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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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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572g | 140*210*30mm |
ISBN13 | 9791165795054 |
ISBN10 | 1165795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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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시공사/2021.3.31.
sanbaram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공자의 유교사상에 경도되어 여타 사상이나 철학에 대한 공부는 깊지 않았다 생각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동양사상에 대한 재조명으로 인해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의 각 사상들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활발해졌다. 그 중에서도 노장사상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나 홀로 읽는 도덕경>에서는 노자의 도덕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관념적인 생각이 아닌 실천을 중시하는 사상과 철학이었다고 강조한다. 저자 최진석은 서강대학에서 철학과 학사학위를 받았고,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5년 건명원을 설립하여 초대 원장을 지냈다. 2020년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을 설립하여 ‘책 읽고 건너가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등 다수가 있다.
<나 홀로 읽는 도덕경>에서는 <도덕경>의 내용 중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묻고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푼 것을 1부, 어떤 주와 해설도 없는 <도덕경> 원문과 번역문을 2부에 실어 놓았다. <도덕경>을 저술한 노자는 춘추 시대 말부터 전국 초 사이에 살았던 사상가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때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혼란으로 몰고 간 가장 중요한 동인은 철기의 발명이라고 한다. “석기나 청동기가 산업의 주역이었다가 철기로 바뀌면서 생산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계급들 사이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던 지배, 피지배 구조에 균열이 오면서 사회가 급격한 변화에 휩싸이게 된 것이죠. 지배 계급이 과거의 피지배 계급처럼 쪼그라들고, 피지배 계급이 지배 계급 행세를 할 만큼 세력이 커졌습니다.(p.19)”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생산 도구인 철기에 적응하는 세대는 소외 계층이었던 소인이었고, 군자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춘추 전국시대의 혼란은 군자와 소인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 <도덕경>이라는 것이다.
“노자와 공자를 동양 최초의 두 철학자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이미 있던 믿음 체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으로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이에요. 철학의 등장은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넘어온 것을 의미해요.(p.24)” 노자는 인간에게는 본래 타고난 자연적인 본성이 있는데 그걸 잃어버린 채 살아가니 회복해야 한다고 하고, 공자는 인간은 본래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학습해야 한다고 본다. 공자가 주관적인 정감에 매우 친숙했던 사람이었다면, 노자는 주관적인 생각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매우 친숙했던 사람이었다. 노자 사상에는 모계 중심적인 특색과 여성 숭배 사상이 있는데 이게 전부 하나라 문화의 특성이다. 공자 사상이 남성 중심적이고 군주권, 지배권을 강조하는 것은 은나라 문화의 영향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상의 특징으로 보면, 노자의 사상이 공자의 사상보다 더 먼저 있었던 문화를 계승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논어>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메시지가 아주 분명해요. 이견이나 다른 해석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지 않죠. 노자의 <도덕경>이 시적이라는 것은 열린 텍스트라는 거예요. 그 의미의 넓이와 두께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죠. 의미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이 <논어>와는 전혀 다른 형태예요.(p.43)” <도덕경>은 시적이고 <논어>는 산문적이다. 통치자의 언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게 할 수 있다. 그게 노자가 보여주는 수사학의 특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덕경>은 1장부터 37장까지를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중심이 되는 ‘도경(道經)’이라 하고, 38장부터 81장까지를 도의 구체적인 적용, 즉 덕의 실현이 위주가 되는 ‘덕경(德經)’이라 구분해요.(p.53)” 그러나 사실 덕경에도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원리적인 측면도 적잖이 담겼다. 또한 도경 안에도 도의 적용을 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자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져지는 세계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세계가 있는데,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세계를 ‘무’라 하고, 보이고 만져지는 세계를 ‘유’라고 한 것이다. ‘무’는 마치 시작이나 출발이나 현재처럼 자신의 실재적 존재성은 감추고 있지만, 이 세계를 드러나게 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노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이 세계가 ‘무’와 ‘유’의 상호의존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한다. ‘유무상생’은 ‘유’가 ‘무’에 의존해서야 비로소 ‘유’로서 의미가 있다. 반대로 ‘무’가 ‘유’에 의존해서야 비로소 ‘무’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자가 제시한 관계론의 뼈대일 것이라고 한다.
