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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 ]
이현석 | 자음과모음 | 2021년 02월 12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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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2월 12일
판형 반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0g | 138*203*30mm
ISBN13 9788954446303
ISBN10 8954446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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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예리한 감각으로 촘촘하게 직조해낸 삶의 문학]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의 첫 소설집. 책에 실린 매 편의 작품들이 이 세계와 사람들에 대해 그가 가졌을 집요한 물음들을 짐작하게 한다. 예리하게 깨어있는 감각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동시에 문학을 읽는 맛 또한 진하게 느끼게 할 책 -소설MD 박형욱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저자 소개 (1명)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가 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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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참(站)」중에서

출판사 리뷰

가장 동시대적인 윤리를 서성이며 구축하는 질문들

소설집의 처음을 여는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에서 의사인 ‘나’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시진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인데, 그는 과거에 커밍아웃하면서 부인과 딸을 떠났었다. 10여 년을 함께한 그의 동성 연인은 병원에 찾아왔지만 어떤 관계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시진의 가족들에게 쫓겨나야 했다. 한편 나의 대학 동기인 수연은 그 상황을 텍스트로 풀어내며 생활동반자법 제정이라는 공론을 이끌어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을 과장하고 각색한다. 나는 수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 글은 픽션이 아니라고, 쓰기 전에는 최소한 동의는 구했어야 했다고 비판하지만, 되레 수연이 되받아친다.

“넌 물어봤니?” (……) 데뷔 직후인 2년 전 지금은 폐간된 작은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떠올린 나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갑작스러운 청탁에 부랴부랴 쓰고는 잊어버린 작품으로 거기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모티브가 수연이었다.(17쪽)

‘나’는 그 소설을 떠올리며, 그 인물을 충분히 가공했다고 속으로 항변하지만 그럼에도 떳떳하지 못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처럼 소설은 첨예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재현과 대상화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인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역시 임신중지 및 재생산권에 대한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시선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소설은 동생의 갑작스러운 임신을 걱정하는 산부인과 의사인 ‘나’(지수)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카(동생 해수의 태아)에게 보내는 전언의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사안에 대한 시각은 ‘나’가 참여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칼럼 필자 모임에서 첨예화된다.

필진들 모두가 낙태죄 폐지에는 동의하더라도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구사하는 언어는 다르다. 희진 선배는 “옳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57쪽)다며 현실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중의 반감은 최대한 피하는 방식의 표현을 지향한다. 반면 지수는 여성이 자기 삶을 결정하는 권리로서의 임신중지를 피력한다. 이현석의 소설은 젠더/계급/가족의 층위를 넘나들며 그 미세한 결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살핀다. 소설집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고 그 실감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작가 이현석의 이력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적이고 생명력 있는 이야기의 넓고 깊은 매혹

이현석의 소설은 다분히 이지적인 방식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있는 이 세계의 순간들을 그려내며 우리를 매혹 속으로 이끈다. 또한 다채로운 소재와 방식과 구성으로 풍성하고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라이파이」는 1959년부터 10년간 연재된 동명의 SF만화를 소설 속으로 끌어온다. ‘라이파이’는 한국 최초의 토종 히어로. 검은 안대를 쓰고 흰 두건을 이마에 두른 라이파이는 연두색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채 돌려차기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한다. ‘나’(영우)의 아버지 조한흠이 청소년기에 열광했는데, 이제는 노년에 다다른 조한흠의 환시 속에 라이파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한흠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 가히 뛰어난 도시 연애담이라고 할 법한 「컨프론테이션」은 이제는 사랑에 다소 심상한 전문직 여성 화자에 대한 탄성 넘치는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소설은 ‘내’가 다시 연애 감정을 느끼며 예외적인 관계로 한 사람을 들이는 그 순간을, 단단해지다가도 이윽고 허물어져가는 그 관계성을 성찰해내는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 〈컨프론테이션〉의 배경과 묘하게 교차시키며 삶의 비의를 곱씹게 한다.

