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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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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2쪽 | 944g | 153*224*35mm |
ISBN13 | 9791164137411 |
ISBN10 | 1164137417 |
[클래스24]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이광렬 교수 강연
2024년 4월 20일(토) 오전 10시 30분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 강당
2024년 03월 25일 ~ 2024년 04월 20일
[기획전] 복잡한 세상을 읽을 수 있는 과학의 힘 (4월 과학의 달)
이벤트 대상도서 포함 자연과학 분야 3만원 이상 구매시 '천상열차분야지도 피크닉 매트' 증정(한정수량, 포인트 차감)
2024년 03월 28일 ~ 2024년 05월 31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국내도서/외국도서/직배송 GIFT 5/7만원 이상, eBook/크레마 5만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 택1 증정 (포인트 차감)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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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물리와 오랜 세월 내외하던 내가 물리에 새롭게 눈을 뜨고 사랑할 수 있게 주선해준 저자가 브라이언 그린(Anne처럼 Green with an "e"라서 더 좋아하는~ ㅎㅎ)이다. 나의 첫사랑 물리책은 [멀티 유니버스]였다. 정확히 말하면 우주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 이리저리 검색해서 알게 된 책인데 우주와 물리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고 우주와 물리 이론이 판타지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당시에 나는 과학에 일자무식이었..;;), 나에게는 기념비적인 책이었다.
이후로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모두 소장하는 찐팬이 되었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것도 우주에 대한 브라이언 그린의 사색이 담긴 책이란다. 전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박하고 재치있고 글을 잘 쓰는 저자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두툼한 책을 받아들고 더 많이 두툼해도 되는데, 라고 책의 두께를 유일하게 아쉬워하며(다음 책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 냉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나 자신이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책을 펼치자마자 평소 애정하는 저자 세 분이 남긴 추천의 글(두 분의 글은 심지어 분량도 꽤 많다) 이 책의 기대치를 더 높여주었다(김민형 교수님, 김상욱 교수님, 한정훈 교수님도 언제고 이런 책을 써주시길!).
책의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러하다.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 그리고 우주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 지식과 인용, 저자의 견해가 밀도있게 어우러진 이 책은 1장에서 책의 전체에 대한 개괄을 설명해주고, 2장과 3장은 증가하는 엔트로피와 감소하는 엔트로피와 거기에서 빚어진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가, 4장은 진화와 환원주의자의 관점에서 ’슈뢰딩거의 물리학과 화학의 수준으로 생명을 정의하려는 원대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와 생명의 기반인 물의 독특한 성질에 대해 나온다. 5장은 환원주의자 뿐만 아니라 인본주의자의 감수성으로 바라본 인간의 의식에 관해서, 6장은 인간이 언어 습득력과 이야기 전달 능력을 키워 온 과정이, 7장은 인간이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8장은 창의적 표현을 추구해 온 인간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9장과 10장은 인간이 얻은 관측과 계산 결과와 새로 발견한 것들과 11장에서 지금까지 알게 되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합하여 얻어낸 결론, 혹은 마무리가 나온다.
위의 내용들 중 어떤 부분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모든 부분이 좋았다고 대답하겠다. 동전 100개를 이용해서 엔트로피를 설명하는 방식도, 증기 기관에 비유해서 열역학 제2법칙의 2단계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도, 원형극장의 구조를 두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서 전자 구름에 들어갈 수 있는 전자 개수를 설명해주는 부분도 나에겐 최고의 설명이었다. 이런 방식의 설명이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주와 생명의 탄생부터 종말까지, 우아하고 위트 넘치며 영리한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역시 브라이언 그린!”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 그러하다.
핵력은 중력의 도움을 받아 엔트로피 2단계 과정을 실행하고, 그 덕분에 물질은 우주 전역을 무대 삼아 춤을 추고 있다. 이것은 빅뱅 직후부터 우주라는 상설 극장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공연되어 온 장엄한 무용극으로 그동안 수많은 스타(별)를 배출했다. (p104)
이런 문장은 어떻고. 진심 빵 터졌다. 깨알 유머 최고다!
당신의 몸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원자와 분자를 강하게 결합시켜 주는 전자기력과,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결합시켜 주는 강한 핵력 덕분이다. 이 힘들이 공간을 확장시키는 힘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당신의 몸이 하나의 덩어리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몸이 확장되는 것은 공간 팽창 때문이 아니라 다이어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p365)
그밖에도 많은데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해서 노트에 한가득 기록해두었다. 특히 9장부터는 우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장구한 역사를 설명해주는데, “인간의 직관은 일상적인 시간(간격)을 파악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우주적 시간 규모는 너무나 방대하여 피부에 와닿지 않”기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층수에 비유한 우주 달력을 도입한다. 우주의 소멸을 읽으면서 류츠신의 [삼체]라는 SF소설이 떠올랐다. 내가 이 소설을 SF소설 중에 손에 꼽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브라이언 그린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삼체의 3부에 가면 태양계의 멸망과 우주의 소멸이라는 방대한 우주적 시간 규모를 인간의 직관으로 파악 가능하게 실감나는 이야기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화제였던 영화 [테넷]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엔트로피와 시간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이해의 여지가 생겼다. “우리의 경험은 왜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 있을까? 우리는 왜 특정 방향으로 진행되는 사건에만 익숙하고, 반대로 진행되는 사건은 볼 수 없는 걸까? 그 해답은 우주 진화의 비밀이 담긴 ‘엔트로피’에서 찾을 수 있다.”라며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엔트로피로 설명해준다.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깨지는 유리에서 몸의 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겪는 모든 일상적 현상들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그 확률이 엄청나게 작을 뿐이라는데 제법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테넷]은 허구가 아니라 엄청나게 작은 확률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이 책을 읽기 전의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나를 만났다. 책을 읽은 후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으로 벅차오르는 내가 있었다. 존재의 시작부터 무에 대한 이야기였고,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우주의 미래가 암울하다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세상이 허무하게 보이거나 두렵거나 공허하지 않았다. 과학과 수학이 밝혀낸 우주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이 정말로 희귀하고, 경이롭고, 특별하고 가치 있는 사건이며 개인적인 존재의 의미는 바깥 세계가 아닌 내면으로 찾아들어가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기에 나의 시각과 시간은 이제 이 책을 읽기 전과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흐를 것이다.