“노자는 자연에서 발견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 세계에 적용하자고 해요.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그냥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오해하게 됩니다. 그건 노자의 생각이 아닙니다. 노자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적으로 파악한 자연의 운행 원칙을 인간의 삶 속에서 구현하자고 주장하는 거예요.(p.75)”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정확하지 않으니까 노자 사상을 반문명론으로 오해하고, 문명 자체를 부정하는 삶을 매우 큰 깨달음에 이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노자는 자연을 추구하고 문명을 배격한다는 식의 말은 노자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는 것이다.
“공자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거기에 ‘나’들을 편입시키는 방식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노자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나’들의 연합으로 형성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입니다.(p.93)”
공자는 정부가 특정한 이념을 근거로 주도권을 가지고 ‘나’들을 끌고 가는 중앙집권제를 추구하고, 노자는 ‘나’들한테 최대한 자율권을 주어서 ‘나’들이 길을 내면서 가게 하는 지방분권적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것은, 공자는 ‘우리’를 정하고 그 안에 ‘나’들을 편입시켜야 하므로 ‘나’들은 ‘우리’의 이념에 맞는 ‘나’들이 되어야 한다 하고, 노자는 ‘나’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지는 ‘우리’를 추구한다고 하기 때문에, 혹자는 공자는 ‘우리’를 긍정하고 노자는 ‘우리’를 부정한다고 가볍게 말하는데 이것은 큰 오류다. ‘우리’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 무엇을 습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왜 습득해야 하는지 각성하고 자각하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에서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까지 제기돼야 해요. 젊은이들이 각성하고 자각하는 힘없이 정해진 내용을 숙지하는 학습만 계속해서는 강한 자기,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p.110)” 자기가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를 알고 그것을 수행하는 일이 진정한 배움의 길이다. 반면 모방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삶을 정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모범으로 정해놓고 그것을 추종하는 것이다. 다른 삶이 자기 삶으로 들어와서 내 삶이라고 자꾸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나의 욕망, 내 꿈은 바로 여기 있지요. 저기 멀리 걸려 있는 집단적 이성을 추구하지 말고, 바로 너의 욕망, 네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지 말고 네 꿈을 꿔라. 자기의 욕망에 충실해라. 이런 의미에요.(p.138)” 요약하면 ‘거피취차’는 정해진 이념을 따르는 자가 되지 말고 너의 꿈을 꾸는 자가 되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정해진 이념을 수용하는 자가 되지 말고 이념의 생산자가 되라는 뜻도 된다. 타인과 경쟁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 경쟁하라는 뜻도 된다고 한다.
“현대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하잖아요. 포스터모더니즘의 특징은 이 세계를 실체로 보지 않고 관계로 보는 거예요. 이 세계는 점점 집중통일보다는 분산을, 집단보다는 개인을, 이성 보다는 의지와 욕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행할 것입니다.(p.163)” 이런 흐름에는 본질주의적 특징을 보여주는 공자보다는 관계론적 특징을 보여주는 노자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공자의 사상은 모더니즘에 가깝고 인간중심주의적 이다. 유가 계열의 사상은 인간을 최고 영물로 본다. 그런데 도가에서는 어디에도 이런 말이 안 나온다. 오히려 인간을 강아지풀, 지푸라기로 만든 개와 같은 차원에서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
“철학은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의 산물이어야 하지만 저는 문학도 그래야 한다고 봐요. 어떤 철학이든 어떤 문학이든 그것이 한번 보편으로 승화되고 나면, 보편의 바탕이 되었던 토양은 잘 포착되지 않거든요.(p.181)” “당신은 당신의 시대에 누구였는가?”, “당신은 무엇을 봤는가? 거기서 무슨 문제를 발견하고 무슨 불편함을 느꼈는가?”, “그 불편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에 수준 높게 반응하는 것이 철학이고 문학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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