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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은 가족

어느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걸까?

류희주 | 생각정원 | 2021년 01월 27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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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670g | 147*215*30mm
ISBN13 9791191360042
ISBN10 11913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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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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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첫 직업은 일간지 기자. 이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는 다소 건방진 생각으로 정신과 의사를 택했다. 그러나 듣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많은 일이었다. 결국 듣다가 지친 사람을 모델로 한 《리스너》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대중의 외면에 풀 죽어 있을 때, 나에게 영감을 줬던 환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와 환자로 만났지만, 어쩌면 우리의 가족일지도 모... 첫 직업은 일간지 기자. 이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는 다소 건방진 생각으로 정신과 의사를 택했다. 그러나 듣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많은 일이었다. 결국 듣다가 지친 사람을 모델로 한 《리스너》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대중의 외면에 풀 죽어 있을 때, 나에게 영감을 줬던 환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와 환자로 만났지만, 어쩌면 우리의 가족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쓰다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고마워하는 의사, 이런 내 모습은 처음이었다. 바뀐 정체성이 싫지 않았다. 생각 끝에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름은 한 인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니까. 타인이 아닌 내가 선택한, 나의 이름. 『병명은 가』은 과거 류미라는 이름이 아닌 류희주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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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55

출판사 리뷰

“알코올의존, 거식증, 공황장애… 모두 다른 병명, 각자 다른 사연.
그렇지만 내가 내린 공통의 병명은 ‘가족’이었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마음 관찰기


정신질환은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퍼져 있다. 가까이에 있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때때로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둥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질환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알코올의존 아버지의 약을 훔치는 딸. 어머니를 죽이고 차라리 정신병원에 가겠다는 아들. 사랑하는 아내와 별거하면서 30킬로그램이 빠져버린 남편. 그리고 어느 날, 한쪽 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죽음이 바로 목전에 왔다고 생각했던 한 의사의 이야기까지. (중략) 과연 가족은 둥지일까, 족쇄일까. (_들어가며 중에서)

여전히 남은 질문, 왜 이 병에 걸렸을까?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이 병에 걸렸을까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왜 병에 걸렸는지 그 원인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떤 질환이든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신질환의 경우는 더더욱 설명하기가 어렵다. 정신질환의 원인인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이 이어진다. 생물학적으로 분석도 하고, 심리적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마음은 사회를 반영하기에 사회학적 관점이 도입되기도 한다.

알코올의존의 경우를 살펴보자. 병에 걸린 이유를 묻는다면 정신과 의사는 먼저 뇌에서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문제인지를 말할 것이다. 이 설명에도 환자가 뭔가 부족하다는 눈빛을 보낸다면 알코올을 섭취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긴장이 줄어드는, 그런 심리적 요소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알코올의존은 인종, 문화,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회적으로 술을 쉽게 용인하는 문화라면 더 중독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해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생물심리사회 모델(Biopsychosocial model)에 따른 설명은 막상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으며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을 길게 풀어놓은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남는다. 도대체 정신질환에 왜 걸리는 걸까? 저자 류희주는 기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로서 다양한 병원에서 일하며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거식증, 망상장애, 조현병을 지나 현대인들의 질병인 사회공포와 공황장애까지…. 이 책 『병명은 가족』은 바로 저자가 발견한 정신질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마음의 병을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가족이라는 고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픔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껴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본다.

기자 출신 정신과 의사의 끈질긴 관찰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1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는, 『병명은 가족』의 저자 류희주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한 언론사의 입사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최종 면접 과제는 1박 2일 동안의 등산. 저자는 결국 다른 신문사에 입사해 2년쯤 기자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고민 끝에 정신과 의사로 일하게 된다.

저자에게는 기자라는 독특한 이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국립부곡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범죄자이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또한 치료감호소에서의 이력을 마친 지금은 시골 정신과 의사로서 평범한 이웃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자는 정신질환 뒤에 환자로만 규정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역사(history)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저자만의 빛나는 시선이 드러난다. 더 많이 듣고, 더 깊게 이해하려는 저자의 의지로 인해 독자들도 외면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로서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아픈 것일까?’를 살피기 위해 선입견 없이 환자들의 삶으로 스며든다.

식욕을 통제하면서 자신을 통제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일그러진 거울. 여든을 바라보지만 힘든 삶 속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슬픔. 세상보다 더 차갑던 가족 속에서 자란 아이가 중년이 되어서도 떨쳐낼 수 없는 고통 등. 저자는 환자들의 상황에 대해 쉽게 연민하지 않는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섣불리 답을 꺼내지도 않는다.