리뷰의 마무리로 인용하기 딱 알맞은 문장을 본문에서 찾아두었다. “’전체의 대강‘이 항상 그렇듯이, 이야기를 단순화시키면 중요한 진실이 흐릿해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리(p353)“기에 타인의 리뷰을 읽고 만족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 책을 몸소 통과하기를 여러분께 권해본다. 이 책을 다 읽은 당신을 꼭 만나보기를. 이 책의 시작과 끝에 당신이 함께 하기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천의 글에 나온 저자들의 책♡과 크리스 임피의 책들
P.S 리뷰가 길어져서 따로 언급 못했지만, 크리스 임피의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와 [세상은 어떻게 끝났는가]도 참고로 읽으면 더욱 풍성한 독서가 가능합니다~
과학자 혹은 과학저자(특히 과학자이면서 과학저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나면 결국은 사상가가 된다. 자신의 분야를 깊게 파헤쳐가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넓혀가게 되고, 넓혀가다 보면 결국 모든 학문은 대체로 다 통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브라이언 그린도 그런 경로를 밟는다. 끈이론 전공자로서 우주론에 대한 심도 깊으면서도 대중적인 저서로 명성을 드높인 그는 이제 ‘빅 히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우주와 태양계, 지구의 탄생을 넘어서 자신의 전공이 아닌 생명, 의식, 종교, 문화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서 다룬다. 자신의 전공이 아니기에 다른 저자들에 의존하면서 논의를 이어가지만, 분명 뿌리는 물리학, 그것도 양자역학, 입자론 등이다. 즉, 생명이나 의식 등은 기본 입자의 물리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생명을 달리 볼 수는 없을까 여러모로 생각해보지만 결국은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지 않나 하는 물리학자의 고민이 잔뜩 담겨져 있다.
그런 고민이 극대화된 부분은 ‘자유의지’에 대한 부분이다. 자유의지는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고, 지금도 논란인 주제인 만큼 브라이언 그린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물리학만으로는 주관적인 느낌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의 결론은 자유의지 역시 “독특한 입자 배열”이 만들어낸 물리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이나 의식이 단순히 입자 배열로 환원되면 생명의 신비는 사라질까? 하지만 브라이언 그린은 그 순간 태세를 전환한다. 바로 그 물리학이 형언할 수 없이 신비한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생명은 더욱 경외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입자 배열이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배우고, 종합하고, 상호 작용하고, 반응하면서 나의 개성을 나에게 각인시키고, 내가 취하는 모든 행동에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결론을 맺는다. 어쩌면 타협 같아 보인다. 물리학자로서 생각하기에 아무리 봐도 모든 게 입자로 환원될 수 있으니 자유의지 같은 것은 없어 보이는데, 인식하는 나의 자유를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런 고민의 결과가 저와 같아 보인다. 물리학자로서 최선의 결과로도 보인다.
종교도, 문화도 그렇게 물리학자로서 해석하던 브라이언 그린은 느닷없이 우주의 종말로 관심을 돌린다. 그냥 인류의 종말이라든가, 지구, 태양계의 종말이 아니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시간을 두고 우주가 어찌 될 것인지를 물리학적으로, 수학적으로(물론 수식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예측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인간이 아닌 ‘사고하는 존재’(thinker)의 운명에 대해서 사유한다. 우주가 영원하지 않은 만큼 사유하는 존재 역시 유한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유한하지 않은 존재의 종말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나는 물론,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매우 높다는 얘기는 거의 100%라는 얘기다) 과연 그런 사유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하다. 인간의 존재 영역, 혹은 인간이 진화한 존재의 영역을 넘어선 우주 범위에서 사고하는 것이 어떤 겸손함을 줄 수는 있다고 보지만, 그건 사실은 겸손함의 범위마저도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우리가 찰나를 살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브라이언 그린의 설명은 (그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정말 생명, 의식, 문화 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인식하게 한다. 그런 것을 인식하고 설명하고자 하며, 더욱이 상상도 못한 시간의 범위에서 우주의 종말까지 예측하는 상황은 더욱 그렇다. 그도 그렇고, 책의 소개에서도 이 책에 대한 설명에서 어떤 허무함이라든가, 무상함 같은 단어를 쓰지만, 사실은 그보다는 경외라든가 하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본다.
비록 모든 사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지성은 여기까지 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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