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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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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염되었다

UN 인권위원의 코로나 확진일기

서창록 | 문학동네 | 2021년 03월 12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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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92g | 128*188*20mm
ISBN13 9788954677813
ISBN10 895467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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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인권 NGO ‘휴먼아시아(Human Asia)’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UN 시민적?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 한국인 최초 위원. 그리고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보도된 사람. 지은 책으로 『국제기구: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학』, 『북한 인권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평화적 개입 전략과 국제 사례』(공저)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인권 NGO ‘휴먼아시아(Human Asia)’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UN 시민적?정치적권리위원회(자유권위원회) 한국인 최초 위원.
그리고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보도된 사람.
지은 책으로 『국제기구: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학』, 『북한 인권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평화적 개입 전략과 국제 사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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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신상 털기, 마녀사냥, 가짜뉴스, 감시카메라, 정신질환, 후유증…
코로나 확진자가 된 인권학자,
낙인·차별·배제의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다

조짐은 있었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 ‘중국 바이러스’로 불리며 서구인들에게는 ‘남의 집 불구경’이었던 그때, 서창록 교수는 UN본부가 있는 뉴욕과 제네바로 출장을 떠난다. 아직 서구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였다. 그러나 UN 내부에서조차 아시아 국가의 UN 인권위원들에게 은근한 경계와 호기심의 시선이 꽂히고, 그는 이런 시선에 묘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해명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서 우스꽝스럽게도 대한민국 여권을 은근슬쩍 내보이면서 걸어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출장을 마치고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귀국하려던 그는 중간 기착지인 도하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붙들리고 만다. 때마침 대한민국에 신천지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간에 전격적으로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제네바에서 넘어왔고 UN에서 일하고 있다”고 아무리 호소해봐도 그 순간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지 모르는 검은 머리 아시아 사람 1인일 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타국에서 난민과 비슷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일어난 오해와 해프닝에 머물 것 같았던 이날의 일은 서창록 교수가 향후 온몸으로 겪어낼 코로나 재난의 시작일 뿐이었다. 2020년 3월, 다시 UN체제학회 참여차 뉴욕에 갔던 그는 ‘어디선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아직 미국에 코로나 검사와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때였다.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뉴욕 현지 의사의 진단과 귀국 권고에 그는 미국에 계신 부모님조차 만나지 않고 마스크를 단단히 쓴 채 급거 귀국해 곧장 국내 선별진료소로 향한다.
그리고 한 번도 상상해보지도, 겪어보지도 않은 ‘확진자의 삶’이 시작되었다.
확진 직후 그는 ‘성북구 13번 확진자’로 직업과 동선이 만인에게 공개된다. 그의 직업을 공개한 것은 방역에 꼭 필요한 일이었을까?

코로나 사태 초기, 우리는 방역을 핑계로 누군가의 동선과 사생활을 속속들이 훔쳐보았다. 한 사람의 소중한 개인정보 와 일상이 욕과 비난, 동정과 연민의 탈을 뒤집어쓰고 전시되었다. 사람들은 어떤 확진자의 동선을 보고는 ‘불륜 코스’라며 낄낄거렸고, 집과 학교, 집과 회사만을 오간 사람의 동선은 불쌍하기 짝이 없으니 이런 사람은 빨리 완쾌했으면 좋겠다며 선의를 가장해 한 인간의 평범하지만 고귀한 생활을 동정했다.
나는 지금도 왜 이렇게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는 환자가 아니라 죄인이었다. 자신의 모든 동선과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그들은 망연자실했다. 나 역시 그랬다. (75~76쪽)

팬데믹보다 무서운 인포데믹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귀국 후 가족조차 만나지 않고 홀로 지내는 외로움 속에서 그는 벼락을 맞은 듯이 확진자가 되었지만, 그를 둘러싸고 돌연 기묘한 소문이 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침을 튀겨가며 떠들고 음식물을 먹으며 조심성 없는 태도로 방만하게 굴었다는 소문이 그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진 것이다. 온몸을 공격해오는 코로나 증상과 싸우는 동시에, 그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안간힘을 다해 해명해야만 했다.

