우리 편’ 추종자를 확보한다. 요컨대 진중권은 프로보커터의 성장 단계를 그대로 밟아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논객이 된 셈이다. 이 책에서 그를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로 명명한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는 현 정부에 대한 진중권의 도발과 막말을 앞 다투어 인용 보도하는 보수 언론의 행태, 즉 ‘진중권 저널리즘’에도 새로운 진단을 내린다. 정치적 영향력을 누리고픈 프로보커터와 그를 차도(借刀) 삼아 상대 진영을 공격하려는 정파적 언론의 공생관계라는 것이다. 나아가 진중권이 윤서인·성제준 등 함량 미달의 극우 유튜버들을 ‘봐줄 만한 우파’로 추천하고 함께 어울리는 데 이어, 현 정부를 향해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근래 각종 토론에서 여유와 기개를 잃고 악에 받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모두 ‘프로보커터의 말기적 증상’으로 규정한다.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상징 자산이 고갈되면서 날로 떨어져가는 주목을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저자는 이를 감지한 보수 언론에서도 포스트 진중권 저널리즘, 즉 진중권 이후의 진중권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전망한다.

‘기생충 박사’ 서민 역시 2019년 이후 전형적 프로보커터의 행보를 걷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에 대한 도발과 공격을 일삼는, 이른바 ‘문빠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유쾌한 비틀기와 패러디로 주목받은 풍자형 논객이었던 서민이 ‘게으르거나 무능한 프로보커터’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무능과 게으름의 요지는 ‘문빠’라는 타깃 설정에 있다. ‘문빠’와 ‘대깨문’은 문재인 지지자들 스스로 만들어낸 표현이기에 서민의 줄기찬 문빠 타령은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문빠’ ‘친문’이라는 용어의 사회적 기원을 소개하며 서민이 뚜렷한 실체가 없는 적을 만들어 ‘섀도 복싱’을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김어준은 저잣거리의 언어와 말투, ‘무학의 통찰’과 ‘공정한 편파’로 포장된 음모론자-예언가형 프로보커터다.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하나이자 민주당 진영의 최대 스피커로 행세하는, ‘가장 성공한 프로보커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김어준을 분석하는 키워드는 ‘정치 종족주의(tribalism)’다. 그에 따르면 《딴지일보》에서 시작해 〈나꼼수〉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거쳐 〈다스뵈이다〉에 이르는 20년간, 김어준은 민주당 진영의 최대 결집만을 유인하는 ‘정치 종족주의’를 견지해왔다. 저자는 공공의 적을 설정하고 그에 맞선 단일 전선(정권교체, 이명박 구속 등) 아래 우리 편을 결집해내는 능력이 오늘의 김어준을 만들었지만, 한편으로 상대 진영과 중도층을 극도로 배제하는 김어준-정치 종족주의식 선거운동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패배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이러한 학습효과가 민주당과 김어준의 거리를 계속 벌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1개 장에서 묶어 소개되는 우파 프로보커터로는 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차명진·윤서인·여명숙·유승준 등이 있다. 각각 제도권에서 퇴출된 정치 낭인들, 주목과 관심을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사이버 렉카, 한줌의 내 편을 위해 태극기 부대로 전향한 연예인 등이다. 저자는 이들을 ‘조잡한 프로보커터’라고 평가절하 하면서도 근래 우파 프로보커터의 급증세를 단단히 경계한다. 그러면서 정치적 올바름(PC)을 신줏단지로 모실 뿐, 경제 불황과 취업·주거·의료 등 주요 사회문제에서 지리멸렬했던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우 프로보커터에 패배한 2016년 대선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2020년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 역시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다. 오히려 바이든의 성추문에 ‘그래도 트럼프보다는 낫다’는 진영논리로 일관하는 등 리버럴 진영이 그들의 신념을 배반해가면서 얻어낸 불길한 승리였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미국정치의 복선이자, 한국 정치의 반면교사로 간주한다. 때마침 한국의 진보·리버럴 진영 정치인들의 성추문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더 드세질 극우 프로보커터의 공세에, 저자는 진영논리가 아니라 진보·리버럴이 지켜온 도덕적 헤게모니를 사수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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