노란 색감과 따스한 촉감으로 충만한 기억을 되새기다 보면 결국에는 단단해 보였던 우리의 관계가 열없이 허물어져간 장면들에 당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테면 그것은 구드룬 엔슬린과 안드레아스 바더가 연인 사이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여름밤처럼 평범한 대화 끝에 찾아왔다.(171쪽)

제발트의 소설 구조를 차용했다고 밝힌 「눈빛이 없어」에서는 이현석 소설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제발트의 독자라면 환호할 법한 이 소설은 발전소 기술자로 일했던, 천부적인 손재주를 지닌 우재의 삶에 대해, 일하면서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에 대해, 거기서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해, 그 미시사를 건조하고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낸다. 「너를 따라가면」의 배경은 1980년 광주다. 소설은 그 당시 광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정혜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여성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그날 광주의 시공간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내 피가 더러워, 더럽냐고!”(251쪽)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작부의 피에 대해 차별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소설들의 끝에 이르면 작가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참고한 내용과 약간의 덧붙임’을 마련해 작품을 쓰게 된 배경 및 출처 등을 상세하게 적어두었다. 이는 어떤 책임감 내지 명징성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일 텐데, 이현석 소설가는 자신의 글쓰기를 “정치적 산문을 문학적 비명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작업”(『문학동네』 2020년 여름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를 의식하며, 현실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할지 신중히 고민한다. 『다른 세계에서도』는 그 작업의 충실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그리고 박민정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이 작품집은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다.

작가의 말

구상 단계에서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의 가제는 ‘동의와 각색’이었다. 내가 가진 두 직업 간의 괴리에 대해, 특히 ‘재현’이라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충돌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2018년의 봄, ‘의료인의 글쓰기’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AMA Journal of Ethics』 2011년 7월호, ‘Physician-Authors’ 특집에 실린 논문들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가졌다.

추천평

묵직한 대의 없이, 거대한 사명도 없이 가끔은 왜 정의가 우리를 저절로 이끄는가,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처음 만난 이후로 내게 그런 작품은 바로 이현석의 소설이다. 하물며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을 날마다 확인하는 자에게도 질문이 육박한다. 분명 저 소설의 인물들처럼, 나의 선택과 윤리도 그 자리에 있었던 자가 필연적으로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실존이 아니었나. 이현석의 소설은 당연히 사회와 역사에 눈 밝은 작가만이 써낼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겹겹의 내러티브에는 오늘내일만 보는 감각으로는 절대 유지할 수 없는 작가의 집념이 서려 있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지독한가, 작품을 읽는 내내 작가의 오기에 질리고 또한 질투를 느꼈다. 소설을 쓰는 일이 그의 현장을 개척하는 일처럼 당연히 치열하리라는 예감이 사실이 된 지금, 작가가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은 사건이다. 이 작품집은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다.
- 박민정 (소설가)

현실의 여러 문제를 끌어안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자주 잊고 사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소설은 매혹적이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를 접하게 될 독자들은 소설의 이런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들은 진실을 찾기보다 진실 속에서 헤매도록 설계되었기에 ‘어떠한 방향조차도 내게는 아무 의미가 되지 못’하는 순간들을 절묘하게 구현해낸다. 잠시 우두커니 서 있어도 좋을 시간이자 공간인 ‘참(站)’에서 ‘옳다고 여기는’ 것과 ‘말해져야 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음을, ‘진실에 대한 열망’이 ‘마음이 쳐둔 함정’이 되는 이유를 헤아리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욕망에 몰두하기보다 욕망의 작동을 분석하고 우월한 도덕을 점유하기보다 그 우월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크고 높은 고민을 하는 그의 인물들은 비록 고독하겠지만 우리가 거의 잊었거나 잊을 뻔한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아름답다.
- 조해진 (소설가)

바로 그 마음이 결국엔 우리를 구할 거니까. 이 소설들이 우리를 가능하게 만들 거니까.
- 한정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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