어이가 없었다. ‘가짜뉴스라는 것이 이렇게 퍼지는구나’ 싶어 등골이 서늘해졌다. 잠시 동안 나는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이 되었다. 그 소문은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 여기저기 퍼졌고, 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나는 영원히 그냥 그런 사람이다. 나는 그저 병에 걸렸을 뿐인데, 어느 순간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둔갑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 심리와 혼란,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이란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의 합성어로, 악성 루머나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정보 전염 현상’을 뜻한다. (…)
코로나19와 가짜뉴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인간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전염병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육체를, 가짜뉴스는 정신과 사회를 파괴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인 동시에 가짜뉴스 피해자가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로나19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이 인포데믹이었다. (64~66쪽)


음압병실의 ‘모르모트’
CCTV 감시 공포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확진자의 삶

음압병실에서 그는 고립감과 배신감을 느낀다. 코로나 치료 효과도 명확하지 않은데, 에이즈와 말라리아 치료제가 번갈아 투여되는 와중에, 견딜 수 없는 어지럼증과 통증, 구토감이 엄습한다.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아서 타이레놀 딱 한 알만 먹으면 살겠다는 생각으로 가방 속 오래된 타이레놀 한 알을 손을 떨면서 꺼내지만, 그때 병실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환자님! 그거 드시면 안 돼요!”
음압병실은 24시간 감시카메라에 의해 감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서창록 교수의 책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코로나 확진자들의 절망과 적나라한 실상이 있다. 그들은 왕복 열 걸음도 안 되는 좁은 음압병실 안을 왔다갔다 초조하게 오가며 ‘재양성자’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들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자가격리자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뉴스에 국민의 70%가 동의하는 설문을 지켜보며 공포에 질린다. 서창록 교수도 ‘안심밴드’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긴 했지만 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팔찌와 사실상 다르지 않은 ‘코로나 전용 전자팔찌’의 도입 과정에서 절규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미래는 지금의 결정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우리는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는 미래를 원하는가. 범죄자도 아닌데 모두가 전자팔찌를 차고 다니는 미래를 원하는가.” (110쪽)

하지만 그러한 목소리는 지금까지 세상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코로나 확진자들이 그처럼 음압병실의 흰 벽을 향해 외로이 말을 걸다가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나도 병원에서 정신질환이 생겼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가 완치된 사람들 중에도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바깥에서 정신병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마 사람들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에 감염된 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데, 정신질환이 생겼다는 것까지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두려운 것이다. (…)
코로나19 치료 기간 나는 바깥도 내다보기 힘든 음압병실에서 격리되어 있었다. 몸도 아팠지만, 무엇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내 곁엔 아무도 없다는 압도적인 고립감에 시달렸다. 이 상황에서 마냥 밝고 긍정적인 생각만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다행스럽게도 퇴원하는 날까지 벽이 먼저 내게 말을 걸거나 대꾸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는 입원 기간 내내 흰 벽을 응시하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계속 웅얼웅얼 말하곤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넬 줄 알고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106~107쪽)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괴물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고, 동시에 가장 사소하고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파괴된 일상으로 인한 분노를 엉뚱한 곳에 돌리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 신천지, 보수교회, 동성애자 등이 손쉽게 낙인과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고, 감염자들은 검사받고 치료해야 할 환자가 아니라 ‘죄인’으로 ‘조리돌림’당했다. 그러고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백신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민의 세금’으로 ‘공짜’로 치료받고도 뻔뻔하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이제 서창록 교수는 코로나와 그 후유증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하였으나, 아직 스스로 ‘완치’되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도리어 코로나19에 과연 ‘완치’가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바이러스의 숨통을 끊기 위한 이 전쟁에서, K-방역의 강력하고도 집요한 방어막 속에서 돌이킬 수 없이 되어버린 것들이 있다. 끝내 ‘그냥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이 있다. 코로나의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인 듯 숨죽여 지냈던 이들이 있다.
아직 코로나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와 관련된 이들에 대한 낙인과 혐오도 끝나지 않았다.

나의 삶은 코로나19 감염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 같다.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 서창록이 경험한 세계는 이전에 교수, 학자, 인권활동가, UN 인권위원 서창록이 살아온 세계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간 전 세계를 누빈 나의 경험과 연구지식은 코로나19 앞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인권에 대해 ‘머리로’ 찾는 과정이었다면, 코로나 감염의 경험은 인간다움이란 대체 무엇인지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 나의 삶은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일 것이다. _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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