이 책 『병명은 가족』은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을 관찰하며 발견한 일종의 공통분모다. 그는 이 판단을 기반으로 독자들의 생각과 시야가 더 확장되길 바란다. 또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뒤에 숨은 삶을 전하며, 그들을 우리 이웃으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병 뒤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 아이에게 무력함을 학습시키는 아빠의 병

이 책의 1장은 정신과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워한다는 알코올의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알코올의존으로 가족과 사회적 지위를 잃고, 병원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박’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알코올의존으로 고생하지만 ‘박’은 한때 사랑받는 막내였고, 한 식당의 어엿한 주인이자 주방장이었다. ‘박’은 그의 가족이 지내는 울타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자 했지만,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아버지처럼 알코올에 빠진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사회는 한 번 휘청거린 중년 남성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알코올의존은 사회적 무능력자로 사람을 낙인찍고, 그 낙인은 다시 알코올의존을 악화시킨다. 이후 ‘박’의 알코올의존은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딸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비슷한 고통에 빠진 딸과 ‘박’의 삶을 대조하며, 부모의 고통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또한 ‘박’의 이야기를 통해 ‘의지로 이겨내겠다’는 중독 환자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역설한다.

― 다이어트니까 괜찮을 거라 믿었던 엄마의 사랑

‘뼈 빼고 다 빼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익숙한 우리 시대에 ‘프로아나(Pro-ana, 거식증의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족들이 등장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날씬함이 곧 미의 기준이 된 사회에서 음식에 대한 통제는 자기관리에 능한 삶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장 치사율이 높은 정신질환이 ‘거식증’이라고 말한다. 크래커를 먹지 않고 계속 자르다가 결국 버리는 소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굶겠다는 초등학교 3학년. 거식증 때문에 죽음에 이른 모델. 거식증은 자기관리가 아니라 한 번 걸리면 치료가 어려운 병이 된 지 오래다.

거식증은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가진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거식증을 강화시키는 심리 구조에 주목한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욕을 통제한다.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이나 사회생활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몸은 내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 심지어 마른 몸은 자기 계발이나 스펙의 일종이 된다. 거식증은 때로 자신의 의지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우리는 가족이야말로 사회적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도 사회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 과에 나보다 뚱뚱한 애는 없다며 건강이 상할 정도로 굶는 딸에게 엄마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만류하는 순간, 마른 몸만 환영받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엄마의 눈먼 애정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딸의 머릿속에 있는 ‘뚱뚱이 거울’은 엄마의 사랑으로도 부서지지 않는다. 거식증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신질환을 마음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협소한지를 느끼게 만든다.

― 불안과 우울이 병이 되는 곳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사회적으로 우위에 서면 정신질환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대학 선배에게 20년 만에 연락을 받은 저자는 행복하고 평온해 보이던 선배가 자살의 위험을 느낄 만큼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우울하고 불안할까? 도대체 왜? 저자는 키르케고르와 사르트르를 지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동시에 저자는 불안과 우울이 병적으로 변하는 시작점을 탐구한다.

20년 만에 만난 선배는 중증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부모, 똑똑하고 사이좋은 세 자매라는 굳건한 환상 속에서 벗어난다. 저자와 함께 자신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탐구해가던 선배는 무심한 아빠, 큰딸에게만 집착하는 엄마, 잘난 언니들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던 과거로 돌아간다. 깨물어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선배가 엄마에게 들었던 말들은 달랐다.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너를 낳기 전에 죽으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못 죽었다.’ 한탄처럼 내뱉은 엄마의 말들은 아이에게 ‘너만 없으면 돼’, ‘네가 내 삶의 장애물이야’처럼 가혹하게 들렸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을 달래며, 인정받기 위해 침묵해야 한다는 강박은 결국 중년이 된 선배에게 우울증으로 돌아온 것이다.

선배의 이야기는 겉으로는 명랑하게 웃지만, 마음 안에 그늘 하나쯤은 안고 사는 수많은 우리들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불안과 우울은 모두의 것이지만, 그것을 병으로 만들어가는 시작점은 사회생활과 인간 관계의 기본을 알려주는 가족이 아닐까? 저자는 전체 여덟 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핵심을,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정신과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

― 정신감정부터 법원 출석까지

저자는 처음부터 정신과 의사를 꿈꿨던 사람은 아니다. 학부 시절에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고, 첫 사회생활은 신문사에서 시작했다. 2년 동안 사람들과 부딪히며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몸이 불편해 그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없으니, 사람들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과로 전공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경험한 정신과 의사의 일상은 더 극적이다. 어머니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조현병 환자와 상담하며 그의 심신상태를 감정해야 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치료하겠다는 사람보다, 당장 다른 가족에게 유산이 넘어가지 않도록 부모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해달라는 보호자를 더 많이 만난다.

이 책의 저자는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새벽에 들이닥친 응급입원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고, 때로는 위험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법원에 출석해서 자신의 판단 근거를 설명하며, 병원에서 만났던 환자들이 더 악화된 것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 아픔,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

의사 수는 한정됐는데,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저자가 일했던 시골의 정신과에서는 병동에서 60명 정도의 환자를 담당해야 한다. ‘정말 심각한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저자의 생각은 제한된 의료체계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은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더 위중한 환자의 치료를 고민하던 저자가 정신질환의 실체를 탐색하다가 갑자기 팔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매일 차트를 작성하고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의사에게 움직이지 않는 팔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다리가 불편한 저자에게 팔까지 쓸 수 없다는 것은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저자의 의학 지식은 족쇄가 되어 끝없이 병원을 오가게 하고, 결국 수술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래도 차도가 없자 저자는 자신의 죽음이 목전에 있음을 예감한다.

신체적 이상을 모두 점검했지만 답을 찾지 못한 저자는 동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다. 무력함, 그로 인한 고통과 공포를 토로하던 저자는 자신이 환자가 된 그 순간, 자신 앞에 앉았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마음을 여전히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주변인들 때문에 병원 앞에서 머뭇거렸던 환자들의 고통을 한순간에 이해하게 된 것이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경증, 이 정도는 중증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저자는 불안과 우울을 연약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치료가 가능한 상태까지도 죽음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가 의대생 시절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를 보며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열악한 의료 환경, 부족한 의사 수, 정신질환은 제약회사가 만든 병이라는 편견 속에서 좌충우돌했던 저자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중심을 잡는다.

― 진료실, 편견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

저자가 수많은 사람을 만난 곳은 작은 진료실이다. 그 작은 방에서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의사에게 전한다. 정신과 의사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는 ‘항’ 자가 붙은 약만 처방해주는 사람들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살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던, 무학에 무일푼인 우리 시대의 노년 여성들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말할 곳이 없다. 사회에서 광인으로 낙인찍힌 조현병 환자의 실제 삶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보듬을 수 없다. 작은 마을에서 지적장애라는 이유로 폭력과 무시가 당연했던 사람의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정신과 의사는 냉대와 혐오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무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병명은 가족』의 저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드러내고자 한다. 이 구성에는 의사의 권위보다 환자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 편견을 걷어내고, 병 뒤에 환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회복될 수 있다

2020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정보정책연구부에서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사람들이 20년간 어떤 병에 더 많이 걸렸는지를 살폈다.

2000년도만 하더라도 골절, 화상 같은 신체 부위 손상과 그와 관련된 질병이 빈번했다(전체 13%). 그러나 20년 후에 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9년에 1위를 차지한 질환군은 치매, 우울증, 조현병 등 다양한 정신질환 질병이 포함된 ‘정신 및 행동장애’ 쪽이었다. 20년 전에 3위였는데, 2019년에 1위로 등장했다. 이는 마음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일까? 20년 전에 3위였으니 전혀 없던 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증가한 사실에 대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계속해서 스트레스는 원인이라기보다 악화될 수 있는 매개라고 지적한한다. 모두에게 정신질환이 발현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있다. 모두가 암에 걸릴 수 있지만,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것처럼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환경이 건강하고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또한 스트레스가 생기더라도 얼마든지 수습할 수 있다면, 정신질환은 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의존, 거식증, 지적장애, 조현병, 공황장애, 사회공포와 우울, 신체증상장애. 이 책에서 다루는 여덟 가지 병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와 딸, 엄마와 아들, 아내와 남편 등, 정신질환은 가장 사랑하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또한 그 시작이 되는 이야기는 사소함에서 출발한다. 정신질환을 우리 시대의 공포로 치부하며 막연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신질환은 모두가 걸릴 수 있지만, 또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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